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900)
900화. 우문현답
“팀원을 뽑을 겁니다.”
깜짝소식은 아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 팀원을 추가로 모집할 거라는 건 모두들 알고 있는 이야기였으니까.
알다시피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면 변화를 줄 타이밍이었다.
‘놀란 표정이네.’
그래도 막상 얘기가 나오니 다들 꽤나 놀란 표정이다.
그럴 만도 하다.
어찌 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직원의 존재는 업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이 맞는 유능한 동료는 그 누구보다도 힘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니까.
지금 ‘스튜디오 초록’의 멤버는 총 여섯 명.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긴 하지만 우리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일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고 결과로 그걸 증명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 완벽한데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필요해.’
지금이 만족스럽다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
그 마음은 최종 목적지를 망각한 데서 유발된 나약한 생각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변화를 줄 생각이었는데, 막상 프로젝트를 성공하니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애초에 말이 맞지 않는다.
‘그래.’
그래서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으로서 완벽하다는 게 지금보다 더 완벽해질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팀원 증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아무나 뽑아서는 안 돼.’
톱니바퀴는 모든 크고 작은 바퀴가 맞물려야 돌아간다.
그 말은 하나의 작은 톱니바퀴라도 문제가 있으면 전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작화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만 잘못 뽑아도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었다.
그래서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팀원을 뽑는 방식에 관한 문제였다.
의외로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을 내가 어떻게 뽑았는지 생각해 보면 간단한 문제였다.
나는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팀원들을 뽑았다.
우영이는 말할 것도 없고, 공모전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최표식, 서도연도 블로그에 올리는 그림을 계속 보며 필요한 인재라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했다.
‘먼저 연락을 취했지.’
한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그는 먼저 ‘스튜디오 초록’의 팀원이 되기를 희망하기는 했지만 기준이 달리 적용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엄격하게 작용했다.
포트폴리오를 봤고 생각 이상으로 그가 유능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씨도 마찬가지였고.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한 가지였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그게 내게 있어서는 모든 걸 품고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확장시키면 된다.
이제부터 뽑을 팀원은 나뿐만이 아니라 지금 있는 모든 팀원들과 함께 일하게 될 거다.
따라서 나는 입 밖에 뱉었다.
“직접, 여러분 손으로요.”
내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는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팀원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함께 일할 동료는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편이 맞았다.
“.. 저희 손으로요?”
“네.”
그리고 얼마 전.
외삼촌 김윤호가 해 줬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팀원들한테 권한을 줘야 해.’
‘권한을요?’
‘응. 네가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지.’
처음에는 아리송한 이야기였다.
대화를 통해 금방 어떤 말인지 파악하긴 했지만.
‘생각해 봐.’
삼촌은 예를 들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이 있어.’
시키는 대로만 일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다.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고 받는 돈은 똑같으니 어쩌면 조금 농땡이를 피울 수도 있겠지.
더 사족을 붙일 건 없었다.
‘그런데 사장이 그 직원한테 작은 권한을 주는 거야. 그럼 어떻게 될까?’
‘책임감이 생기겠죠.’
‘맞아. 마음가짐부터 달라지지.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자신이 어떻게 여겨지는지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려 해. 그게 우리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고.’
들은 적이 있었다.
삼촌의 회사는 직원들에게 커다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책임감과 근로의욕을 고취한다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나는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팀원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일했다.
권한 같은 걸 주지 않았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믿음이 생겼어.’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팀원들에게 믿음이 생겼다.
최소한의 보답이었다.
함께 일할 팀원 정도는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결국은 작화팀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끌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미룰 이유는 없었다.
“팀원 모집은 바로 이루어질 겁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앞서 팀원을 모집한다.
그리고 기존 팀원들과 새로운 팀원들이 결합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런 선후관계였다.
“초록님.”
한경우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팀원 모집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일차적으로는 지원을 받아서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1차 합격자를 추릴 겁니다.”
정석적이면서도 빠져서는 안 될 작업이었다.
2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을 진행할 겁니다. 지원자들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역량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죠.”
납득했는지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차.
중요한 걸 빼먹었군.
“면접관은 여러분이 될 테고요.”
“……”
잠깐의 침묵.
꽤나 상기된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담도 분명히 섞여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한 설렘이 묻어난다.
바라던 반응이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팀원들도 조금은 부담을 가지고 임해 주기를 바랐으니까.
“초록님. 혹시……”
이번에 입을 뗀 건 도연씨였다.
“저희가 팀원 모집에 있어서 지켜야 할 매뉴얼 같은 게 있을까요?”
“아뇨.”
즉답이었다.
동시에 내가 팀원들에게 제공할 과제이기도 했다.
“그 매뉴얼도 직접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생각할 거고요.”
나 역시 ‘스튜디오 초록’의 일원이니 말이다.
오해할까 봐 말해두지만 절대 귀찮은 게 아니다.
체계화된 매뉴얼,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팀원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적인 기준인 만큼 본질이 호도되고 만다.
도연씨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건 표식씨의 한 마디였다.
“.. 햐, 떨리네요.”
그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온다고.. 심지어 저희가 직접 뽑는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떨리는데요?”
그러자 유하나가 웃으며 말을 받는다.
“그래도 기분 좋은 떨림 아니에요?”
“하하, 맞아요.”
자연히 팀원들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도 숟가락을 얹었다.
“너무 부담을 갖거나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매뉴얼을 미리 정해 놓는다기보다는 1차 포폴 확인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도 돼요. 그러다 보면 감이 잡히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포폴도 기대돼요. 지원자들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거고.”
“저희보다 더 잘 그리는 거 아니에요?”
장난스레 최표식이 던진 말.
또 유하나가 해맑게 말을 받는다.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하하.. 전혀 위로가 안 되는데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나씨는 경리니까 논외이긴 하다.
“포폴도 저희가 확인하나요, 초록님?”
“물론이죠.”
당분간은 팀원 모집에만 초점은 맞출 계획이다.
“아직 정확히는 말할 수 없지만 지원자 수에 따라서 달라질 거예요. 지원자가 적으면 전부 다 볼 수 있겠지만, 혹시 지원자가 많으면 역할을 분담하게 되겠죠?”
“이해했습니다.”
“포폴 기준은 제가 정했어요. 모집공고는 오늘 기준으로 저녁에 올라갈 거고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포폴 형식 정도는 내가 결정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부분이었다.
“헉..”
“고생 많으셨습니다, 초록님!”
“고생 많으셨어요.”
팀원들의 말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얼마 안 걸렸으니까요.”
“그럼 저희는 이제부터 천천히 매뉴얼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네요.”
표식씨가 모두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혹시 매뉴얼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감이 오는 분 있으신가요?”
“글쎄요.”
“아직은……”
그때였다.
내내 조용하던 우영이가 입을 뗀 건.
“생각할 게 있나요?”
“네?”
우영이는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다.
“작화팀이잖아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뽑아야죠.”
“와..”
표식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 우문현답이네요.”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이라는 뜻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어리석은 질문은 아니었는데.
“맞는 말이죠.”
“이런 걸 그렇게 표현하지 않나요? 찢었다.”
추켜세워주는 팀원들.
그때는 몰랐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뽑겠다는 우영이가 상상도 못한 면접 방식을 들고 올 거라는 사실을.
***
[스튜디오 초록 팀원 모집 공고]공고가 올라갔다.
생각보다 이르게 그 공고를 확인한 사람이 있었다.
박상영이었다.
한경우와 서도연의 대학 동기인 박상영.
째깍. 째깍.
현 시간 6시 7분.
그는 지금 미술학원에 있었다.
“하아.. 시간 더럽게 안 가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대형 미술학원.
상영의 일터였다.
그때였다.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상영씨. 셔틀 확인하셨어요?”
미술강사 한혜주였다.
깜짝 놀란 박상영이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했다.
“아, 지금 하겠습니다!”
“뭐라구요?”
횡당한 얼굴로 혜주가 말했다.
“지금 하면 어떡해요! 여섯 시 지난 거 안 보여요?”
“.. 아, 그게……”
깜빡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셔틀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건 상영의 업무 중 하나였다.
혜주가 한숨을 쉬며 내뱉었다.
“이제 막 우리 학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진짜 좀 심하신 거 아니에요? 하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실제로 그랬다.
지난 동창회에서 박상영이 동창들에게 했던 말.
‘어딘지 말하긴 좀 그렇고, 이름만 들으면 다 알 법한 학원인데. 원하는 대로 조건은 맞춰줄 테니까 꼭 와 달라고 하길래 고민하다가 결정했어. 뭐, 어떻게 하는지 보고 이직할지 말지 정하려고. 갈 데는 많으니까.’
거의 맞는 말이었다.
원하는 대로 조건을 맞춰줄 거라는 것과 미술학원 강사로 일한다는 것만 빼면.
상영은 강사가 아니었다.
아이들 케어와 학부모 상담을 담당하는 계약직이었다.
“더 반복되면 원장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 죄송합니다.”
“빨리 셔틀 확인해주세요.”
홱 고개를 돌려 걸어가는 한혜주.
상영이 이를 빠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씨X.. 지잡대년이.”
문서에 접근이 가능하기에 강사의 학력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홍원대 출신.
그게 상영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패였다.
상영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학원에 들어왔을 때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아줬던 사람이 한혜주였다는 걸.
‘안녕하세요!’
그녀는 좋은 사람이었다.
‘상영님이라고 하셨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사람 됨됨이를 보는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안 한혜주는 박상영의 인간 됨됨이를 파악한 거다.
잘 대해 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네, 기사님. 셔틀 도착했죠?”
“예, 도착했습니다.”
“하아.. 기사님.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죠. 왜 전화하게 만들어요?”
“.. 문자 드렸는데요.”
아버지뻘도 아니고 할아버지뻘의 기사님.
정말 문자가 와 있었다.
-셔틀 도착했습니다!(5: 58)
상영은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뒤이어 우르르 들어오는 아이들.
“선생님!”
그래도 명칭은 선생님이었다.
상영을 선생님이라 부른 동휘는 냅다 달려가더니 손을 뻗었다.
어디에?
박상영의 엉덩이에.
“정이에 똥침!”
“아악!”
똥침을 날리고 냅다 달아나는 동휘.
똥침은 어린아이도 성인에게 커다란 타격을 먹일 수 있는 공격이었다.
“아으으……”
응징은 할 수 없었다.
어린아이를 때릴 수는 없었으니까.
다른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영이 정상적인 선생이 아니었다.
“히히.”
이어지는 인원 체크.
상영은 핏대 선 눈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동휘를 바라봤다.
“베에..”
동휘가 돌려준 건 메롱이었다.
슥.
그 뒤로 한혜주가 눈길도 주지 않고 들어간다.
아이들을 교실에 들여보낸 뒤에 자리에 앉은 박상영.
엉덩이가 욱신거린다.
“씨X.. 이게 맞나?”
지잡대 출신 여자가 강사인데, 홍원대를 나온 자신은 애새끼들 관리나 하고 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어 있었다.
상영은 생각해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처음 학원에 계약직으로 들어왔을 때는 만족스러웠다.
‘어서 와요, 상영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줬다.
심지어 원장조차 상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상영씨.’
‘네?’
‘홍원대 나온 인재인데 내가 대우를 못해주는 거 같아서. 학원 사정이 그러니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지나면 금방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고……’
강사 자리를 줄 거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상영은 현재 수개월째 강사가 되지 못했다.
상영이 중얼거렸다.
“거짓말쟁이 새X…”
역시 상영은 알지 못했다. 원장의 말 또한 진심이었다는 걸.
상영의 업무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셔틀 들어오는 시간만 체크하면 됐고, 간간이 빌어먹을 학부모에게 걸려오는 전화만 제대로 받으면 됐다.
그것조차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 사람에게 강사를 맡기는 미친 원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부터야……”
늘 그렇듯 상영은 자신이 아닌 무언가에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랬다.
상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동창회 때..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다름 아닌 동창 모임이었다.
원래 학원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취직조차 하지 못한 녀석들과 비교할 때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동창모임에 가서 한경우와 서도연의 소식을 들었고, 그 뒤에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배가 아팠다.
“..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학교 출신 아닌가.
그런데 왜 자신은 여기 앉아서 학부모 전화나 받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씨X.. 확 때려치워?”
협박성 멘트지만 그 누구에게도 협박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환영할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핸드폰이 진동한 건.
드르륵.
“.. 또 뭐야?”
단톡방이었다.
익명의 미술학도가 모여 취업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단톡방.
상영이 들어간 이유는 하나였다.
단톡방 내에서 그의 활동명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홍원대 xx학번
익명의 단톡방에서 굳이 활동명에 홍원대를 박아넣을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허울뿐인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인정받기 위해서.
드륵. 드르륵.
잠잠하던 단톡방이 떠들썩했다.
취업에 관한 이슈가 틀림없었다. 어디 대형 공고라도 올라온 거겠지.
상영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단톡방 내에서 상영의 이미지는 명문대 출신 스윗한 선배였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어디 귀여운 후배들한테 조언 좀 줘 볼까.’
상영이 텅 빈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이었다.
“.. 어?”
그렇게 단톡방에 들어간 상영의 입이 점차적으로 벌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톡방을 뜨겁게 달군 공지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스튜디오 초록 팀원 모집 공고]그렇게 주원의 공고를 접한 박상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