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초고속 매진
새롭게 변모했을 이든에 대한 기대감 속에 나는 마우스를 클릭했다.
달칵.
혹여나 기대 이하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개선안을 낸 건 나지만, 직접 개선하는 건 내가 아니었으니까.
부디 요구한 부분들이 잘 반영되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파앗.
긴장감 속에 화면에 ‘이든’의 홈페이지가 떠올랐다.
첫 화면을 보자마자 옆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우아…”
다름아닌 연두가 내는 감탄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을 보는 나도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전 사이트는.’
첫 화면이 눈에 들어왔을 때부터 숨이 턱턱 막혔다.
어둡고 칙칙했던 데다가, ‘Eden’이라는 글자만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 으스스한 느낌까지 들었으니까.
처음 뜨는 화면부터 별로인데 쇼핑몰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왜 첫인상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따라서 개선안을 작성할 때 내가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첫 화면이었다.
‘배경색부터 폰트색과 크기까지.’
첫 화면은 거의 모든 부분을 손댔다고 봐도 무방했다.
솔루션업체가 그 모든 사항들을 충실하게 반영해주기를 바랐고.
지금의 나는 그렇게 개선된 첫 화면을 보고 있었다.
‘..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네.’
어둡고 칙칙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강렬히 박혔던 이전 사이트.
그때와는 다른 의미로 인상적인 첫 화면이었다.
그야, 내가 커스터마이징을 요청한 모든 사항들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었으니까.
우선 과도하게 크던 ‘Eden’이라는 폰트는 적당한 크기로 줄어든 상태였다.
개선안에서 정확히 명시해 놓은 크기 그대로였다.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색감이 잘 구현됐다는 게 가장 컸다.
처음에 이 사이트를 개선해야겠다고 판단했을 때, 바로 떠오른 색감이 있었다.
‘파스텔톤.’
파스텔톤의 색을 이해하는 건 간단했다. 일반적인 색상에 흰색을 섞은 색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노란색에 흰색을 섞은 연노랑. 보라색에 흰색을 섞은 연보라.
큰 범주에서 보면 전부 파스텔풍의 색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징 또한 간단했다.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는 것.
사실 다른 키즈쇼핑몰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존재했다.
‘너무 튀었지.’
예쁘게 만들려는 욕심이 컸던 건지, 너무 튀는 색깔들로 꾸민 거 같았다.
게다가 각종 광고에 팝업창까지 뜨니 정신이 없었다.
인터넷쇼핑의 장점은 화면을 통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건데.
사이트를 그렇게 강렬한 색깔들로 디자인한다면 눈이 금방 피로해질 우려가 있었다.
‘오래 옷을 구경하지 못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파스텔풍의 색을 이용하는 거였다.
색감이 따스하고 예쁘면서도, 오래 봐도 눈이 부담스럽지 않은.
또한 파스텔톤으로 꾸밀 때의 장점이 더 있었다.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쉽게 말해 색 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었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파스텔풍의 색깔들이 존재했으니까.
그러한 색상을 조합해서 디자인하면 적어도 실패할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색 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나라면 실패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이든’은 엄청나게 예쁜 키즈쇼핑몰로 변모한 상태였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내가 본 그 어떤 키즈쇼핑몰보다도 더 예뻤다.
설사 내 감상이 틀렸다 해도, 이전의 ‘이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건 확실했다.
흐뭇해진 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연두야?”
지금까지도 연두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빠아..”
“응.”
“이거 이드니에요..?”
“하하, 연두가 보기에는 이든 아닌 거 같아?”
그제야 연두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전에 본 이든과는 완전히 다른 사이트라 봐도 무방했으니까.
단지 색감과 폰트 크기를 바꾼 것뿐인데, 체감되는 변화는 천지 차이였다.
“맞아, 연두야. 이든.”
확인시켜주는 내 말에 연두의 입꼬리가 가늘게 올라갔다.
그리고선 연두는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아빠눈…”
“응?”
“아빠눈 천재에요..!”
“하하, 왜 그래, 연두야. 아빠 쑥스럽게.”
“다 예뻐저요. 아빠가 구러케 만드러요.. 연두투브도, 초상하도, 연두도, 구리고 이드니도..!”
갑작스레 쏟아지는 연두의 칭찬.
괜히 낯간지러운 기분이다.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일었다.
‘연두가 바랐던 거니까.’
몇 번이고 연두는 이든을 예쁘게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연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180도 바뀐 ‘이든’의 모습을.
“너무 예뿌다…”
그 바람이 이루어져 다행이었다.
나는 마우스 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이트의 바뀐 모습을 확인했다.
첫 화면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빠! 연두색 엄청 마나요..!”
“하하, 눈치챘구나?”
나는 연두색을 사이트의 전체적인 베이스가 되는 색감으로 선택했다.
물론 연두색도 파스텔풍 색깔 중 하나였다. 초록색에 흰색을 섞은 색이니까.
따라서 색 조합을 고려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개인적인 사심도 조금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왕 파스텔풍으로 꾸밀 거라면 좋아하는 색으로 꾸미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고, 동시에 연두도 좋아하는 색상으로 말이다.
그게 바로 연두색이었다.
‘최선의 선택이었어.’
색감이 이렇게 잘 어우러질 거라고는 솔직히 나도 예상 못 했다.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 나온 거 같았다.
이 정도면 볼 낯이 있겠네. 범재 아버지.
***
위이이잉.
핸드폰 진동이 엄청나게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의 범인은 바로 주연이를 포함한 고딩 녀석들이었다.
-연두바라기!(5)
단톡방 이름은 언제 이렇게 바꿔놓은 거지?
물론 나도 연두바라기니까 딱히 작명에 불만은 없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단톡방을 클릭했다.
맨 위의 채팅을 보니 처음에 화제를 던진 건 이번에도 범재인 거 같았다.
방금 통화했는데 금세 단톡방에 무언가를 올린 모양이다.
오범재 : 이거 보셈 ㅋㅋㅋ 주원이 형이 우리 쇼핑몰 디자인해줌. www.eden……
채팅의 끝에 범재가 남긴 링크는 ‘이든’의 주소였다.
클릭하면 자동으로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범재의 채팅 아래에는 나머지 녀석들의 채팅이 쭉 이어져 있었다.
하주연 : 와, 대박… 쇼핑몰이 뭐가 이렇게 예뻐…?
오예림 : 그니까.. 인터넷쇼핑몰 보고 감탄 나온 건 처음이야. 색감 미쳤자나…
조동건 : 주원이행님은 진짜… 할 말이 없다. 손 대는 거마다 작품을 만들어버리시네.. ㄷㄷ
오예림 : 인정. 진짜 아저씨 미적감각… 부럽다 ㅠㅠ
조동건 :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ㅋㅋ 사실 하주연을 예쁘게 그렸을 때부터 입증된 셈이잖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신 거니까.
하주연 : 아오… 조동건 너 죽을래, 진자아야ㅑ나느ㅇ,나!!!
채팅에서 주연이의 격한 분노가 느껴졌다.
이 둘은 언제 봐도 앙숙인 건 변함없는 거 같다.
‘그런데 싸우는 거 같지가 않단 말이지.’
분명히 싸우는 게 맞는데도 달달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끼어들었다.
이주원 : 그만 싸워, 얘들아. 싸우면 너희 엄청 티 난다.
내 말에 녀석들이 빛의 속도로 채팅을 쏟아냈다.
오예림 : 오오옹! 주인공 오셨다!!
오범재 : 형! 저도 오늘부터 하주연이랑 같이 절 올릴게요.. 진짜 감격했습니다.
조동건 : 오랜만입니다, 행님! 근데 뭐가 티 난다는 말씀이시죠?
이주원 : 동건이 너랑 주연이. 서로 좋아하는 거.
내 채팅의 여파는 엄청났다.
조동건 : ?????????
하주연 : 아,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이 멍청이를 제가 왜 좋아해요!!
조동건 : 멍청이? 전쟁선포냐? 너 이번 수학시험 성적 발설해?
하주연 : 아 진짜 뒤진다! 적당히 하라고..
오범재 : 어휴, 이 ㅅㄲ들 또 사랑싸움 시작이네.
그래, 바로 이거다. 범재가 정곡을 찔렀네.
자연히 두 녀석의 화살이 범재를 향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나는 살며시 빠져주기로 하자.
낄 타이밍과 빠질 타이밍을 아는 것. 처세술의 기본이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의 반응을 보니 더 확신이 갔다.
새롭게 탈바꿈한 ‘이든’이 내 눈에만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만약 그랬다면 범재가 링크를 올린 뒤로 단톡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하지 않았을까.
‘사이트가 준비됐으니.’
이제는 업로드해도 될 거 같았다. ‘이든’의 소개영상을.
***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이든’을 확인한 건 어제저녁이었다.
사이트가 준비됐으니 소개영상을 바로 업로드할 생각이었다.
편집이 완료된 영상도 준비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미뤄졌지.’
저녁에 범재의 아버지 오준석에게 전화가 걸려와 대화를 나눴다.
사이트를 예쁘게 꾸며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가 건넨 부탁 하나.
바로 소개영상 업로드를 조금만 미뤄달라는 부탁이었다.
‘개선 직후인 만큼.’
사이트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거 같았다.
물론 그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무래도 소개영상을 올린 후에는 홈페이지의 접속자가 증가할 테니까.
옷을 사려는 구독자도 있을 테고, 호기심에 들어가 보는 사람도 많겠지.
갑자기 접속자가 급증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연두튜브가 비난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준비되지도 않은 쇼핑몰을 생각 없이 소개한 게 되어버리니까.
옷이 예쁜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따라서 영상을 올리기 전, 부정적인 변수는 가능한 한 전부 없애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그 모든 변수가 사라졌다는 연락이 왔다.
범재의 아버지 오준석에게 전화가 걸려왔으니까.
여러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요점은 하나였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소개영상을 올려주셔도 될 거 같아서요. 물론 주원 씨가 편하실 때요.’
하룻밤 사이에 연락이 온 걸 보면, 생각보다 빨리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웹사이트의 서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건 내 분야가 아니었으니까.
‘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물음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안전장치였다.
혹여나 위험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을 내포한 말.
이런 내 질문에 오준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주원 씨한테는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네요. 홈페이지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꼭 보답하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범재한테도 얘기했지만 제가 좋아서 도운 건데요.’
그렇게 훈훈하게 오준석과의 통화가 종료됐다.
꽤 길었던 대화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는 그의 말이었다.
그야, 확신이 없이 걱정 말라는 얘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
‘길게 알고 지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판단한 오준석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는 연두튜브에 소개영상을 업로드했다.
[연두의 간이 패션쇼!(feat. 작업실)]언제나 그렇듯 제목은 심플하게 정했다.
제목에는 의도적으로 ‘이든’을 명시하지 않았다.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한두 시간 정도 흘렀나.’
나는 영상을 업로드한 후, 바로 편의점으로 출근한 상태였다.
시계를 보니 대략 한두 시간 정도가 흐른 거 같았다.
손님도 끊겼으니, 이쯤에서 연두튜브의 반응을 확인하는 게 좋을 듯했다.
‘묵혀뒀다 보는 재미가 있다니까.’
이 정도면 벌써 엄청나게 많은 수의 댓글이 달렸을 것이다.
첫 소개영상인 만큼 어떤 반응일지 무척이나 기대가 됐다.
그렇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데.
위이이잉.
손 위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발신인 : 오준석
범재의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왜 전화하신 거지? 또 무슨 용건이 있는 건가?
‘하긴.’
어느새 영상이 올라간 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났으니.
그동안 쇼핑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지도 몰랐다.
접속자가 늘어났다거나, 옷이 많이 팔렸다거나.
‘.. 잠깐.’
그런데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부정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그게 오준석에게 연락이 온 이유라면 큰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원 씨…”
평소 오준석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 무슨 일이시죠?”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한 모든 걱정을 불식시키는 한 마디가.
“전부 팔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