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7
147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자색 환상초에 대한 사업 구상은 차차 생각해도 되었다.
오늘은 이장 박동수와 함께 텃밭에 작물을 파종하기로 했기에 일단 그것만 신경을 쓰기로 했다.
‘방울토마토와 상추.’
지금 계절에 심을 수 있는 작물들로 방울토마토와 상추가 적당했다.
상추는 겉절이를 해 먹어도 되지만, 무엇보다 고기를 쌈 싸서 먹을 때 필요했고, 방울토마토는 간식으로 매우 유용한 작물이었다.
‘감자도 심으면 되겠군.’
옥수수와 고구마는 조금 뒤에 심어도 되었지만 감자 같은 경우는 지금 심어도 좋았다.
그런데 감자는 방울토마토와 상추와는 달리 씨앗이 아니라 씨감자가 필요했다.
감자의 눈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적당한 크기로 조각을 내서 땅속에 심어 줘야만 했다.
그럴 줄 알고 지하 석실에 보관하고 있던 감자 중에서 일부를 씨감자로 활용할 생각에 미리 준비해 놓기는 했다.
‘이제 먹을 간식과 차만 준비하면 되겠군.’
오늘 작물을 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중간에 먹을 간식이 필요할 것이라 여겼다.
그나마 다행히 이장 박동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잘 먹는 편이었기에 음식을 준비하는 데 부담은 적었다.
‘일을 하다가 먹어야 하는 것이니 먹기 편하게 계란과 고구마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계란과 고구마를 삶으려 준비하려는데.
웅웅!
이장 박동수의 전화였다.
혹시 이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다.
물론 이장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서 작물을 심어야만 할 터.
다행히 내가 우려했던 일은 아니었다.
-혹시 자네가 먹을 것 준비할까 봐 미리 연락했네. 어제 집사람이 은화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보답으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네.
“도시락을요? 힘드실 텐데요.”
-집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괜찮네.
“그럼 차는 제가 준비할게요.”
-그러게나. 그럼 이따가 보세.
이장이 작물을 심는 일을 도와주는데 음식까지 그쪽에서 준비하게 된 점에 부담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이장 부인의 음식 솜씨가 좋았기에 오늘 점심이 은근히 기대가 되긴 했다.
“차는 자색 환상초로 준비하자.”
이장에게 연못가에서 채집해 온 자색 환상초 차를 맛보여 주기로 했다.
내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이장을 위해 이 정도의 보답은 당연했다.
쪼르륵!
뜨거운 물에 말린 자색 환상초 꽃을 넣어서 우려냈다.
투명한 물이 서서히 아름다운 보라색으로 물들어 갔다.
“환상초라 그런지 향기가 완전 환상적이군.”
실내가 온통 자색 환상초의 향기로 그윽했다.
신비로운 영초 향균차도 향기가 매우 좋은 편에 속했지만 자색 환상초는 그것에 비해 환상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향기로 취한다는 느낌, 그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차 맛은 어떨지 모르겠네.”
첫 개시인 만큼 검증이 필요했다.
우유에 말린 자색 환상초 꽃가루를 넣어 마셔 보긴 했지만 그래도 차는 조금 다를 터.
괜히 이장에게 차를 대접하고 반응이 탐탁지 않아도 문제였기에 내가 미리 맛을 보기로 했다.
쪼르륵!
잔에 보라색 찻물을 따랐다.
향기는 환상적일 정도로 좋았지만 차 맛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잔을 입가로 기울여 차를 한 모금 맛봤다.
“허어!”
자연스럽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영초 향균차 못지않은 아주 훌륭한 차였다. 겨우 한 모금 차를 맛본 것으로 극락을 경험하는 기분.
‘자색 환상초가 이런 맛이었다니?’
아주 마음에 드는 차였다.
이제 차의 종류가 두 가지로 늘어난 셈.
뭔가 기분 좋았다.
쪼르륵!
남은 차를 죄다 보온병에 옮겨 담아서 밖으로 들고 나왔다.
***
나는 텃밭으로 나왔다.
작물을 심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죄다 텃밭에 날라다 놓고, 자색 환상초 차가 담긴 보온병은 나중에 마실 생각에 텃밭 수돗가 근처의 바위에 올려놓았다.
꼬꼬꼬! 꼬꼬!
텃밭에서 닭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제 텃밭을 갈아 준 덕분에 잡아먹을 것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먹이 활동을 하는 닭들이 활기차 보였다.
[주인.] [충성.] [반가움.]나를 발견한 닭들이 반색하여 눈알을 반짝이며 아는 척을 해 주었고, 나도 웃는 얼굴로 닭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이따가 작물을 심을 때는 저쪽으로 이동해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꼬꼬꼬! 꼬꼬!
말귀를 알아들은 닭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중에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을 땅은 오늘 건들지 않을 테니 닭들이 그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면 될 터.
탈탈탈탈!
그렇게 닭들과 인사를 나누고 텃밭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있는데, 이장 박동수가 몰고 오는 트렉터 소리가 주위로 요란스레 울려 퍼졌다.
“어서 오세요, 어르신! 도시락까지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허허, 고생은 무슨 고생. 천하에 다시없는 기막힌 은화를 맛보게 해 줬는데 도시락 싸는 일이 어디 대수겠는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트렉터에서 내린 박동수가 보자기로 묶은 삼단 찬합을 자랑하듯이 내게 건넸다.
나는 도시락을 받아서 보온병을 놓아 둔 수돗가 근처의 바위에 갖다 놓고는, 이장과 함께 텃밭에 어떤 식으로 작물을 파종할지 상의하게 되었다.
“저기에 방울토마토와 상추를 심고, 저쪽에는 씨감자를 심으면 적당하겠구먼.”
“네, 어르신. 그렇게 하죠.”
나는 이장의 의견을 따르게 되었다.
농사일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양반이었기에 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좋았다.
그때였다.
왕! 냐옹! 냐아~!
놀이방에서 놀고 있었던 까미, 누리, 화이가 텃밭으로 나왔다.
농사일도 놀이의 일종으로 여기는 녀석들이니 오늘 작업에 빠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방울토마토와 상추 씨앗을 파종 하는 일은 녀석들에게 맡기기는 그러했고. 대신 씨감자를 심는 것을 맡기기로 했다.
“그럼 너희들은 감자를 심는 것을 도와줄래? 이장 어르신이 시범을 보여 줄 테니 한번 잘 보고 배워.”
녀석들에게 씨감자 심는 시범을 해 달라는 나의 부탁에, 그만 이장 박동수가 당황했는지 어깨를 괜히 으쓱거렸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장을 향해 말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녀석들이니 천천히 심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면 될 거예요.”
“흠흠, 거참?”
이장 박동수가 멋쩍게 헛기침을 흘렸다.
동물들에게 씨감자 심는 시범을 보여 주는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하지만 눈빛을 별처럼 반짝거리며 이장 박동수를 빤히 주시하는 녀석들의 분위기에 그는 할 수 없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씨감자를 심는 시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험험, 일단 이렇게 흙을 파헤쳐 구멍을 파는 것부터 해야 하는구먼. 그러고는 그 안에 씨감자를 집어넣고 흙을 잘 채워 주는 일을 해야 하는구먼. 어뗘? 다들 할 수 있겠어?”
왕! 냐옹! 냐아~!
이장의 말에 녀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번 해 봐.”
나는 이장과 서서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반신반의하는 이장 박동수의 기색과는 달리 나는 녀석들을 믿고 있었다.
그동안 나와 함께 살면서 녀석들이 보여 준 놀라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말이다.
파파팍! 파팍!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 녀석의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이장이 시범을 보인 방법대로 씨감자를 심고 있었다.
왕!
먼저 까미가 발로 열심히 땅을 파서 씨감자를 심을 구멍을 내면.
냐옹!
다음에 누리가 소쿠리에 있던 씨감자를 입에 물고 와서 구멍에 집어넣는 일을 맡았고.
냐아~!
마지막으로 새끼 고양이 화이가 흙을 덮는 일을 했다.
하얀 화이의 털이 흙으로 지저분하게 얼룩졌지만 녀석은 까미와 누리와 함께 텃밭에서 일하는 것이 상당히 즐거운 기색이다.
의외로 화이도 농사일이 적성에 맞는지 매우 열성적인 분위기였다.
“호오! 아주 잘하는구먼!”
이장 박동수가 크게 감탄을 흘렸다.
시범을 보일 때는 반신반의 했지만, 놀랄 정도로 녀석들이 사람 못지않게 씨감자를 잘 심었던 것이다.
“그러게요.”
나는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오늘 화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기분도 없지 않았다.
까미와 누리는 본래 털이 지저분하든 말든 농사일을 놀이로 생각하는 녀석들이라 즐겁게 참가하는 편이었지만, 새끼 고양이 화이는 깔끔한 성격이었기에 털에 흙을 묻히는 것을 별로 내키지 않아 할 줄 알았던 탓이다.
‘귀엽다.’
구멍에 심어 놓은 씨감자가 보이지 않게 흙을 앙증맞은 발로 열심히 채우는 화이의 귀여운 모습에 자꾸만 아빠 미소가 흘러나왔다.
“씨감자 심는 것은 녀석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토마토와 상추나 심도록 하죠.”
“허허! 그러세나. 저렇게 농사일을 잘 할 줄은 미처 몰랐네. 역시 방송에 나오던 녀석들이라 그런지 다르긴 하네.”
더는 녀석들을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씨감자를 심는 일 중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적당한 거리 유지였지만 영리한 까미는 그걸 제대로 해냈다.
씨감자를 심을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서 구멍을 파 댔으니 말이다.
그렇게 녀석들이 씨감자 심는 일을 도와준 덕분에 나와 이장은 편하게 방울토마토와 상추 씨앗을 심는 일을 몰두할 수 있었다.
꼬꼬꼬! 꼬꼬!
텃밭에 나와 있던 닭들도 작물을 심는 일에 관심을 보였다.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을 생각에 남겨 놓은 옆의 텃밭으로 죄다 이동한 닭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발견한 것처럼 날개를 파닥거리며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모두가 합심하여 일을 하게 된 덕분에 작물을 심는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자! 모두 모여! 점심 먹자!”
약간 늦은 점심이 되어 버린 감도 없지 않았지만 다들 수돗가 근처의 바위로 집합했다.
이장 박동수가 가져온 삼단 찬합을 오픈했다.
첫 번째 칸에는 김밥과 유부초밥이 들어 있었고, 두 번째 칸에는 떡갈비와 산적이, 마지막 칸에는 과일들이 들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정성이 깃든 음식의 분위기에 절로 군침이 감돌았다.
“잘 먹겠습니다, 어르신!”
“그려, 맛있게 먹게나.”
나는 이장과 함께 김밥과 유부초밥을 먹었고, 까미와 누리와 화이에게는 떡갈비를 나눠 주었다.
이장 부인의 음식 솜씨가 좋기도 했지만 열심히 노동을 하고 먹는 점심이라 그런지 아주 꿀맛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내가 준비해 온 자색 환상초를 마시게 되었다.
“어르신! 진짜 점심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이건 입가심으로 준비한 차니 한번 마셔 보세요.”
“흐음, 차가 보라색이구먼.”
“몸에 좋은 차라기에 준비해 봤어요.”
“그럼 어디 맛을 볼까?”
차에서 흘러나온 신비로운 향기에 코를 벌름거리던 이장 박동수가 차를 맛보기 시작했다.
“허어!”
이장 박동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갑자기 몸이 푹신한 구름 위로 둥실 떠오른 것처럼 아늑하면서도 기분이 엄청 좋았다.
“이건 천국의 맛이구먼.”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까미와 누리와 화이도 차를 맛볼 수 있도록 그릇에 자색 환상초 차를 따라서 덜어 주었다.
왕! 냐옹! 냐아~!
녀석들도 자색 환상초의 차 맛에 푹 빠진 기색들이었다.
꼬꼬꼬! 꼬꼬!
수돗가 주변에 몰려든 닭들에게도 남은 차를 살짝 물에 타주었다.
평소와는 다른 신비로운 물맛에 닭들도 흠뻑 빠진 기색들이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구름 위를 행복하게 거니는 기분일 터.
잠시의 휴식이지만 지상 최고의 멋진 휴식이 아닐 수 없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