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3
143
오후가 되었다.
백한성이 이곳에 도착했다.
앞마당 입구에 차를 세운 그가 트렁크를 열어 한우 꽃등심이 담긴 바구니를 꺼내 들고는 마중을 나온 우리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한우 꽃등심입니다. 최고로 좋은 부위로 골라 왔습니다.”
“백 팀장님 덕분에 오늘 고기로 포식을 하겠군요.”
내가 백한성과 인사를 나누고 나자 앞마당에 나와 있던 까미, 누리, 화이도 백한성의 곁으로 다가와 알은척 인사를 나눴다.
왕! 냐옹-!
새카만 까미는 똥꼬 발랄한 모습으로 그를 향해 꼬리를 마구 흔들어 보였고, 누런 고양이 누리는 백한성의 다리에 머리를 디밀어 친밀감을 표시했다.
냐아~!
하얀 새끼 고양이 화이는 약간은 어색하지만 백한성이 까미와 누리가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곁으로 다가와 그와 눈을 맞추고는 작게 울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화이, 여기서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니 다행이다.”
까미와 누리에게 알은척을 해 주었던 백한성이 마지막으로 새끼 고양이 화이의 털을 쓸어 주며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캠핑카로 가시죠. 그곳에 모든 준비를 해 놓았으니 가서 고기만 구워서 먹으면 될 거예요.”
내 말에 군고구마에 진심인 백한성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고구마는요?”
“당연히 준비했죠. 그럼 가실까요?”
“넵! 하하하!”
백한성은 고기 바구니를 들고 나는 화이를 안은 상태로 캠핑카를 세워 놓은 텃밭으로 움직였다.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정경이다.
서산너머의 산등성이에 걸린 해가 하늘을 주홍빛으로 예쁘게 물들이고 있었다.
꼬꼬! 꼬꼬꼬!
텃밭에 있던 닭들이 뒷마당의 닭장을 향해 이동을 하는 모습에 군기가 잘 잡힌 닭들의 분위기에 백한성이 혀를 내둘렀다.
닭들은 밖으로 먹이 활동을 하러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청년 대장 새일이 선두에서 나섰고 후미에는 고참 수일이 뒤따르고 있었다. 일렬로 줄을 서서 움직이는 닭들은 도중에 한 마리도 이탈이 없이 칼 각을 보여 주고 있긴 했다.
왕! 냐옹-!
먼저 텃밭의 가장자리에 세워 놓은 캠핑카로 움직인 까미와 누리가 우리보고 어서 오라는 기색으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도 어쩌다 보니 아버지 장흥수가 내게 선물로 준 캠핑카는 겨울철 녀석들의 아지트로 변한 감도 없지 않았다.
드르륵!
나는 캠핑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출입구 턱에 발판을 놓아 주었다. 발판이 있으면 안으로 들락거리는 것이 보다 편할 터였다.
까미와 누리만 있을 때는 발판이 필요 없었지만 새끼 고양이 화이가 이곳에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까미와 누리에 비해 화이는 점프력이 약한 편이라 발판을 이용하면 캠핑카를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자, 아빠는 고기를 구워야겠으니 이제 화이는 오빠들하고 노는 것이 좋겠다.”
내 곁에 있던 화이가 내 말을 듣고는 뽀르르 발판을 기어올라 캠핑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캠핑카 안을 들여다보며 세 녀석이 잘 어울려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본격적으로 고기 구워 먹을 준비에 들어갔다.
화르륵!
모닥불을 먼저 피웠다.
보조를 맡은 백한성이 가져온 고기 바구니를 오픈하여 내게 건넸다. 예술과도 같은 자태를 뽐내는 꽃등심 마블링을 대하자 절로 군침이 감돌았다.
처억! 처억!
고기의 양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실컷 배터지게 먹어도 좋을 만큼 아주 많았기에 아낌없이 불판에 고기를 투척했다.
지글지글!
삼겹살과 달리 한우는 익는 데에 시간이 적게 걸렸다. 일단 한 접시를 구워 내어 동물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세 개의 그릇에 나눠 놓았다. 셋 중에서 먹성이 가장 좋은 까미의 접시에 담긴 고기의 양이 가장 많기는 했다.
“녀석들 먼저 먹이고 우리는 천천히 먹도록 하죠.”
“그러시죠.”
안 그래도 주위를 진동하는 고기 굽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캠핑카 밖을 기웃거리던 녀석들이 내가 부르자 신난다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화이가 이제 정식으로 우리와 한식구가 되었어. 앞으로 화이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 그러려면 까미와 누리.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당.] [화이는 한식구다냥.]내 말에 긍정적으로 대답을 흘리는 까미와 누리의 모습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화이도 녀석들 말을 들었는지 표정이 밝았다. 내가 녀석들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동물들끼리는 서로 소통이 가능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을 테니 고기를 먹어도 좋아.”
왕! 냐옹! 냐아~!
나의 허락에 녀석들이 펴 놓은 돗자리로 올라가 그릇에 코를 박고 열심히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찹찹찹!
쩝쩝쩝!
냠냠냠!
절로 아빠 미소가 흘러나왔다.
내 새끼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럼 이제 우리도 허리띠 풀고 신나게 달려 볼까요?”
“그럽시다.”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그러고는 준비한 와인을 오픈하여 잔에 따랐다.
쪼르륵!
한 병에 1천만 원이나 호가하는 명품 와인이기도 했다. 동물들에게는 와인을 줄 수 없었기에 우리만 마셔야 했다.
짠!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고기 맛도 좋고 와인 맛도 훌륭했다. 질 좋은 특등급 한우에 향기로운 와인을 곁들이자 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툭! 툭!
고기와 와인을 맛보고 나서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모닥불에 집어넣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바가지에 소복하게 담아온 고구마를 죄다 불속에 투척했다. 그걸 바라본 백한성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구마가 익어 가는 구수한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고기와 와인을 실컷 먹었으니 이제 군고구마로 입가심을 해 볼까요?”
“하하! 좋습니다!”
군고구마에 진심인 백한성이 지금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흡족한 기색으로 고갤 끄덕였다.
나는 긴 집게를 이용하여 불속에 던져 두었던 고구마를 밖으로 꺼내 놓았다.
왕! 냐옹! 냐아~!
그러자 백한성 못지않게 군고구마에 환장하는 까미와 누리가 화이를 챙겨서 캠핑카 밖으로 튀어나왔다. 녀석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불 밖으로 꺼내놓은 고구마 냄새를 맡으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녀석들도 지금 뜨거운 군고구마를 먹었다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 눈치를 보며 기다렸다.
“나눠 줄 테니 기다려.”
나는 호일로 감싼 고구마 껍질을 벗겨 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란 속살을 삼등분으로 나눠서 각자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
적당히 식혔으니 먹기 좋을 터.
새끼 고양이 화이가 분홍색 혀를 날름거리며 고구마를 먹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보니 핸드폰을 꺼내서 녀석의 모습을 찍어 댔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찍어 주었다.
나의 작은 행동으로 질투를 유발하게 만들어도 곤란했기에.
“역시 이곳의 군고구마 맛은 일품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것을 사 먹어 봤지만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죠.”
벌써 하나를 해치우고 두 개째 군고구마를 먹고 있는 백한성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고기와 와인을 배터지게 먹고도 군고구마가 들어갈 자리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백한성 몸은 늘씬했다.
태생이 선계의 선인이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찔 염려가 없는 체질인 셈이다.
그때 세 개째 군고구마에 도전하고 있던 백한성이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천억 원이 생겼는데 그걸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화이를 위해 놀이방을 근사하게 만들어 줄까 생각해요. 여기하고 용인에 있는 곳하고 두 곳에 말이죠. 그냥 놀이방이 아니라 진짜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동물들의 놀이방 말이죠.”
“동물들 놀이방이라?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시긴 하지만 1천억을 모두 쓰기에는 무리이겠군요.”
“물론이죠. 천억 중에서 100억은 제하고 나머지 돈은 만조재단에 맡길 생각입니다. 그러니 백 팀장님이 알아서 좋은 곳에 사용해 주세요. 소년 소녀 가장을 도와줘도 좋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도 좋고요.”
“알겠습니다.”
백한성도 화이로 생긴 돈으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을 흔쾌하게 수긍했다.
참고로 엘리나 조력자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듯이 내게 천억을 보낸 후로 화이에 대해 신경을 껐다.
백한성 말로는 조력자가 외국으로 떠났다고 했으니 더는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
돈이 좋기는 했다.
그리고 백한성의 일처리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열흘 만에 야산 아래의 내가 사는 집 옆으로 멋진 놀이방이 뚝딱 완성된 것이다.
새로운 건물이 생긴 셈이다.
조립식으로 만든 건물이라 빨리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놀이방 안에 녀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잔뜩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녀석들이 혹할 각종 놀이 도구가 갖춰진 놀이방을 비롯하여 놀다가 볼일을 볼 수 있도록 화장실과 아늑한 휴게실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휴게실 안에는 낮잠을 때리기에 적당한 푹신한 소파는 기본이었고, 고양이들을 위한 캣닙 맛이 나는 추르 자판기와 까미를 위한 소고기 개껌 자판기도 구비되어 있었다.
녀석들을 고려하여 동전을 집어넣지 않고 발로 하단에 그려진 부분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간식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제작된 간식 자판기들이었다.
또한 놀이방 한쪽 무대에는 화이를 위해 피아노도 준비되었다. 화이가 피아노에 올라가 건반을 마음껏 두드려 대며 놀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물론 새끼 고양이로 변한 화이였기에 엘리나처럼 환상적인 연주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는 화이에게는 멋진 선물이 되어 줄 것이라 여겼다.
“일단 용인보다는 이곳에 먼저 놀이방을 만들어 봤습니다. 한번 살펴보시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그렇다면 저보다는 녀석들이 직접 사용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요. 녀석들을 위한 놀이방이니 말이죠.”
“그것도 좋겠군요.”
안 그래도 야산 아래에 집말고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것에 까미와 누리와 화이가 호기심을 갖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녀석들을 놀이방으로 데려오자 다들 휘황찬란한 놀이방의 분위기에 눈이 동그래졌다.
“까미, 누리, 화이, 너희를 위해서 놀이방을 만들었어. 그동안 이곳에 대해 많이 궁금했을 테니 한번 확인해 봐. 사용해보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아빠에게 말하고.”
왕! 냐옹! 냐아~!
녀석들이 신이 나서 놀이방의 이곳저곳을 마구 돌아다니며 탐색 활동에 나섰다.
[놀이방 너무 좋당.] [신나는 장소다냥.] [놀이방 고맙다냥.]녀석들이 기분이 좋아서 가릉거리며 난리도 아니었다. 실컷 놀이기구를 사용하며 놀이방 안을 뛰어다니다가 휴게실 소파에서 캣닙 맛이 나는 추르를 핥아 대는 누리와 화이는 신세계를 경험한 표정이고, 소고기 개껌을 탐욕스럽게 끌어안고 질겅질겅 씹어 대는 까미도 아주 만족한 기색이다.
그러던 그때였다.
냐아~!
새끼 고양이 화이가 피아노를 발견하곤 캣닙 맛이 나는 추르를 내려놓고는 무대로 향했다.
“화이가 피아노를 연주할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나는 백한성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화이의 움직임을 지켜보게 되었다. 까미와 누리도 핥아 대던 간식을 내려놓고 피아노로 향한 화이를 주시했다.
그렇게 피아노 의자로 풀쩍 뛰어올라간 화이가 앙증맞은 발을 놀려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새끼 고양이가 되어 버린 탓에 과거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린 화이였지만 피아노 연주에 대한 재능을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고양이가 하는 피아노 연주.
사람의 손이 건반을 누르는 것에 비해선 매끄러운 맛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제법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곡을 연주했다.
와아아! 짝짝짝!
자연스럽게 박수가 흘러나왔다.
나도 그렇지만 백한성도 화이의 연주에 감탄한 것이다. 까미와 누리도 화이의 연주가 듣기 좋았던지 꼬리를 흔들어 댔다.
화이가 피아노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연주를 한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녀석의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