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30)
화. 라스트 댄스
차기 편집자가 정해졌다.
마감 기간에 맞춰서 나는 연두튜브에 또 하나의 공지를 올렸다.
[많은 지원 감사드립니다.]내용은 간단했다.
총 두 명의 합격자를 선정했다는 것과, 그 둘에게는 따로 합격 메일을 보낼 거라는 점.
그리고 메일이 오지 않으면 불합격을 의미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달칵.
“후우..”
공지를 업로드한 뒤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끝마쳤다는 점에서 오는 후련함이 있긴 했으나 아직 모든 게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만나봐야지.’
두 명의 편집자.
지금으로서 내가 그들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영상뿐이었다.
편집자가 영상이 전부인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긴 여정을 함께할 만큼 어떤 사람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화살표가 일방적인 건 아니었다.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들 역시 영상 속 나와 연두의 모습을 봤을 뿐이다.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는 건 느낌이 다르겠지.
그래서였다.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만남을 가져야 했다.
하고 싶은 얘기도 있고.
“.. 기대되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두튜브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갈, 동료가 될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다.
긴장도 됐지만 기대감이 더 컸다.
타닷. 탓.
다시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빈 화면이 채워진다.
전부 작성한 뒤에 합격자 두 사람의 메일주소로 메일을 발송했다.
합격 소식과 축하의 말, 그리고 내 연락처가 담긴 메일이었다.
‘좋아.’
이렇게 우선은 일단락됐다.
이제 예비 편집자들과 연락을 취한 뒤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 만나기만 하면 된다.
며칠간의 밤샘.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여정이었으나 그만한 성과를 얻어 다행이었다.
‘어떤 사람들일까.’
호기심.
오랜만에 그 감정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
김준태.
그는 지금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었다.
손에 든 건 핸드폰이었다.
‘영상이 아니네?’
유투브 알림에 영상이 업로드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떠오른 건 공지였다.
[많은 지원 감사드립니다.]편집자 관련 공지인가.
그러고 보니 자연스레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 맞아. 나도 지원했지?”
이유를 물으라면 대답할 수 없었다.
그야, 지원할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무언가에 홀린 듯 편집을 끝낸 뒤에 영상을 보내지 않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다시 일어나서 영상을 보낸 건 왜일까.
‘충동적이었어.’
그래. 그 표현이 가장 정확할 거 같았다.
어차피 붙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기도 하다.
지금도 그랬다.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준태는 자신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공지라 생각했다.
“와.. 이걸 혼자 다 보셨다고?”
“역시 초록님이네…”
“지원자 장난 아니게 많았을 텐데. 경쟁률이 어느 정도려나……”
상상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에 순간적으로 김준태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깐만. 그 말은……”
그 상태로 김준태는 안 그래도 떡진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 내 것도 보셨다는 거잖아!”
생각지 못했다.
괜한 수치심이 밀려왔다.
“아냐,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혼잣말이 늘어갔다.
생각해보면 부끄러워할 게 아니었다.
금방 넘어갔을 거다.
해변을 바라보며 모래알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고작 그 정도의 존재감이었을 게 분명하다.
“후우……”
다시 공지로 눈을 돌렸다.
합격한 편집자는 두 명이라는 것과 개인적으로 합격이 통보된다는 내용까지 적혀있었다.
…… 좋겠다.
자기도 모르게 준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합격한 누군가가 이 공지를 확인하고 나서 합격을 알리는 알림이 울리면 기분이 어떨까.
띠링.
그래.
이렇게 알림이 울리고……
“…… 어?”
로봇이 삐걱대듯 김준태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은 노트북을 향했다.
메일 알람이 울렸다. 스팸은 모두 차단해뒀으니 어지간해서는 울리지 않는 알림이었다.
그것도 이 타이밍에.
“.. 푸핫!”
얼마 지나서 준태는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웃음이었다.
잠깐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는 사실이 민망했으니까.
가당치도 않다.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미처 차단하지 못한 스팸 메일이거나, 이벤트성 메일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 착각하고 보내온 메일일지도 모른다.
“살짝 설렜어, 나~ ♪
민망함에 지금 상황과 딱 알맞은 걸그룹 노래를 입에 담았다.
우연히 타이밍이 겹쳤을 뿐이었다.
이런 우연을 빙자해서 실낱같은 기대라도 가진다면 꼴만 우스워질 뿐이었다.
“그래도 한 번 볼까.”
기대감과는 별개였다.
간만에 온 메일이니 확인해 보는 게 당연하다.
스팸이든 뭐든 간에.
그런 생각으로 노트북을 펼친 김준태가 모니터 하단에 떠올라 있는 알림창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갔다.
클릭하자 떠오르는 창.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변하지 않는 문구에 웃음기가 가셨다.
공지에는 적혀있었다.
탈락자에게는 따로 메일을 드리지 않는다고.
그 말의 의미는 무통보가 곧 탈락이라는 뜻이었다.
“……”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손은 움직였다.
달칵.
메일 내용이 떠오른다.
-연두튜브 편집자 모집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
-합격자는 귀하를 포함해서 두 명으로……
-자세한 사항은 제 연락처를 남길 테니 편하신 시간에……
“……”
현실감각이 없었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샤프로 손등을 찍어볼까 했으나 그건 너무 아플 거 같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결국 택한 건 스스로의 볼을 꼬집는다는 다소 상투적인 방식이었다.
“.. 아.”
아팠다.
아파서 좋은 건 처음이다.
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이며 김준태는 깨달았다.
‘싫은 게 아니었어.’
실은 누구보다 합격하고 싶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피했을 뿐이었다.
지금도 자신을 얽매고 있는 과거의 일과, 다시는 편집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을 방패 삼아서.
그러나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지원하는 일조차 없었을 테니 말이다.
‘..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드는 감정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준태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메일에 적힌 번호를 그대로 입력했다.
-초록님
신기했다.
그토록 동경하던 초록님의 번호를 알게 됐다는 게.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자신과 더불어 또 한 명의 합격자에 대해서도.
솔직히 아이러니했다.
‘내가 어떻게 합격한 거지?’
김준태는 스스로의 편집실력에 대해 정도 이상으로 과소평가하는 편이었다.
그건 과거의 일과도 관련이 있었다.
합격한 사실이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혹여나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 명의 합격자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히 대단한 사람일 거야.’
자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능력자일 거라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핸드폰 속 번호를 응시했다.
초록님.
그 세 글자를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 걸어볼까.’
편하신 시간에 전화를 달라고 했다.
현재 백수인 김준태에게 있어서 편한 시간은 24시간 내내였다.
수차례의 고민.
그리고 그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초록님을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그는 발신 버튼을 눌렀다.
첫 연락이었다.
***
오늘은 연두와 함께 특별한 장소를 찾았다.
바로 녹음 스튜디오였다.
“오셨어요? 연두도 어서 오렴!”
반갑게 맞아주는 음향 엔지니어.
그와는 일면식이 있었다.
여기는 ‘드림 큐!’ 때 구민아 연주를 녹음하러 왔던 스튜디오이니 말이다.
오늘도 아무런 목적 없이 온 아니었다.
‘녹음하러 왔지.’
연두의 작곡이 끝이 났다.
두 개의 자작곡.
아직 이은경에게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레코딩을 해서 남겨두고 싶었다.
따로 사용하고 싶은 용도도 있고.
‘밤하늘 별, 선동이오빠의 도망.’
제목은 그대로 차용하기로 했다.
바로 녹음이 시작됐다.
“이야.. 이게 연두가 직접 만든 곡이라는 거죠?“
“네, 맞습니다.”
“대단한데요? 모르고 들었으면 저번처럼 다른 곡을 녹음하러 온 줄 알았을 거 같아요.”
과찬이었다.
그때는 일류 피아니스트가 작곡한 곡을 녹음하러 왔던 거니까.
조금은 과장된 칭찬일지 몰라도, 기분 좋게 들리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첫 번째 곡 녹음이 끝났다.
밤하늘, 별.
“들어보시겠어요?”
연두도 녹음실에서 나와 헤드폰을 착용했다.
흘러나오는 음악.
헤드폰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귀에 흐르는 선율에 귀를 기울이다가 연두를 바라봤다.
연두도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나 보네.’
내 귀에는 어떻냐고?
말할 것도 없다.
연두 나름대로 자가 피드백을 거친 건지, 완성도가 처음 들은 것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눈을 감았다.
역시 밤하늘, 그리고 별이 떠오른다.
선동이의 비밀장소에서 봤던, 조명을 꺼도 은은하게 빛났던 그 하늘이 말이다.
톡.
음악이 멎었다.
헤드폰을 귀에서 뺀 나는 곧바로 연두를 향해 따봉을 날렸다.
하나로는 부족했다.
“좋았어, 연두야. 이대로만 가자고.”
“헤헤……”
음향 엔지니어도 만족한 거 같았다.
다음 차례였다.
다시 연두가 녹음실로 들어가고 레코딩이 시작됐다.
“호오, 이건 전혀 느낌이 다르네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귀신을 피해 줄행랑을 치는 선동이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거니까.
다를 수밖에 없다.
문득 제삼자의 감상이 궁금해진 나는 말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굉장히 다급하네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정확하다.
처음에 내가 듣고 느꼈던 것과 동일한 감상이었다.
“확실한 건 연주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네요. 왜 연두가 피아노 칠 때 제일 예쁘다는 건지 알 거 같아요. 저렇게나 열중한 모습은……”
그 말에 나도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
연두는 완전히 피아노에 몰입해있었다.
주위의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오로지 연주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
‘.. 아름답다.’
연두는 귀여웠다.
예쁘다는 말은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러나 그런 연두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를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완전히 몰입해서 피아노를 치는 순간이라고.
딴. 따다다단.
녹음이 끝났다.
결과물을 듣는 나와 연두의 입가에는 또 한 번 환한 웃음이 번졌다.
이번에는 연두도 따봉을 내밀었다.
“마음에 들어, 연두야?“
“네에!”
엔지니어는 말했다.
“그럼 최종 결과물은 완성되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음향 엔지니어가 결과물을 보내온 건 다음 날이었다.
“흐흐.”
절로 나오는 웃음.
전에 언급했듯 개인적으로 활용할 용도가 있었다.
‘깨달은 게 있어.’
두 명의 합격자.
그중에서도 마지막 날에 등장한 지원자의 영상을 보고 깨달은 게 있다.
바로 BGM의 중요성이었다.
원래도 알고 있긴 했으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의외로 많지 않아.’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고 쓸 수 있는 음악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리고 고작해야 두 개였다.
앞으로 내가 연두튜브 편집자로서 올리게 될 영상은.
‘선동이의 비밀장소, 납량특집.’
사실 이미 편집을 끝낸 상태였다.
그러나 연두 자작곡을 듣고 나서 우습게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매치가 된다.
그것도 기막히게.
우선 선동이의 비밀장소 영상은 ‘밤하늘, 별.’이 찰떡이었다.
‘잘 어울려.’
확신이 있었다.
지금 넣은 BGM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영상의 분위기를 살려줄 거라고.
납량특집도 마찬가지였다.
선동이가 도망치는 순간에 ‘선동이오빠의 도망’을 삽입하는 거다.
생각만으로 웃음이 나왔다.
‘죄악이야.’
편집자로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건 죄악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실행할 생각이다.
준비는 끝났다.
레코딩까지 완료된 연두의 자작곡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스윽.
마우스를 쥐었다.
편집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