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5
105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주명태 회장님! 천지고 옥상에서 박유리 학생이 떨어진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기자의 질문에 주명태는 잡아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말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고 말았다.
“천지고 옥상에서 박유리 학생이 떨어진 것은 제 딸 사라가 벌인 짓입니다.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해결사를 사주하여 박유리 학생을 죽이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또한 그동안 제가 장인어른인 구정렬을 위해서 저지른 짓을 말씀드리면…….”
주명태의 실토에 구정렬과 구도수가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기자들과 방송국 카메라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저런 말을 실토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이번엔 기자가 구정렬에게 질문했다.
그 역시 주명태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백한성 씨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제가 만조의 자산을 꿀꺽할 생각에 부르게 된 거죠. 해서 약을 탄 차를 백한성 씨에게 마시게 한 후에 만조 자산을 넘길 것에 대해 미리 작성한 서류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사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백한성 씨는 서류를 읽어 볼 정신이 아니었기에 그냥 가리키는 곳에 사인을 했죠. 그러고 나서 백한성 씨를 호수에 끌고 가서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일이 이렇게 틀어지게 되었네요.”
구정렬은 눈물이 쏟아졌다.
속은 그게 아닌데, 입은 술술 실토해 대고 있으니.
그만 두 사람의 실토한 내용은 기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어서 구도수에게도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었고, 그도 두 사람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그동안 제가 정치 생활을 하는데 부친 덕을 단단히 본 셈이죠. 제게 불리하게 구는 이들에게는 협박해서 제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판을 짜고는 하셨죠. 만일 협박이 통하지 않는 이들은 부친께서 부리는 하수인을 통해 목숨을 빼앗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그리고 천지그룹 주명태 회장의 청탁에 뇌물을 받은 일도 숱하게 있고요. 심지어 경기도에 있는 별장에서 기획사 연습생들인 미성년자의 접대도 몇 번이나 있었죠. 애들 입막음을 시키느라 녹화까지 떠 놓은 상태이니 증거는 확실하게 있는 셈이죠.”
구도수까지 실토하고 나자 이제 상황은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다.
세 사람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기자가 묻지 않은 소소한 비리까지 나불대고 말았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영혼까지 탈탈 털릴 정도로 주명태, 구정렬, 구도수의 실토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백한성을 향해 기자가 질문을 했다.
“백한성 씨! 지금까지 세 사람이 실토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기자의 질문에 백한성이 품 안에 소지하고 있던 USB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방금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 줄 겁니다. USB 안에는 지금까지 세 사람이 이 자리에서 실토한 내용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들어있습니다. 세 사람이 저지른 짓에 대해서 엄격하게 법대로 처리를 바랄 뿐입니다.”
백한성의 말을 끝으로 이제 기자회견은 끝났다.
주명태, 구정렬, 구도수.
셋 모두 패닉에 빠져 있었다.
이제 이들의 앞에는 지옥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특히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구정렬도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실토한 이상은 이제 판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인생만이 아니라 아들의 정치 인생과 사위가 운영하던 천지그룹까지 죄다 망하게 된 것이다.
우르르-!
그때 검찰에서 파견한 이들이 안으로 들어와 세 사람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세 사람의 실토에 이어 백한성이 내놓은 증거자료까지 갖춘 상황이라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찰칵찰칵! 번쩍번쩍!
떠나지 않고 막판의 이벤트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눈부시게 터져 나왔다.
“이이익! 이 모든 것은 바로 사라 그년 때문이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년! 그년이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 내 버렸어!”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 구정렬은 분풀이가 필요했는지 손녀 주사라를 향해 욕을 퍼부어 댔다.
그동안은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대접했던 손녀였지만 지금은 천하에 원수처럼 여겨진 탓이다.
‘빌어먹을!’
천지그룹 주명태 회장은 장인 구정렬의 악담에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 역시 지금의 사태가 딸 주사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예쁘다고 오냐오냐 키운 것이 결국은 화근이 되어 집안을 패가망신하게 만든 것이다.
“검사님, 주명태 회장과 단둘이 나눌 얘기가 있어서 그러니 시간을 좀 주시죠.”
“그러세요.”
백한성은 검사의 협조로 주명태 회장과 단둘이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주명태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이긴 했지만 백한성이 단둘이 보자는 것에 의문이 일었다.
그가 대체 무슨 의도로 보자는 건지 궁금했기에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가?”
“그쪽이 해결사까지 사주하여 죽이고자 했던 박유리 학생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고.”
“……박유리 학생?”
주명태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딸 주사라도 잘못이 있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이런 수렁에 빠져든 것이 박유리로 인해서라는 생각을 한 탓이다.
박유리를 죽이고자 해결사를 사주한 것이 결국은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그 버러지 같은 애 때문이라니…… 이익!”
그러자 박유리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주명태의 모습에 백한성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주명태, 잘 들어라. 오늘 그쪽이 실토한 내용 중에서 빠진 내용이 한 가지 있다. 그걸 기자들에게 넘길까 하다가 보류했다.”
“그, 그게 대체 뭐지?”
주명태는 오늘 과거에 저지른 짓까지 죄다 실토했다고 여겼기에 백한성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박유리 학생의 모친 박경애 씨에 관한 일이지.”
“박경애? 그게 대체 누구야?”
주명태는 박경애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기에 백한성이 알려 주는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그쪽이 마약 파티를 벌인 별장에 모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 있었을 거야.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별장에 갔다가 그쪽에게 강제로 당한 연습생이 바로 박경애였지.”
“으윽! 그, 그때의 일은…….”
“그래. 그쪽에선 마약에 취해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잡아뗐겠지만 그때의 일로 박경애 씨는 임신을 하게 되었지. 나중에 그걸 알고 그쪽에서 사람을 시켜 박경애 씨를 죽이도록 저수지에 던져 버리라고 시켰고. 하지만 천운으로 박경애 씨는 살아날 수 있었지.”
“하아!”
주명태 회장은 과거에 저지른 일을 떠올리곤 낯빛이 창백해졌다. 유희를 위해 건드린 여자가 미성년자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임신까지 했다는 것을 알자 그녀를 죽여서 입을 막고자 했던 것이다.
“박유리가 바로 박경애 씨의 딸이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는 그쪽의 피를 물려받은 혼외자. 그 아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제까지 전교 1등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머리도 좋고 외모까지 뛰어난 아이였지.”
“헉! 박유리가……?”
생각지 못한 진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주명태 회장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그런 주명태를 향해 백한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갔다.
“당신은 과거에 박경애 씨를 죽이려 한 것으로 모자라서 이젠 딸까지 죽이려고 했어. 그럼에도 박경애 씨는 과거에 그쪽이 저지른 죄를 덮어 주기를 원했어.”
“과거의 일을…… 덮어 달라고 했다고?”
“박경애 씨는 딸 박유리에게 당신 같은 생부는 없는 편이 좋다고 여겼을 테니까. 이제 천지그룹의 주가는 바닥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며 그쪽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거야. 마지막으로 과거에 박경애 씨에게 저지른 짓에 대한 참회할 기회를 줘 보려고 한다.”
백한성은 품 안에서 서류와 펜을 꺼내 근처의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에 사인해. 천지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천지기획사를 박경애 씨에게 넘긴다는 서류야. 만조에서 기획사를 얼마든지 사들일 수도 있지만 이건 박경애 씨를 생각해서 내린 조치야. 싫으면 법대로 해도 좋고.”
주명태 회장이 펜을 거머쥐었다.
백한성의 말대로 오늘 기자들 앞에서 실토한 내용만으로도 이제 그의 인생은 끝났다.
하지만 자식 문제는 달랐다.
외국에 요양을 위해 나가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부인을 위해서라도 박유리가 그의 혼외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은 막아야만 했다.
다행히 박경애는 박유리가 주명태의 혼외자라는 것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에 그만 함구하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주명태 회장은 천지기획사를 박경애에게 넘기는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되었다.
천지그룹에서 천지병원에 이어 천지기획사까지, 두 곳의 계열사가 독립한 셈이 되었다.
* * *
날이 밝았다.
방송국의 뉴스들은 하나같이 구정렬 본가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고, 기자들은 그곳에서 있었던 내용을 인터넷에 기사를 올렸다.
대한민국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세 사람의 일이었기에 대중들이 크게 들썩거렸다.
재력과 권력.
그걸 가지고 있을 때는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 주었지만, 그것이 사라진 이제는 누구도 세 사람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불똥이 튈까 염려되어 이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주명태의 딸 주사라.
지은 죄의 대가를 받게 되었다.
아비와 외가의 힘이 사라진 이상, 누구도 주사라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박경애와 박유리.
박 씨 모녀는 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지만 그것이 변경이 되었다.
더는 주명태 회장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기에 모녀는 한국에서 살기로 했다.
백한성이 주명태 손에서 빼앗아 온 천지기획사는 박경애의 차지가 되었다. 과거에 꿈꾸었던 배우로서의 삶 대신에, 연예인들의 꿈을 키워 주는 기획사 대표가 된 것에 그녀는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박유리는 학교를 다시 나가게 되었다.
천지고에서 주사라가 사라진 후, 학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그렇게 모든 일이 정리되자 나는 백한성과 함께 천지기획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박경애와 박유리를 만났다.
모녀의 얼굴에서 더는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저희 모녀에게 베풀어 준 은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겁니다. 과거의 일에 대해 비밀로 해 주신 점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주명태가 과거에 박경애에게 저지른 짓을 비밀로 덮은 것이 걸리긴 했지만, 이들 모녀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좋을 터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비웠다.
기획사에서 나오자 백한성이 나를 웃는 얼굴로 쳐다봤다.
“과거의 일을 덮어 줘도 주명태는 평생 그 일을 기억할 겁니다.”
“하긴 아무리 양심에 털 난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자식을 죽이려 했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긴 하겠죠. 그건 그렇고 구정렬 본가, 그곳을 매입했다고 하셨나요?”
“맞습니다. 대표님 명의로 매입을 한 것이니 언제든지 방문하셔도 좋습니다. 마령 3호가 나온 곳이니 일반인이 살기에는 터가 좀 그렇지만 신력을 지니신 대표님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까미와 누리가 좋아하겠네요. 내년 여름에는 그곳으로 물놀이를 하러 가야겠어요.”
이번 일로 내게도 콩고물이 떨어지긴 했다.
일단 마령 3호를 처리했고.
더불어 호수 딸린 저택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그리고 만조에선 천지 전자를 헐값에 인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