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914)
914화. 선배
조금은 후회했다.
합불과 상관없이 흥미가 동하는 포트폴리오였으니까.
‘같은 타임에 모인 것도 신기하네.’
셋 다 마음에 들었다.
둘 아니었냐고?
홀린 듯 두 번째 포폴을 감상하다가 방금 막 세 번째 포폴도 확인한 참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의 임팩트를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포트폴리오였다.
특히나 마음이 동한 건 마지막 그림이었다.
‘예리를 그렸어.’
내가 면접관이었다면 반드시 언급했을 거다.
뭐, 괜찮았다.
나는 팀원들을 믿으니까.
팀원들의 방식으로 지원자가 우리 작화팀에 어울리는 인재인지 가늠했을 거다.
면접 시간을 다 채우고 미팅룸 문이 열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했어요.”
이어서 나도 지원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수고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작화팀을 나서는 지원자들.
왜일까.
처음으로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뒤이어 미팅룸에서 나오는 팀원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우영이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고, 경우씨는 특유의 웃음을 짓고 있고, 표식씨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심지어 도연씨조차도 고개를 든 채로 면접관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어땠어요?”
하나씨가 모두를 대신해서 물음을 건넸다.
나도 숟가락을 얹었다.
“포폴의 주인이 누구였어요?”
나는 그 정도조차 모르고 있었다.
알 턱이 없다. 지원자들과 통성명도 하지 않았으니.
따라서 궁금했다.
내 물음에 답한 건 경우씨였다.
“초록님이 첫 번째로 보신 포폴 주인은 그 친구예요.”
“그 친구요?”
“귀여운 친구요.”
나와 도연씨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럴 만도 했다.
그 친구가 설마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테니.
“나이는요?”
“스무 살이요. 그러니까.. 우영님이랑 동갑인 거죠.”
“.. 와.”
심지어 스무 살이었다.
그림에 있어서 우영이는 특별했다.
특별한 만큼 우영이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적어도 아직까지 본 적 없어.’
내가 아는 스무 살 중에 우영이는 가장 뛰어난 스무 살이었다.
그 자리를 위협할 만한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아, 참. 혹시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군대도 면제래요.”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었는데.
사실 군입대는 내가 팀원을 뽑는 데 있어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합격될 사람이 군 문제로 불합격이 된다면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사실 그게 이유는 아니고.’
나는 그 정도로 인격자가 아니었다.
그럼 이유가 뭐냐고?
간단했다.
주연이가 속한 걸그룹과 달리 ‘스튜디오 초록’은 1년 2년 지속될 팀이 아니었다.
끝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걸 생각하면 1년 6개월이란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손해라는 거지.’
입대를 한다는 이유로 인재를 놓친다면 그건 지원자보다도 내 손해였다.
물론 아쉽긴 했다.
입대 기간 동안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우영이가 군대를 가야 하는 것도 아쉬웠다.
‘별개의 문제지.’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영이를 작화팀에서 나가라고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건 내 손해다.
설사 우영이가 내가 아끼는 동생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였다.
“왜죠?”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면제가 된 이유가 뭘지.
“아버지께 간 이식을 해 드렸대요.”
생각지도 못한 이유에 말문이 막혔다.
간 이식.
죽지는 않지만 커다란 후유증을 동반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홈스쿨링으로 했고요.”
인간 대 인간으로 리스펙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 포폴은요? 바스키아 화풍의 포폴.”
“역시 바로 알아보시네요.”
표식씨가 웃으며 말했다.
“신해수씨 포폴이었어요. 그 친구도 스무 살이었고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대체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 바스키아 그림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긴 하지만 다른 걸 못 그리는 친구는 아니에요. 애초에 전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니까.”
“하하..”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다른 그림을 못 그릴 수가 없으니까.
“그럼 두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했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의견이 일치할 거라 생각하는데……”
“합격이죠.”
우영이가 일축했다.
둘 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이견은 없는 모양이다.
확실히 그랬다.
‘이걸 어떻게 떨어트려.’
어느 정도 결격사유를 감수하고라도 데려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결격사유도 없었다.
그와 별개로 팀원들의 판단이라면 전적으로 존중할 생각이지만.
탈락이었어도 존중했을 거냐고?
‘…… 해야지.’
그래도 대화를 많이 나눠볼 거 같다.
포폴 퀄리티를 감안하고도 탈락을 줄 만한 결격사유가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랬다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우영이가 싸움닭으로 변신하지 않았을까.
이제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지원자는 어땠나요?”
조금 생각하다가 표식씨가 말했다.
“그나마 마지막 지원자가 이견이 생길 여지가 있을 거 같은데……”
그때였다.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영이가 입을 뗀 건.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의외였다.
앞선 지원자들과 달리 우영이가 좋아할 만한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든다는 표현은 우영이에게 있어서는 최상급 표현이었다.
그래서일까.
“잠깐만요.”
경우씨가 말을 얹었다.
“조금 곤란한데요, 우영님.”
“뭐가요?”
“이렇게 마음이 맞아서야 곤란하다고요. 으하하!”
표식씨가 씩 웃으며 말한다.
“저도 동감입니다.”
실소를 흘리는 우영이.
아무래도 최소 세 명의 식구가 늘어날 거 같았다.
***
툭.
윤서준, 신해수, 김동혁.
세 명의 지원자가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 푸하아.”
참았던 숨을 내뱉고서 해수가 말했다.
“진짜 떨렸어요. 그쵸오.”
“맞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겠어요. 청심환도 먹었는데……”
둘은 진심으로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첫 면접이다 보니 데이터 자체가 없었으니까.
“예상 답변도 준비해 갔는데 막상 질문받으니까 머릿속이 하얘져서..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어요.”
“헐.. 서준님도요?”
그러다 둘의 시선은 옆에 있는 김동혁을 향했다.
“동혁님.. 진짜 멋있었어요..”
“맞아요.”
서준은 꾸벅 인사하기까지 했다.
“면접에 대해 한 수 배웠습니다! 이번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아!”
동혁을 향하는 두 사람의 시선.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동혁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거의 폭소였다.
“푸하하! 하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 자체가 웃음을 자아냈으니까.
냉정하게 생각할 때 자신은 떨어질 확률이 무척 높았다.
포폴 자체도 평범의 범주에 속한다.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앞선 두 비범한 포폴을 보고 자신의 포폴을 봤을 때 아무런 임팩트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오히려 초라함을 느꼈겠지.
면접 경험은 많았다.
따라서 면접 도중에도 어느 정도 합불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조금 경우가 다르긴 했다.
‘생각보다 질문을 많이 받았어.’
허나 그건 면접관으로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동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절대 떨어질 확률이 없는 두 사람이 자신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그게 100% 진심이다.
‘.. 곤란하네.’
이러면 미워할 수도 없었다.
동혁의 시선에 두 어린 천재는 진심으로 귀여웠다.
첫인상부터 그랬다.
그런 둘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한편 고개를 든 서준과 해수의 얼굴에는 아리송함이 떠올랐다.
‘.. 왜 웃으시지?’
그런 의문이 담긴 표정이었다.
둘을 바라보며 동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제가 멋있었나요, 면접 후배님들?”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제가 볼 때는 후배님들도 멋있었어요. 면접이 처음인 거치고는 아주 똑 부러지게 잘 말하던데요?”
“.. 정말요?”
“네. 진심이에요.”
합불에 대해 떠드는 건 의미 없었다.
이 상황에 여러분은 붙었고 나는 떨어질 거라는 말을 하는 것만큼 없어 보이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이 정도는 말해주고 싶었다.
충분히 멋있었다고.
“근데.. 동혁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이요.”
“헉!”
둘 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혁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반응은 익숙했으니까.
‘봐. 이렇게 솔직하잖아.’
동혁은 성숙해 보이는 편이었다.
달리 말하면 원래 나이보다 조금 더 들어 보인다는 뜻이다.
해수가 멋쩍게 웃으며 얘기했다.
“오, 오빠였네..”
“왜요? 더 먹은 줄 알았어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구……”
반응이 재미있었다.
둘 다 순수해서 반응을 보는 게 귀여웠다.
“근데 오빠의 기준이 뭔데요?”
“띠동갑까지는 오빠라 부르는 거라고 하던데요?”
“하하.. 아슬아슬하게 걸쳤네요.”
그러자 서준이 슬쩍 말한다.
“저, 저도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니면.. 형님?”
“물론이죠. 편하게 형이라 불러요.”
“.. 네. 동혁이형.”
그러고선 뭐가 좋은지 혼자 웃는다.
진짜 장난 아니게 귀엽네, 이 친구.
동혁은 말했다.
“아, 두 사람 다 떡볶이 좋아해요?”
그냥 헤어지기는 뭔가 아쉬웠다.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향해 동혁은 얘기했다.
“면접 뒤풀이 겸 떡볶이 먹고 갈래요? 물론 면접 선배인 제가 사는 거로.”
“헐……”
“정말요? 그래도 돼요?”
씩 웃으며 동혁이 말했다.
“당연하죠. ‘선배’인데.”
오늘 하루 정도는 부려도 되겠지.
선배부심.
동혁이 앞장서고 서준과 해수가 병아리처럼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동혁은 몰랐다.
둘과의 관계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사실을.
***
어느새 면접은 절반 이상이 진행됐다.
“후..”
나름 순조로웠다.
두 번째 날의 임팩트를 뛰어넘는 지원자는 없었지만 마음에 드는 지원자들이 간간이 등장했다.
따라서 고민이었다.
합격의 기준선을 어느 정도로 잡는 게 좋을지.
‘너무 널널하면 곤란해.’
팀 인원을 대폭 늘릴 생각은 없다.
너무 큰 변화는 혼란을 야기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따라서 아직 합불을 정해두지는 않았다.
면접이 모두 끝난 뒤에 최종적으로 고민해서 정해도 늦지 않으니까.
달칵.
연두튜브도 순조롭게 여행 시리즈가 올라가고 있었다.
벌써 다섯 번째 시리즈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연두의 부산 여행 다섯 번째 시리즈!(K-갈매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웃 터졌네 ㄹㅇ
└갈매기 캐리다 이건.
└초록님 오해받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과자도 없는데
└왜 유리가 더 놀라는데 ㅋㅋㅋㅋ
└유리 뛰어다닐 때 진짜 육성으로 터짐.
-유리 손들었다가 갈매기한테 습격당할 때 공습경보 브금 타이밍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
└진짜 완벽하다.
└내가 세 봤는데 ‘갈매기 주제에’에서 ‘갈매기님’으로 바뀌는데 20초도 안 걸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리 도망갈 때 진짜 웃다가 울 뻔함. 이 정도로 웃은 거 손에 꼽는 듯.
└진짜 방송쟁이 아니냐, 이 정도면.
└ㅇㅇ 예능감 미쳤음. 근데 그걸 의도하지 않고 만들어냄.
└그게 리얼 천재지.
확실히 그때 갈매기 예능감이 장난 아니긴 했지.
영상에 그대로 담겨서일까.
댓글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끝났네.’
부산 여행 시리즈는 7편으로 완결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타이밍에 나도 올려줘야 할 게 있었다.
바로 원스타그램에 들어갔다.
“흐흐.”
최적의 타이밍에 원스타에 업로드하기 위해 아껴둔 사진.
그렇다.
바로 연시레지유월의 ‘인생네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