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81)
881화. 쇼핑
다음 목적지는 시장이었다.
감천문화마을 근처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커다란 시장이 있었으니까.
‘가 보고 싶었어.’
부산에 가면 나도 한 번쯤은 시장에 가 보고 싶었다.
워낙 유명하니까.
꼭 무언가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 분위기와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끼익.
정차된 차에서 내렸다.
아이들도 차례로 내리고 난 뒤에 준태씨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직 시장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자,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네!”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시장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요?”
“맛있는 거!”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양한 먹거리였다.
시장 하면 시장 음식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
“맞습니다. 시장 하면 맛있는 게 잔뜩 떠오르죠. 호떡, 떡볶이, 닭꼬치……”
맛있는 것들을 잔뜩 언급해서일까.
아직 식사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입맛을 다셨다.
“꿀떡도 있서요!”
그 와중에도 레나는 꿀떡을 찾는다.
확실히 시장에는 없는 게 없었다.
오늘 찾을 돼지국밥 맛집도 시장가에 있는 거로 알고 있었다.
‘군것질은 위험하긴 하지만.’
시장의 위험성이었다.
어딜 가도 맛있는 게 넘쳐나다 보니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네 개가 되고, 네 개가 여덟 개가 된다.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 2의 제곱함수로 늘어난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저녁을 먹기도 전에 배가 빵빵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맞습니다.”
김준태는 입을 열었다.
“시장에 가기에 앞서 여러분에게 보여줄 게 있습니다.”
시장 입구에 있는 정자.
그곳에서 김준태는 여섯 개의 카드를 꺼내서 나란히 늘어놨다.
카드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전부 다른 그림인데 그림체도 전부 달랐다.
“아.”
그러자 떠올랐다.
계획표 속에 있었던 또 하나의 콘텐츠가.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이건 여러분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제가 부탁드린 그림이기도 하죠. 친구들과 다 함께 가장 하고 싶은 걸 생각해서 그려달라고. 일종의 버킷리스트 그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
카드가 총 여섯 개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제외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의 그림을 뽑아주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노래자랑에서 우승한 시은양에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우승자 특전이 주어질 줄이야.
부러운 듯 바라보는 아이들.
조금은 뿌듯한 얼굴로 시은이가 앞으로 나서서 여섯 개의 카드를 바라본다.
‘뭘 뽑으려나.’
여섯 개의 버킷리스트 그림.
우습지만 나는 어느 정도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시은이도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누가 그렸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더 드는 취지의 그림을 고르는 게 좋았다.
아직 콘텐츠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는 이거요.”
고민 끝에 시은이가 카드를 골랐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그린 건지 정확히는 감이 오지 않았다.
모르는 그림체니까.
그래도 뭘 그린 건지는 대충 파악이 가능했다.
‘집이 그려져 있어.’
그리고 그 안에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종합하자면 홈파티를 하는 그림인 거 같았다.
“네, 그럼 시은양은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다음은……”
또 순서를 정하는 데 뭔가 있을까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영혼의 가위바위보였다.
“가위, 바위, 보!”
연두가 2등이었다.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카드 하나를 집는다.
“이거로 할게여..!”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다.
예측해 보자면 자신이 그린 그림 외에 제일 끌리는 버킷리스트를 고르지 않을까.
아닐 수도 있고.
그 뒤로는 월이, 유리, 지우, 레나 순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레나는 결정권이 없었다.
“난 마음에 들어!”
그래도 해맑다.
선택권은 없지만 버킷리스트 자체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옆에서 월이가 슥 보더니 얘기했다.
“바다?”
“응. 그리고 하늘이 캄캄한 거 보니까 밤바다인 거 같아. 나도 밤바다 좋아하는데……”
내 눈에 들어왔다.
남몰래 숨어서 쿡쿡 웃고 있는 연두의 모습이.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그와 별개로 처음부터 연두가 그린 그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를 수가 없지.’
다른 건 몰라도 연두 그림을 못 알아보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밤바다인가.
아마 여섯 개의 그림 중에서 부산에서 이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그때였다.
“내도 밤바다 억수로 좋아한다.”
그 뒤에 들려오는 소리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언더 더 씨~ 언더 더 씨~”
아까 부른 여수밤바다는 그렇다 치고 선곡부터 미스였다.
너무 뜬금없잖아.
이걸 못 알아채면 바보지.
“언더 더 씨~ 히히.”
그 와중에 레나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따라부르고 있긴 하지만.
주위를 슥슥 살피는 월이.
혹시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하나의 미션은 확실하게 간파해 낸 거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