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3
103
‘이 미친 영감탱이가?’
욕지기가 나오게 만드는 인물.
아무리 돈과 권력에 미쳤다고 해도.
백한성을 이무기 먹이로 던질 생각을 하다니.
이건 정말 미친 늙은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인간이 정치판을 휘두르고 있으니.
세상이 똑바로 돌아갈 리가 없을 터.
“당장 멈춰! 백 팀장님을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 좋을 거다. 아니면 너희 모두를 내가 이무기 먹이로 던져 버릴 수도 있다.”
화가 나서 그만 으름장을 놓았다.
만일 백한성을 정말 호수로 던진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찌 나올지 모른다.
신력을 이용한다면 이곳의 모두를 죽일 수도 있는 일이기에.
“허어!”
그러자 나의 으름장이 통한 건지.
늘어진 백한성의 위아래를 잡고 호수로 던지고자 했던 사내들이 일순 동작을 멈추고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구정렬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구정렬은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이내 사내들에게 재차 지시를 내렸다.
“쯧쯧! 다들 저딴 애송이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얼른 천룡님께 제물이나 바치도록 해라!”
“네! 어르신!”
호숫가의 소란에 이무기가 반응을 보였다.
마령 3호의 기운이 스민 이무기가 거대한 동체를 일렁거리며 먹잇감을 받아먹으려는지 이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휘리릭! 풀쩍!
백한성이 움직였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축 늘어진 상태였던 백한성이 붙잡고 있던 사내들을 떨치듯이 허공으로 번쩍 공중제비를 해서는 사내들 손아귀에서 감쪽같이 벗어났다.
‘역시!’
갑작스러운 사태에 나는 그제야 백한성이 지금까지 연기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한편으론 나를 속일 정도로 연기가 아주 그럴싸했다.
하긴 선계의 해결사였던 백한성이 저리 쉽게 구정렬에게 당한 것이 이상한 일이긴 했다.
“허억! 저, 저놈이?”
구정렬의 눈이 동그래졌다.
약을 탄 차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고 여긴 백한성이었는데 그것이 속임수였던 것임을.
“오셨습니까?”
게다가 그런 백한성이 나를 향해 공손히 예의까지 갖추는 모습을 보이자 구정렬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만조의 실세라고 여겼던 백한성이 누구에게 저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이유가 딱 하나일 터였다.
‘저놈이 만조의 오너였다고?’
나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이 보이는 구정렬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한성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제가 적시에 도착했군요.”
“그렇습니다. 호수 안에 숨어 있는 마령 3호를 끌어내기 위해서 약간의 연기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배우를 하셔도 되겠어요. 저도 감쪽같이 속았거든요.”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구정렬은 이를 뿌득 갈아 댔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영역이다. 그가 지시만 내리면 즉각 따르는 하수인들이 함께 있다는 것에 구정렬 눈에 살기가 일렁였다.
“얼른 저놈들을 처리해라! 천룡님께 바칠 제물이 더 늘어났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사내들에게 우리의 처리를 지시한 구정렬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구정렬은 만조의 숨겨진 오너가 나라는 것을 알고는 탐욕을 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나와 백한성을 이무기 먹이로 던져 주고 만조의 자산을 몽땅 그가 차지할 속셈이 분명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풍덩!
안 그래도 이곳에 등장한 이무기에 흥미를 갖고 있던 까미가 구정렬이 저리 사악하게 나오자 호수로 뛰어든 것이다.
츠르르르륵!
그러자 까미가 호수로 뛰어든 것에 이무기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녀석을 흡입하고자 나왔다.
‘까미가 마령 3호를 제압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선계에 속한 흑랑의 피를 물려받은 영물 까미였지만 이무기는 보통 이무기와는 달리 마령 3호의 기운이 스며든 마물이라는 것이다.
스윽!
백한성이 나를 쳐다봤다.
이곳에서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까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백한성이다. 하지만 이무기와 까미의 체급이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에 다소 걱정이 되는 기색이다.
“까미가 이무기를 상대하려나 본데 어쩌시겠습니까?”
“한번 지켜보죠.”
나는 백한성의 말에 침음을 삼키며 이무기를 향해 개헤엄을 치면서 호수 중앙으로 나아가는 까미를 쳐다봤다.
하아아악!
고양이 누리는 까미와 함께 호수로 뛰어들지 않고 초록색 눈알을 번득이며 하악질만 해 댔다.
항상 까미와 함께 움직였던 녀석이 이번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은 것은 결코 겁을 먹어서는 아닌 듯싶었다.
고양이 누리도 본능적으로 이번 싸움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님을 간파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신력을 올릴 신체적 징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다소 여유를 갖고 까미를 지켜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분위기처럼 보이나 까미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저딴 개새끼가 감히 천룡님을 상대하려 들다니! 죽고 싶어서 아주 환장했구나!”
하지만 구정렬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가지고 까미를 아주 개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저놈들이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잘 지켜라! 개새끼가 죽고 나면 저놈들도 천룡님의 먹이로 던져 줄 것이니 말이다.”
구정렬은 까미가 결코 이무기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지 사내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을 에워싸도록 지시했다.
바로 그때였다.
푸아아아아악!
갑자기 이무기와 가까워진 까미의 덩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거대하게 변한 것이다.
선계의 흑랑.
성견에 이른 흑랑의 크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 까미는 본래 모습보다 거의 열 배로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상태였다.
‘그래서 내게 신체적 징조가 나타나지 않았던 걸까.’
까미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마령 3호의 제압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요정의 샘물.
아무래도 샘물이 까미의 각성을 촉진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이무기가 까미의 변화에 당황했는지 경계하듯이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괴음을 쏟아 냈다.
크어어어엉!
까미가 그런 이무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꽈직!
선계의 흑랑을 어미로 둔 까미는 태생적으로 겁이 없다.
게다가 지금 덩치가 커져 이무기와의 싸움이 제법 할 만했다. 까미는 아주 신난 기색이다.
녀석은 이무기를 상대하는 일을 놀이로 즐기는 눈치다.
또한 지금 까미의 변화는 각성.
전투 의욕이 들끓고 있는 상황.
크아아아악!
그러자 까미에게 선제공격을 당한 이무기의 동체의 한곳에서 시퍼런 핏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무기는 고통에 겨운 나머지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요동을 쳐 댔다.
휘리릭! 콰직! 우드드득!
까미의 공격은 살벌했다.
이무기의 거대 동체를 마치 나무를 기어오르듯이 껑충거리며 올라타서는 발톱과 이빨을 무기처럼 사용했다.
발톱으로 이무기 표피를 짓이기고 이빨로 이무기 동체를 물어뜯기를 반복했다.
덩치가 불어나면서 힘도 몇 배로 강해진 까미.
발톱과 이빨은 두꺼운 철판도 뚫어 버릴 정도였다.
크아아악! 츠아아악!
까미의 공격에 이무기도 공격에 나섰지만 날랜 까미를 잡지 못하고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마치 날개가 달린 개처럼 여겨질 정도.
까미를 동체로 둘둘 말아 뼈를 우그러뜨리고 싶었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자 포악한 성질머리만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철썩! 촤아아아! 철썩!
아주 난장판이 아닐 수 없다.
거대 덩치 이무기가 까미에게 물어뜯길 때마다 파도가 쳐서 호수 수면이 철썩철썩 난리도 아니다.
마령 3호의 기운을 품은 이무기.
구정렬이 천룡님이라고 신처럼 섬기던 이무기가 까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어찌…… 저런 일이?”
구정렬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까미가 처음에 호수로 뛰어들었을 때는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새카만 개새끼라면서 비웃어 댔다.
그랬는데 신처럼 섬겼던 이무기가 까미의 공격에 이제 걸레짝처럼 변하여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러 대기에 급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반면 까미는 지친 기색이 없다.
시뻘건 눈알에서 레이저가 쏘아지고 있는 흉흉한 분위기였고, 심지어 이제는 이무기의 목덜미에 이른 까미가 그곳을 덥석 물어뜯었다.
“아, 안 돼…….”
머리와 동체를 이어 주는 이무기의 목덜미.
그곳에 마령 3호의 핵이 숨겨져 있음을 간파할 리 없었지만. 구정렬은 본능적으로 저곳이 이무기의 치명적인 급소라고 여겼기에 안색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우드드드득!
결국 이무기의 목덜미가 까미에 의해 뜯겨져 나왔다.
그러더니 그곳에 반짝이는 것이 드러났다.
구슬 같은 작은 돌멩이.
그걸 발견한 까미가 돌멩이를 입에 물었다.
까미가 그제야 이무기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철푸덕!
처얼썩!
마령의 핵이 사라진 이무기.
쓰임이 다한 탓에 거대 동체인 이무기가 호수 수면에 널브러지듯이 쓰러졌고, 그로 인하여 호숫가로 한바탕 거센 파도가 일고 말았다.
반면, 까미는 널브러진 이무기 주위를 벗어나고자 호숫가로 개헤엄을 치면서 기어왔다.
덩치는 커도 개헤엄은 여전했다.
그러고는 호숫가로 올라선 까미.
물에 흠뻑 젖은 까미가 내 앞에 이르자 물고 있던 반짝거리는 돌멩이를 내려놓았다.
투욱!
나는 돌멩이를 거머쥐었다.
손안에 들어온 마령 3호의 핵.
그곳에서 팔딱거리는 마령 3호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콰지지지직!
핵을 박살 내 버렸다.
살려 둘 이유가 없었기에.
싸아아아!
핵이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이로써 마령 3호를 처리했다.
스르르르륵!
역할을 마친 까미가 본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한바탕 몸을 흔들어 젖은 물기를 털어 낸 녀석을 끌어안아 주었다.
“아주 잘했어! 최고야!”
까미를 애정 어린 손길로 쓸어 주었다.
녀석이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왕!
내 칭찬에 까미가 꼬리를 흔들어 댔다.
이무기를 상대했던 것.
그것을 신난 놀이로 생각했기에.
아주 흡족한 까미의 표정이다.
냐옹!
고양이 누리도 까미가 이무기를 처리한 것에 칭찬이라도 해 주듯이, 까미에게 다가와 꾹꾹이를 해 주었다.
“역시 까미로군요.”
백한성이 환하게 웃었다.
이무기와 싸울 때는 지옥의 전사처럼 흉흉했던 까미가 이제 다시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재미있는 눈치였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반면, 탐욕 덩어리 구정렬은 완전 넋이 나간 기색이다.
그만의 숨겨 놓은 비기.
그걸 잃어버린 것이다.
“으으!”
“크으!”
우리를 에워싸고 있던 사내들은 겁에 질린 기색으로 까미와 나를 쳐다봤다.
저만치 물러나 있는 경비들은 아예 패닉에 빠진 몰골이다.
만일 구정렬이었다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갔더라면.
구정렬 수족인 사내들은 몰라도 경비들은 호수의 이무기를 봤다는 이유로 죄다 먹이로 전락했을 것이다.
‘저들은 까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셈이지만 그걸 알 리가 없을 터.’
나는 호수로 고개를 돌렸다.
뒤처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령 3호의 핵이 사라지면서 수면에 널브러졌던 이무기의 동체도 연기처럼 자취를 감춘 것에 이제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꿈과도 같은 일로 처리될 것이다.
스윽!
나는 넋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구정렬을 쳐다봤다. 그동안 정치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구정렬이지만, 이제 정계에서 그의 입김은 더는 통하지 않을 터.
구정렬 집안과 천지그룹 주명태 회장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날 테니 말이다.
백한성에게 약을 탄 차를 마시게 하여 만조의 자산을 꿀꺽 삼키고자 탐욕을 부린 대가. 제대로 치르게 만들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