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7
137
리허설 시간이 다가왔다.
스튜디오로 이동하게 되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리허설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을 촬영할 때 보았던 스태프들이 이번 방송도 함께하고 있었기에 우리가 게스트로 나온 것을 크게 반겨 주었다.
“강산 씨!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첫 방송에 강산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기뻤어요!”
“하하,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까미와 누리도 다시 만나서 반가워.”
“언제 봐도 우리 까미와 누리는 귀엽네?”
동물들을 좋아하는 스태프들은 까미와 누리를 다시 본 것에 귀엽다면서 난리 법석을 떨어 댔다.
그때였다.
의 사령탑인 박서나.
청바지에 야상을 걸친 털털한 차림새인 박서나가 단정한 원피스를 걸친 한 여자를 동행한 채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박서나가 동행한 여자는 오늘 방송에 출연할 게스트로 보였다.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박서나가 동행한 존재를 쳐다보느라 넋이 나갔다.
[엄청난 미인.]사람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여자 게스트 미모에 압도된 분위기다.
사실 박서나의 미모도 방송계에서 여신급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동행한 여자의 미모는 사람들 시선을 단번에 강탈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한 분위기를 타고 났다.
은빛 머리칼에 하늘색 눈동자.
조막만 한 얼굴에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
걸어오는 걸음걸이도 어딘지 모르게 귀족스러운 품격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박서나는 나만이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여자 게스트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던 건지, 다들 저런 미인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에 크게 놀란 기색이었다.
‘맙소사!’
나 역시 엄청나게 놀랐다.
여자의 미모가 대단한 것에 놀란 것보다는 전혀 생각지 못한 존재를 이곳에서 만난 점 때문이었다.
여자 게스트는 놀랍게도 새끼 고양이 화이의 본체라고 여겼던, 청담동 아트홀 CCTV를 통해 봤던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우연치고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유능한 정보통을 거느린 백한성조차 아직 여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곳에서 찾던 여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그것도 나와 함께 방송에 나오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수상했다.
‘은빛 머리칼에 하늘색 눈동자, 결코 흔치 않은 외모…… 잘못 본 것이 아니다. 그때 CCTV에서 봤던 여자와 동일 인물임이 분명하다.’
여자의 정확한 신원은 모르는 상태.
박서나는 어떻게 저 여자를 방송에 섭외를 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
[화이당.]까미 역시 그녀를 알아봤다.
확실히 녀석은 나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타난 여자를 화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누리는 정확하게 표현을 하지 않고 있지만 여자를 경계하듯이 초록색 눈알이 반짝거렸다.
“강산 씨! 이쪽 분은 강산 씨와 마찬가지로 저희 방송의 게스트로 초대한 엘리나 씨입니다. 엘리나 씨는 한국말을 아주 능숙하게 잘하시니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박서나가 여자 게스트를 내게 소개했다.
그녀는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공개한 것에 아주 행복한 기색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박서나에게 화이의 본체인 여자를 방송에 출연시키게 된 배경에 대해서 캐물어 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였기에 참고 그녀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강산입니다. 한국말에 능숙하시다니 잘되었네요.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엘리나라고 해요. 박 PD님이 강산 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시던데 정말 훈남이시네요. 오늘 방송 함께하게 되어 반가워요.”
박서나 말대로 엘리나는 한국말에 능숙했다.
그녀 얼굴을 보지 않고 말만 들으면 정말로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성격도 좋아 보였다.
[서프라이즈. 흡족.]그런데 박서나 머리 위에는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이 단어들이 떠올랐지만, 엘리나는 머리 위에 아무런 단어가 떠오른 것이 없었다.
그녀를 화이의 본체로 여기고 있기에.
나는 그녀의 가면을 벗기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게 되었다.
“혹시 화이에 대해 아세요?”
나는 일부러 화이를 언급했다.
과연 나의 도발에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여 줄 건지 궁금했는데.
“화이요? 그게 뭐죠?”
엘리나는 내 질문에 의문을 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긴 새끼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신한 상태를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까발리기는 뭣할 터.
이해는 되었지만 도발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를 향해 찬찬히 화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하얀 털빛을 한, 아주 귀엽게 생긴 새끼 고양이인데, 제가 녀석의 이름을 화이라고 지어 주었거든요. 그런데 그 녀석이 제게 말도 없이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 이유가 대체 뭘까요?”
솔직히 오늘 방송보다 나는 지금 상황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아마 백한성도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터.
“새끼 고양이가 사라진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드네요. 하지만 강산 씨에게는 이미 다른 귀여운 동물들이 있는데 거기에 하얀 새끼 고양이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듯싶네요.”
“그런가요? 그래도 혹시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면 제게 꼭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주아주 수상한 녀석이었거든요.”
“좋아요. 대체 어떤 점이 수상하단 건지 몰라도 강산 씨가 말한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면 꼭 연락을 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내가 지금 엘리나와 나눈 대화내용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멋쩍은 기색으로 어깨를 한번 으쓱거린 박서나가 얼른 분위기를 환기시키듯이 나왔다.
“자! 리허설 들어가기 전에 두 분이서 어떤 곡으로 협주를 할지 정하는 일부터 필요하겠네요. 엘리나 씨는 피아노, 강산 씨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하셨죠.”
무대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내 손에는 방송을 위해 준비한 악기 케이스가 들려 있는 상태였다.
“까미와 누리는 리허설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테니 이리 와서 누나랑 함께 있자.”
박서나가 까미와 누리의 목줄을 풀어 주었다. 에서 녀석들과 함께 방송을 한 경험도 있고 녀석들의 영리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말이다.
“저는 어떤 곡이든 상관없으니 엘리나 씨가 정하는 곡으로 가죠.”
“그렇다면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테니 한번 맞춰 볼래요?”
“그러죠.”
재능의 반지를 통해 세계적인 천재 음악가로 알려진 유명우의 피아노 연주 재능과 황윤주의 바이올린 연주 재능을 복사하여 내 것으로 만든 상태였기에 협주곡을 어떤 곡으로 정하든지 상관없었다.
그렇게 우리가 협주곡을 정하고 나자 의 진행자인 MC들이 등장했다.
의 MC를 봤을 때는 나 혼자서 진행했지만, 은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라 그런지 남녀 MC가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MC들은 외모보다는 성격이 좋고 무엇보다 재치가 뛰어난 이들로 섭외한 듯했다.
MC들은 첫 방송의 게스트로 섭외한 나와 엘리나의 긴장감을 풀어 주고자 웃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리허설 준비가 끝나자 사령탑인 박서나가 조감독에게 까미와 누리를 맡기고는 진두지휘에 나섰다.
“레디! 액션!”
박서나의 슛사인이 흘러나왔다.
그녀로선 이 크게 히트를 친 상황이었기에 후속작인 도 그에 못지않게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을 터.
그랬기에 게스트인 나와 엘리나에게 거는 기대가 커 보였다. MC들이 멘트를 진행했다.
“지금부터 을 시작하겠습니다!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네, 맞아요. 해서 저희 방송에서는 싱글인 분들을 모셔 놓고 여러 각도에서 삶의 철학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게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희 방송에 두 분의 남녀 게스트를 모시게 되었는데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죠? 특히 남자 게스트분은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얼굴이기도 하죠. 그럼 게스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MC들이 게스트를 소개했다.
나는 엘리나와 무대로 올라섰다.
각자 소개를 마치고 나자 그대로 협주곡 연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본래는 소개 후에 MC들과 게스트로 초대된 나와 엘리나가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부터 찍을 예정이었지만, 지금 리허설에선 그걸 생략한 것이다.
“오늘 게스트로 초대한 강산 씨와 엘리나 씨의 취미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라고 들었습니다. 선남선녀인 두 분의 취미 또한 아주 고상하죠?”
“오오! 과연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MC의 멘트가 끝나자 조명이 피아노에 앉은 엘리나와 그 앞에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나를 비추었다.
과연 엘리나의 피아노 연주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는데.
♬♪-!
의외로 연주 실력이 상당했다.
익숙한 곡.
새끼 고양이 화이를 유명우와 황윤주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엘리나는 그 곡을 지금 이곳에서 연주했다.
‘재미있군.’
나도 슬쩍 입꼬리를 올리곤 엘리나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에 조화를 이루듯이 바이올린 연주에 들어갔다.
방송에서 보여 주는 연주 시간은 대략 5분 정도였기에 도입부만 들려줘도 충분했지만, 연주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버렸다.
MC의 멘트가 흘러나와야 마땅했지만 연주에 취해 우리의 연주를 끊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건 박서나도 마찬가지.
의 사령탑인 박서나조차 황홀한 표정으로 우리의 협주곡의 연주에 푹 빠진 기색이었다.
왕! 냐옹-!
결국은 조감독과 함께 있던 까미와 누리가 보다 못해서 울음소릴 흘렸다.
역시 방송을 아는 녀석들이다.
“아아! 컷!”
그제야 박서나가 당황하여 서둘러 컷을 외치고는 무안한 기색으로 무대의 우리를 향해 말했다.
“두 분의 연주가 너무 황홀해서 넋을 놓고 있었네요. 이따가 방송에 들어가면 도입부 5분 정도만 들어가는 것으로 가죠. 그럼 잠시 쉬고 나서 다음 리허설로 들어가겠습니다.”
박서나의 말에 스태프들이 흥분한 기색으로 술렁거렸다.
너무 멋진 연주였기에 5분 정도만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아쉽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박서나는 단호했다.
물론 그녀도 아쉬웠지만 은 연주회가 아니었기에 본래 기획한 방송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역시 사령탑답게 중심을 잡을 줄 알았다.
“피아노 연주 아주 좋았어요.”
나는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선 엘리나를 향해 솔직하게 그녀의 연주를 칭찬해 주었다.
그녀에게는 수상한 구석이 있는 데다가 경계 대상이기도 했지만 피아노 연주 실력만큼은 인정할 만했기에.
“그쪽도 마찬가지에요. 일부러 게스트로 나온 보람이 있네요. 근데 방금 연주한 곡, 뭔가 이상하지 않았나요?”
“……?”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네요. 근데 어쩌나? 이미 연주를 시작한 이상 멈출 수는 없거든요. 혼이 잡아먹히지 않게 노력해야 할 거예요.”
나를 빤히 주시하는 엘리나.
그녀의 하늘색 동공에서 묘한 기운이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