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82)
곧이어 도착한 곳은 시장가에 있는 옷가게였다.
슬슬 감이 올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고른 카드를 손에 들고 있었다.
“모두 카드를 손에 들어주세요.”
김준태가 입을 뗐다.
“이제부터 그림의 주인공을 차례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은양?”
“네.”
“카드의 주인이 누군지 예상이 가시나요?”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놀랐다.
그 말은 카드의 주인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뽑았다는 거니까.
“호오. 누구일 거 같나요?”
“지우요.”
“이유가 뭐죠?”
“그림체가 귀여워서요.”
붉어지는 지우의 얼굴.
이어서 확인하는 질문에 지우는 자그맣게 대답했다.
“마, 맞아요..”
시은이가 싱긋 웃었다.
“그림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요?”
“.. 네.”
지우는 얘기했다.
“저, 저는 한 번도 친구네 집에서 자 본 적이 없어서…… 친구들이랑 다 같이 집에서 놀다가 자 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홈파티인 거군요?”
“마, 맞아요.”
납득이 갔다.
어릴 때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자고 오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으니.
크고 나면 집이 최고긴 하지만.
이제 콘텐츠를 공개할 차례였다.
“이제 시은양은 그 그림에 어울리는 옷을 골라서 지우양에게 입혀주면 됩니다. 홈파티에 어울리는 룩이겠죠?”
“우와!”
“재밌겠다……”
“옷 입혀주기! 나 엄청 좋아하는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시은이는 그리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걸까.
“홈파티……”
중얼거리던 시은이는 얘기했다.
“집에서 놀려면 편해야 해요. 그러니까 저는 편하면서도 예쁜 옷을 고를게요.”
바로 그림에 맞는 컨셉을 생각해내는 게 시은이다웠다.
이른바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
“예쁘게 입혀줄게, 지우야.”
“고, 고마워..”
다음은 연두였다.
연두가 고른 카드는 텐트가 그려져 있었다.
“월이가 그린 거 같아여.”
“내 맞다. 우예 알았노.”
“월이가 캠핑 가고 싶다고 한 거 기억나서.. 연두도 가 보고 싶었고……”
2연속 정답이었다.
이든 모델답게 연두도 빠르게 구상을 마쳤다.
“캠핑은 추울 수도 있으니까 조금 따뜻한 옷을 입혀줄 거에요. 그리고 멋진 옷을 골라서 입혀줄게여..!”
다음은 월이였다.
월이도 정답을 맞혔다.
카드의 주인공은 바로 시은이였다.
“친구들이랑 연말 파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반짝이는 옷을 그렸어요.”
“반짝이는 옷……”
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여기서 제일 반짝이는 옷으로 골라줄게.”
“고마워.”
순조로웠다.
네 번째는 유리 차례였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고른 카드의 주인을 다 맞혔는데요. 유리양도 예상이 가시나요?”
“당연하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유리는 말했다.
“서연두, 너지?”
완전히 헛다리인 게 문제였지만.
“난데.”
“뭐어?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선택한 쪽도 선택받은 쪽도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펼쳐졌다.
카드의 주인은 레나였다.
“제가 고른 그림은 뮤직 페스티벌이에요.”
멘붕이 온 유리.
연두가 그린 그림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음악이 들어가서일까.
‘그러기에는 레나도 바이올리니스트인데.’
그냥 레나의 카드를 뽑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나가 힘주어 말한다.
“이상한 옷 골라주기만 해.”
“흥.”
이렇게 된 이상 막 나가기로 한 걸까.
“내 마음이다.”
“진짜 가만 안 둬!”
“가만 안 두면 어떡할 건데? 골라주는 대로 입는 게 규칙이거든!”
“으으……”
남은 건 지우와 레나.
지우는 놀이공원이 그려진 유리의 카드를 뽑았고, 레나는 밤바다가 그려진 연두의 그림을 뽑았다.
지우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스쳤다.
마음에 안 드는 옷을 골라줬다가는 크게 한 소리 들을 거 같았으니까.
레나는 무척 마음에 들어했지만.
“연두 그림 진짜 귀여워……”
연두 그림은 스토리가 있었다.
말풍선 속 대사도 있었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친구들이랑 같이 보는 밤바다는 진짜진짜 예쁠 거야!)
(불꽃놀이도 하면 좋을 텐데……)
총 세 개의 칸이 있는데 말풍선이 하나씩 있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연두와 함께한 바다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밤바다는 추우니까 따뜻한 오스로 입혀줄게! 목도리는 어때?”
“좋아! 레나가 골라주는 거면……”
이렇게 끝이 난 설명회.
나도 슬쩍 옆에 있는 우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서로 골라서 입혀줄까?”
“아니요.”
단호하군.
예상했기에 던진 물음이긴 했지만.
“자, 제한 시간은 30분입니다! 시작!”
튀어 나가는 아이들.
그렇게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됐다.
***
아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장가의 옷가게인 만큼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잔뜩 모여있었다.
꽤나 흥미로웠다.
아이들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러니 가능한 한 도와주지 않고 옷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쇼핑 스타일은 모두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레나였다.
“우와.. 예쁘다!”
“근데 이것도 예뻐!”
“헤에.. 이건 더 예쁘잖아! 어떡하지……”
확인.
예쁜 게 넘쳐나서 혼란을 겪는 타입이다.
시은이는 반대였다.
“지우한테 잘 어울리는 옷.”
“홈파티니까 인형도 있으면 예쁠 거 같고.”
“색깔은 노란색으로……”
신중 그 자체였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도 없고 옷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한다.
뿌듯함도 있었다.
중간에 내가 촬영 도중에 가르쳐 준 걸 응용하는 듯한 혼잣말이 들려왔으니까.
연두는 어떠냐고?
“멜빵!”
의외로 하나에 꽂히는 타입이다.
“월이는 멜빵 입어야 해! 그리고 멜빵은 편하니까.. 캠핑해도 편할 수 있고……”
“멜빵이다!”
“헤헤.. 색깔도 예쁘다……”
멜빵에 완전히 꽂혔다.
이 정도면 처음부터 멜빵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역시 헤매고 있는 건 다른 아이들이었다.
‘유리는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월이랑 지우가 문제였다.
“와 이리 어렵노. 뭐가 이쁜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나도.”
월이는 실시간으로 쇼핑의 어려움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지우는 왜인지 떨고 있었다.
“예쁜 거 골라야 하는데……”
슬쩍 지우에게 다가갔다.
“지우야.”
“……!”
깜짝 놀라서 몸을 들썩인다.
“아, 아저씨..”
“옷 고르는 거 어려워?”
“네..”
지우가 작게 얘기했다.
“예, 예쁜 거 골라줘야 하는데.. 유리 마음에 안 들까 봐……”
내가 골라줄 수도 있다.
컨셉이 확실한 다른 그림과 달리 놀이동산에 어울리는 복장은 넘쳐나니까.
그러나 그건 이 상황에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닌 거 같았다.
“괜찮아, 지우야.”
“.. 네?”
“지우가 고민해서 골라준 옷이면 유리는 고마워할 거야. 그러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지우 눈에 예쁜 옷을 고르면 돼. 유리랑 잘 어울릴 거 같은 옷.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그것만 생각해 봐.”
“.. 그것만요?”
“응.”
지우가 유리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한다.
“해, 해 볼게요..”
본격적으로 옷을 고르기 시작한 지우.
얼마나 지났을까.
30분이 빠르게 흘러가고 김준태가 중지를 선언했다.
“자, 끝났습니다! 이제 고른 옷을 전달하고 갈아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네!”
“여기, 지우야.”
“고, 고마워!”
툭 던지듯 유리도 레나를 향해 옷을 건넸다.
“야, 받아.”
아이들이 탈의실에 들어갔다.
기다림의 시간.
그냥 서 있기는 뭐하니 옷을 구경하며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하하.”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공주님들이 내 앞에 나란히 서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