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4
124
청담동 아트홀.
신년 맞이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회 장소로 정해진 곳이다.
끼이익!
내가 몰고 온 차가 아트홀에 도착하자 나는 차에서 내려 까미와 누리의 목줄을 채워 주며 녀석들에게 주의를 주듯이 말했다.
“까미, 누리. 이따가 관람실로 들어가게 되면 유명우 씨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기까지 조용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 줄 수 있겠지?”
[조용히 하겠당.] [알겠다냥.]본래 동물들은 피아노 연주회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유명우의 배려로 특별히 녀석들도 피아노 연주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아트홀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백한성이 목줄을 채운 까미와 누리를 이끌고 로비로 들어선 나를 웃는 얼굴로 반겼다.
“오셨군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한 5분 정도?”
“그랬군요.”
나는 웃으며 백한성을 쳐다봤다.
명품 정장을 쫙 빼입은 나와 마찬가지로 백한성이 걸친 정장도 상당한 명품이라 볼 수 있다.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림새이기도 했다.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입장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죠.”
백한성의 말대로 피아노 연주회로 정해진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아트홀 로비에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이어 나와 인사를 나누었던 백한성이 바닥에 몸을 낮추고 까미와 누리의 털을 쓸어 주며 인사를 나눴다.
“까미, 누리, 안녕?”
왕! 냐옹!
까미와 누리는 이곳에서 익숙한 백한성을 발견하자 신난 기색으로 꼬리를 흔들어 보였다.
잠시 녀석들과 인사를 나눈 백한성이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주위를 슬쩍 둘러보며 걱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워낙 똑똑한 녀석들이니 피아노 연주회에 데려와도 문제가 없을 테지만 사람들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어요. 녀석들에게 주의를 주었으니 괜찮을 거예요.”
까미와 누리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서 데려오긴 했지만 좀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그때였다.
아트홀 로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까미와 누리를 발견했는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피아노 연주회에 녀석들을 데려온 것에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까 긴장이 되었는데.
“와! 쟤들 까미와 누리 아냐?”
“피아노 연주회에 초대받은 모양인데요?”
“역시 똑똑한 동물이라 다르긴 하네요.”
“쟤들 목줄을 채웠는데 풀어 줘도 되지 않을까요? 방송에 나오는 거 보니까 웬만한 사람보다 영리하게 행동하던데.”
“그러게요.”
정말 다행이었다.
피아노 연주회에 데려온 까미와 누리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점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제일 꼴찌로 도착했네요?”
“어서 와요, 서나 씨!”
박서나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유명우가 피아노 연주회 초대장을 넉넉하게 보내 준 덕분에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박서나도 함께 참석하게 된 것이다.
평소 털털한 차림새를 선호했던 박서나였지만 오늘은 연주회에 참석한다는 것에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이 제법 신경 쓴 티가 났다.
“오늘 아주 예쁜데요?”
“고마워요, 호호! 강산 씨도 아주 멋진데요?”
이번엔 박서나가 까미와 누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오홀! 우리 까미, 누리, 그사이에 누나 얼굴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왕! 냐옹-!
녀석들이 박서나를 알아보곤 반색하여 꼬리를 흔들어 주었다.
스윽!
그러는 사이 난 로비 안의 사람들을 살펴봤다.
피아노 연주회에 명성그룹 회장인 아버지 장흥수와 형님 장기현 가족도 초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쪽에는 따로 초대장이 배부가 되었을 터.
‘미리 안에 들어가신 건가?’
내가 장흥수 회장의 자제라는 것은 세간에는 비밀로 하고 있는 일이니 서로 마주쳐도 어색할 터. 특히 조카 송이는 순수한 마음에 이곳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 신난다고 달려들 것이 뻔했다.
[피아노 연주회가 곧 시작될 것이니 로비에 계신 분들께선 관람실로 입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로비에 계속 있었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를 배려하여 먼저 관람실에 입장한 모양이다.
“그만 입장하죠.”
“그러죠.”
우린 관람실로 들어왔다.
앞쪽 좌석에 아버지 장흥수와 장기현 형님네 가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윽!
그때 안내 멘트를 들어서 그런지 장흥수 회장이 나를 확인하고자 뒤를 돌아다봤다.
우리의 좌석으로 지정된 곳을.
피아노 연주회 초대장 전달을 맡았던 명성병원 원장이 우리 좌석 번호를 아버지에게 알려 준 모양이다.
까딱!
나는 아버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취해 보였다.
아버지 역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에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던지, 조카 송이가 얼른 뒤를 돌아다봤다.
“히히!”
조카 송이가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요조숙녀 같은 옷차림이었다.
나의 좌우로 까미와 누리가 좌석을 차지한 상태였기에 송이가 우리를 차례대로 눈으로 확인하자 다시금 기쁜 듯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사람들 모르게 살짝 엄지와 검지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참으로 귀여웠다.
나 역시 조카를 향해 슬쩍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스윽!
이번엔 무대를 바라봤다.
무대 위에는 웅장한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떡하니 놓여 있을 뿐, 아직 피아니스트 유명우는 등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스피커에서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에 유명우 씨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겠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서는 연주회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꾸어 주시길 바랍니다.]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에 관람석에 자리한 사람들이 죄다 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유명우가 무대로 걸어 나왔다.
명성병원 병실에서 봤던 환자복 차림새가 아닌, 검은색 연주회 복장으로 멋지게 갖춰 입었다.
확실히 사람이 달라 보였다.
그의 혈색도 건강해 보였다.
타악.
유명우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과연 어떤 피아노 연주를 보여 줄지 기대가 되었다.
띵!
유명우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선율이 실내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답게 그의 연주는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 주었다. 아름답고도 환상적인 피아노 선율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하는 유명우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정의 샘물로 유명우의 건강을 회복시켜 준 것에 나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유명우 씨의 피아노 연주 재능을 복사하면 저렇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으려나?’
저런 멋진 피아노 연주 능력을 나도 갖게 된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일이긴 했다.
스윽!
나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살며시 만져 보았다.
재능의 반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는 복사가 되지 않기 때문일 터.
재능을 복사하려면 직접 상대와 접촉이 필요한 듯했다.
‘녀석들이 얌전히 있네.’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는 까미와 누리에게도 감동을 주었는지 표정들이 황홀해 보였다.
스윽!
백한성이 나를 슬쩍 쳐다봤다.
그도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를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한편으론 마령 4호를 처리하고 얻은 재능의 반지가 내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어딘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반면, 음악 감상이 취미인 박서나는 두 손을 모아 쥐고 피아노 연주 삼매경에 빠진 기색이다.
띵!
드디어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
혼신을 쏟아 낸 연주로 인하여 땀으로 가득한 그의 얼굴.
하지만 몹시 행복한 표정이다.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관람석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그가 들려준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에 보답하듯이 관람석에 자리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과 기립박수를 쏟아 냈다.
한편으론 피아니스트 유명우는 오늘 연주로 그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기도 했다.
스윽!
그때 무대를 떠나기 전에 유명우가 나를 슬쩍 쳐다봤다.
[고마움.]유명우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나로 인해 이렇게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에 그가 내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그의 시선에 조용히 웃어 주었다.
* * *
그렇게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유명우의 매니저로 보이는 인물이 내가 자리한 곳으로 다가왔다.
“강산 씨 되시죠?”
“네, 맞아요.”
“유명우 씨가 강산 씨를 뵙기를 청했습니다. 대기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속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유명우가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나를 따로 만나기를 청했다.
“다녀오시죠. 까미와 누리는 제가 챙기겠습니다.”
“네, 그럼.”
까미와 누리를 백한성에게 부탁하고 나는 유명우의 매니저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들어가시죠.”
유명우의 매니저는 나를 대기실까지 안내하고는 다른 볼일이 있는지 돌아갔다.
대기실로 들어섰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소파에 기대앉은 유명우가 안으로 들어선 나를 발견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얼른 내게 다가와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 유명우의 눈가가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두 번 다시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성공적으로 하게 된 것에 감정이 벅차오르는 모양이다.
그런 유명우를 향해 나는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유명우 씨! 피아노 연주 감명 깊게 잘 들었습니다. 초대장을 보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늘 피아노 연주는 강산 씨를 위한 연주였습니다. 제가 피아노를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강산 씨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명우가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오늘 그의 피아노 연주가 나를 위한 연주였다니 감개무량했다.
[은인.]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다시 살게 해 준 나를 은인처럼 여기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 뭐라도 보답하고 싶어 하는 유명우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악수나 한번 해 주시죠.”
“악수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리시는 유명우 씨의 앞날에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드리는 의미에서 말이죠.”
“아! 그러시죠.”
나는 유명우와 악수를 나누었다.
딴 속셈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방금 말한 것은 진심이다.
그의 앞날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재능의 반지.
반지 숨김 기능으로 인해 현재 내 손가락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명우와 악수를 한 것에.
역시 반응이 나타났다.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 재능이 복사가 되었음.]피아노 연주 재능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재능의 반지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에 여러 가지를 테스트해 봤지만, 무조건 복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지가 인정하는 수준.
그것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재능의 복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우 피아노 연주 실력은 반지가 인정했는지 이렇게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대기실에서 나왔다.
재능의 반지로 복사한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아트홀 무대에 유명우가 연주했던 그랜드 피아노가 있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곤란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피아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
명성호텔 행사홀.
그곳에 피아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