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911)
911화. 두둥등장
변수였다.
“안녕하세요!”
“우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도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인사하며 들어오는 첫 지원자들, 그 속에 귀요미 지원자는 없었다.
혼자 늦은 걸까?
그러기에는 세 명이 전부 들어왔다.
지원자 수와 면접관 수를 맞춰서 한 타임에 세 명씩 면접을 보는 구조였으니까.
“안녕하세요.”
당황한 건 한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 뭐지?’
분명히 ‘스튜디오 초록’에 면접을 보러 왔다고 했다.
면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편의점에서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고.
그러면 첫 타임 지원자라 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면접 시간은 꽤 기니까.’
설마 두 번째 타임 지원자인 걸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연을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비유가 좀 그렇긴 했지만 커다란 짐을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형세가 역전됐다.
‘확인할 수도 없고.’
통성명을 한 것도 아니니 그 웃음이 예쁜 청년의 순서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도연과 눈이 마주쳤다.
“.. 풋.”
소리는 없었지만 그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그런 표정이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주원은 일어나서 지원자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들어가서 앉아계시면 됩니다.”
“아, 네!”
긴장한 표정으로 미팅룸으로 들어가는 지원자들.
이후 주원은 말했다.
“그럼 저희도 준비해서 들어갈까요?”
서도연과 유하나가 자료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들어간 미팅룸.
인원은 총 여섯 명이었다.
주원이 대표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긴장되시겠지만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임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름 팀원들도 그렇겠지만 주원도 지원자를 보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달리 말하면 매뉴얼.
면접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싶었다.
물론 사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실력이 일순위야.’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허나 단지 그것뿐이라면 포폴만 보면 되지 면접은 볼 필요가 없다.
“김대현님.”
“네, 김대현입니다!”
“최성호님, 박은영님.”
“네.”
먼저 지원자의 이름을 불러서 지원자와 포트폴리오를 1대1로 일치시켰다.
그리고 면접이 시작됐다.
원래는 지원자를 한 명씩 부를 생각이었다.
‘그러기에는 지원자 수가 너무 많았지.’
타협을 본 게 세 명이었다.
면접이 시작됐다.
***
차례로 지원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포폴을 그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요?”
공통 질문이었다.
같은 퀄리티의 포폴을 냈더라도 그리는 데 소요된 시간이 다를 수 있었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중요할 수밖에 없지.’
팀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작화 속도는 무척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주원과 우영이 합을 맞춰서 여러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었던 것도 작화 속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허나 문제가 있다.
‘100% 신용하기는 어려워.’
지원자가 거짓말을 할 거라는 전제를 깔고 말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다.
방법은 하나였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질문을 통해서 지원자의 성향과 말의 진위를 파악하는 거다.
“저희 작화팀에 들어오면 어떤 프로젝트를 가장 해 보고 싶나요?”
생각보다 면접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처음이라 헤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
공통 질문만이 아니라 개인 포폴에 따라 맞춤으로 질문을 건넸다.
“게임 관련 그림을 많이 그리셨는데……”
자신의 포폴에 대한 이해도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특히나 박상영의 얘기를 듣고 나서 좀 더 중요성이 높아졌다.
‘아직 알 수 없지만.’
포폴 자체를 위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얼마 후에 면접이 종료됐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첫 면접이 끝나고 난 뒤에 우리는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떠셨나요?”
내가 먼저 스타트를 끊어줘야 할 거 같았다.
“저부터 말하자면……”
무난했다.
그게 총평이었다.
달리 말하면 포폴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지는 못했다.
‘매뉴얼은 달라.’
그러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 하나의 공식.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그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지원자라면 끝이었다.
아쉽게도 그런 지원자는 없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캐릭터 그림도 좀 심심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질문했을 때도 정확히 예상한 답변이 나왔고요.”
대체로 비슷한 생각인 거 같았다.
“우선은 그 정도로 정리해 두죠.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자들을 만나봐야 할 테니까요.”
“네.”
미팅룸에서 나가니 다른 팀원들이 더 난리였다.
“어떠셨어요?”
“전체적으로 무난했던 거 같아요. 팁을 드리자면……”
면접을 통해 느낀 바를 공유했다.
“그러니까 준비한 대로만 하면 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곧이어 다음 지원자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아. 저는……”
다소 경직되어있던 첫 타임 지원자들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를 풍기는 지원자들이었다.
왜일까.
굳어있던 경우씨 표정이 세상 환해진다.
‘이상하네.’
아까부터 도연씨랑 경우씨 표정이 번갈아 오락가락하는 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지원자들을 미팅룸에 들여보냈다.
이번에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건 표식씨와 경우씨, 그리고 우영이였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네.”
우영이도 마지막으로 미팅룸 안으로 발을 옮긴다.
새삼 신기했다.
동물원에서 삐딱하게 초상화를 그리고 있던 그 우영이가 이제는 면접관 역할을 하고 있다니.
감상도 잠시.
나는 다음 지원자들의 포폴을 확인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끼익.
미팅룸 문이 열리고 지원자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려던 나는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
아까의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혼이 나간 표정이었으니까.
“아, 안녕히 계세요. 하하……”
“으어어..”
대체 뭘까.
이후 미팅룸을 나오는 팀원들의 시선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나오는 우영이와, 그런 우영이를 향하는 두 사람의 시선.
‘우영이구나.’
아무래도 범인은 우영이인 거 같았다.
***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의 마지막 지원자들까지 보낸 뒤에야 나와 팀원들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면접은 생각한 것보다 따분하고 텐션이 내려가는 일이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출근할 때만 해도 기대감과 긴장감 속에서 어린애처럼 심장이 뛰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이런 비유는 좀 그렇긴 하지만 지원자들은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하나같이 비슷했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전 회사의 퇴직 사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면접에서 보편화된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정확히 같은 답이 돌아온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아무 이유 없이 그만두는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그게 퇴직 이유를 묻는 이유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새로운 도전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어.. 그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예상치 못했는지 당황하는 지원자와, 하나씨가 적어둔 예상 답안을 마치 국어책처럼 낭독하는 지원자.
한 마디로 모범답안을 외워온 셈이다.
‘좀 더 주관이 드러났으면 했어.’
그리고 우리 팀에서 꼭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포폴과는 별개였다.
애초에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들이다.
모두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아쉽단 말이지.’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뭐, 아직 상심하기는 일렀다.
‘첫날이니까.’
이제 첫날이었다.
아직 많은 지원자들이 남아있다.
그때였다.
“.. 이상하다.”
경우씨가 혼잣말을 뱉었다.
“뭐가요?”
“아니, 그게……”
도연씨와 눈빛을 한 번 주고받더니 결심한 듯이 입을 뗀다.
“사실 오늘 아침에 ‘스튜디오 초록’ 지원자를 한 명 만났거든요.”
“아침에요?”
“네.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렀을 때 우연히 만났는데, 엄청 귀여운 지원자였어요.”
“귀여운 지원자요?”
특이한 수식어였다.
동시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원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지원자가 없었으니까.
“지원자인 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본인 입으로 말했거든요. 스튜디오 초록 면접 보러 왔다고. 저희도 본의 아니게 면접을 보러 온 거로 오해를 받아버려서……”
옆에서 표식씨가 물었다.
“근데 그게 왜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 지원자가.. 오늘 안 왔거든요.”
“예?”
“분명히 일찍 와서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그 지원자가 오늘 안 왔어요.”
그건 확실히 이상했다.
오지 않은 지원자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나씨가 말한다.
“호, 혹시 초록님을 음해하려는 세력인 건……”
“그럴 리가 없죠.”
“왜요?”
“눈이 착해 보였어요.”
“엄청난 근거네요.”
웃음이 터졌다.
진지하게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콩트 같은 대화에.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그러게요.”
하나씨가 또 입을 열었다.
“경우님, 혹시 그 귀여운 지원자한테 한눈에 반하신 거 아니죠?”
“.. 예에??”
경우씨답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런 질문에 능청스럽게 대꾸해야 정상인데.
하나씨도 그 점을 포착한 모양이다.
“뭐야. 그렇게 격하게 반응하니까 더 수상한데요? 혹시 그 지원자 나중에라도 왔을 때 면접에 사적인 감정 들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
“……”
경악한 표정.
그 표정의 이유는 도연씨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하나씨.”
“응? 왜요?”
“그 귀여운 지원자는 남자거든요.”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식스센스급 반전이었다.
***
집에 돌아와서 연두한테도 면접에 관해 말해줬다.
엄청 궁금해했거든.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지원자가 없다 보니 자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귀여운 지원자가.
“엄청 귀여웠대. 그런데 그 지원자가 남자였대.”
딱히 놀라지 않는 연두를 보고 반성했다.
귀여운 지원자라 들었을 때 당연히 여자일 거라 생각한 건 내 편견이었구나 하고.
그래도 양해해 주길 바란다.
‘주위에 워낙 귀여운 아이들이 많아서 그래.’
연두를 포함해서 시은이와 레나, 유리, 지우, 월이……
하나하나 셀 수도 없다.
주연이랑 예림이, 아람이도 내 눈에는 귀여운 녀석들이고.
반면에 주위 남자를 떠올리면 우영이, 연두 친구 민우, 아직 철원에 있는 동한이, 근육맨 인덕이……
‘물론 귀엽지.’
허나 다른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일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연두는 호기심을 보였다.
“엄청 귀여웠어여..?”
“그게.. 아빠는 못 봤어. 오늘 면접에 안 왔거든.”
“왜, 왜요?”
“그러게. 왜일까?”
빙긋 웃으며 나는 얘기했다.
“그래도 엄청 귀엽지 않을까?”
근거는 하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우씨가 그렇게 말했다.
귀여운 지원자라고.
남자가 남자한테 귀엽다고 한다?
그건 보통 귀엽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써 본 적 없으니까.’
한 번씩 우영이를 보고 ‘짜식, 귀엽네.’ 정도로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입 밖에 뱉은 적은 없다.
그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상당히 불쾌한 일이니까.
그래서였다.
그 지원자는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귀여울 거다.
“궁금하다..”
“아빠도. 연두는 어떨 거 같아? 그 지원자가 면접을 보러 올까?”
정말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있었던 일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으니까.
왜 오지 않았는지.
아니, 애초에 오늘 명단에도 그 지원자는 없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오늘 누락된 인원 또한 없었으니 말이다.
“올 거에여..”
“응?”
“꼭 올 거에여!”
“정말?”
“네! 그 귀여운 지원자는 스튜디오 초록에서 일하고 싶을 거니까..!”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
연두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때면 신기하게도 진짜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근거가 없더라도.
꼭 연두의 말이 근거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이 찾아왔다.
연두를 데려다주고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왜인지 우영이가 모니터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의 눈을 모니터에 박고 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내가 온 것도 모를 정도다.
“우영아.”
그제야 고개를 돌린다.
“왔어요?”
“응.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봐?”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우영이는 말했다.
“오늘은 우리 팀부터 먼저 면접 들어가도 되죠? 어제는 형 팀이 먼저였으니까.”
조금 뜬금없었다.
순서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 나는 대답했다.
“뭐, 상관없지. 그런데 왜?”
옆에서 표식씨가 웃으며 대신 말을 받았다.
“우영님을 아주 자극시킨 지원자가 있거든요. 오늘 첫 타임에.”
그 말에 나는 우영이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니터에 떠오른 포트폴리오 속 그림을 보는 순간에 전부 납득할 수 있었다.
우영이가 보인 반응을.
얼마 후에 팀원들이 전부 출근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지원자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보자마자 알았다.
어제 면접을 통틀어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귀요미 지원자가 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