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55)
855화. 국밥 무 봤나
김준태와 주아랑.
두 편집자의 공식 데뷔 영상이 업로드됐다.
[초록님도 놀란 연두의 숨겨진 능력!(feat. 초능력 아님)]심장이 두근거렸다.
편집자로서 반응을 확인할 때 늘 설렘은 있었지만, 매번 느끼던 설렘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마치 연두튜브 초창기 때 느낌이었다.
‘엄청 떨렸는데.’
아직도 생생했다.
영상을 올리고 댓글 하나하나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그 감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비록 내가 편집한 영상은 아니지만, 새로운 편집자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기념비적인 영상이었으니까.
이제 반응을 확인할 시간이 됐다.
달칵.
댓글창이 떠오른다.
이제는 편집자가 아닌 한 명의 연두부가 된 기분이었다.
절로 입가에 번지는 웃음.
‘이제는 가능해졌네.’
빠진 주어는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 공개할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첫 댓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목 보니까 실감이 가네. 편집자 바뀌었다는 게.
-그니까 ㅋㅋㅋㅋㅋ
-늘 ‘연두의~’로 시작했는데 다르게 시작하니까 뭔가 느낌 이상하다 ㅋㅋㅋ
-기대되네.. 연집자들 데뷔 영상.
-ㅋㅋㅋㅋㅋㅋㅋㅋ 연집자 어감 귀엽당.
-뭘까, 연두의 숨겨진 능력이.
-일단 초능력은 아니래.
-당연히 그렇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말하니까 웃기네.
-저는 영상 보러 갑니다~
역시 사전탐사대 연두부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제 영상을 보러 가겠지.
‘얼마나 놀랄까.’
영상 내용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연두 자작곡이라는 게 밝혀지는 장면, 생생한 내 리액션, 그리고 녹음하는 과정까지.
내용만 봐도 알찬 영상이었다.
이제 연두부들의 생생한 반응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내가 뭘 본 거지……
└아니, 잠깐만. 그니까 저번에 나온 BGM이 연두가 작곡한 거였다고?
└와…… 말이 안 나온다.
└ㄹㅇ 놀라서 주접도 생각 안 남.
└진짜 장면 교차하면서 악보 제목 보일 때 소름 쫙 돋았다. 초록님 반응 = 내 반응
└미쳤다 미쳤어..
└님들아. 진짜 소름 돋는 거 알려줌. 저번 두 개 영상 제목 다시 보고 오셈.
└ㅁㅊ……
└(feat. 밤하늘 별)(feat. 선동이오빠의 도망)
└복선이었네.
이제 알아차린 모양이다.
생각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연두부들의 반응을 보니 복선 설계자로서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반전 영화의 감독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는 이유가 있었네.
└차라리 연두가 염동력을 쓴다고 하는 게 덜 놀랐을 듯 ㅋㅋㅋㅋㅋㅋㅋ
└ㅇㅈ
└아직도 충격에서 못 헤어 나오겠다.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연두가 작곡한 거라니……
└연두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연두 진짜 못하는 게 없지 않냐? 사람이 어떻게 그래?
└초치는 느낌이긴 하지만 있긴 함.
└뭐요.
└달리기.
└아 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미까지 미쳤다.
└천사시절에 맨날 날아다녀서 달리기는 잘 못하는 거임. 암튼 그럼 ㅇㅇ
큰일이다.
그 달리기마저 극복했다는 걸 안다면 연두부들 반응이 어떨까.
그나저나 조금 걱정이 됐다.
너무 연두 자작곡에 초점이 맞춰져, 편집자들의 화려한 데뷔가 흐릿해지는 건 아닌가 하고.
그 걱정이 무색하게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근데 편집 미쳤네.
└ㄹㅇ 왤케 깔끔함? 너무 완벽해서 영상 다 보고 나서도 편집자 바뀐 걸 한동안 까먹음.
└첫 영상부터 연집자들 폼 실화냐?
└역시 리틀 초록과 알파고. 최상의 조합이다.
└이 정도면 초록님도 발 뻗고 연두부모드로 감상할 수 있을 듯.
└연두부 일동,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연집자님들!
└근데 연집자들도 피해갈 수 있는 게 없긴 함.
└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뒤에 무수히 많은 히읗이 펼쳐져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정도 폼을 보여줬으니 히읗이 없기를 바라는 게 이상한 일이다.
‘선수를 뺏겨버렸네.’
반응을 확인한 뒤에 나도 첫 히읗을 개시할 생각이었는데 선수를 빼앗겨버렸다.
뭐, 괜찮았다.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아홉 번의 타격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편집자들을 향한 내 마음이었다.
***
영상을 업로드하는 건 주원의 몫이었다.
따라서 아랑과 준태는 영상이 언제 업로드될지는 알 수 없었다.
스르륵. 탁.
영상이 컨펌을 받았음에도 준태의 손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랑은 훌륭한 교관이었다.
계속해서 준태에게 필요한 과제를 던져줬다.
할 일을 끝낸 마당에 쉴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준태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즐거워.’
배제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첫 영상부터 준태의 아이디어는 채택됐고 꽤나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반응이 돌아왔다.
-이주원 : 이대로 업로드하면 너무 화려한 데뷔가 될 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동경해 온 사람에게 들은 극찬이었다.
얼마 후 전화도 걸려 왔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건 아랑이었다.
그런 아랑을 향해 주원은 얘기했다.
“엄청 놀랐어요.”
그렇게 운을 뗀 뒤에 주원은 덧붙였다.
“솔직히.. 첫 영상인데 이 정도 퀄리티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마음에 드신 거 같아 다행이네요.”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어떻게 편집이 진행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통화내용은 옆에 있는 준태의 귀에도 들려왔다.
사실 그랬다.
준태의 의견이 다수 채택되긴 했지만, 객관적인 시선에서 영상에 더 많은 부분 기여한 건 아랑이었다.
따라서 상관없었다.
아랑이 어떻게 얘기하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 테니.
‘내 일이나 열심히 하자.’
준태는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준태는 흠칫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 왜 저렇게 말해?’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내심 아랑이 어떤 식으로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제가 주도해서 편집을 진행했고, 준태씨가 저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랑의 성격상 그 정도로 간결하게 답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아랑은 편집이 진행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준태씨가 많은 부분에 기여했습니다. 저는 생각 못한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해서……”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아까 영상을 본 뒤에는 이렇다 할 반응도 보이지 않던 아랑이, 자신의 공적에 대해 초록님에게 소상히 얘기해주고 있었다.
신기했다.
주아랑은 지금껏 준태가 경험하지 못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항상 그랬다.
자신의 공은 부풀리고 타인의 공은 축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랑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두 분이 잘 맞는 거 같아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고서 주원은 얘기했다.
“영상은 저녁쯤에 업로드될 거 같아요.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참. 작업공간은 정말 필요하지 않은 건가요?”
“네.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통화가 종료됐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준태는 입을 뗐다.
“저기……”
알고 싶었다.
“왜 그렇게 말한 거야?”
“뭐가?”
“초록님한테.”
공격적으로 받아들인 걸까.
아랑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얘기했다.
“편집자는 고용주한테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할 의무가 있어.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당황한 준태는 얘기했다.
“아, 아니.. 따지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 너무 좋게 얘기해 준 거 같아서.”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뿐이야. 편집자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초록님 입장에서도 안심이 될 테고.”
“아……”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났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준태의 입꼬리가 자꾸만 꿈틀거렸다.
머릿속에 맴돌았다.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뿐이야.’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거짓이 아니었다.
조금 과장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아랑이 없는 말을 한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 사실이 기뻤다.
인정받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이야.
스륵.
손이 움직였다.
편집자로서 더 성장하고 싶었다.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도, 아랑이 방금과 같이 말할 수 있도록.
그렇게 몰두하다 보니 가까워진 퇴근 시간.
그때였다.
지이잉.
연두튜브 알람이었다.
“.. 올라왔다!”
영상이 업로드됐다는 걸 알리는 알람이었다.
원래는 연두부 입장에서 설정해 둔 알람이었지만 이제는 느낌이 달랐다.
“.. 퇴근 전에 같이 볼래?”
“그러든지.”
연두부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건 편집자 업무의 일환이었다.
조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연두부들이 영상을 본 뒤에 댓글을 남겨야 하니까.
째깍. 째깍.
이윽고 퇴근 시간이 찾아오고, 준태가 노트북을 아랑의 자리로 가져갔다.
화면에 떠오르는 댓글창.
주원이 본 댓글 그대로였다.
그런 와중에 준태가 외마디 소리를 입 밖에 뱉었다.
“어!”
베스트 댓글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댓글이 있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홉 개의 히읗.
그러나 준태를 놀라게 만든 건 히읗이 아니었다.
그 옆에 떠오른 닉네임 때문이었다.
“초록님이 단 댓글이야..”
그렇다.
주원의 댓글이 베댓이 되어 있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초록님 등판 ㄷㄷ
└앜ㅋㅋㅋㅋㅋㅋ 왤케 웃기지.
└그의 히읗에는 감동이 있다……
└이제 초록님도 연두부 동지임 ㅇㅇ
└히읗군단 출격!!!
그 뒤에는 무수히 많은 히읗이 도배되어있었다.
아랑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그때였다.
-연집자들 폼이 미쳤다.. 리틀 초록과 알파고.
준태는 포착했다.
바로 그 시점에 미묘하게 뚱한 표정을 짓는 아랑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 풋.”
아랑이 반응했다.
“왜 웃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지? 알파고라는 별명.”
정곡을 찔린 걸까.
처음이었다.
아랑의 얼굴에 당황이 떠오른 건.
“죽을래?”
“.. 죄송합니다.”
빠른 사과도 주원과 비슷한 준태였다.
***
홀가분한 마음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완벽히 인수인계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수인계라고 해 봤자 나는 한 게 거의 없긴 하지만.
‘행복한 고용주군.’
이런 연집자를 보유한 나는 행복한 고용주였다.
걱정도 덜었겠다.
남은 휴가 계획을 짜기로 했다.
시골에 다녀오긴 했지만 휴가가 끝나기 전에 한 번은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여행다운 여행을 말이다.
‘테마도 생각해봤지.’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니 더 적극적으로 추진이 가능해졌다.
여러 테마가 있었다.
그중에 내 마음에 쏙 들어온 테마는 맛집 부수기였다.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을 포함해, 여러 먹거리가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추리고 추리다 보니 좁혀진 선택지.
‘어디가 좋을까.’
비록 계획형은 아니었지만 완벽한 여행을 위해 리스트까지 추려서 고민했다.
여러 항목을 고려했다.
여행 분위기가 물씬 나는가, 바다가 보이는가, 먹거리가 풍부한가, 살면서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인가.
그러자 답이 나왔다.
툭.
내 손가락이 가리킨 여행지, 그곳은 바로 부산이었다.
그때였다.
연두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아빠.. 뭐 해여..?”
순간 장난기가 일었다.
여행계획을 설명해주는 대신 나는 장난스레 입을 뗐다.
“마.”
“.. 으응?”
“국밥 무 봤나.”
어설픈 사투리에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연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