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3
123
‘근데 저건 뭐지?’
연못의 결계를 벗어나려던 순간.
눈앞에 반짝거리는 은빛 물체가 보였다.
은화는 아니었다.
은화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였고, 모양도 물고기의 형태가 아닌 반지와 같은 링 모양이었다.
‘갑자기 나타났다.’
정확히는 마령 4호가 소멸되고 나서 나타난 셈이다.
그렇다는 것은 마령 4호와는 달리 연못의 물에도 안전한 물건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저렇게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 터.
스윽!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물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반지?’
은빛이 감도는 반지였다.
이런 반지가 왜 마령 4호가 사라진 순간 나타난 걸까?
혹시 마령을 처리한 것에 대한 보상 아이템 같은 건가?
게임에서 보면 보스급 몬스터를 처리하면 아이템 같은 것이 떨어지곤 한다.
그런 점에서 앞서 처리했던 마령에 비해서 이번의 식신마귀 마령 4호는 보다 등급이 높은 마령이라 볼 수 있었다.
‘일단 가져가는 게 좋겠다.’
나는 의문은 일었지만 반지를 손에 거머쥐고 물살을 헤쳐 연못의 결계를 벗어났다.
푸아아학!
그렇게 연못 밖으로 빠져나온 나는 한차례 몸을 흔들듯이 마구 털어 댔다.
신기하게도 물에 빠진 생쥐와도 같은 꼴이었던 나는 언제 연못에 들어갔나 싶을 정도로 뽀송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스윽!
나는 오른손을 펴 보았다.
연못의 결계 안에서 들고 온 반지가 손바닥에 놓여 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은반지처럼 보였다.
은빛의 재질로 된 둥그런 링에는 어떤 보석도 박혀 있지 않고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는, 그저 단순한 형태의 반지에 불과했다.
‘한번 껴 볼까?’
성스러운 선계의 기운이 퍼져 있는 연못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은 반지였기에 착용한다고 해도 내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터.
스윽!
반지를 왼쪽 손가락에 꼈다.
그러자 바로 그때였다.
[재능의 반지]-재능의 반지가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함.
-타인이 지닌 재능을 복사해 줌.
-반지 숨김 기능이 가능함(반지를 착용한 상태에서 반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으면 의지로 반지를 숨길 수가 있음)
반지를 손가락에 끼자, 나를 주인으로 인식한 반지가 정보창을 드러냈다.
‘이게 재능의 반지라고?’
나를 환골탈태 시켜 준 공청석유의 신비로운 힘도 엄청나긴 했지만 반지 역시 그것에 버금가는 특별한 아이템이라 볼 수 있다.
한편으론 만도자의 장부에 ‘재능의 반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걸로 보아 선계에 속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령 4호는 대체 반지를 어디서 얻은 걸까 싶기도 했지만.
‘반지 숨김 기능까지 있다고?’
식신마귀 마령 4호가 처음에 인형처럼 예쁘장한 아이의 외모로 등장했을 때, 아이의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낀 것이 없었다.
아마도 반지 숨김 기능을 활용했던 모양이다.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반지 숨김 기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쉬웠다. 반지를 숨기고 싶다는 나의 의지에 따라 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재미있군.’
확실히 신기한 반지였다.
반지가 눈앞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신기하지만 손가락을 만져 봐도 아무런 걸리는 것이 없다는 점.
그렇다고 손가락에서 반지가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닐 터.
그리고 반지를 한번 착용한 이상은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서 반지를 벗겨 내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지를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나와 함께할 수도 있으리라.
‘재능 복사에 대해선 나중에 테스트해 보면 알게 되겠지.’
나쁘지 않은 전리품이다.
마령 4호를 처리하고 얻은 반지이니 전리품이라고 봐도 좋을 터.
‘그만 돌아가자.’
나는 야산을 내려와 텃밭에 세워 놓은 캠핑카를 향해 움직였다.
밤이 아니라 새벽이다.
연못 안에서 마령 4호와 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 *
“오셨군요.”
캠핑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한성이 텃밭을 걸어오는 나를 발견하곤 반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내 몸의 이곳저곳을 빠르게 살피듯 훑어보던 그가 멀쩡한 나의 모습에 안심이 되었는지 빙그레 웃어 주었다.
이곳에 등장했던 마령 4호.
그것의 존재를 백한성도 눈치채고 있었기에 마령과의 전투에 관심을 보였다.
“마령 4호를 소멸시킨 건가요.”
“네, 맞아요. 좀 버거운 싸움이긴 했지만 연못 안에서 소멸시킬 수 있었어요.”
“연못이라……? 그곳의 정화 기운을 이용한 모양이로군요.”
“그런 셈이죠. 자세한 얘기는 캠핑카 안에서 해 드릴게요.”
“그러시죠.”
우린 캠핑카에 올랐다.
내가 돌아온 것에 까미와 누리가 아주 난리였다.
새벽이 되기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많았던지 녀석들이 내게 착 달라붙어 응석을 부렸다.
녀석들의 털을 번갈아 가며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아빠 괜찮으니 안심해도 돼.”
[걱정했당.] [다행이다냥.]백한성이 녀석들과 있는 동안 주방에서 따뜻한 차를 준비해서 내게 가져와 건넸다.
“따뜻한 차입니다.”
“고마워요.”
다행히 마령 4호와의 전투에서 다친 곳은 전혀 없었다. 특히 연못 안에서의 전투였지만 숨을 쉬는 데에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령 4호를 처리한 대가로 재능의 반지까지 얻게 되었으니 나로선 엄청난 이득인 셈이다.
“따뜻한 것을 마시니 좋네요.”
내 컨디션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긴 했지만 따뜻한 차를 마시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다.
백한성과 까미와 누리는 내 주위에 몰려든 상황.
다들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난 기색들.
마령 4호와의 전투가 궁금했던지 다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연못에서 어떤 식으로 마령 4호를 처리했냐면…….”
나는 모두에게 연못의 결계로 마령 4호를 끌고 들어가 그곳에서 치른 전투에 대한 얘기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행입니다. 식신마귀 마령 4호가 연못의 은화를 모두 먹어 치웠다면 정화의 기운이 통하지 않았을 테니 연못은 물론이거니와 야산까지 문제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한편으론 운이 좋았죠. 그물로 마령을 가둬 진기를 빼앗을 생각을 한 것이 신의 한 수였죠. 마령이 은화를 잡아먹지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짜낸 계획인데 그것이 통했어요.”
“몸집 부풀리기로 대항한 것이 결국은 마령이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되었네요.”
“맞아요. 그리고 마령 4호를 처리하고 나서 얻은 것이 있어요. 한번 맞춰 보세요.”
나는 백한성 앞에 반지를 낀 손을 내밀었다.
지금 반지는 눈에 보이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선계의 해결사였던 그였기에 혹시 재능의 반지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흐음.”
그러자 백한성은 침음을 삼키며 내 손을 뚫어져라 주시하다간 고갤 갸웃거리며 말했다.
“대표님 손가락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지만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네요.”
역시 대단한 존재였다.
그가 다시 말했다.
“혹시 반지를 끼고 있는 건가요?”
나는 웃으며 고갤 끄덕여 주었다.
“맞아요. 마령 4호를 처리하고 재능의 반지를 얻게 되었어요.”
“재능의 반지라면…….”
“타인이 지닌 재능을 감쪽같이 복사하게 만들어 주는 반지인가 봐요. 물론 아직 그 기능을 사용해 보지 않았으니 그게 사실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죠.”
백한성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재능의 반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스르륵!
난 반지 숨김 기능을 해제했다.
그러자 감쪽같이 사라졌던 은색이 감도는 반지가 떡하니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백한성이 반지를 감정하듯이 살펴보다가 말했다.
“선계의 물건은 아닌 듯싶군요.”
“반지가 선계의 물건이 아니라고요?”
“선계의 물건들은 나름대로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반지에선 그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마령 4호는 이 반지를 어디서 얻게 된 걸까요?”
“마령 중에서도 식신마귀 마령 4호는 차원을 넘나드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반지는 다른 세상에서 얻은 반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마령 4호는 이곳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걸 수도 있겠네요?”
“흐음,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재능의 반지를 이용할 시 선주님 눈에 띌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근데 그동안 잠잠했던 마령 4호가 왜 제 앞에 등장한 걸까요?”
“군고구마 굽는 냄새에 끌려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군고구마 굽는 냄새에 마령이 나타난 것이라고요?”
“특히 겨울에 굽는 고구마 냄새는 더욱 특별하죠.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서 재배한 고구마에는 선계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으니, 고향의 향기를 그리워하듯이 마령 4호도 군고구마 냄새에 홀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을 겁니다. 물론 이건 제 추측이지만요.”
백한성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군고구마에 진심인 그임을 알고 있긴 했지만 마령 4호의 등장을 이런 식으로 엮을 줄이야.
“아무튼 각설하고, 재능의 반지를 얻으셨으니 잘된 일이네요. 안 그래도 대표님이 구해 준 피아니스트 유명우 씨가 신년 피아노 연주회에 우리를 초대하기로 했으니 그곳에 참석하여 반지의 기능을 시험해 봐도 재미있을 듯싶습니다.”
요정의 샘물을 투여한 덕분에 피아니스트 유명우는 몰라볼 정도로 건강해진 상태였다.
의학계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로 유명우가 건강해진 것은 세간에 커다란 화제로 작용했다.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몇 개월 살지 못한다고 진단받았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최악이었던 유명우가, 이제 피아노 연주회까지 가질 정도로 건강이 온전히 회복되었으니 말이다.
의학계에서는 요정의 샘물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유명우의 상태를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물론 그 점은 민수용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설마 저보고 연주회에 참석하여 유명우 씨가 지닌 피아노 재능을 복사하라는 건가요?”
“피아노를 잘 치면 좋잖아요. 이왕 얻게 된 반지인데 그냥 묵히는 것보다는 활용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그리고 재능을 복사한다고 해도 유명우 씨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죠.”
백한성이 싱긋 웃어 보였다.
하긴 수긍은 되는 말이긴 했다.
피아노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으면 좋긴 했고, 내가 반지를 이용하여 재능을 복사한다고 해도 상대의 재능은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문제 될 것은 없긴 했다.
물론 양심적인 면에서 다년간 노력한 결과 없이 단숨에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 찔리긴 했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야산을 소유한 것도 양심에 찔려야만 할 터.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먹기로 했다.
이왕 생긴 재능의 반지. 버릴 것이 아니라면 활용해 보는 것도 재미는 있을 터.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 재능을 복사한다면 나도 유명우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되는 걸까?’
한편으론 궁금하긴 했다.
세계적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칭송받고 있는 유명우였기에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은 수준급일 터.
재능의 반지 복사 기능.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복사가 가능한지 한번 알아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렇게 며칠이 훌쩍 흘러서.
유명우가 피아노 연주 초대장을 내게 보내 주었다. 초대장은 넉넉하게 여러 장이나 보내 주었다.
물론 정확히는 명성병원의 원장을 통해 내게 전달된 피아노 연주 초대장인 셈이지만.
[유명우의 신년 피아노 연주회.]나는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회에 참석하여 재능의 반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