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쇼핑
[5월 25일~ 6월 24일]스르륵.
조심스레 마우스 커서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추정수익이 눈에 들어왔다.
[추정 수익]$8,532
저번에는 추정수익을 보고 뇌 정지가 온 기억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못했던 건 아니지만.’
유독 약했던 분야가 암산이었다. 그래서 달러가 곧바로 환산되지 않아 당황했었지.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야, 비교할 만한 수치가 있었으니까.
‘저번 달 수익은 정확히 1977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24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수익은 8532달러이다.
머리를 굴리다가 순간적으로 입이 떡 벌어졌다.
‘대략적으로 생각해도.’
이전 달 수익의 네 배를 가볍게 넘기는 수치였다.
뭐지? 진짜 높게 나오면 세 배 정도일 줄 알았는데.
높게 잡은 기대치마저 한참을 뛰어넘어버렸다.
타닥. 탁.
정확히 알기 위해서 핸드폰 계산기를 두드렸다.
$8,532 = 1,014만 8,814원
다시 한번 입이 벌어졌다. 천만 원이 넘었다니.
이제 겨우 두 번째 정산인데?
심지어 영상을 매일 올린 것도 아니었다. 대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업로드했으니까.
장난이 아니라 핸드폰을 든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큰돈을 나는 한 번도 벌어본 적 없었다.
‘어떻게 이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 거지.’
착오가 있는 건 아닐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은 조회수의 누적이었다.
‘영상이 몇 개 없었을 때와 달리.’
지금 유입되는 구독자들이 볼 수 있는 영상이 늘어났다.
구독을 누른 유저들이 최신 영상만 보는 게 아니니까.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면 이전 영상들도 찾아보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그에 따라 예전에 올렸던 영상들의 조회수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당연히 상승하는 조회수는 수익과 직결된다.
‘게다가.’
연두튜브는 다른 채널과 다른 점이 있었다.
현재 연두튜브의 구독자는 50만 정도. 이보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은 많았다.
하지만 애청자 비율을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연두튜브의 구독자 대부분은 애청자였다.
‘영상이 올라오면 바로 시청하고.’
심지어 잊을 만하면 이전 영상들까지 찾아보는 애청자.
생각해 보면 다른 채널보다 더 큰 수익이 발생하는 건 당연했다.
최근 소속사를 통해 유료광고까지 진행하게 됐으니 그것도 영향을 끼쳤을 테고.
‘.. 이제는 가능하겠어.’
연두를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에 더해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언제까지나 연두가 다섯 살인 건 아니니까.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언젠가는 성인이 되겠지.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힘든 상황에 닥칠 때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그렇게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는 철두철미한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늘만큼은 다 제쳐두고 즐길 생각이었다.
문득 연두튜브 댓글에서 배운 유행어가 떠올랐다.
‘백화점, 지건 딱 대!’
***
“쇼핑 가자, 연두야.”
이 말을 연두에게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쇼핑다운 쇼핑을 한 적이 없어서 한 번도 이 단어를 꺼낸 적 없었다.
오늘은 진짜 여유로운 ‘쇼핑’을 즐겨볼 생각이었다.
역시나 연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쇼핑..?”
“응.”
“구게 모에요..?”
“오늘 연두 예쁜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장난감도 살 거야. 그게 쇼핑이야.”
그러자 연두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구럼 아빠도 쇼핑해요!”
사실 내 옷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럴 돈으로 연두 옷이나 하나 더 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러면 분명히 연두가 속상해할 게 뻔했다.
내 몫은 하나도 사지 않으면서, 연두의 물건만 사는 쇼핑.
그런 쇼핑을 연두가 좋아할 리 없으니까.
‘뭐, 괜찮겠지.’
마지막으로 옷을 산 게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 났다.
조금이라면 나를 위해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게 연두가 원하는 거라면.
“그래, 연두야. 아빠랑 같이 쇼핑하자.”
“네에!”
“그럼 우리 연두 옷 갈아입을까?”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연두색 원피스를 들고 왔다.
“이거 이블래요, 아빠!”
“하하, 그래.”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연두가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
연두는 이 연두색 원피스를 가장 좋아했다.
‘뭐, 내가 봐도 가장 예쁘니까.’
범재가 선물한 원피스였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제작한 옷이라 했는데.
작은 쇼핑몰이라고 들었지만, 옷의 퀄리티는 상당히 뛰어났다.
‘이 옷만 봐도 알 수 있어.’
디자인은 물론이고 재질, 마감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런 탓에 연두튜브 구독자들도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고.
아마 규모가 작다고는 해도 굉장히 잘 되고 있지 않을까.
자연스레 오늘의 목표가 하나 생겨났다.
이 옷을 넘어서지는 못하더라도, 버금가는 예쁜 옷을 찾는 것.
“잠깐만, 연두야.”
백화점에 지건을 때리러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저번에 업로드한 영상의 반응 확인이었다.
‘아까는 미처 생각 못 했네.’
수익 확인에 정신이 팔려 확인할 생각을 못 했다.
짧게라도 댓글을 보고 나갈 생각이었다.
[연두의 포테이토(✕), 감자피자 먹기!]어린이대공원 시리즈가 끝난 이후, 연두튜브의 콘텐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이번 영상은 감자피자를 먹는 연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제목이 조금 심심해서 약간의 애국심을 드러내 봤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고!
-치즈 늘어나서 놀라는 표정 봐 ㅋㅋ 진짜 씹덕사할 뻔.
-아, 이번 영상은 선 넘었네.. 너무 귀엽잖아!
-나는 연두 맛있는 거 먹는 거 보는 게 젤 좋더라.. 너무 사랑스럽게 먹어… ♥
-피자 백판 사주고 싶다.. 아니 천판.
시리즈가 끝났지만, 구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격해졌으면 격해졌지.
-ㅋㅋㅋ 제목에 감자피자라 써 놓은 거 괜히 웃기네.
┗이제부터 나도 감자피자라 부른다. 연두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콤비를 이기다니 ㅋㅋ 역시 감자피자의 위력.
┗이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님? 콤비 개맛없는데.
┗취존좀요.
┗꼭 이런 애 있더라 ㅉㅉ 콤비도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파는 거지.
오늘도 유투브 댓글창은 평화로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른 댓글로 눈을 돌렸다.
-연두 진짜 말 너무 예쁘게 한다.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안 싫대. 어떻게 저러지..
┗우영이라는 애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개부럽네;
┗ㄹㅇ 나도 연두 아는오빠 하고 싶다..
┗우영이가 연두 땅콩이라 놀렸다는데 우리가 혼내줘야 하는 거 아님?
┗누군지 어떻게 알고 혼내줌 ㅋㅋㅋ 다 모르겠고 연두를 땅콩이라 부르는 사이라는 게 부럽다.
-연두 말 예쁘게 하는 건 초록님한테 배운 거 같은뎅?
┗그니까. 연두가 아빠 그림 좋다고 하니까 아빠는 연두가 좋대. 달달함 폭발한다..
┗ㄹㅇ 맥락없는데 스윗하다 ㅋㅋ 진짜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
┗님들아. 저도 이상적인 아빠 될 수 있는데, 연두같은 딸 어디 있나요? ㅎㅎ
┗ㄴㄴ 너는 이상적인 게 아니라 그냥 이상함. 꿈 깨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의도치 않게 우영이 이름이 등장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이었다.
이 정도면 마음 놓고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준비됐어, 연두야?”
“네에.”
“자, 손.”
연두가 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드디어 출발이었다.
***
얼마간의 이동 끝에 역에 도착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누군가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일찍 왔네요, 오빠? 오랜만이야, 연두야!”
“지해 언니다!”
“크크, 연두는 더 예뻐졌네?”
“언니도 엄청 마니 예뻐져써요..!”
하여간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예쁘다고 난리다.
서지혜는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연두를 꼬옥 안았다.
기습포옹을 당한 연두는 놀라서 사레가 들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켁. 켁.”
“헉.. 괜찮아, 연두야?”
“헤헤, 갠차나여!”
그러고 보니 이건 전부터 예견된 사태였다.
서지혜가 연두 만나면 있는 힘껏 껴안아 줄 거라고 했으니까.
연두한테 미리 전해줬어야 하는데 내 불찰이었다.
다소 격한 둘의 인사가 끝나고, 나도 서지혜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그녀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근데 괜찮은 거예요? 공부하는데 방해한 거면 미안한데.”
사실 그녀가 쇼핑에 동행하는 건 예정되어 있던 게 아니었다.
백화점으로 출발하려는 타이밍에 전화가 걸려왔다.
학습지에 관한 문제로 서지혜가 한 연락이었다.
‘얘기하다가 오늘 일정을 물어보길래.’
백화점에 쇼핑하러 갈 예정이라 답했다.
우연찮게도 내가 가려는 백화점은 서지혜가 다니는 한국교대 근처였고.
마침 그녀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주말에 학교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스무스하게 서지혜의 합류가 이루어졌다.
사실 내 입장에서 그녀의 동행은 고마운 일이었다.
백화점은 내게 익숙한 장소가 아니었으니까.
반대로 학교가 코앞인 서지혜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장소일 테고.
‘동물원에서도 엄청 편했지.’
동물원에 가 본 세연 씨가 함께여서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다.
어딜 가든지 지리에 밝은 사람이 함께한다는 건 안심이 되는 일이니까.
백화점에서는 서지혜가 그런 역할을 해 주겠지.
무엇보다도 밝은 사람이니 함께 시간을 보내 나쁠 건 없었다.
서지혜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오히려 제가 방해되는 거 아니에요?”
“네? 지혜 씨가 왜 방해가 돼요?”
“부녀가 오붓한 시간 보내는 데 방해될까 해서……”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나는 씩 웃으며 옆에 있는 연두를 안아 올렸다.
“꺄아!”
깜짝 놀라 두 손으로 나를 꼭 껴안는 연두.
이렇게 꽉 껴안지 않아도 절대로 안 떨어트리는데.
뭐, 나야 기분이 좋으니 상관없지만.
나는 연두를 품에 안은 채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연두랑 저는 옆에 누가 있든 말든 항상 오붓하거든요.”
“와……”
“.. 미안해요. 너무 재수 없었죠?”
“부정은 안 할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지혜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연두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놨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상당히 자연스러워진 상태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연두랑 애정표현을 하는 게.
분명히 처음에는 쑥스러웠는데 말이다.
이게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뿌듯함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럼 가 볼까?”
“네.”
인사를 나눴으니 시간을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신세대백화점]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명성과 어울리게 거대한 건물이었다.
동네 대형마트 건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처음 보는 건물에 연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엄청 크지, 연두야.”
“네에.”
“아빠랑 지혜 언니랑 여기서 쇼핑할 거야.”
“구럼 여기가 배카점이에여..?”
“응.”
연두의 표정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백화점에 대해 길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테니까.
나는 서지혜를 향해 말했다.
“그럼 들어가죠.”
“네!”
끼이익.
백화점 문이 열렸다.
고대하던 쇼핑을 시작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