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4
104
그 전에 이곳의 뒷정리가 필요했다.
호수 주변에 설치된 CCTV는 죄다 먹통일 터.
구정렬은 이무기에게 백한성을 먹이로 던질 생각에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세상에 비밀로 하고자 했을 테니 말이다.
“사, 살려 주십시오!”
“으윽!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나는 하수인들과 경비들을 한곳에 모아 놓았다.
다들 지은 죄가 있다 보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조아린 채 살려 달라고 빌어 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는 구정렬은 여전히 정신이 나간 표정이지만.
백한성이 이들에 대한 처리를 나와 상의했다.
“저 늙은이는 그냥 둬도 알아서 입을 다물 테니 상관없지만, 하수인들과 경비들은 호수에서 벌어진 소동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입을 틀어막는 것이 좋을까요.”
“이무기가 사라졌으니 먹이로 던져 주기는 그렇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우리의 살벌한 대화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하수인들과 경비들의 안색이 더욱 파리 하게 변해 갔다.
게다가 이들의 앞에는 이무기를 때려잡은 까미가 보란 듯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고양이 누리도 까미의 기세에 편승하여 하악질을 뿜어내면서 노려보고 있었으니 오금이 저릴 만도 했다.
배포가 약한 경비들은 이미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경비들을 내려다보며 혀를 차고 있던 내게 백한성이 다시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벌어졌던 소동을 꿈속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대표님이시라면 가능할 겁니다.”
“흐음, 그래요?”
고갤 갸웃거리는 나를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던 백한성이 방법을 알려 주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곳에서 벌어진 소동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싶은 이들을 지정하여 언령 발현을 행하시면 될 겁니다. 물론 신력 소모가 큰지라 자주 행하시면 문제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말이죠.”
“그렇다면 한번 해 보죠, 뭐.”
현실에서 벌어진 일을 꿈속의 장면으로 돌린다니 생각만 해도 아주 그럴싸한 방법이긴 했다.
물론 저들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떠벌리고 다닌다고 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긴 했지만.
‘언령 발현이라?’
말로서 정신과 행동을 제압하는 비법.
과연 정말 통할까 싶기도 했지만 백한성이 꺼낸 말이니 믿어도 좋을 터.
스윽!
나는 구정렬을 제외한 하수인들과 경비들을 한차례 눈에 담고서는 언령 발현을 시도했다.
“저들이 이곳에서 봤던 일을 꿈속의 일처럼 생각하게 만들어라.”
순간 내 말이 끝나자 하수인들과 경비들의 머리 위에 푸른빛이 반짝거리다가 사라졌다.
언령 발현이 통한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침이 되면 구정렬이 부리는 하수인들과 경비들은 호수에서 있었던 일들을 마치 꿈속의 장면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재미있군.’
이번 일로 내가 지닌 능력 중에서 새로운 한 가지를 알아내게 된 셈이기도 했다.
그때 백한성이 언령 발현이 끝나자 나머지 처리 문제를 언급했다.
“경비들은 그냥 보내도 괜찮겠지만 구정렬이 부리던 하수인들은 따로 손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구정렬의 지시로 숱한 악행을 저질러 왔을 테니 말이죠.”
“하긴 아까 호수에 이무기가 등장한 상황에서도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긴 했지. 그걸로 보아선 저놈들이 이무기의 먹이로 던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듯싶긴 하네요.”
“하수인들 처리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백한성이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구와 짧게 통화를 나누고 나서였다.
우르르-!
곧바로 이곳으로 사람들이 도착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의미. 구정렬이 부리던 하수인들처럼 그들도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었고 지닌 무위가 장난이 아닌 듯싶었지만, 눈빛에 사악한 기운이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백한성을 향해 공손히 예를 취한 그들이 구정렬이 부리던 하수인들이 찍소리도 못하도록 테이프로 입을 봉해 버렸다. 그러더니 하수인들을 근처에 세워 놓은 승합차로 끌고 가서 두 대에 나눠서 태웠다.
역시 백한성의 조력자답게 일련의 동작이 아주 깔끔하고 신속했다.
승합차가 이곳에서 떠났다.
부르릉-!
하수인들을 어디로 끌고 갈지 짐작은 되었다.
인성 개조를 위해 백한성이 준비한 섬에 데려갈 터.
그렇게 구정렬이 부리던 하수인들의 처리가 끝나자 나는 벌벌 떨고 있는 남은 경비들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오늘 너희는 여기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만 다들 꺼져라!”
경비들이 허둥지둥 이곳에서 떠났다.
범죄에 연루된 이들은 아니었기에 보내 주는 것이 좋았다.
“허으…….”
그러자 하수인들과 경비들이 처리되는 동안 정신이 돌아온 구정렬이 구조를 기대하듯이 집이 있는 방향을 슬며시 살펴봤다.
하지만 사방이 조용했다.
집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백한성을 호수의 이무기 먹이로 던져 줄 작정에 이곳에 상주하고 있던 고용인들을 죄다 며칠 동안 휴가를 보낸 것이다. 이제 이곳에 혼자뿐이라고 생각하자 구정렬이 체념한 기색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나, 나를, 어쩔 건가?”
“어쩌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경찰에 연락할 건가?”
“직접 심판할 생각이다.”
“그게 무슨…….”
“궁금해도 좀 참아. 곧 알게 될 테니.”
나는 냉담한 표정으로 구정렬을 노려봤다.
그러는 사이 백한성의 수족들이 주위로 다가왔다.
아까 승합차를 타고 왔던 이들에 비해서는 직급이 높은 편.
백한성이 그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늙은이를 집으로 끌고 가.”
“네! 팀장님!”
이곳은 구정렬의 집이다.
하지만 이제 적지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을 테니.
사내들이 패닉에 빠져 침까지 질질 흘리는 구정렬을 강제로 일으켜 세워 집이 있는 방향으로 끌고서 움직였다.
탐욕 덩어리 구정렬.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다.
백한성을 만조의 오너로 착각하여 만조의 자산을 꿀꺽 삼키고자 했던 것의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구정렬만이 아니었다.
천지그룹 주명태 회장.
구정렬의 자식 구도수 의원.
또한 박유리를 옥상에서 떠민 주사라까지.
죄다 굴비처럼 엮이게 될 테니 말이다.
“이제 주명태 회장과 구도수 의원을 이곳으로 불러들여 실토를 받아 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백 팀장님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었네요.”
백한성이 지닌 힘.
그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내 말에 백한성이 까미를 쳐다봤다.
구정렬까지 집 안으로 끌려가고 나자 아주 조용해진 호숫가에 까미는 고양이 누리와 함께 신난다고 이리저리 똥꼬 발랄한 기색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하긴 호숫가의 경치가 좋기는 했다.
백한성이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은 까미 덕분이죠.”
“인정!”
백한성 말에 나 역시 웃으며 고갤 끄덕여 주었다.
“이제 이곳의 일은 제게 맡기고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 사람에게 실토를 받아 내고 나서 곧바로 매스컴에 터트릴 작정이라 기자들도 이곳에 오게 될 겁니다.”
“그러죠. 아직은 사람들에게 내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잠시 후면 이곳에 주명태 회장과 구정렬의 장남 구도수가 찾아올 터. 그들에 대한 처리를 어떤 식으로 할지 궁금하긴 했지만 나에 대한 것은 세간에 비밀로 해야 할 테니 이번 일의 처리는 백한성에게 맡기는 것이 좋았다.
마령 3호.
그걸 소멸시킨 것으로 내 역할은 끝났다.
“까미. 누리.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이곳에서 충분히 놀이를 즐겼다고 여겼는지 까미와 누리는 순순히 나를 따라 차에 올랐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크게 들썩거릴 터.
* * *
한편 주명태 회장.
장인 구정렬이 오늘 백한성을 혼자 처가에 초대한 것에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넙튜에 올라온 주명태가 해결사를 사주한 내용으로 인해 현재 대중들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소란을 빨리 잠재울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대책으로 구정렬이 백한성을 만나고자 한 것일 테지만, 문제는 그를 쏙 빼놓고 단둘이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대체 장인어른이 무슨 꿍꿍이로 백한성을 혼자 부른 것인지 모르겠군.’
서재를 왔다 갔다 움직이던 찰나.
웅웅!
핸드폰이 진동음을 토해 냈다.
장인 구정렬이 문자로 보낸 연락.
[지금 당장 직접 운전해서 이곳으로 오너라. 중요한 할 말이 있다.]주명태 회장은 구정렬의 문자에 눈빛이 반짝거렸다.
“장인어른께서 백한성이 지닌 증거 자료를 무로 돌릴 방법을 찾아낸 것이 분명해.”
주명태 회장은 돌아가는 사태를 알 리가 없었기에 속으로 잔뜩 기대하게 되었다.
부르릉!
그리고 구정렬의 장남 구도수 의원.
그도 본가로 혼자 오라는 문자를 받고 차를 몰았다.
* * *
밤이 깊어 가고 있다.
구정렬의 집에 도착한 주명태 회장.
주차장에 들어설 때도 지키는 경비가 없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고갤 갸웃거리면서.
“응?”
거실로 들어선 주명태.
소파의 상석에 떡하니 자리한 백한성.
그를 발견한 주명태는 그제야 기분이 싸했다.
그런 거실의 소파 한곳에 구정렬도 있긴 하다.
초췌한 구정렬의 몰골에 주명태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장인어른!”
하지만 주명태의 방문에도 구정렬은 시선을 회피할 뿐이다.
그를 이곳으로 불러낸 인물.
바로 백한성이 한 일이었기에.
“구도수 의원이 곧 도착할 테니 소파에 앉으시죠.”
상석을 차지한 백한성에게 풍기는 기운.
압도적인 기운에 위축된 주명태가 그만 찍소리 못 하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는 사이.
장남 구도수 의원.
그도 이곳에 도착했다.
구정렬을 닮아 눈빛에 탐욕이 가득했다.
요즘 돌아가는 사태가 심각한 것에 대책을 세우고자 구정렬이 부른 것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이곳에 달려왔는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아버지! 이게 대체 무슨…….”
하지만 구도수라고 별수 있을까.
백한성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눌려 구도수도 찍소리 못 하고 소파에 앉았다.
집에 고용인들이 없으니 백한성 수족들이 차를 준비하여 거실로 내왔다.
실토제가 들어간 차.
백한성은 실토제를 마셔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소파에 자리한 셋은 다를 터.
“일단 이곳까지 왔으니 차를 들고 나서 다음 얘기를 진행하죠.”
차 쟁반에 놓인 찻잔은 4개.
각자 찻잔을 가져가고 이제 남은 찻잔은 하나.
그걸 백한성이 들고 입가로 가져갔다.
백한성이 차를 마시는 모습에, 그제야 세 사람도 안심하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차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실토제의 효력이 발휘될 터.
그렇게 모두가 차를 마시고 나서.
딩동!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백한성의 눈짓에 사내들이 문을 열어 주자.
우르르-!
카메라를 둘러멘 기자들과 방송국 리포터까지 이곳을 찾아왔다.
“이, 이게 대체 뭡니까?”
“하아, 방송국까지……!”
주명태 회장과 구도수 의원은 당황한 기색으로 백한성에게 항의하듯이 나왔지만, 모든 것을 체념한 구정렬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상석에 있던 백한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심한 시각임에도 급조되듯이 마련한 기자회견에 이렇게 참석해 주신 기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구정렬 어르신! 주명태 회장님! 구도수 의원님! 이 세 분이 왜 이곳에 모인 건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짐작하고 계실 거라 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기자님들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실토제가 들어간 차.
그걸 마신 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기대 만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