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4
134
밤이 되었다.
백한성이 돌아가고 이곳에 까미, 누리, 화이만 남게 되었다. 녀석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까미와 누리는 화이를 왕따시키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결코 텃세를 부릴 까미와 누리의 성격이 아님에도 화이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화이를 쏙 빼놓은 채 둘만 놀이방으로 들어가 놀고 있는 까미와 누리의 모습에 나는 뭐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안 그래도 녀석들은 내가 화이를 편애한다고 여기고 있다. 뭐라고 했다가는 오히려 화이를 더 미워할 수도 있어.’
놀이방 문밖에 있는 화이의 모습이 보였다.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까미와 누리의 모습을 보며, 둘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지만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듯했다.
‘함께 놀라고 강요했다가는 더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거야.’
까미와 누리와 어울리는 것에 실패한 화이가 나를 돌아다봤다.
냐아~!
이곳의 분위기가 낯선 화이에게 친구가 필요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싶었다.
“화이, 거실에서 TV를 볼까?”
냐아~?
화이가 고갤 갸우뚱거렸다.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녀석은 분명했지만 TV에 대해선 모르는 눈치였다.
[TV가 뭐다냥?]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화이의 모습에 직접 보여 주면 알 것이라 여긴 나는 녀석을 안고 거실의 소파에 자리했다.
처억!
화이를 무릎에 내려놓았다.
길들이지 않은 길고양이였다면 얌전히 있지 못하고 집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불안해서 날뛰었을 테지만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낯선 장소에 호기심은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있을 줄 알았다.
틱!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마침 재방송을 방영하고 있었기에 화이에게도 보여 주면 좋을 듯싶어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다.
[까미와 누리다냥.] [인간도 함께 들어 있다냥.] [신기하다냥.]화이의 속마음이 들렸다.
확실히 화이는 TV를 보는 것이 처음인 것이 분명했다. TV에 나와 까미와 누리가 나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화이, TV 보는 것이 처음인 모양이구나. 저건 실제가 아니라 방송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야. 예전에 내가 까미와 누리랑 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거야.”
화이는 내 말에 관심을 보이며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녀석의 호기심이 증폭하고 있었다.
[방송 재미있다냥.] [다른 것도 나오냥?]나는 다른 채널로 돌렸다.
이번에 나온 장면은 뉴스였다.
TV 화면에 영상 플랫폼 넙튜에 올렸던 피아니스트 유명우와 바이올리니스트 황윤주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비추면서, 이어 이틀 후에 있을 두 사람의 협주곡 공연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국내 음악계만이 아니라 외국의 음악계에서도 두 음악가의 협주곡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국내의 음악평론가 오현수 씨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천재 음악가들을 배출하게 된 것에…….]뉴스가 끝나고 광고가 나왔다.
하필 만조 냉장고 광고였다. 나와 까미와 누리가 함께 찍은 냉장고 광고 영상을 보고 나자 화이가 풀 죽은 기색으로 울어 댔다.
[화이만 빠졌다냥.]하긴 도 그렇고 만조 냉장고 광고도 화이가 빠진 상황이긴 했다.
화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찍은 것들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왕따를 당하고 있는 화이의 입장에선 침울해질 수밖에 없는 일일 터.
“대신 이틀 후에 있을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에는 화이도 함께 데려갈게.”
잠시 겪어 봤지만 얌전한 데다가 사람 말귀도 알아듣는 화이였기에 공연장에 데려가도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 * *
끼이익!
청담동 아트홀에 도착했다.
유명우와 황윤주의 협주곡을 공연하는 날이다.
백한성과는 주차장에서 만나서 함께 들어오게 되었는데, 우리가 아트홀 로비 입구에 이르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연장에 동물들을 데려온 것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
까미, 누리, 화이.
녀석들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목줄을 채운 상태였다. 화이는 목줄을 채운 것에 처음에는 몹시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까미와 누리도 똑같이 목줄을 했다는 것에 참는 기색이었다.
찰칵찰칵! 번쩍번쩍!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공연장에 참석해도 되는 동물들이라는 것이 알려진 탓이다. 게다가 유명우와 황윤주가 모신 VIP 손님들이라는 것에 기자들이 더욱 관심을 보였다. 개 중에는 명성호텔에서 피아노 공연을 했던 나를 기억하고 있던 기자들도 있었다.
기자들의 반응에 로비에 몰려 있던 사람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쳐다봤다.
“쟤들은 까미와 누리 아냐?”
“오늘은 고양이가 두 마리네?”
백한성이 오늘은 까미와 누리를 담당하게 되었고, 나는 화이를 품에 안은 상태였다.
까미와 누리는 사람들이 모인 공연장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없을 테지만, 화이는 이런 분위기가 처음일 테니 녀석을 나름 배려하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 완전 귀엽다!”
“어쩜! 나도 안아 보고 싶다.”
검은색 정장을 걸친 상태로 하얀색 앙증맞은 화이를 안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시선을 끌게 되어 버린 감도 없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 화이.
사람들이 귀엽다고 난리였다.
이전에는 까미와 누리에게 쏠렸던 사람들 관심이 오늘은 화이에게 쏠린 바람에 까미와 누리가 뒷전이 되어 버렸다.
[화이 밉당.] [화이 싫다냥.]그런 사람들 반응이 까미와 누리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나는 슬며시 골치가 아파 왔다. 집으로 돌아가면 또 얼마나 화이를 구박할지 안 봐도 비디오였기에 말이다.
‘그렇다고 화이를 혼자 집에 두고 올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화이를 공연에 데려온 것인데. 차를 타고 올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녀석들 분위기가 평타는 쳤지만, 사람들이 화이를 관심 있어 하는 상황에 그만 녀석들 사이가 더욱 멀어지게 생겼다. 골머리가 아프던 찰나.
“강산 씨!”
주위로 여기자가 다가왔다.
익숙한 얼굴. 신경 쓸 일이 또 생겼다.
전에 명성호텔에서 피아노 연주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로 찾아왔던 G음악매거진 소속 이나영이란 기자였다. 그때 그녀가 내게 인터뷰를 요구했지만 나는 그것을 거절했다.
“강산 씨! 오늘도 만조의 백한성 팀장님과 함께 공연장에 참석하셨군요. 두 분의 사이가 매우 각별한 모양이네요?”
나를 향한 이나영 눈빛이 집요하게 번쩍였다.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기자였기에 뭐라도 하나 건지길 기대하는 눈빛이기도 했다. 물론 나에게 악의 같은 건 없어 보였지만, 이건 곤란한 질문이라 볼 수 있었다.
[만조의 백한성.]대한민국에서 현금 부자로 통하던 만조가 지닌 위력은 대단했다. 그런 곳의 실세나 다름없는 백한성과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런 질문이 나올 것에 대해 대비해 놓은 상태이긴 했다.
나는 만조의 오너였다.
하지만 그건 세간에는 비밀로 해야 했기에 백한성과 함께하는 상황에 대해 적당한 거짓말이 필요했다.
“백 팀장님은 저를 어릴 때부터 후원해 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그런 백 팀장님 덕분에 저도 기회가 된다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백 팀장님처럼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해서 출연료와 만조 냉장고 광고 모델료를 어려운 소년, 소녀 가장을 돕고자 만조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보다시피 이렇게 백 팀장님과 공연도 함께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백한성과 함께 움직이는 나에 대해서 더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 버릴 작정이었다. 설마하니 나를 만조의 오너라고 생각할 리는 없을 테니 사람들은 순순히 내 말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터.
[의혹.]이나영 기자의 머리 위에 뜬 단어로 보아,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이곳을 주시하는 사람들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내 말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다.
사실 그녀는 백한성과의 관계보다 내가 지닌 피아노 연주 실력에 더 관심이 있었기에 말이다.
“아하! 그런 속사정이 있으셨군요. 어려운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서 훌륭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한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네, 괜찮으니 말해 보세요.”
더는 이나영 기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집요한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여기서 그녀를 밀어내는 태도를 보였다가는 귀찮게 굴 수 있었다.
“전에 명성호텔의 공연에서 보여 준 강산 씨의 놀라운 피아노 연주 실력에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강산 씨는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전에도 기자님께 말씀드렸다시피 피아노 연주는 취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금 기자님께선 포커스를 잘못 맞추신 듯싶네요. 오늘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유명우 씨와 황윤주 씨일 텐데요.”
내 말에 이나영 기자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계속 집요하게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물론 그 점에 대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오늘 공연의 주인공인 유명우 씨와 황윤주 씨의 연주에 강산 씨가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네요.”
“한 가지만 물어본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무튼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인 천재 음악가로 알려진 두 분의 공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점은 저도 마찬가지고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네요.”
전에 명성호텔 공연에서도 그렇지만 오늘도 집요한 구석을 보이는 이나영 기자였지만, 선을 긋는 나의 태도에 그녀도 더는 나를 잡지 못했다.
그때 타이밍 좋게 우리 뒤로 외국의 유명한 음악평론가가 들어왔는데, 기자들이 우르르 그곳에 관심이 쏠린 분위기였다.
한편으로 유명우와 황윤주 협주곡 공연은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화제가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 * *
협주곡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다.
공연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을 정도로 아주 멋진 공연이라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까미와 누리도 그렇지만 화이 역시 멋진 음악을 알아보는 안목을 타고난 모양이다.
화이는 공연이 끝나기까지 얌전히 내 무릎에 앉아서 두 사람의 연주에 푹 빠진 기색이었다.
“강산 씨 되시죠? 유명우 씨와 황윤주 씨가 뵙기를 청했습니다. 대기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행사 관계자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화이를 백한성에게 맡기고 관계자를 따라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명우와 황윤주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오늘 공연에 대한 나의 감상평을 듣고 싶어 했다.
두 사람의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진심으로 칭찬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 분의 환상적인 연주에 푹 빠져 버릴 정도였어요. 전에 비해서 두 분의 연주가 확실히 더 좋아졌어요.”
“하하! 강산 씨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호호! 그러게요.”
유명우와 황윤주는 나의 감상평에 안도하는 눈빛이기도 했지만, 이들도 최선을 다한 연주를 해서인지 아주 만족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빠져나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한성에게로 향했는데.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