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4
114
오성전자 본부장실.
만조 광고 시사회장에 참석했다가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온 손형민 본부장은 기획홍보팀장 남철우와 비서실장을 본부장실로 모이게 했다.
그리고 은나래와 진성호에 관한 정보를 보내 준 정보팀장 안정훈도 본부장실로 불러들였다.
“안 팀장님, 지금 당장 본부장실로 올라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손형민 본부장은 안정훈 정보팀장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골치가 아팠기에 이마에 손을 얹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성 냉장고 광고 모델인 은나래와 진성호가 별거 중인 상태임이 밝혀진 탓이다.
부부가 광고를 찍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계약을 해지하면 되었지만 이미 광고를 완성하여 시사회까지 끝난 상황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에 손형민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남 팀장님은 모델을 알아보지도 않고 섭외하신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모든 것은 제 불찰입니다.”
기획홍보팀장 남철우가 상석에 자리한 손형민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손형민이 이번에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는 비서실장을 향해 그의 생각을 물었다.
“이 실장님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죠?”
“만일 부부가 별거에 들어간 것이 사실일 경우…… 냉장고 광고를 폐기시키는 것이 그나마 회사의 이미지에 먹칠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의 대답에 손형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남철우 기획홍보팀장의 낯빛은 어둡게 변했다.
은나래와 진성호.
두 사람을 오성 냉장고 광고 모델로 적극 추천한 인물이 바로 남철우였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도 감쪽같이 속았다.
블로그에 은나래가 올린 사진들은 누가 보더라도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모습 그 자체였기에 말이다.
똑똑!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손형민 본부장은 안으로 들어온 정보팀장 안정훈을 향해 곧장 질문에 들어갔다.
“안 팀장님, 핸드폰으로 보낸 내용이 사실인가요?”
손형민의 질문에 안정훈은 안 그래도 본부장의 호출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실하게 체크하고 왔다.
사실 오성 냉장고 광고 모델인 은나래와 진성호가 별거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자 그는 곧장 손형민 본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직 부부가 찍은 냉장고 광고를 매스컴에 보도된 상황이 아니란 점에 빨리 본부장에게 보고를 올릴 필요가 있었기에.
“저희 정보팀에서 파악한 바로는 은나래 씨가 남편 진성호 씨와 두 달 전에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이혼을 하지 않았으니 공식적으로 부부의 관계이긴 하지만, 광고 영상에서 보여 준 화목한 부부의 모습과는 달리 두 사람의 사이가 매우 좋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안정훈 정보팀장의 대답에 손형민이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이상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광고 모델 계약서상에는 1년 동안 부부가 이혼을 하지 않을 것에 대한 항목만 적혀 있긴 하지만, 현재 부부가 별거 중인 상황이라면 두 사람이 찍은 광고를 매스컴에 내보내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광고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해서 이번 광고는 전면 폐기 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손형민은 광고를 폐기 조치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나마 냉장고 광고를 매스컴에 보도하기 전에 부부의 별거 사실이 밝혀져서 오성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기에 속으로 그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찍은 광고를 폐기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긴 해도 좋게 생각합시다. 그리고 남 팀장님은 냉장고 광고에선 아예 손을 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시 찍을 광고는 다른 부서에서 맡게 될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
손형민 본부장으로선 이번 일에 대한 본보기가 필요했다. 대기업의 본부장이란 자리가 결코 거저 올라온 자리가 아님을 의미하듯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인물에 대해선 더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 알겠습니다.”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할 뻔했던 기획홍보팀장 남철우는 이제 끈 떨어진 연이 되어 버린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 * *
아침이 되었다.
백한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성전자에서 이번에 찍은 냉장고 광고를 폐기 처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나 봅니다.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오성의 냉장고 광고에서 중요시했던 부분이 부부의 화목한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가식으로 밝혀진 이상 부부가 나오는 광고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국내 전자 부문에서 1위를 고수하던 오성으로선 이번 일로 자존심이 크게 상했겠군요.”
오성의 손형민 본부장.
자존심도 세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보였다.
이번 광고로 물의를 빚은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터.
-오성 냉장고 광고를 담당했던 기획홍보팀장이 이번 일로 좌천된 모양이더군요. 그나마 광고를 매스컴에 내보내기 직전에 일이 터졌으니 좌천으로 끝났지, 아니면 파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백한성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점에서 오성이 운이 좋은 셈이었죠.”
-맞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에서 부부의 별거 사실이 밝혀진 감은 있죠. 물론 이제까지 전자 파트에서 선두 주자로 달리던 오성이었으니 이번 일로 타격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긴 광고 시사회까지 했던 광고를 폐기하게 되었으니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긴 하겠군요. 그걸 보면 오성 정보통도 일은 제대로 하고 있나 보네요. 아무튼 오성에선 이번 광고는 폐기해도 조만간 다시 모델을 선정해서 냉장고 광고를 찍고자 나오겠군요.”
-그래 봤자 이번 냉장고 광고 경쟁은 만조의 승리입니다. 이미 대세는 만조로 기울어진 상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표님과 까미와 누리가 나온 광고를 압도하기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백한성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나는 기분이 흡족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조에서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냉장고 광고를 매스컴에 선을 보이게 되었고, 대중에 좋은 광고로 인정받게 되었다.
-만조 냉장고 광고 대박 스멜! 오성과 함께 경쟁했지만 결국 만조가 승리를 했다죠? 추카추카~!
-이제 냉장고는 만조가 대세!
-까미와 누리를 모델로 삼은 것이 신의 한 수였음!
-MC 비주얼이 끝내줌!
-역시 전자에서 1위 오성이라도 현금부자 만조에는 상대가 되지 않나 보네ㅋㅋㅋ
-돈보다는 오성은 모델들이 문제가 되어서 찍어 놓은 광고를 폐기시켰다는 말도 있던데ㅠㅠ
-대체 모델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기에?
-별거 중인 부부를 모델로 뽑았다지. 시사회까지 했는데도 폐기한 거면 답 나오지 않나?
-부부가 별거 중이라도 광고 찍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어디 한둘인가?
-그렇긴 한데 현실에선 원수처럼 지내던 부부가 광고에서 알콩달콩한 모습 보이면 배신 각 아닌가?
-난 완전 기분 더러울 듯~ㅋㅋ
-오성도 이젠 한물갔나 보네. 모델 선정을 그따위로 하다니.
-오성에서 새로 냉장고 광고 찍는다던데. 그건 기대를 해도 될까 모르겠네요.
-새로 찍어 봤자죠~ㅋㅋ
-맞아요. 이젠 만조가 대세라니까요! 까미와 누리가 나오는 광고 넘나 좋아요~ MC도 넘나 훈남이고. 광고로 완전 힐링되는 기분임다!
만조에 호의적인 대중들의 반응에 비해 오성 쪽은 냉장고 광고를 폐기한 일로 대중으로부터 잔뜩 욕을 먹었다.
천지전자를 만조에서 인수한 것.
전자가 만조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시일이 한참 걸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의외로 광고 한 방이 선방을 한 셈이 되었다.
만조 냉장고 광고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대중에 만조에 대한 인식을 좋게 심어 주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오성전자에서는 새로 찍은 냉장고 광고를 매스컴에 선보였다. 부부를 모델로 했다가 크게 데인 탓인지, 이번 광고는 아예 남자 배우 혼자서 광고를 찍었다.
국내에서 톱스타로 알려진 배우를 모델로 섭외해서 광고를 찍었지만 여전히 대중의 반응은 만조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광고의 효과는 크게 작용했다.
올 상반기 광고로 판매 실적을 압도적으로 눌렀던 오성 냉장고가 하반기에는 만조의 광고에 빌빌 거리는 분위기였다.
* * *
어느덧 겨울로 접어든 날씨.
내가 키우는 닭들은 보통 닭들과는 달랐다.
거의 준영물에 해당하는 닭들의 분위기였다.
겨울에도 얼마든지 날씨 상관없이 야산과 텃밭을 돌아다닐 수 있지만 문제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땅에 벌레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해서 오늘은 닭들을 요정의 샘물이 있는 들판에 데려가 까미와 누리와 함께 실컷 그곳에서 놀도록 해 줄 생각이다.
꼬꼬꼬! 꼬꼬!
나는 야산의 밤나무 근처로 닭들을 이끈 후에 바위에 올라서서는 아래에 모인 닭들을 둘러봤다.
그동안 신비로운 야산과 텃밭에서 먹이 활동을 해서인지 닭들의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붉은 볏과 윤기가 감도는 아름다운 깃털들, 눈알에서도 생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암탉들이 낳은 계란.
일반 양계장의 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의 암탉들이 생산한 계란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영약이나 다름없다.
해서 그동안 열심히 계란을 생산해 준 암탉들과 유정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수탉들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오늘은 닭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켜 주기로 했다.
참고로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들에게서 생산한 계란들은 거의 무정란에 속한다.
무정란과 유정란.
당연히 유정란이 더 영양이 좋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서 생산한 계란은 죄다 유정란이다. 암탉과 수탉의 비율이 적당하기도 했고 닭들이 건강해서 유정란을 생산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긴 하다.
물론 병아리 부화는 하지 않는다.
계란은 요리를 위해서 필요하다.
사실 지금 있는 닭만으로도 충분히 계란을 얻을 수 있기에 더 숫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
“오늘은 너희를 조금 색다른 장소에서 놀도록 해 줄 생각이야. 공기도 따뜻하고 그곳에는 너희가 좋아할 벌레도 많을 거야.”
꼬꼬꼬! 꼬꼬!
내 말을 들은 닭들이 벌레가 많을 것이란 말 때문인지 잔뜩 기대를 갖고 눈알을 반짝거렸다.
[기대.] [흥분.]닭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를 보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결계 안의 들판에 들어서게 된다면 닭들도 아주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이라면 모를까, 닭들에겐 결계 안을 공개해도 문제 될 것이 없을 테니까.’
까미와 누리도 닭들과 함께 요정의 샘물이 있는 들판에 가게 된 것에 아주 신난 기색이다.
스르르륵!
블랙홀 결계가 오픈되었다.
까미와 누리가 먼저 결계 안으로 들어가고 그 뒤로 닭들이 움직이도록 했다. 나는 맨 뒤에 따라갔다.
[이곳 뭐닭?] [완전 대박닭!] [날씨 겁나 좋닭.] [꽃냄새 지린닭!] [벌레 많겠닭.]블랙홀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결계 밖에서는 닭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로만 표현되던 닭들의 속마음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닭들의 말이 자연스럽게 들렸다.
특이한 점은 닭들의 말끝이 ‘닭’으로 끝났다.
[오늘 신나게 놀겠당.] [이곳 마음에 든다냥.]물론 까미와 누리의 말이 들리는 것은 결계 안과 밖의 차이가 없긴 했지만.
들판에 닭과 까미와 누리를 풀어놓고 나도 힐링에 들어갔다.
‘이번의 샘물은 누구에게 필요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