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
병원을 나와 차를 몰았다.
까미 예방 접종은 하지 못했지만 까미 안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억지로 주사를 놓게 했다간 까미에게 스트레스만 잔뜩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어.’
솔직히 까미는 보통 강아지와 많이 달랐다.
어쩌면 까미는 뾰족한 주사바늘이 몸을 찌르려 하자 본능적으로 위험 물질로 여겨 방어기제 반응으로 주사바늘을 녀석이 지닌 힘으로 밀어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방 접종을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건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한편으론 공청석유를 겨우 한 모금 마시고 이렇게 환골탈태를 했다는 자체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긴 했다. 그런 점에서 까미의 몸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대체 녀석은 어떤 이유로 산속에 혼자 버려졌던 것일까.’
공청석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것처럼 까미도 비록 살아있는 생물이기는 해도 야산과 뭔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혹시 야산을 지키는 목적으로 까미가 나타난 것이라면.’
아직 까미가 새끼의 상태이나 그건 왠지 설득력이 있긴 하다. 아까 병원에서 까미가 보여준 행동을 떠올리면 나중에 까미가 성견이 된다면 엄청나게 카리스마 쩌는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다. 애기 상태에서도 이 정도인데.
“까미야.”
마침 신호 대기로 차를 멈춘 상태였다.
나는 뒷좌석의 까미를 불러보았다.
끼잉-
안 그래도 병원을 나온 후로 까미가 부쩍 풀이 죽은 분위기였다. 잠깐 겪어봤지만 까미는 내 칭찬을 몹시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다.
병원에서 나온 후 생각이 많아져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더니 그걸 녀석이 오해를 했나 보다. 녀석은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해서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아빠가 이거 많이 미안하네. 지금이라도 얼른 녀석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 까미 병원 가서 많이 놀랬지. 까미가 주사 맞는 거 싫다면 아빠도 생각해볼게.”
내 목소리에 그제야 강아지 집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는 까미. 내가 녀석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님을 눈치챘는지 까미의 눈빛이 밝아졌다.
“우리 까미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기죽을 필요 없어. 알았지 까미야?”
나의 웃는 얼굴과 부드러운 내 목소리에 까미의 선홍색 눈알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다행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애완샵은 가도 되겠지?”
애완샵을 방문했을 때 까미는 꽤 흥분했다. 이것저것 호기심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많았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덕분에 이것저것 많이 지르긴 했지만. 분유와 젖병을 비롯하여 이동장과 까미를 씻길 목욕용품에 나중에 까미가 크면 먹일 생각에 사료와 개껌까지 샀다.
왕-
까미 짖는 소리가 힘이 넘쳤다.
애완샵 얘기가 나오자 녀석이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흥분한 모양이다.
“하하하! 그래. 알았어. 우리 까미 애완샵은 괜찮다 이거지?”
나는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보니 까미를 키우게 되고 나서 웃음이 많아졌다. 녀석이 무엇을 해도 귀엽기도 했지만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녀석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게다가 까미는 먹는 것을 엄청나게 밝히긴 했지만 영리해서 사람 손이 별로 가지 않는다. 새끼 주제에 벌써 볼일도 가리고 밤에 잠들면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자니 말이다.
“세상에 우리 까미 같은 강아지는 절대 없을 거야. 아빠는 까미가 곁에 있어서 너무 행복해.”
내 말에 까미의 선홍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더욱 빛을 뿜어냈다. 역시 녀석은 내가 해주는 칭찬을 아주 좋아했다. 그걸 보면 까미가 아무래도 내 말을 알아듣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끼이익!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
그곳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오도카니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분위기가 딱 이곳 주인인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가 도착하자 귀를 쫑긋 세우고 도망갈 기색 없이 나를 빤히 주시했다.
고양이가 낯이 익었다.
“가만? 저 녀석은?”
노란 털에 갈색 줄이 들어간 새끼 고양이.
의정부 시내로 옷을 사러 갈 때 들판에서 봤던 그 노란 새끼 고양이가 분명했다.
‘그때는 어미랑 다른 새끼랑 있지 않았나?’
지금은 무슨 일인지 달랑 고양이 혼자였다.
사실 들판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좀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 새끼 혼자 찾아왔다는 것에 의문이 일었다.
‘혼자 여기를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
일단 까미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나를 보고도 고양이가 여전히 도망을 치지 않고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로 고양이가 나를 만나고자 이곳을 찾아온 것인지. 녀석이 여길 왜?
“털에 얼룩이… 피?”
고양이 상태가 매우 좋지 못했다.
고양이 몸에 피 같은 붉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었고, 다리도 상처를 입었는지 뭔가 모르게 자세가 불편해 보였다.
“저런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고?”
들판에서 살던 길고양이였다.
어미도 형제도 없이 혼자서 여기까지 저런 몸 상태로 왔다는 것은 뭔가 저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단 의미로 여겨졌다. 그래서 아마 죽기 살기로 여길 찾아온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혹시 야산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홀려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이곳 야산은 내가 생각해도 수상했다.
야산이 품은 신비로운 기운을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이라면. 그래서 도망도 치지 않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던 것일 수도. 들판에서 봤을 때 이상하게 첫눈에 묘하게 정감이 가더니. 보통 고양이에 비해 기가 발달했을 수도 있다.
끼잉-
까미가 낑낑거리며 바닥에 내려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녀석도 갑자기 등장한 고양이에게 흥미가 일었던 모양이다. 아님 이곳에 동물은 자기 뿐인데 고양이가 나타난 것에 경계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까미가 어떻게 나오나 볼까?’
나는 까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먼저 나와 이곳에서 살게 된 까미로선 지금 눈앞의 고양이가 충분히 불청객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까미보다 컸다.
나이도 더 많아 보였지만 까미가 보통 생물이 아니란 점이다.
가르르릉-
병원에서 왈왈 짖어 댔던 말티즈를 단번에 꼬리를 말게 만들었던 방식처럼 이번에도 까미가 새끼 고양이를 향해 포스를 흘리기 시작했다.
부르르!
역시 고양이에게도 통했다.
까미의 포스에 눌린 고양이가 몸을 마구 떨어 댔다. 얼마든지 도망칠 통로가 많았지만 고양이는 그럼에도 도망칠 기색은 없었다.
피투성이 상태로 이곳을 찾아온 고양이다.
떨고 있지만 쉽게 물러날 기색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쯤 구경했으면 이제 내가 나설 차례라고 생각했다.
“까미야. 그만 해.”
나는 까미가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말 고양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싫었더라면 까미 성격에 좀 더 과격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위협만 가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결정은 내게 맡기려는 처사처럼 보였다.
내가 고양이를 받아들이면 까미도 알아서 서열 정리만 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의미. 영리한 녀석이니 그럴 수도 있다.
“까미가 보기엔 고양이 어때? 함께 있어도 되겠어?”
까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흔쾌한 기색은 아니었고 살짝 뭔가 고민이 있는 듯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고양이가 마음에는 걸렸지만 혹시 내가 자기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까미를 안심을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니 말로 풀어보자.
“아빠는 우리 까미가 최고로 소중해. 고양이가 싫다면 그냥 여기에서 죽든 말든 두고 가도 괜찮아.”
나도 고양이가 죽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까미가 거부한다면 뜻을 존중해줄 생각이다.
그러자 내 말에 까미가 고양이를 한번 쳐다보더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꼬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제법 잘 기어 다닌다.
끼잉-
까미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고양이를 거두라는 의미일 터.
나는 까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아주 잘 했어. 이곳까지 찾아온 녀석인데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고양이 이름은 누리다. 우리와 가족이야.”
고양이 이름을 ‘누리’로 지었다.
노란 색깔의 고양이니 말이다.
이상하게 들판에서 처음 봤을 때도 묘하게 눈길을 끌더니 이렇게 연을 맺게 되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반응을 보였다.
냐오~
고양이가 나와 까미가 자신을 받아주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걸 보면 눈치도 빠르고 상당히 영리한 녀석으로 여겨졌다.
“일단 들어가서 맘마부터 먹자!”
맘마라는 말에 까미의 눈알이 반짝거렸다.
먹보 대마왕답게 새끼 고양이 따위는 이제 관심도 없다는 듯 앞마당을 가로질러 조그만 녀석이 뽈뽈뽈 잘도 기어간다.
“누리 너도 들어가자.”
차는 굳이 차고가 아니라 입구에 세워 놓아도 상관없다. 이곳은 내 영역이니.
“읏차!”
고양이 다리가 안 좋아 보였기에 나는 녀석을 안고 움직였다. 저만치 앞마당을 가로질러 뽈뽈뽈 움직이고 있는 까미의 토실토실한 까만 엉덩이. 뒤태가 완전 예술이다. 그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 누리 여기서 기다려.”
집으로 들어온 나는 방석을 하나 꺼내서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고양이를 그곳에 놓았다. 너무 지저분해서 당장 씻기고 싶지만 다친 녀석이다. 다행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방석에 얌전히 있었다. 길고양이라 이리저리 난장판을 벌여도 곤란한데 그 점은 아주 다행이었다.
다음은 까미 먹는 문제부터 해결 해자.
먹보 대마왕 까미다. 병원까지 갔다 오는 동안까지 잘 참아주었다. 충분히 예쁜 녀석이다. 얼른 분유를 준비했다.
“까미 맘마 먹자!”
아직 새끼라 젖병을 까미 입에 물렸다.
분유를 다 먹인 다음 트림까지 시켰다.
이제는 고양이 누리에게 집중해도 될 터.
그런데 누리의 몸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노란 털이 꼬질꼬질 핏물로 얼룩진 상태.
대체 누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가만? 누리에게 그걸 한번 사용해볼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다. 전에 산에서 챙겨온 나뭇잎. 공청석유가 스민 나뭇잎이다.그걸 고양이 누리에게 사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공청석유를 떠 마신 용도로 사용했던 나뭇잎이니 그곳에 공청석유의 기운이 살짝 스몄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친 다리도 그렇지만 너무 기진맥진한 고양이 상태라 회복이 중요하니.’
난 고양이 누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가족에게 쓰는 것은 무엇도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죽기 살기로 나를 찾아온 녀석이다.
나는 주방에 보관해둔 나뭇잎을 꺼냈다.
“혹시 모르니 절반만 사용해보자.”
나뭇잎을 절반만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 사이에 나뭇잎이 마른 상태라 손으로 잘게 가루를 낼 수 있었다.
누리는 까미보다 컸기에 그릇에 우유를 줘도 잘 먹을 터.
파스스-
나뭇잎을 잘게 가루를 내서 우유에 넣고 잘 저어주었다.
‘효과가 있으면 좋을 텐데.’
난 누리 앞에 그릇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