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22)
화. 친목 도모
시골에서의 2박 3일.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서 서울로 돌아왔다.
‘엄청 많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다.
그 말처럼 시골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진은 전부 보내주기로 했다.
시은이 엄마인 세연씨, 레나 엄마인 이은경, 그리고 유리 어머니인 은주아에게.
아무리 보호자가 든든한 이주원이라고 해도 걱정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당연하다.
하루도 아니고 2박 3일을 아이와 떨어져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였다.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을 본다면 시골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사진은 이 정도면 됐고.’
다음은 영상이다.
늘 그렇긴 하지만 연두튜브 콘텐츠는 당분간 마를 날이 없을 듯 하다.
시간 순서대로 올리는 게 좋겠지.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 MBTI 테스트, 납량특집, 그리고 다시 찾아간 선동이의 비밀장소까지.
거를 타선이 없다는 건 이렇게 쓰는 말인 거 같았다.
전부 연두부의 흥미를 자극할 영상이었으니까.
슥.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이런 영상을 손에 쥐고도 편집을 미루는 건 편집자로서 실격이나 다름없었다.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담긴 영상이었다.
‘두 팀으로 찢어졌지.’
땅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모두 구한 뒤에 우리는 두 팀으로 찢어졌다.
내가 보호자인 다슬기 팀과, 외삼촌이 보호자인 낚시 팀으로.
낚시팀에 속한 건 연두와 레나였다.
‘아쉬웠어.’
당연한 얘기지만 멤버가 아쉬웠다는 게 아니다.
그럼 뭐냐고?
다슬기 팀의 활동영상은 담았지만 낚시팀 활동영상은 담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즐거운 시간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주원아.’
헤어지기 전에 삼촌이 건넨 게 있었다.
바로 낚시하는 연두와 레나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혹시 필요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담긴 거니까.’
삼촌에게 또 한 번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본 영상 속에는 낚시할 때의 분위기와, 아이들과 삼촌 사이의 케미도 그대로 담겨있었다.
영상길이가 길지는 않았지만.
‘감사해요, 삼촌.’
연두튜브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생각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남겨준 삼촌의 마음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연두튜브는 덤이었다.
그 덕에 더 완성도 높은 영상을 완성하는 게 가능해졌으니까.
스르륵. 탁.
편집이 시작됐다.
시골 첫 시리즈인 만큼 편집에 영혼을 갈아넣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하얗게 불태웠다.
눈앞의 화면에는 십분가량의 영상이 완성되어 있었다.
신기할 정도다.
연두튜브 초창기에 비해 엄청나게 단축된 편집 시간을 생각하면 말이다.
영상 퀄리티가 올라간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한계는 있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편집시간을 단축하는 건 한계가 있다.
아무리 짧아도 수 시간은 소요된다.
어쩔 수 없었다.
뭘 하든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니까.
편집도 마찬가지였다.
‘불만은 없어.’
오히려 만족했다.
개인적으로 쏟는 시간에 비해 괜찮은 결과물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편집자로서의 자부심이라 해야 할까.
편집이 고되다면 모르겠는데 그 과정조차 즐거웠다.
그야, 내가 편집하는 건 소중한 딸과 즐거웠던 시간들이 녹아있는 영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최근 들어 생긴 고민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는 원래 잡은 두 마리 토끼마저 놓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작화팀을 만들었고, 연두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 정도는 유연함으로 극복이 가능했다.
연두가 학교에 간 동안에는 작화팀에 열중하고, 연두가 하교한 뒤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되니까.
둘 다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문제는 편집자로서 내 시간이었다.
작화팀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많았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이야 휴가 기간이라 힘에 부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출근하는 내게 편집자로서 주어지는 시간은 거의 새벽이었다.
또 아침이 찾아오면 출근을 한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면 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편집에 할애할 시간이 있을지.
책임져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고, 결론은 없다였다.
벌써 두 번째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그에 따라 준비하고 있었다.
작화팀으로서 좀 더 몸집을 키우고 뻗어나갈 준비를.
그런 내게 있어서 연두튜브 편집은 잡을 수 없는 세 번째 토끼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중해.’
무려 3년이다.
3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편집을 해 왔다.
애착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그만큼 소중하기에 나도 모르게 힘이 부쳐서 편집을 소홀히 하게 된다면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놓아줄 수는 없어.’
세 번째 토끼를 놓아줄 수는 없다.
방법은 하나였다.
나 대신 세 번째 토끼를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즉, 편집자였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측면은 많았다.
일례로 편집과 촬영을 겸하던 지금과는 구도 자체가 달라질 거다.
나와 연두가 한 앵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겠지.
나도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고.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렸던 거지만, 이제는 새롭게 한 발자국 나아갈 때였다.
그러니 남은 기간만큼은 편집자로서 온 힘을 다할 생각이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게.
달칵.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feat. 할머니는 유투브 천재!?)]영상이 업로드됐다.
***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feat. 할머니는 유투브 천재!?)]시원섭섭하긴 했다.
아직 편집자를 구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구할지도 확실히 정한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일렁인다.
‘그럴 수밖에 없지.’
편집은 내게 일상 속 한 부분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확실하게 충전할 생각이다.
연두부성분.
-진짜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 ㅋㅋ 원스타 사진 보고 시골 시리즈 올라올 거 예상했다고.
-왜 제목부터 설레냐.
-그럴 수밖에 없지 ㅋㅋㅋ 연두튜브 공식 치트키인 할머니가 제목에 떡하니 있는데.
-심지어 ‘츤데레’ 할머니임 ㄷㄷ
새어나오는 웃음.
역시 연두부들이 츤데레라는 단어에 꽂힐 거라고 예상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왜 초록님이 할머니한테 유투브에 대해 강의받고 있는 건데.
└구도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초록님 어리둥절.
└근데 그럴 만도 함. 진짜 유투브감성임.
└ㅇㅈ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밤나무 냅다 날라차기 하는 거 봐.
└선동이 현실 밤 열매 피하기 게임하고 있네. 무슨 플래시 게임이냐고 ㅋㅋㅋㅋ
└진짜 졸귀다……
└애기들 밤 줍는 거만 봐도 힐링되지 않냐.
└ㄹㅇ.. 힐링 그 잡채……
└제발 나도 끼워줘. 맨손으로 밤 열매 부여잡기 쌉가능.
그 밖에도 여러 반응이 이어졌다.
낚시팀과 다슬기 팀에 대한 반응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와.. 진짜 비주얼 봐.
└이게 시골밥상이지. 다슬기국 진짜 영롱하다……
└그리고 할머니가 잡아오신 오리주물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애기들 맛있게 먹는 거 보니까 진짜 나까지 배고파지는 기분이다.
└.. 보통 그 반대 아니냐?
└어쩔 수 없음.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배고픈 건 배고픈 거임.
└이건 진짜 정규 콘텐츠 감인데.
└연할머니 유투브 시작하시면 바로 구독 드간다.
└채널명도 찰떡이네.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
확실히 ‘츤데레 할머니의 시골밥상’ 채널을 개설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거 같다.
할머니가 안 하실 거 같긴 하지만.
‘.. 아닌가.’
제발 해 달라고 조르면 하실 거 같기도 하다.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다른 것보다도 유투브를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본다면 그보다 재밌을 수가 없을 거 같거든.
할머니도 무료함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르고.
‘댓글에 상처받는 일도 없을 거야.’
근거가 뭐냐고?
할머니가 채널을 만든다면 구독자 대다수는 연두부일 거다.
그리고 연두부는 내가 아는 팬덤 중에서 가장 클린 한 팬덤이었다.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스르륵.
커서를 내리며 나는 연두부들이 남긴 댓글을 계속해서 눈에 담았다.
연두부성분으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
앞으로 숨 가쁜 나날이 펼쳐질 거라지만 지금은 여유로웠다.
적어도 휴가 기간만큼은.
연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고려해도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적지 않았다.
“이따가 데리러 올게, 연두야!”
“네, 아빠!”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우스울 정도로 간단하다.
규칙은 하나였다.
‘하고 싶은 걸 한다.’
모든 걸 압축하는 한 문장이었다.
산책을 하고 싶으면 산책을 했고, 아무 생각도 없이 뒹굴거리다가, 연필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게 내가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사각. 사각.
지금은 누렁티콘을 그리는 중이다.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조금의 불안감이 들기 마련이다.
누렁티콘은 그런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생산성 있는 일이니까.’
이미 제이디로부터 컨펌은 받은 상태였다.
누렁티콘.
연두티콘과 연두부콘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가 되겠군.
이 정도면 이모티콘 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아니, 작가 맞구나?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 걱정도 들었다.
‘이번에도 잘 되면 어떡하지?’
누렁티콘마저 히트를 기록하면 이모티콘 강사로 초빙을 받을지도 모른다.
‘초록 작가님 모셨습니다!’
그럼 나는 강연을 하는 거다.
내 작품인 연두티콘과 연두부콘, 그리고 누렁티콘을 띄워두고.
슥.
갑자기 삘이 받은 나는 누렁티콘을 그리다 말고 앉은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여러분. 잘 만든 이모티콘이란 어떤 걸까요? 혹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학생분이 있을까요?”
여기서 포인트는 ‘학생’이다.
눈앞에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강생들을 나이를 불문하고 전부 학생이었다.
왜냐고?
나는 강사로 초빙된 거니까.
‘저요! 제가 대답해 보겠습니다!’
그럼 영상편집 학원 때의 아름이처럼 쾌활하고 열정 넘치는 학생이 번쩍 손을 들겠지.
그리고 대답을 들은 나는 멋들어지게 말하는 거다.
“좋은 대답이었어요. 조금 더 살을 덧붙이자면……”
이모티콘에 대한 일장연설.
그렇게 내가 망상에 빠져 생쇼를 하고 있는 참이었다.
흐름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르륵.
책상 위 핸드폰이 몸을 떨었다.
괜히 뜨끔한 나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어 발신인을 확인했다.
“.. 응?”
발신인은 세연씨였다.
고개를 한 번 갸웃한 나는 수신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그러자 들려오는 목소리.
“여보세요. 저 시은이 엄마인데……”
“하하, 알아요.”
“뭐 하고 계셨어요?”
방금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강사에 빙의해 일장연설을 하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애써 그 모습을 지우며 얘기했다.
“이모티콘 그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있는 게 있거든요. 근데 세연씨는 지금 일할 시간 아니에요?”
“아, 저는 당분간 휴가라서요.”
“세연씨도요?”
조금은 어색한 대답이 들려온다.
“.. 네. 그럼 지금 바쁘신 건가요?”
“아니요.”
바쁜 건 아니었다.
편집도 끝냈고, 누렁티콘도 순조롭고, 시간은 넘쳐나니까.
“아뇨.”
“그럼 잠깐 차 마시러 나오실래요? 지금 지우 어머님이랑 같이 있거든요?”
“.. 지우면…… 1반에 지우 어머님이요?”
적잖게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으니까.
애초에 아이들 반도 다르고.
“네.”
“그럼 지우 어머님이랑 같이 차 마시고 있는 거예요?”
“맞아요.”
세연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학부모 간의 친목 도모라고 해야 할까요……”
“……”
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가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신데요?”
그렇게 나는 집을 나섰다.
학부모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