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15)
화. 진실
시은이를 따라서 일어난 연두.
“화장실.”
“응?”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실은 조수로 나서겠다는 걸 돌려서 말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었다.
겁이 나긴 했지만 시은이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으니까.
“.. 같이 가자.”
연두는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시은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이유는 간단하다.
유리와 레나는 귀신을 처음으로 목격했고, 선동이는 막 귀신을 보고 와서 혼이 빠져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은이를 따라나설 수 있는 건 연두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모르게 연두는 쭉 봐 왔다.
틈이 날 때마다 시은이가 탐정 노트를 작성하는 모습을.
최근에 푹 빠져서 보고 있는 명탐정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를 시은이에게 듣기도 했다.
‘셜록 홈즈는 명탐정이야.’
‘명탐정?’
‘응.’
시은이는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미스터리한 현상과 사건을 밝혀내는 일을 하는 게 명탐정이라고.
‘나도 셜록 홈즈처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보고 싶어.’
‘그럼 시은이는.. 명탐정이 되고 싶은 거야?’
‘아니.’
고개를 저으며 시은이는 얘기했다.
‘명탐정이 꿈인 건 아니야.’
‘.. 그럼?’
‘셜록 홈즈처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거 같거든.’
‘아.’
한 마디로 글을 쓰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 같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그랬다.
뭘 하든 간에 경험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소위 말하는 상상력도 경험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거니까.
‘잘 어울려……’
연두는 시은이가 명탐정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었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쓸 수 있도록 말이다.
허나 문제가 있었다.
‘.. 어떻게 도와주지?’
스스로 생각하기에 연두는 명탐정의 자질이 하나도 없었다.
뛰어난 관찰력이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분석력이 있는 것도 아닌 거 같았으니까.
그때였다.
셜록 홈즈의 유일한 친구이자 조수인 왓슨의 이야기를 접한 건.
그 얘기를 듣고 희망이 생겼다.
‘.. 할 수 있어!’
관찰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추리를 도와줄 수는 없지만 조수 역할은 해낼 수 있었다.
탐정을 신뢰하고 옆에서 보좌하는 역할.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맞닿은 두 시선.
“.. 연두야.”
조금은 놀란 듯한 시은이의 표정.
연두는 말했다.
“내가 시은이 왓슨이 돼 줄게..!”
사건 해결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주원의 카메라는.
***
내부에는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연두가 나서고 나니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한 거다.
친구를 위험한 장소에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은 모두 같았으니까.
“나도 갈게! 나는 귀신을 본 건 아니니까 같이 갈 수 있서!”
레나를 시작으로 유리와 선동이가 가세했다.
“하아.. 꼭 가야겠어? 그럼 혼자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가서 싸우자고! 기다려 봐! 할머니 효자손 들고 올 테니까!”
애꿎은 효자손만 희생양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 민홍임이 있었다면 효자손으로 선동이를 한 대 쥐어박았을 거다.
“오오오!!”
갑자기 귀신 레이드 파티를 결성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
시은이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아니야.”
“응?”
“가는 건 두 명인 게 딱 좋아. 다 같이 가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왜 더 위험한데?”
“손전등이 있다고 해도 밖은 어두워. 가다가 한 명이 갑자기 사라져도 누가 사라졌는지 모를 수도 있어.”
섬뜩한 이야기였다.
그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으니까.
동시에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괜히 셜록 홈즈가 탐정 일을 하며 왓슨만 데리고 다닌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왓슨.. 아니, 연두랑 같이 다녀올게.”
“.. 괜찮아?”
“응, 걱정하지 마. 위험할 거 같으면 바로 도망칠 테니까.”
“알겠서! 도망치면 바로 문 열어줄게!”
“고마워.”
사실상 마지막 출전이었다.
이로써 모두가 어둠을 뚫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셈이었으니까.
관건은 하나였다.
귀신이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오느냐.
“.. 무사히 돌아와야 해.”
“응!”
연두가 손전등을 챙겼다.
한 손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양손에 하나씩 총 두 개를 들었다.
명탐정 연시은의 앞길을 환하게 밝혀주기 위해서였다.
“그럼 가볼게.”
끼이익.
닫히는 문.
남은 아이들은 한참 동안 말없이 그 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괜찮겠지?”
“응, 괜찮을 거야. 우리도 잘 도망쳤으니까.”
“늦게까지 안 오면 구하러 가자.”
“응, 응!”
한편 그 시각.
바깥쪽에서는 명탐정 연시은과 왓슨 연두가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앞장서는 건 시은이였다.
맑은 하늘이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었다.
휘이잉-
그 바람 소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포감을 조성했다.
자그마한 소리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과장되어 들리는 법이니까.
“.. 꺅!”
놀란 연두의 비명.
그러나 시은이는 이렇다 할 미동도 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진정해, 연두.”
“.. 응?”
“그냥 바람 소리야.”
“바람 소리?”
“그래. 산 밑이라 바람이 강하게 불거든. 겁먹지 않아도 돼.”
시은이라고 해서 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침착할 수 있는 건 탐정 노트를 작성한 덕택이었다.
단서는 아이들의 증언이었다.
그걸 토대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미리 예상해 둔 시은이였으니까.
“가자, 연두야.”
“.. 응.”
몇 발자국을 더 걸었을까.
이번에는 닭살이 돋게 만드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바스락.
그렇다.
유리와 레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던 낙엽 밟히는 소리였다.
이번에도 먼저 반응한 건 연두였다.
“.. 헉.”
잠깐 숨이 멈춘 연두.
허나 이번에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시은이에 의해 가로막혔다.
“괜찮아.”
자칫하면 패닉에 빠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은이는 침착했다.
손전등 하나를 건네받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집어 든다.
스윽.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이었다.
그 낙엽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손전등으로 비추며 말한다.
“이거 봐, 연두.”
어느새 말투도 셜록 홈즈를 닮아있었다.
“.. 낙엽.”
“맞아, 낙엽이야. 그리고 방금 난 소리는……”
도로 낙엽을 땅바닥에 내려두고서 발로 지그시 밟는다.
동시에 들어오는 소리.
바스락.
“.. 아!”
“그래. 이건 낙엽을 밟는 소리에 불과해.”
“그, 그런데……”
“그런데 왜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는지가 궁금한 거지?”
“.. 으응!”
간단하다는 듯이 입을 떼는 시은이.
어느새 입가에는 옅은 미소마저 머금고 있었다.
“긴장한 상황에서 사람은 감각이 곤두서게 돼. 평소보다 훨씬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 아까 바람 소리에 놀랐던 것처럼.”
완전히 역할에 몰입한 모습.
“우아…”
그 모습이 연두의 눈에는 꼭 명탐정처럼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유리와 레나가 세상 호들갑을 떨었던 소리들이, 실상은 바람 소리와 낙엽 소리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조금은 불안감이 가시는 거 같았다.
그만큼 시은이가 탐정으로서 믿음직스럽다는 뜻이었다.
바스락. 바스락.
신기하게도 이제는 전혀 무섭게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선동이 때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날아들었다.
컹! 컹컹! 컹!
세 종류의 소리, 그중에서도 유리와 레나를 가장 놀라게 만들었던 개 짖는 소리였다.
이번에야말로 세상 놀란 연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명 소리를 내며.
“.. 꺄악!”
잠깐 흠칫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은이는 금방 이성을 되찾고서 연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정신 차려, 연두.”
“.. 으, 응?”
신기하게도 그 말 한마디로 공포가 반은 가시는 거 같았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해 줄 거 같았으니까.
이윽고 시은이가 입을 뗐다.
“옆집의 복실이야.”
“…”
명쾌하고 상쾌한 근거였다.
***
근거는 충분했다.
옆집에 복실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할머니의 시골밥상’ 콘텐츠를 할 때였다.
컹! 커컹! 컹!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 커다란 개가 마당에 한 마리 서 있었다.
깜짝 놀라 얼어붙은 시은이를 향해 아주머니가 말했다.
‘어머, 많이 놀랐니?’
‘.. 네.’
‘미안하구나. 우리 집 개가 놀라게 만들었네. 원래 반가우면 반가울수록 크게 짖거든.’
안심한 시은이는 얘기했다.
‘이름이 뭔가요?’
‘복실이란다.’
복실이는 착한 개였다.
아주머니 말에 용기를 내서 쓰다듬었는데 물려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당시에는 그 정도로 넘어갔지만, 다시 복실이를 떠올린 건 레나에게 이야기를 들은 직후였다.
‘산에서 들려왔서.. 엄청 무서운 늑대 울음소리가.’
그 말을 듣고 할머니에게 물어봤지만 이 산에 늑대는 살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복실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건.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복실이야. 복실이는 저렇게 끊어서 울거든. 컹 컹컹 컹. 이런 식으로.”
“복실이……”
울음 패턴까지 분석을 완료해 둔 시은이였다.
이렇게 탐정 시은이는 세 개의 관문을 어렵지 않게 헤쳐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둘은 화장실 목전까지 도착해있었다.
“후우..”
아무리 시은이라도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다른 건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귀신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는 것조차 없었으니까.
정말 귀신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홈즈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홈즈는 진실을 눈앞에 두고 돌아설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 시은아.”
그런 홈즈 옆에는 항상 왓슨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시은이 옆에도 연두가 눈에 꾹 힘을 주고 서 있었다.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계속 겁만 먹었으니 이번에는 꼭 시은이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윽고 연두가 입을 뗐다.
“먼저 들어갈게..!”
“.. 어?”
“연두가 먼저 귀신이랑 얘기해 볼게!”
이 정도면 귀신은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찌 보면 가장 용감한 건 연두일지도 모른다.
호랑이가 있다는 걸 알고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 연두야.”
선뜻 응할 시은이가 아니었다.
연두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지 않아도 돼. 내가 먼저 들어갈게.”
그 말에 연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시은아..!”
연두의 역할은 조수였다.
시은이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는커녕 처음에 바람 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한 발자국도 꼼짝 못 했을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연두도 용기를 내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제 몫을 해내고 싶었다.
결국 의지를 관철해낸 연두.
“.. 그럼 들어갈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겁이 나고 심장이 빨리 뛰었지만 연두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서서히 문이 열린다.
끼이익.
캄캄한 내부.
문 사이로 훑어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뒤따라 들어간 시은이는 내부를 비췄다.
‘이렇게는 안 돼.’
전제조건이 있었다.
모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을 때 귀신과 마주했다.
그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문을 닫아야 해.’
떨림이 잦아들지 않았지만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다.
가까스로 닫은 문.
이윽고 시은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마주했다.
창문에 붙어있는 쭈뼛쭈뼛 서 있는 길고 뾰족한 머리카락을.
“꺄아아아악..!”
귀신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