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93)
화. 희비 교차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팀전인 만큼 사실상 승부는 팀 고르기부터 시작이었다.
나예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주원이랑 유성현, 둘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뽑는 거로 하자. 괜찮지?”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성현이녀석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다가 입을 뗀다.
“야, 근데 왜 나는 유성현이고 이주원은 주원이라고 부르냐?”
딱히 자각은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맞긴 하다.
나예가 웃으며 말한다.
“흐흥, 미안. 이상하게 너는 성 빼고 못 부르겠어.”
“아, 그러세요, 조나예씨?”
“헐, 뭐야. 유치해……”
실소가 흘러나왔다.
유치하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에 연두의 흔들리는 유치가 떠올랐으니까.
나도 제정신은 아니군.
“유치한 건 너지. 이름 부르는 거로 사람 차별하기 있냐?”
“뭐래! 그런 거로 삐지냐?”
“누가 삐졌다고……”
난데없이 불이 붙은 두 친구.
그걸 중재한 건 옆에서 지켜보던 윤우였다.
“에헤이, 그만하고 빨리 시작이나 하자.”
윤우 말대로였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너네한테 어떻게 져. 아무리 구멍 하나를 안고 있다고 해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내가 구멍이라고?
아무리 볼링을 오래 쉬었다지만 그럼 취급을 받을 실력은 결코 아니다.
그것도 유성현한테.
“가위, 바위, 보!”
주먹을 냈다.
그리고 성현이가 낸 건 가위였다.
“나이스!”
우선권을 가져왔다.
인원이 총 여덟 명인 만큼 첫 가위바위보를 이기는 건 무척 유리했다.
첫 번째와 세 번째에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으니.
“흐흐.”
“뭐, 그 정도는 핸디캡이지. 너 해라~”
벌써부터 정신공격을 걸어오는 성현이녀석.
핸디캡은 무슨.
“그런 거치고는 가위바위보에 너무 진심이던데.”
그렇게 받아친 뒤에 예비 팀원들을 쭉 훑어봤다.
남자 쪽은 윤우와 준수, 여자 쪽은 나예와 유림이, 그리고 최서아였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써야 돼.’
남자 쪽의 전략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윤우와 준수의 실력.
반대로 여자 쪽의 전략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건 장비를 전부 준비해 온 유림이가 실력이 출중할 확률이 높다는 것 정도겠지.
허나 그것만으로 선택하는 건 도박이다.
‘확실한 선택지에 베팅해야 해.’
그래야 우선권을 얻은 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윤우와 준수, 둘 중 하나였다.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둘 중 누구 실력이 더 뛰어난지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준수로 할게.”
“아싸!”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야, 지금 주먹을 불끈 쥐고 좋아한 건 나한테 선택받은 준수가 아니었으니까.
선택받지 못한 윤우의 반응이었다.
‘.. 이게 맞아?’
멘탈에 살짝 금이 가려 한다.
그렇게 준수를 데려오자 성현이는 망설임 없이 윤우를 선택했다.
예상하던 바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여자애들의 전력은 모를 테니.
‘윤우도 꽤 치는 편이고.’
준수가 좀 더 비교우위에 있을 뿐이지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윤우를 고를 거라 생각했다.
“이제 다시 내 차례지?”
두 번째 우선권은 성현이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난 그럼 유림이.”
이러면 딱히 유리한 게 아니었다.
세 번째 우선권이 나한테 있다고 해도 전력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오히려 잘 칠 확률이 높은 유림이를 뺏긴 게 더 손실이 컸다.
슥.
나머지 세 명.
이제는 관상학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건 최서아였다.
“어…”
조금은 당황한 듯한 표정.
미안한 얘기지만 관상학적으로 볼링을 잘 칠 관상은 아니었다.
남은 건 조나예와 김진경.
고민 끝에 나는 진경이를 골랐다.
“잘 부탁해.”
“오케이.”
다시 고르려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잠깐만.”
“응?”
“근데 마지막 선택은 다시 가위바위보 하는 게 공평하지 않냐?”
반박하려 했으나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한 번씩 우선권을 가져갔으니 마지막은 다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건 또 변수인데.
내 생각에 둘 중 볼링을 더 잘 치는 건 조나예 쪽이다.
“가위, 바위, 보!”
척.
그리고 나는 장렬하게 패배했다.
최서아와 조나예.
두 사람에게 한 번씩 시선을 준 성현이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최서아. 컴 온.”
“오!”
뜻밖의 선택에 나도 모르게 크게 반응해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실수를 깨달은 나는 재빨리 표정을 지웠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하는 최서아의 표정이.
그 순하디순한 최서아가 잠시나마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면, 얼마나 방금 내 반응이 유치했던 건지 자각이 됐다.
그럴 만도 했다.
팀이 되지 않아서 대놓고 좋아한 셈이니까.
‘꼴불견이잖아.’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꼴불견이 없었다.
아무리 내기라고 해도 재밌자고 하는 게임에 이렇게 과몰입하다니.
그나저나 성현이는 왜 최서아를 고른 걸까.
“왜 최서아 골랐냐고?”
마침 그 얘기가 들려왔다.
성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문자답했다.
“상대팀으로 조나예 이주원이랑 같이 혼내주고 싶어서.”
세상 단순한 녀석이다.
겨우 그런 이유로 팀원을 결정하다니.
아마 그 선택으로 인해 승부의 판도는 뒤집히게 될 거다.
그런데……
“큰일났다…”
내 쪽으로 걸어온 조나예가 말했다.
“나 오늘로 볼링 두 번째인데……”
“…?”
이번에는 다행히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당혹감을 드러낸다면 팀원 사기를 크게 떨어트릴 우려가 있으니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그럼 최서아는?”
학창시절부터 단짝친구인 만큼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곧바로 들려왔다.
도무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한 마디가.
“서아는.. 볼링 엄청 잘 쳐.”
다른 의미로 판도가 뒤집히게 생겼다.
***
본격적으로 시작된 승부.
이쯤 되면 내가 왜 볼링에 자신이 있는지 의아함이 들지도 모른다.
근자감은 아니었다.
자신감의 근거는 어린 시절이었다.
‘단골이었지.’
아빠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가 볼링이었다.
자연히 나도 그런 아빠를 따라다니며 볼링을 쳤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없다고 해도 시간을 때려박으면 상위권에는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나한테는 그런 종목이 볼링이었다.
“시작한다!”
첫 타자로 팀장인 성현이가 나섰다.
슈욱-
똥폼을 잡다가 투구한다.
스핀이 걸린 볼링공은 곡선을 그려 비스듬하게 최전방의 핀을 직격했다.
그렇게 쓰러진 건 아홉 개의 핀이었다.
“흐.. 까비.”
이어지는 투구.
다시 굴러간 공은 남은 하나의 핀을 맞추고 돌아왔다.
“나이스 스페어!”
비록 스트라이크는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이렇게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얘들아.”
작전은 간단했다.
“준수는 치던 대로 치면 될 거 같고 진경이는 볼링 많이 쳐 봤어?”
“많이는 아닌데 어느 정도 칠 줄은 알아.”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리고 불행이라 말하기는 뭐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나예였다.
“나예야.”
“응.”
“쟤 보면 막 똥폼 잡으면서 스핀 걸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나예를 향해 얘기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무조건 중앙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정면으로 굴리면 돼. 힘을 많이 줄 필요도 없고.”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었다.
초심자가 어설프게 스핀을 줘서 굴리려고 하면 100% 도랑행이다.
작전회의를 마치고 바로 출격했다.
‘좋아.’
적당한 무게의 볼링공을 손에 쥐었다.
색깔도 연두색이었다.
마지막으로 친 지 꽤 시간이 지나긴 했으나 그리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 느낌을 살려서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슈욱-
핑거팁 그립.
마지막 순간에 손을 들어올려 공에 스핀을 먹였다.
나는 초심자가 아니니까.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굴러간 공이 최전방의 핀을 명중했다.
콰당.
“아…”
비틀거리다 쓰러지지 않는 하나의 핀.
스트라이크로 기선제압을 할 생각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다시 손에 공을 쥐었다.
‘조급할 필요 없어.’
아직 기회는 많았다.
스페어만 성공시킨다면 뒤처지는 건 아니었다.
방금과는 그립을 다르게 잡았다.
이번에는 직구였다.
타당!
“나이스 스페어!”
“우와!”
“주원이 잘하는데? 의외다…”
먼저 시작해서인지 상대 측은 벌써 네 번째 순서였다.
마지막 타자는 최서아였다.
공을 들고 레인 앞으로 향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그 속에서 최서아가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 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늘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평소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분위기였으니까.
그리고……
슈욱-
흠 잡을 데 없는 자세로 투구한 공.
스르륵.
레인 끝을 타고 달리는 공을 보고 틀림없는 도랑행이라고 생각했다.
욕심이 과했다고.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비현실적으로 궤도를 바꾼 공이 마법처럼 최전방의 핀을 직격한 거다.
콰당탕!
열 개의 핀이 모두 쓰러졌다.
초심자의 행운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깔끔한 스트라이크였다.
“뭐, 뭐야!”
입이 떡 벌어진 성현이.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최서아와 눈이 마주친 나는 직감했다.
완전히 잘못 걸렸다고.
***
턴은 계속 돌아갔다.
“나이스 스트라이크!”
“형이다.”
준수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나이스 스페어!”
“힛.”
진경이도 생각보다 더 준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데구르르.
그리고 나예는 명중률이 거의 100%였다.
도랑 명중률 100%.
“어떡해…”
“괜찮아, 나예야.”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초심자가 하나 있고 없고는 무척 큰 차이였다.
볼링 룰을 생각하면 템포가 끊겼을 때의 손해는 더더욱 막심하고.
그나마 따라가고 있는 건 준수 덕분이었다.
콰당탕!
그리고 최서아는 3연속 스트라이크다.
무시무시하다.
깔끔한 스트라이크가 나올 때마다 사기가 팍팍 꺾이는 기분이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나예야. 져도 돼.”
볼링을 못 치는 게 죄는 아니었다.
패배의 아픔이 쓰리긴 하겠지만, 개인적인 승부욕 때문에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즐기려고 온 볼링장이니까.
어느새 차례는 얼마 남지 않았고 점수는 많이 벌어져 있었다.
‘쉽지 않겠네.’
거의 가망이 없어보였다.
이걸 뒤집으려면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반복하거나, 갑자기 나예에게 볼링의 신이 강림해서 연달아 스트라이크를 쳐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역전은 불가능해보인다.
그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리는 없다.
“.. 엥?”
그렇게 생각했다.
유성현이 굴린 공이 도랑으로 직행하기 전까지는.
“야! 왜 그래!”
“너 일부러 그랬지! 괜히 흥미진진하게 하려고.”
구박하는 팀원들.
“하하, 많이 티 났냐?”
티 나긴 개뿔.
일부러 그랬을 리가 없다.
어쨌거나 한 번의 실수로 벌어진 점수를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아, 진짜!”
“장난 그만하라고!”
“너 때문에 나까지 영향받잖아!”
그 실수가 반복됐다.
반대로 우리팀은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콰당탕!
심지어 나예까지 스트라이크를 칠 정도였다.
초심자의 행운.
“와아!!”
그런 와중에도 최서아는 흔들림 없는 스트라이크 행진을 보여주긴 했으나 점수 차이는 급격하게 좁혀져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턴은 모두 끝이 났다.
우리는 한 번씩 기회가 남아있었다.
‘.. 계산해 보자.’
머릿속 계산기를 가동한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충분히 가능하다.
남은 투구를 잘 해내기만 한다면.
슥.
공을 쥔 손이 덜덜 떨리긴 했으나 가까스로 호흡을 가라앉혔다.
할 수 있다, 이주원.
손끝에 승리를 향한 염원을 가득 담아 공을 굴렸다.
콰당!
공이 핀에 닿는 순간 나는 쾌재를 불렀다.
스트라이크였다.
“와아!!”
역전의 흐름이 찾아왔다.
그 기세를 이어 준수가 굴린 공도 열 개의 핀을 모두 쓰러트렸다.
2연속 스트라이크.
다음으로 진경이가 굴린 공은 아쉽게도 하나의 핀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아..”
“괜찮아, 진경아. 침착하게 스페어만 해 보자.”
“응, 알겠어!”
심호흡을 한 진경이가 공을 굴렸다.
그렇게 굴러간 공은 가장자리에 남아있는 핀을 그대로 강타했다.
“나이스 스페어!”
하이파이브를 치는 동시에 화면을 바라봤다.
점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어서 상대의 점수를 확인한 내 심장은 고동치기 시작했다.
‘.. 진짜 이걸 역전한다고?’
6점 차이였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트롤링과 우리팀의 뒷심이 만들어낸 접전이었다.
‘일곱 개 이상만 쓰러트리면 역전이야.’
그리고 나는 성현이의 형이 되는 거다.
성현이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당연했다. 여기서 진다면 내 아우가 되는 거로 모자라 팀 내에서 역적이 될 게 뻔하니.
그리고 승패의 행방을 거머쥔 건 나예였다.
“어떡해.. 나 몇 개 맞춰야 되는 거야?”
“진정해, 나예야.”
차분하게 나는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어. 그냥 저 중간에 있는 핀이 성현이 얼굴이라고 생각해.”
“.. 유성현 얼굴?”
“응.”
고개를 끄덕이는 나예.
옆에서 준수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그래. 못 맞춰도 너한테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떨지 마.”
피식 웃으며 덧붙인다.
“원래 이런 건 지면 팀장 잘못이거든.”
“.. 인정한다.”
팀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공을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나예.
그리고 공이 굴러갔다.
슈욱-
나와 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