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
“누리야. 먹어도 괜찮아.”
고양이가 까미를 눈치 보고 있다가 내 말에 그제야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그릇에 담긴 우유를 허겁지겁 비우는 누리를 보고 있자니 인연이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상하게 첫눈에 잔상에 남더니 이렇게 녀석을 거두게 될 줄이야.’
누리가 우유를 다 먹었다. 양이 부족했던 지 아쉬움이 묻어 나는 녀석의 표정이다.
누리는 3개월은 넘어 보였기에 사료를 줘도 되긴 했다. 그리고 애완샵에서 나중에 까미 주려고 사온 사료가 있긴 했다. 고양이는 먹는 사료가 다르긴 했지만 하루 먹는다고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누리에게 공청석유가 스민 나뭇잎을 먹였다.’
그것이 어떤 효과를 줄지 미지수였다.
그랬기에 사료를 주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았다.
나는 누리와 눈을 맞추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리야. 방금 몸에 좋은 약을 먹었으니 효과를 볼 때까지는 좀 참아주라.”
까미의 경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곧잘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기에 누리에게도 같은 행동을 취했다. 의외로 누리가 귀를 쫑긋 거렸다. 그러더니 그릇에 미련을 버렸는지 뒤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얘도 말귀를 알아듣는 건가?’
누리의 행동에 살짝 어이가 없긴 했지만 하여간 눈치가 빠른 녀석인 것은 분명했다.
끼잉-
그때 먼저 분유를 먹었던 까미가 볼일을 보고 싶은지 신호를 보냈다. 아무 곳에나 싸선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보고 낑낑거렸다.
거실 한 곳에 신문지를 쌓아 놓은 상태였기에 까미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까미. 응가 보고 싶구나?”
까미가 볼일을 보도록 신문지를 바닥에 깔아주었다.
녀석이 신문지에 올라가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누리는 괜찮아?”
누리를 힐끗 쳐다봤다.
녀석도 먹었으니 볼일이 보고 싶을 터.
눈치를 보느라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 까미 옆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누리를 그곳에 데려갔다.
“여기는 누리 화장실.”
고양이는 모래 화장실이 좋긴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이 녀석들이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치우는 것이 편할 텐데. 동물에게 그걸 바랄 수는 없는 일이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욕심이 많긴 했지만.
그런데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은 녀석들 표정이 뭔가 요상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마치 신문지에서 볼일을 보는 것이 아주 대단한 결례라도 되는 듯한 그런 표정처럼 나를 눈치보듯이 쳐다보고 있다.
이거 애들 앞에서 찬물도 함부로 마시지 못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동물들이라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모양이다.
“미안. 아빠는 너희가 신문지에서 볼일을 봐도 괜찮아. 그러니 걱정 말고 편안하게 보도록 해라.”
그제야 까미가 응가를 배출했다.
칭찬은 당연히 기본!
“우리 까미! 응가도 잘 싸고 아주 착해요!”
이번엔 누리가 볼일을 봤다.
눈치를 보던 누리가 까미의 배변 활동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우리 누리도 잘했어요.”
누리에게도 칭찬을 해주었다.
길고양이로 살아온 누리로선 인간에게 똥 싸고 칭찬 받은 것이 처음인 듯 겸연쩍은 기색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리와. 둘 다 똥꼬 닦자.”
나는 뒤처리를 위해 물티슈로 녀석들 똥꼬를 닦아주었다.
“자! 다음은 누리 차례.”
까미는 이런 일이 익숙했기에 가만히 있는데 누리는 뭔가 어색한 듯이 몸을 부르르 떨어 댔다. 다행히 도망가거나 할퀴지는 않았다.
“누리 다리에 연고를 바르자.”
나는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냈다.
누리의 다친 다리가 신경이 쓰였기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사람이 바르는 연고인데 고양이에게 발라줘도 되나 모르겠지만 다친 상처를 그냥 두기엔 신경이 쓰였다.
“자! 누리는 그만 쉬어.”
다친 녀석이니 휴식이 필요할 터.
꼬질꼬질한 누리의 상태였기에 손이 근질거렸지만 혹시 고양이가 환골탈태를 할 수도 있기에 씻기는 것은 내일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길고양이치고 얌전하네.’
누리가 길에서 자란 길고양이라 이런 실내에 있으면 불안해서 난리를 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녀석은 길고양이 답지 않게 몹시 얌전했다.
냐아…
누리 눈알이 풀렸지만 잠들지 못하고 방석에 엎드린 채 계속 눈치를 보고 있다.
“아빠도 뭣 좀 먹어야겠다.”
두 녀석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나자 나도 출출했기에 간단하게 점심을 챙겨먹고는 누리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까미를 불렀다.
“까미야. 아빠랑 산에 갔다 오자.”
고양이 누리를 조용히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까미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왔다.
왕-
까미 녀석이 아주 신이 났다.
하루의 일과가 애완샵과 병원을 다녀오느라 뒤로 밀리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밖에 나왔으니 되었다.
나는 까미를 안고 텃밭의 작물과 과일 나무를 둘러보고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산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우리 까미. 아빠랑 이렇게 산에 올라오는 것은 처음이겠네.”
까미는 내 품안에 얌전히 있었다.
고양이 누리 앞에선 군기를 잡느라 그런지 허세를 떠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어리고 귀여운 새끼의 모습이었다.
“연못으로 가보자.”
혹시 까미 어미가 연못에 나타났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 나는 연못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연못가에 이르렀지만 주변이 조용할 뿐이었다.
나는 까미를 풀밭에 내려놓고 나도 그 옆으로 앉았다.
“어제 너를 이곳에서 발견했는데.”
고작 하루 밖에 흐르지 않았음에도 까미와 함께 지낸 시간이 잔뜩 흐른 것만 같았다.
그런데 풀밭에 앉아서 연못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풍덩!
붉은빛이 감도는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높이 튀어 올랐다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얼핏 봤지만 꽤 씨알이 굵었다.
정확하게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연못에 물고기가 있다는 것은 입증이 된 셈이다.
“진짜 물고기가 살긴 하나 보네?”
이장 박동수가 여기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먹어봤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장 말로는 맛이 아주 기가 막혔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아직 모르겠고.
“낚싯대를 갖고 올 걸 그랬나?”
고양이 누리를 쉬게 해줄 생각에 다른 생각은 못하고 까미를 데리고 얼른 산을 올라온 상태였다.
다음에 올라올 때는 낚싯대를 꼭 챙겨서 오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르르르!
수면 위로 점프를 했던 물고기가 물속으로 사라진 것이 까미의 본성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어린 녀석이 연못을 노려보며 포스를 흘렸다.
앙증맞은 울음소리.
나야 넘나 귀엽기 그지없는 녀석의 행동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병원에서 봤던 말티즈도 그렇고 고양이 누리도 까미가 흘린 울음소리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 그걸로 보아선 까미의 울음소리가 동물들을 압도하는 뭔가의 힘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의 물고기에겐 까미의 포스가 통하지 않는 모양인지 물고기가 또 수면 위로 나타났다.
첨벙!
까미에게 보란 듯이 발랄하게 점프쇼를 보여주고는 물고기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르르르르!
그런 물고기의 행위가 까미의 호승심을 자극했지만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나중에 낚싯대를 가져와 잡는 수밖에 없었다.
“까미야. 괜히 힘 빼지 말고 좀 쉬어. 오늘 밖에 나갔다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나는 연못을 노려보며 흥분하고 있는 까미의 까만 털을 쓸어주며 피식 웃어주었다.
하지만 다른 때 같으면 내 말을 잘 따랐을 녀석이 오늘은 웬일로 쉽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르르륵!
오히려 연못의 물고기에게 호승심이 더욱 불타오른 것처럼 까미의 포스가 더욱 강렬해졌다.
그럴수록 물고기도 마치 까미를 놀리듯이 연달아 수면 위로 점프쇼를 펼쳐 보였다.
솔직히 화창한 봄날에 산속에서 물고기 점프쇼를 보게 될 줄이라 미처 몰랐다.
긴 뜰채를 갖고 있다면 공중에 물고기가 떠오를 때 확 낚아채버려도 좋겠지만.
“나중에 긴 뜰채도 꼭 가져와야겠군.”
그렇게 수면 위로 점프쇼를 하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나도 속으로 벼르고 있었지만, 물고기의 도발에 까미는 이젠 풀밭에서 노려보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지 물가로 기어가 물고기가 점프쇼를 벌일 때마다 질타를 하듯이 발로 바닥을 툭툭 쳐댔다.
나야 귀여운 까미 행동에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웃고 있지만 녀석이 너무 물고기에게 열을 받고 있는 것이 살짝 안쓰럽게 다가왔다.
그러던 순간.
풍덩!
또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이상하게 붉은색이 감도는 물고기 한 마리가 계속 까미를 놀리듯이 점프쇼를 해 대는 상황이었다. 크기가 작으면 말을 안 한다. 팔뚝 길이 정도나 되는 물고기가 저리 요란을 떨어 대니 뭔가 희한하긴 했다.
그러던 바로 그때.
“허억!”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까미가 번쩍 연못으로 날아가 버렸다.
까미가 보통 강아지가 아님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지 싶었는데. 졸지에 벌어진 까미쇼에 어버버거리며 나는 그만 넋을 놓고 쳐다보게 되었는데.
더욱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퍼억!
타이밍이 실로 절묘했다.
점프쇼를 펼친 물고기를 까미가 몸통 박치기를 해버렸다.
철썩!
급소를 제대로 가격을 당했는지.
물고기가 물 위에 뻗어버렸다.
결국 까미가 해냈지만 다음 문제가 내 얼굴을 허옇게 만들었다.
첨벙!
까미가 물에 빠진 것이다.
어린 것이 호승심에 본성의 힘을 다해 신기를 발휘했지만 뒷감당이 되지 못한 탓에 까미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허어억! 까, 까미야!”
수심이 제법 깊어 보이는 연못이다.
깜짝 놀란 나는 까미를 건지고자 물가로 후다닥 달려갔지만.
그만 흠칫 멈추고 말았다.
참방참방!
물에 빠진 까미가 개헤엄을 치고 있다.
물가를 향해 뽈뽈뽈 기어 나오고 있었는데.
“허어! 마, 맙소사!”
혼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녀석이 물고기를 끌고 나왔다.
나는 얼른 까미와 물고기를 물 밖으로 끌어올렸다.
뻐끔뻐끔!
까미에게 몸통 박치기를 당한 후유증인지 물고기가 아가미를 뻐끔대며 눈물을 토해냈다. 물고기도 이렇게 까미에게 잡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허!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네?”
붉은 빛이 감도는 커다란 물고기였다.
수염도 달리고 눈알도 황금 빛이 감돌았다.
크기는 커다란 잉어 정도로 봐주면 되었지만 기이하게도 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한 박하 향 같은 것이 났다.
“까미 괜찮은 거니?”
다행히 홀딱 젖은 것을 빼면 까미는 아주 양호해 보였다.
약을 올리던 물고기를 잡아온 것에 내 칭찬을 기대하듯이 까미가 선홍색 눈알을 반짝이며 내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그런데 까미가…
‘달라졌다!’
물고기 잡는 일이 마치 레벨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까 산에 올라올 때에 비해 까미가 눈에 띌 정도로 급성장을 해버렸다.
새끼였던 까미가 이제는 몇 달은 족히 지난 강아지처럼 부쩍 커버렸고, 분위기도 제법 똥꼬발랄한 강아지처럼 보인다.
이것도 야산의 영향이 아닐까 싶지만, 반짝거리는 까미의 눈빛 공격에 지금은 칭찬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그래! 우리 까미가 최고다!”
한 순간에 급성장은 했지만.
칭찬을 바라는 것은 전과 똑같았다.
살랑살랑-
내게 칭찬을 받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처럼.
까미의 꼬리가 아주 신명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