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5
145
산속의 연못에 도착했다.
연두와 녹색이 빚은 주변 경치는 봄의 운치를 더해 주는 싱그러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야산에 자생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선계의 기운에 영향을 받은 덕분에 설령 풀과 돌멩이도 찾아보면 나름 그럴싸한 쓸모가 있을 터.
“허허! 역시 좋구먼. 이곳의 공기는 다른 야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특별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장 박동수는 연못가에 낚시 도구를 내려놓고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 주변에 이곳 말고도 야산이 여럿 있었지만 이곳만큼 이장 박동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도 없었기에 말이다.
그가 산속의 연못에서 낚시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에서 잡은 은화의 맛도 일품이지만, 사실 산속을 오르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산속에 들어서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이건만, 마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그어진 것처럼 이곳의 공기는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장 박동수는 이곳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마을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전에 이곳에 살던 노인도 그렇고, 현재 이곳의 주인이 된 젊은이도 그에게 어떤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만 될 듯싶었기에.
‘그걸 보면 예전 이곳에 살았던 어르신은 어릴 때 우리 서나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지금은 이 젊은이 덕분에 우리 서나가 하는 방송 일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두 사람 모두 내게는 너무 고마운 은인들이지.’
그래서 이장 박동수는 텃밭을 가는 일이라든가, 작물들을 심고 수확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거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장 어르신은 모처럼 연못에 낚시하러 온 것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모양이네.’
나는 이장 박동수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을 확인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할 수 없었기에 그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걸 보면 부모의 마음속엔 항상 자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식이 어디 아픈 데 없이 무탈하게 자라고, 자식이 하는 일이 성공하는 것이 부모로선 최대의 행복이라고 했는데.
이장 박동수의 여식인 박서나는 아주 건강했고, 그녀가 맡은 방송 일도 승승장구하고 있었기에 이상 박동수도 행복해 보였다.
은 요사이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방송으로 손꼽힐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첫 방송에 나와 엘리나가 출연한 것이 묘하게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호승심을 자극하게 된 모양이다.
그로 인하여 이제는 연예가에서 에 출연 섭외를 받는 것이 싱글인 연예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까지 하고 있다.
[신난당. 역시 산이 좋당.] [냄새가 싱그럽다냥.]까미와 누리도 산속의 연못을 찾아온 것이 마냥 신난 기색이다. 요사이 놀이방에서 노는 것에 푹 빠졌던 녀석들이지만 역시 대자연이 가져다주는 매력과는 비교가 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싱그러운 풀냄새에 주둥이를 들이대기도 하다가 간간이 떨어지는 매화꽃을 잡느라 정신없이 주변을 뛰어다니고 있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 화이.
[야산에 결계가 형성되어 있다냥.]화이를 연못가에 내려놓자 주변을 둘러보던 녀석에게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화이가 야산에 형성된 결계를 파악해 냈다고?’
새끼 고양이로 변한 화이는 과거의 기억 대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였지만 일부의 기억은 잔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방금 말한 부분도 그런 기억 중의 하나이겠지만, 아무튼 방금 화이가 흘린 정보는 나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야산에 형성된 결계.
그걸 파악하려면 일정 수준의 신력을 갖추거나, 아니면 선계의 기운과 친화력이 강한 존재여야만 가능했던 탓이다.
‘대체 화이는 선계에서 어떤 존재였기에?’
화이가 새끼 고양이 모습으로 변하기 직전에 방송국에서 만났던 인간 엘리나는 그녀의 정확한 본모습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본체의 모습이 제법 반영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
성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의 분위기라 볼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것.
냐아~!
그렇게 생각에 잠긴 나를 향해 화이가 낮게 울음소릴 흘렸다. 자신의 말에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해 주지 않는 것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곁에 이장 박동수가 함께 있다는 것에 화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줄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 화이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근데 화이야, 지금부터 아빠는 어르신과 낚시를 해야겠으니 화이는 오빠들과 노는 것이 좋겠어.”
그러자 화이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수풀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던 까미와 누리에게로 움직였다.
“자! 그럼 슬슬 은화를 잡아 보세!”
이장 박동수는 잔뜩 들뜬 기색이다.
올해 들어서 산속의 연못에서 하는 첫 낚시였다.
빨리 손맛을 보고 싶었기에 우린 연못에 낚시찌를 던져 넣었다.
“허허! 오늘은 은화가 풍년일세!”
“그러게요.”
낚싯대를 물속에 드리우기가 무섭게 은화가 잡혔다. 미끼도 없이 그냥 빈 낚싯바늘로 잡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벌써 물통에 은화가 절반이나 찼다.
다른 때에 비해 일찍 낚시를 마감해야 하는 이장 박동수로선 손맛을 더 보지 못하는 것에 미련은 남지만 욕심을 버리기로 작정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오늘은 아쉽지만 이만 내려가는 것이 좋겠구먼. 벌써 물통 절반을 은화로 채워 버렸으니 말일세.”
“그럼 차나 한잔 마시고 내려가죠. 어차피 마시려고 준비해 온 차니까요.”
“그러세.”
나는 웃으며 박동수를 쳐다봤다.
그로선 낚시를 더 하고 싶을 텐데도 물통의 절반을 은화로 채웠다는 것에 역시 오늘도 칼같이 털고 일어나자는 기세였다.
쪼르륵!
보온병에 준비해 온 영초 향균차를 한 잔 따라서 박동수에게 건넨 뒤 나도 차를 음미하면서 연못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연못의 느낌이 좀 달라졌지.’
전에 마령 4호를 연못에서 처리하고 난 영향인지 묘하게 연못의 분위기가 변했다.
이장 박동수가 보기엔 똑같은 연못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오늘 잡아 올린 은화에게서 풍기는 선계의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예전에 낚아 올린 은화도 맛이 기가 막혔지만 선계의 기운이 강할수록 더욱 맛은 좋을 터.
“오랜만에 잡은 은화라 맛이 더욱 좋을 거예요.”
“자네가 그리 말하니 벌써 군침이 감도는구먼. 빨리 내려가서 은화 맛을 봐야겠네. 허허.”
“그러시죠.”
향긋한 영초 향균차에 이장 박동수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나 역시 산속에서 마시는 차라서 그런지 더욱 감미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차를 마시고 난 뒤 나는 낚시 도구를 챙겨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이제 주변에서 놀고 있을 까미, 누리, 화이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에 근처의 풀밭으로 고갤 돌리게 되었는데.
‘뭐야? 저 녀석들이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오늘은 이상하게 낚시를 하는 동안 녀석들이 연못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때 같으면 간식을 내놓으라고 졸라댔을 녀석들이 오늘은 웬일로 잠잠했다.
특히 먹보대마왕 까미의 식욕은 왕성했기에 이렇게 간식을 찾지 않은 것이 신기한 일이긴 했다.
“호오? 다들 저기 모여 있네. 근데 풀밭에 모여서 뭐 하는 건지…… 분위기가 뭔가 좀 이상하구먼.”
이장 박동수가 보기에도 녀석들의 분위기가 어딘지 이상했던지 고갤 갸웃거렸다.
“어르신은 여기에서 쉬고 계세요. 제가 가서 살펴보고 올게요.”
“흐음, 알았네.”
나는 챙겼던 낚시 도구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녀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연못에서 지척의 거리인 풀밭.
그곳에 모여 있는 녀석들이 무슨 이유인지 죄다 풀밭에 코를 박고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으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캣닙 간식을 먹을 때 보이는 반응과 비슷하긴 했는데, 까미는 고양이가 아님에도 누리와 화이와 함께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캣닙 간식을 먹을 때에 비해서 지금 녀석들 표정은 어딘지 나른하고도 황홀해 보였다. 이건 마치 약쟁이들이 뽕에 취한 것과도 유사한 분위기라고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떤 풀이기에 녀석들이 저런 상태인 거지.’
나를 위해 안배된 야산이기에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들치고 내게 해가 되는 것들은 없을 테지만 녀석들은 동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너희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내가 가까이 다가선 상태에서도 녀석들이 움직일 기색도 보이지 않고, 반응도 영 이상했다.
풀밭을 떠나기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나른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볼 뿐이었다.
[여기 풀 향기 환상적이당.] [아주 기분 좋은 향기다냥.] [기분이 편안하당.]나는 녀석들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기에 일단 풀밭을 살펴봤다.
녀석들이 코를 박고 있는 곳에 자생한 풀들은 주변의 푸른 풀들과는 달리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세 녀석이 있는 곳에만 보라색 풀들이 수북하게 자라 있었는데, 식물의 잎사귀가 보라색이란 점을 빼면, 꽃도 그렇고 분위기가 영락없이 제비꽃과 흡사했다.
녀석들의 주둥이가 보라색으로 물든 것으로 보아 꽃을 따먹은 모양이다. 녀석들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보면 꽃의 성분이 수상쩍기는 했다.
투욱!
나는 보라색이 감도는 작은 꽃을 뜯어서 냄새를 맡아 보고자 코에 가져다 댔다.
세상에 다시 없을 감미로운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순간 어딘지 익숙한 향처럼 다가왔다.
‘이걸 어디서 맡았지?’
그때 식물 정보 창이 떴다.
[식물명 : 자색 환상초.]-자색 환상초는 선계의 허브과에 속하는 식물임.
-자색 환상초 꽃은 말려서 차로 이용할 수도 있고, 말린 잎은 향신료로도 사용됨.
-자색 환상초 꽃을 날 것으로 취할 시 기분 좋은 나른한 느낌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가져다주기에 선인들이 즐겨 애용하는 식물임.
나는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식물 정보 창을 통해 녀석들이 코를 박고 있는 풀이 선계의 자색 환상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야산의 신비로움을 생각하면 선계의 영초가 야산에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산속의 연못을 한두 번 찾아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선계의 식물이 이곳에서 발견된다고?’
나는 까미와 누리의 곁에서 나른한 표정으로 자색 환상초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새끼 고양이 화이를 쳐다봤다. 녀석도 꽃을 따 먹었는지 하얀 주둥이가 보라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내 시선에 화이가 갸르릉거리며 기분 좋은 골골송을 흘렸다.
‘어쩌면 자색 환상초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 화이의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
까미와 누리는 자색 환상초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산속의 연못을 비롯하여 산속을 놀이터처럼 쏘다녔던 녀석들이 이런 신기한 자색 환상초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자리는?’
작년에 갓 태어난 까미를 처음 발견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때는 자색 환상초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