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23)
화. 어머니
학부모 친목 도모.
그 장소는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
연두와 함께 동네 음식점은 섭렵했지만 카페를 많이 가 보지는 않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도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대화하는 장소로는 카페만 한 곳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여기네.”
걸어가다 보니 간판이 보인다.
괜히 떨리네.
멤버도 멤버지만 학부모 친목 도모라고 하니 괜히 거창하게 느껴진다.
‘괜찮아.’
학부모끼리 만나서 교류하는 경우는 꽤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세연씨와 레나 어머님과 교류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고.
그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따라서 부담은 떨쳐내기로 했다.
슥.
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서 오세요.”
인사를 건넨 직원이 토끼눈이 돼서 입을 틀어막는다.
이윽고 새어나오는 소리.
“.. 우와……”
아무래도 나를 알아본 거 같았다.
연예인병이 아니라 이런 경우는 생각 이상으로 많았으니까.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눈에 들어왔다.
창가 쪽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는 두 여성이.
“여기예요, 주원씨.”
“네, 잠시만요.”
마침 세연씨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기다리라는 의사를 전달한 뒤에 나는 메뉴판을 확인했다.
‘따뜻한 게 좋겠지.’
애플유자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메뉴를 바로 주문했다.
“네,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찾아오는 서비스인가.
카페 규모가 작아서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해 주는 거 같았다.
테이블을 향해 발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 저, 잠시만요.”
“네?”
“죄송한데… 제가 팬이라서 그런데, 사진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표정에서 어렵게 꺼낸 이야기라는 게 느껴진다.
빙긋 웃으며 답했다.
“네.”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걸까.
놀란 직원이 빠르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찌, 찍을게요.”
“네.”
“각도 괜찮으신가요..?”
“하하, 괜찮아요.”
새삼 신기했다.
이제는 셀카 찍는 게 완전히 자연스러워졌다는 사실이.
사진 요청을 하면 멋모르고 어정쩡하게 서 있던 전과 달리, 이제는 여유로운 걸 넘어서 어느 정도 센스를 발휘할 줄도 알게 됐다.
이를테면 이런 센스였다.
슥.
조금 더 앞으로 가 주는 것.
한 마디로 내 얼굴이 좀 더 크게 나오도록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왜냐고?
꽤 지난 얘기지만 주연이가 그랬거든.
‘진짜 불공평해요..’
‘응?’
‘아저씨랑 사진 찍으면 얼굴 엄청 크게 나온단 말이에요. 아저씨 얼굴이 너무 작아서. 그러니까 저랑 찍을 때는 한 발자국 앞으로 가 주세요.’
딱히 얼굴이 작다는 자각은 없었기에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동건이가 옆에서 말했지.
‘행님 얼굴이 작으신 것도 있지만 하주연 네 얼굴이 커다란 것도 있어. 굳이 비유하자면 큰바위얼굴…… 억!’
그러다 얻어맞던 동건이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하다.
갑자기 보고 싶네.
동건이랑 주연이, 범재, 그리고 예림이도.
“우와..”
직원은 사진에 만족한 얼굴이었다.
“감사합니다!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네.”
잠시 후.
직원이 가져온 건 애플유자티 뿐만이 아니었다.
“맛있게 드세요!”
시키지도 않은 디저트도 함께였다.
***
“맛있게 드세요!”
주문하지 않은 디저트.
그렇다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주문한 거 같지도 않다.
“저기, 이건……”
그런 내 말에 직원이 말한다.
“카라멜 피칸 타르트예요.”
난감했다.
메뉴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닌데.
“저희 카페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거든요. 아마 세 분 다 드셔보시면 납득하실 거예요. 많이 달지도 않고 고소해서……”
메뉴 설명까지 해 준다.
끝으로 그녀는 아차 하고서 말을 더했다.
“사진 찍어주셨으니까 서비스라고 생각해주세요.”
가끔 이럴 때가 있었다.
특히나 연두와 같이 어딘가에 갈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곤 했다.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미안한 기분이 들 때가 더 많으니까.
‘사비일 거 아니야.’
멋대로 손님에게 서비스를 줄 재량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마음은 고마웠다.
그래도 이런 경우에 나는 거의 사양하는 편이었다.
이미 나온 따끈따끈한 디저트를 무를 수는 없으니 나는 얘기했다.
“감사해요. 그럼 디저트 금액까지 결제할게요.”
“아니에요!”
내 말에 그녀는 손을 휙휙 저으며 얘기했다.
“정말 괜찮아요!”
“그래도……”
“정말 사양 안 하셔도 되는 게……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저 여기 카페 딸이거든요.”
이건 또 반전이다.
알바생이 아니라 따님이었다니.
‘어쩐지 메뉴 설명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했어.’
어쩔 수 없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카운터로 사라지는 알바생, 아니 카페 따님.
세연씨가 웃으며 말한다.
“부르길 잘 했네요.”
“네?“
“주원씨 오자마자 디저트가 생기는데요?”
“하하……”
장난스레 말을 받았다.
“그것 때문에 저 부른 건 아니죠?”
“에이, 설마요.”
그녀가 디저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안 그래도 주원씨 오면 디저트 하나 시킬 생각이었거든요. 뭘 좋아할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랬군요.”
“그럼 먹어볼까요? 카페 시그니처 메뉴라니까 더 기대되네요.”
확실히 그렇다.
전에 촬영하는 도중에 먹었던 무화과 스콘도 그렇고, 이런 카페에는 시그니처 메뉴가 하나쯤은 있었다.
과연 여기는 어떠려나.
살짝 눈치를 살피다가 지우 어머님께 말을 건넸다.
“지우 어머니도 한 번 드셔보세요.”
“두 분 먼저 드세요.”
사양하지 않았다.
먼저 포문을 열어야 지우 어머님도 손을 댈 거 같았으니까.
콕.
포크로 조금 떠서 입에 넣었다.
“.. 오?”
절로 나오는 감탄사.
타르트 특유의 부서지는 식감과 그 위에 올라간 피칸의 고소한 향이 맞물린다.
카라멜도 아주 달지는 않았다.
“드셔 보세요.”
그제야 포크를 드는 지우 어머님.
“와.. 진짜 맛있다……”
세연씨는 가감 없이 맛을 표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우 어머니 이희영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맛있네요.”
역시 어색한 공기를 없애는 데는 맛있는 음식만 한 게 없었다.
“흐흥,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시은이랑 같이 와야겠다.”
“아, 세연씨도 여기 처음이에요?”
“네.”
미소를 머금고 얘기했다.
“저도 연두 데리고 와야겠어요.”
“오, 그럼 같이 가요! 시은이랑 연두 데리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눈에 들어왔다.
입을 틀어막고서 소리없이 환호하고 있는 카페 따님의 모습이.
못 본 척 해 줘야지.
“하하, 좋죠.”
“그럼 지우랑 지우 어머님도……”
점점 작아지는 세연씨의 목소리.
“…… 같이 오면 좋을 거 같은데.”
조심스러울 만도 했다.
지금껏 지우 어머니는 주위와의 교류에 있어서 항상 방어적인 스탠스를 취해왔으니까.
그래서였다.
세연씨와 함께 있다는 말에 의아함이 들었던 것도.
“그래요. 시간이 맞으면요.”
지금도 그랬다.
진심이 아닐지는 몰라도 딱 잘라 거절하던 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나는 넌지시 입을 뗐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같이 카페에 오게 되신 거예요?”
“그게……”
“제가 오자고 했어요.”
오디오가 겹쳤다.
공교롭게도 카페에 오자고 제안한 건 이희영쪽이라는 듯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할 얘기가 있었거든요. 시은이 어머님, 그리고 연두 아버님한테도요.”
“저한테도요?”
“네. 마침 시은이 어머님이 휴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세연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연두 아버님도 휴가라고 들었고요.”
“네, 맞습니다.”
“레나 어머님은 바쁘시다고 들었지만요.”
할 얘기가 뭘까.
원래도 그랬지만 최근 교류가 거의 없었던 터라 감이 오지 않는다.
애초에 같은 반도 아니고.
‘나랑 세연씨, 레나 어머님한테 동시에 할 말이라니.’
조금 불안해진다.
혹시 지우와 거리를 조금 둬 달라는 둥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고.
그런데……
“기회가 되면, 감사한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
“기회가 되면, 감사한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감사.. 요?”
“네.”
“저희한테 말인가요?”
“네.”
당황한 나머지 되물었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세연씨도 마찬가지였다.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그럴 수밖에 없지.’
감사를 받을 만한 일 자체를 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애당초 지우 어머님과 교류한 적이 없는데 짚이는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어지는 침묵.
그 속에서 이희영이 입을 뗐다.
“솔직히 안 좋게 생각했거든요. 지우가 음악동아리에 들어가는 걸.”
“.. 아.”
음악동아리 얘기였나.
그런 거라면 조금은 납득이 갔다.
나와 세연씨가 지우 어머님과 교류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들도 서로 교류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1반과 5반.
음악동아리는 그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훨씬 더 지우한테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많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는 따로 피아노 강습도 받고 있었고요.”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처음 지우가 음악동아리에 들어가겠다고 허락을 받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기억난다.
‘허락하지 않았지.’
처음에 이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방금 말했던 더 딸에게 도움이 될 동아리가 많다는 이유로.
그런 그녀를 끝내 허락하게 만든 건, 연두의 부탁과 레나 어머니인 이은경의 말이었다.
‘그럼.. 한 학기만이다?’
그마저도 허락한 건 한 학기였다.
그런데 2학기가 된 지금도 지우는 음악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2학기에도 지우가 음악동아리를 하는 걸 이희영이 막지 않았다는 거다.
왜일까.
“그런데 아니었어요.”
“네?”
“음악동아리에 들어가고 나서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졌어요. 학습효율이 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유준이라는 똑똑한 아이가 수학을 잘 가르쳐주는 거 같더라고요.”
또 나온 유준이의 이름.
새삼 느끼는 건데 생각 이상으로 존재감이 크다.
유준이녀석.
“피아노도 그렇고요.”
이희영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을 붙여서 강습을 시킬 때보다 훨씬 더 실력이 빠르게 늘었거든요. 처음에는 피아노 선생님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한 템포 뒤에 그녀는 말을 더했다.
“그건 또 아닌 거 같았어요.”
“그러셨군요.”
생각해 봤다.
그럼 지우 어머님이 우리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이유가 뭘까.
그녀는 얘기했다.
‘학습효율이 올라갔다, 피아노가 늘었다.’
만약 그게 감사의 이유라면 조금은 씁쓸할 거 같았다.
우선은 내가 감사를 받을 만 한 일이 아니다.
나는 음악동아리의 일원이 아니니까.
“제가 틀렸어요. 음악동아리는 지우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장소였으니까요.”
역시 그런가. 그게 감사의 이유였던 건가.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 밖에 뱉지 않고 마음속에 머금고 있는 거고.
‘좀 더 지우 그 자체이길 바랐어.’
감사의 이유.
내심 그 이유가 지우의 실력 향상보다는 지우 자체에 있기를 바랐다.
씁쓸한 마음에 차를 한 잔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 웃음이 많아졌거든요.”
바로 그 순간.
흠칫하게 만드는 한 마디가 이어졌다.
“지우가 웃음이 많아졌어요.”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걸까.
세연씨가 말을 받는다.
“웃음이요?”
“네. 한 번은 그래서 음악동아리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어떤 장소인지,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아.”
연두에게 들은 기억이 있었다.
지우 어머님이 음악동아리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문을 여니까 피아노를 치고 있는 지우가 보이는데 활짝 웃고 있더라고요. 엄마인 제가 보기에도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보일 듯 말 듯 옅은 미소를 머금은 이희영의 얼굴이.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얘기하고 싶었어요.”
“……”
“지우를 웃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생각이 짧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지우가 웃기를 바라는 어머니라는 걸.
나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꼭 전해드릴게요, 연두한테.”
“저도요.”
사실 이건 나랑 세연씨보다도 아이들이 들어야 할 감사인사였다.
동의하는 듯 이희영도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망설이다가 나는 입을 뗐다.
“앞으로 더 많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우가 웃는 모습.”
그건 내 바람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