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35)
화. 극복
연두튜브에 두 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납량특집.
내용은 같지만 편집한 사람이 다른 두 영상이었다.
의도는 간단했다.
‘전부 공개하는 거지.’
길었던 과정을 오픈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격한 두 지원자의 영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가능했다.
그로 인해 연두부들과 다른 지원자들을 납득시킬 수도 있고.
붙을 만했구나 하고.
‘기대 돼.’
나 역시도 기대가 됐다.
어찌 보면 앞으로 연두튜브를 이끌어 갈 두 편집자의 데뷔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조회수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나는 다시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연두부들의 반응을 확인하러.
달칵.
먼저 첫 번째 영상이었다.
-ㄷㄱㄷㄱㄷㄱㄷㄱ……
-아직 보기도 전인데 왤케 떨리냐 ㅋㅋㅋ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반반임.
-다들 보기 전에 기대치 조금씩만 낮추세요. 알아둬야 할 게 이거 첫 영상임 ㅇㅇ
-ㅇㅈ
-원래 처음부터 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함. 맞춰가는 시간도 있어야 하고.
그 말대로였다.
아무리 뛰어난 편집자라도 적응기라는 게 필요하다.
채널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편집스타일을 고착화하는 과정.
그래서였다.
내가 두 편집자의 영상을 보고 놀란 건.
‘생략해 버렸어.’
적어도 이번 영상만큼은 둘 다 그 적응기라는 걸 생략해버렸다.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우선 첫 번째 합격자의 경우는 도플갱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편집스타일이 유사했다.
그래서 이질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존에 내가 편집하던 영상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합격자.’
나랑 비슷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완벽함으로 나를 납득시켜 버렸다.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을 떠나서,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지금 보는 게 그 영상의 반응이었다.
-와……
└미쳤다 미쳤어.
└초록님 죄송합니다 ㅠㅠ
└뭐가요?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초록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10분을 그냥 홀려버림.
└편집 미쳤다, 진짜…
└편집 디테일만으로 이렇게 감탄한 건 처음인 거 같음. 중간중간에 하이바라 짤 나올 때마다 진짜 꺽꺽대면서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요.
역시 포인트가 비슷하다.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연두부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이 정도는 해야 초록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솔직히 떨어져서 좀 슬펐는데 바로 납득해버림. 범접할 수 없는 클래스네.
└ㅇㅇ 너무 완벽해서 억울한 감정도 안 듦.
└한편의 단편영화였다…
└역시 초록님 안목 미쳤다. 여기서도 유효한 미다스의 손……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연집자(연두부+편집자)님!
└다행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10분은 사라지지 않았어……
└믿고 있었다고!!
└잠깐만요. 근데 편집자가 두 명이라는 건 영상도 두 배라는 건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겠니? 두 명이서 하나 만드는 거지.
└진지충 뭔데..
└누가 그걸 모름? 그냥 주접 좀 떤 거지.
└워, 워. 싸우지 마시구요.
└궁금하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 합격자가 이 정도 수준이면 또 다른 편집자는 어떨지.
└지금 보러 갑니다~
그렇다.
나도 지금 보러 갈 예정이다.
영상은 수차례 봤으니 곧바로 댓글창으로 향했다.
-?????????
└진짜 물음표 아홉개를 치게 만드는 영상이다.
└뭐지, 이 반응은.. 저 아직 영상 안 봤는데 별로인가요? 아 그럼 안 되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보고 오셈.
└ㅇㅇ 보고 오면 알게 될 거임.
순간 나도 흠칫했다.
일반적으로 물음표의 의미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는 거니까.
그러나 이어지는 댓글을 본 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초록님 아님?
└나도 순간 잘못 본 건가 했음. 이게 초록님이 아니라 합격자가 만든 영상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이다.
└이 정도면 연두튜브 보고 편집 공부한 수준인데.
└그니까.
└그냥 따라하는 수준이 아닌데. 이질감에서 오는 불쾌함이 하나도 없음.
└ㅇㅇ 초록님 특유의 기분좋게 웃게 만드는 편집.
└진짜 리틀 초록이네 ㅋㅋㅋㅋㅋ
-연집자들 폼 미쳤다 ㄷㄷ
└한 명은 알파고, 한 명은 이세돌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유 미쳤네.
└조합 지린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알파고 편집자와, 초록님의 감성을 갖춘 리틀 초록……
└서로 다른 느낌이라 더 좋은 듯.
└ㅇㅇ 똑같았으면 못 섞였을 거 같은데 완벽 그 잡채다……
입가에 번지는 웃음.
기분이 좋았다.
나와 연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연두부들이 증명해주는 느낌이라서.
‘잘 섞였으면 좋겠네.’
바로 쿵짝이 맞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맞춰가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가 되기를 바랐다.
만나봐야 더 감이 오겠지만.
‘뭐, 곧이니까.’
조만간이었다.
고대하던 편집자들과의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
두 영상의 반응을 확인한 건 주원만이 아니었다.
리틀 초록.
벌써 연두부들 사이에서 별명이 생겨버린 준태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하고서 연두튜브에 들어간 준태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두 눈에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 193만?”
영상의 조회수였다.
그리고 영상이 업로드된 지는 한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 시간에 193만.
평소에 조회수에 집중하며 연두튜브를 본 적은 없기에 그 숫자가 좀처럼 실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 내 영상이잖아!”
준태가 눈을 질끈 감았다.
과거에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한 번도 단일 영상으로 찍어보지 못한 숫자였다.
193만.
그걸 한 시간 만에 뛰어넘었다.
이제야 연두튜브 편집자의 무게감이 조금은 실감이 됐다.
“정신 차리자.”
준태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사실 연두튜브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또 다른 합격자.
그 영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정말 죄송하지만.. 발목 좀 잡으면 안 될까요..?
열변을 토해낸 끝에 얻어낸 답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발목을 잡는다.
사실 그 말 자체도 성립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적어도 상대가 손이 닿는 위치에 있어야 발목이라도 잡는 게 가능하니 말이다.
‘.. 어느 정도일까.’
침을 꼴깍 삼킨 준태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재생되는 영상.
영상을 보는 10분 내내 준태의 입은 벌어져 있었다.
“.. 내가 뭘 본 거지?”
편집자로서 느껴지는 격차가 있었다.
발목이라도 잡으려 했던 게 낯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영상이었다.
댓글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영상을 보고 나니 왜 그런 문자를 보내왔는지 납득이 갔다.
‘나라도 그럴 거야.’
이 정도 수준이라면 누군가에게 발목을 잡히고 싶지는 않을 거다.
혼자 더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있을 테니.
점점 작아지는 기분.
그런 준태의 눈에는 또 다른 편집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연두부들의 댓글이 들어왔다.
“.. 안 돼. 하지 말아줘……”
준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193만.
조회수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연두튜브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일 뿐이니까.
중요한 건 연두부들의 반응이었다.
-뭐임?
-수준 차이 실화냐???
-초록님은 이런 애를 왜 뽑으신 거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반응.
실제 반응은 아니었으나 왜인지 그게 실제 마주하게 될 반응일 거 같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못 봐.. 봐야 돼.. 아니, 못 봐.. 그래도 봐야 된다고!”
생쇼를 하던 준태는 결국 영상을 클릭했다.
실눈을 뜨고서 마우스 커서를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태는 외마디 의문사를 입 밖에 뱉었다.
“.. 엥?”
생각과는 다른 반응과 함께 연두부들은 일종의 애칭으로 준태를 연호하고 있었다.
그 애칭은 ‘리틀 초록’이었다.
***
음악 시간.
교실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음악실로 장소를 옮겨서 수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1학년 1반 음악 시간이었다.
“자, 그럼 다 같이 해 볼 거예요.”
1반은 지우와 민우가 있는 반이었다.
오늘은 교실에서 배운 리코더를 연주하기 위해 음악실을 찾은 1반이었다.
이른바 리코더 합주라고 해야 할까.
“자, 시작!”
음악실 안에 울려 퍼지는 리코더 소리.
지우도 리코더를 입에 물고서 섬세하게 손을 움직이며 연주의 일원으로서 활약했다.
지목해서 하는 발표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지우지만, 모두 함께 연주하는 건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었다.
민우는 정반대였다.
삐! 삐! 삐이!
손동작이 틀린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민우는 습득력도 빠르고 똑똑한 아이였으니까.
문제는 너무 의욕이 앞선다는 거다.
리코더에서 중요한 건 힘 조절인데,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실소와 함께 한숨을 내뱉는 교사 이현영.
“민우야.”
결국 연주가 끝난 뒤에 민우를 호명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조금 더 힘을 빼는 게 좋을 거 같아. 다른 친구들 연주랑 섞일 수 있도록.”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민우.
“맞아, 김민우!”
“너 때문에 귀 아프다구!”
“관종이냐?”
아이들의 신랄한 디스.
지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민우 그런 애 아닌데……’
편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마음속으로 변호할 뿐이었다.
다행히 선생님이 아이들을 중재했다.
“자, 그만. 다시 해 볼까요?”
“네, 선생님!”
다시 합주가 시작됐다.
친구들의 원성에 다소 소심해진 민우가 조금 움츠러든 채로 리코더를 분다.
그 덕에 합주는 한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짝. 짝.
“너무 좋은데?”
박수까지 치며 이현영은 말했다.
합주는 반복됐다.
몇 번을 더 하고 나니 거의 수업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와아!”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이렇게 멋진 합주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뿌듯한 표정의 아이들.
그런 와중에 이현영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옆에 있는 피아노였다.
아직 수업 시간이 조금 남은 상황, 음악실까지 왔는데 이대로 끝내기는 조금 아쉬웠다.
“혹시 피아노 칠 수 있는 사람?”
흠칫하는 지우의 어깨. 그러나 손을 들지는 않았다.
질문하는 선생님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선생님!!”
지우가 간과한 게 있었다.
바로 같은 음악동아리인 민우의 존재였다.
“윤지우 피아노 잘 쳐요!”
그 말 한마디에 1반 아이들의 시선이 지우를 향했다.
이현영도 마찬가지였다.
“오, 정말?”
그러다 그녀는 손뼉을 짝 치며 덧붙였다.
“맞아. 그러고 보니 지우가 음악동아리였지?”
“네!”
민우가 대답을 대신했다.
한편 지우는 눈앞이 핑핑 도는 기분이었다.
‘어, 어떡하지..?’
귀에 들어왔다.
의외라는 듯이 얘기를 주고받는 친구들의 목소리와,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수많은 시선들이.
그런 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말.
“그럼 지우야.”
“.. 네.”
“앞으로 나와서 짧게 들려줄 수 있니?”
지우는 소심한 아이였다.
1반 아이들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시레와 친하다는 게 크나큰 반전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다들 예상했다.
지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거라고.
스윽.
그런데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지우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푸하핫!”
한 아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윤지우 얼굴 봐! 완전 빨개!”
“홍당무다!”
“케첩이다! 큭큭.”
역시나 짓궂은 아이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지우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그럼에도 지우가 앞으로 나간 건,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 연두가 가르쳐 준 거야.’
지우의 피아노 선생님은 연두였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 연두야..’
‘응!’
‘나, 나도 열심히 연습하면.. 연두처럼..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할 수 있을까?’
연두처럼 콩쿠르에 나가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 물음에는 담겨있었다.
언젠가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고, 모두의 앞에서 멋지게 연주할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연두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할 수 있어, 지우는..!’
그렇다.
피아노를 배운 건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하기 위해서였다.
즉, 이런 순간을 위해서였다.
여기서 무섭다고 도망친다면 연두를 볼 낯이 없을 거 같았다.
‘.. 하, 할 수 있어!’
원래라면 절대로 나서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전과는 달랐다.
소심한 지우도 음악동아리에서만큼은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 앞에서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전혀 떨지 않고.
자신의 연주에 맞춰서 랩을 하는 선재오빠와 유준이오빠를 보며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기도 했다.
그러니까……
딴. 따단.
떨려도 할 수 있었다.
음악실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