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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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장 박동수와 통화를 나누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그가 다섯 살 먹은 사내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을 방문했다.
앞마당 평상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이장의 방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인사를 나누고는 아이 쪽을 쳐다봤다.
“이름이 뭐야?”
하지만 내 질문에 낯가림이 심한 아이인지 이장의 뒤에 숨어서 눈치를 보듯이 나를 쳐다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정민욱이라고 하네.”
이장 박동수는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멋쩍게 웃으며 대신 아이 이름을 내게 알려 주었다.
“민욱이? 아주 멋진 이름이네요. 근데 어쩌죠? 여기 동물들과 인사를 나누려면 밥도 잘 먹고 씩씩해야 하는데?”
“……!”
그러자 내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장 뒤에 숨어 있던 아이가 그제야 쭈뼛거리며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귀엽게 생겼네.’
바가지 헤어스타일에 통통한 볼이 아주 귀엽게 생긴 아이였지만, 잔뜩 울어서 그런지 눈가가 벌겋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하긴 어린 나이에 갑자기 가족과 떨어져 이장 집에 맡겨진 것이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민욱아, 밥 안 먹었지?”
내 질문에 아이가 이장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다가 할 수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이거 마셔 볼래?”
아이가 내가 내민 우유가 담긴 컵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장의 말로는 아이가 밥도 먹지 않고 울기만 한다고 했기에 일부러 아이를 위해 준비한 우유였다.
말린 자색 환상초 꽃가루를 넣은 우유였기에 지금 아이의 상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낯가림도 심한 아이가 우유를 선뜻 받아 마실 리가 없었기에 아이를 구슬릴 말이 필요했다.
“여기에 사는 동물들은 이 우유를 아주 좋아하는데. 맛도 좋고 기분도 좋게 해주는 마법의 우유거든.”
내 말에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였다.
“마법의 우유?”
“그래, 봐 봐. 이거 다른 우유랑 달리 보라색 우유잖아. 우리 민욱이도 이거 마시면 씩씩하게 동물들과 놀 수 있는데. 어때? 마셔 볼래?”
“네에, 마실래요.”
아이가 우유를 마시겠다고 나오자 이장 박동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무리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과 간식을 주고 달래도 울기만 했던 아이였기에 말이다.
꿀꺽꿀꺽!
아이가 컵을 들고 우유를 마셨다.
말린 자색 환상초 꽃가루를 넣은 덕분에 우유에서 풍기는 향도 좋지만 맛도 좋았기에 컵에 담긴 우유를 금방 다 비운 아이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머물렀다.
“어때? 정말 마법 우유지?”
“네에! 우유 좋아요! 헤헤!”
우유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덕분인지 아이의 눈에 생기가 감돌고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 보였다.
“그럼 우리 민욱이 우유도 잘 마셨으니 이제 동물들을 보러 갈까? 지금 녀석들이 저쪽에 있는 놀이방에서 놀고 있거든.”
“네에, 헤헤헤.”
처음에는 내게 낯을 가리던 아이가 이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가 내민 손을 잡고 해맑게 웃었다.
“허어, 고 녀석! 집에서는 그리 울어 대더니 여기서는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일세.”
그러자 이장 박동수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이가 더는 울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듯이 우리 뒤를 따라 잠자코 움직였다.
“여기가 동물들 놀이방이야.”
“와아!”
동물들을 위한 놀이방은 다섯 살 먹은 아이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기에 놀이방에 들어선 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거렸다.
“호오! 정말 멋지구먼.”
이장 박동수도 놀이방 구경은 처음이었기에 깜짝 놀란 기색이다. 잔뜩 돈을 투자하여 만든 놀이방답게 냉난방을 비롯하여 최상으로 꾸며져 있었으니 말이다.
“자! 다들 이리 모여 봐.”
나는 놀이방에서 놀고 있던 까미, 누리, 화이를 주위로 불러들였다. 녀석들에게는 이장 박동수가 아이를 데려올 것이란 점을 미리 말을 해 놓기는 했다.
[인간 아이당.] [남자 아이다냥.] [작다냥.]내 곁으로 뽀르로 다가온 녀석들도 이장이 데려온 민욱이란 아이에 호기심을 보였다.
“헤헤! 강아지랑 고양이다!”
아이 역시 녀석들을 대하자 흥분했는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볼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동물들은 좋아하는 아이라 다행이긴 했다.
‘하긴 여기 녀석들은 보통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녀석들이니.’
까만 털에 선홍색 눈알인 까미, 황금색 털에 초록색 눈알인 고양이 누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처럼 뽀얀 털에 하늘색 눈알인 새끼 고양이 화이였다.
전부 귀엽고 영리한 녀석들이기도 했지만 세 녀석 모두 아침에 씻겨서 그런지 향기도 좋았고 털도 깨끗했다.
“그럼 우리 민욱이에게 녀석들을 소개해 볼까? 민욱아, 여기 까만 강아지는 까미라고 해. 그리고 옆에 큰 고양이는 누리. 마지막 새끼 고양이는 화이라고 해.”
“까미…… 누리…… 화이요?”
“맞아. 우리 민욱이 똑똑하네. 한번 들었는데 이름을 기억하고?”
“TV에 나온 거 봤어요. 화이는 빼고.”
“그래? 실제로 보니 어때?”
“좋아요, 헤헤!”
아이가 을 봤던 모양이다.
물론 나도 방송에 MC로 나오긴 했다.
살짝 장난기에 발동이 걸렸다.
“그럼 방송 봤으면 우리 민욱이 삼촌도 알고 있겠네?”
“네에, 잘 생긴 삼촌이라고 우리 엄마가 대따 좋아했어요. 헤헤.”
“하, 하하, 그랬구나. 근데 아까는 왜 삼촌 보고 모른 척했어?”
“그, 그게…….”
내 질문이 아이를 곤란하게 했는지 우물쭈물하고 있기에 나는 얼른 아이의 머리를 쓸어 주며 말했다.
“아냐, 괜찮아. 삼촌이 장난친 거야. 그럼 이제 우리 민욱이 차례네. 여기 녀석들과 친구가 되려면 이름을 알려 줘야겠지?”
나의 부드러운 시선에 안심이 되었는지 아이가 녀석들 앞에 씩씩하게 자기의 이름을 밝혔다.
“저는 정민욱입니다! 나이는 다섯 살입니다!”
아이의 소개에 까미가 먼저 아이 곁으로 다가와 환영한다는 의미로 꼬리를 흔들어 주었다.
이어서 고양이 누리와 화이도 아이의 다리에 꾹꾹이를 해 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헤헤헤.”
녀석들의 환영 인사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의 입이 잔뜩 벌어졌다. 녀석들로 인해 가족과 떨어진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진 덕분인지 아이는 밝은 표정으로 녀석들과 함께 놀이방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왕! 냐옹! 냐아~!
까미, 누리, 화이도 신났다.
작은 아이 하나가 놀이방에 합류한 것이 녀석들에겐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 모양이다.
“캭캭! 간지러워! 헤헤헤!”
아이 역시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말린 자색 환상초 꽃가루를 넣은 우유를 마신 것도 있겠지만 신비로운 동물들이 가져다준 힐링 효과가 아이의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정말 고맙네. 민욱이 녀석이 저렇게 밝게 웃다니 말일세.”
“민욱이 형은 많이 다친 건가요?”
“자전거 타고 놀다가 다쳤는데 일주일 정도는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하더군. 맞벌이 부부라 형이 퇴원할 때까지는 당분간 우리가 민욱이를 돌봐 주기로 했네.”
“며칠이라지만 어린 아이를 돌보는 일이니 힘드시겠어요.”
“집사람 친척이기도 하고,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뭐.”
이장 박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역시 선한 성품답게 좋은 사람이었다.
“근데 자네에게 미안하네. 그동안 방송에 나오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내가 염치없이 아이를 데려와서.”
“아니에요. 아이가 어리니 여기서 동물들과 놀다가도 문제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이장 박동수만 비밀을 잘 지켜 주면 아이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아이가 녀석들과 잘 놀고 있으니 밖에 나가서 텃밭이나 한번 둘러보고 오죠.”
“그러세나.”
***
텃밭으로 나왔다.
아이가 놀이방에서 녀석들과 노는 동안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어제 작물을 심은 곳을 한번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텃밭의 한곳에 이른 순간 발길을 멈추게 되었는데.
“허어! 저, 저게 뭔가?”
“그, 그러게요.”
이장 박동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며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제 작물을 심었는데 벌써 싹이 났다고? 그것도 저 정도면…….’
저건 싹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어제 텃밭에 심은 작물들은 방울토마토와 상추, 씨감자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방울토마토는 쑥쑥 자라 푸른 가지에 노란 꽃이 피어 있어 금방이라도 열매가 맺을 듯이 보였다.
게다가 한 구멍에 여러 개의 씨앗을 심은 상태였기에 나중에 싹이 나면 싹을 일부 솎아 줘야만 했지만 지금 상태로 보아 그런 과정이 전혀 필요치 않아 보였다.
마치 딱 필요한 싹만 발아가 되어 성장한 것처럼 적당한 거리마다 방울토마토가 심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상추는 지금 당장 뜯어 먹어도 될 정도야.’
상추 역시 성장 속도가 미쳤다.
어제 씨앗을 파종한 상태인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상추는 푸릇푸릇한 상태로 자라 있었다. 상추 잎사귀의 모양새와 크기로 보아 당장 요리를 해 먹어도 좋을 정도였다.
‘그리고 감자는 또 뭐야?’
어제 까미, 누리, 화이가 씨감자를 심은 곳도 놀랄 정도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감자의 상태였다.
방울토마토처럼 감자도 쑥쑥 자라서 하얀 꽃까지 매달려 있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조만간 감자를 수확해도 무방하다는 의미였다.
작년과는 너무도 다른 작물들의 성장 속도에 사실 한 가지 짚이는 구석이 있기는 했다.
‘혹시 화이가 새벽에 이곳에 나와서 쑥쑥 비료를 준 것 때문에?’
새벽에 새끼 고양이 화이가 이곳에 나와서 텃밭을 뛰어다니며 쑥쑥 비료인지 뭔지를 뿌려 대긴 했다.
쑥쑥 비료가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하여간 녀석이 디디는 땅에서 분홍색 기운이 일렁였고.
‘그것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작물이 이리 성장했다고?’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간으로 치면 지금이 오전 11시 정도였기에 새벽에 화이가 이곳에서 수상쩍은 행위를 한 후로, 대략 여섯 시간 정도가 흐른 상황이다.
그 안에 작물이 이렇게 미친 성장 속도를 보인 것이다.
‘그나저나 이장 어르신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나는 지금의 상황에 긴장된 침을 꿀꺽 삼키며 이장 박동수를 흘끗 살피듯이 쳐다봤다.
나는 화이의 행위를 직접 목격한 상태였기에 지금의 현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장 박동수는 전혀 그렇지 못할 터.
“…….”
그러자 잠시 멍한 표정으로 텃밭의 작물을 쳐다보던 이장 박동수.
그동안 이곳을 드나들면서 신비로운 현상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가 멋쩍은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허허허! 하여간 신기한 일이지만 잘되었구먼. 이리 작물이 빨리 자라다니 말일세. 안 그런가?”
“흐음, 그렇긴 하죠.”
역시 속이 깊은 인물답게 이장 박동수는 이번의 기현상도 더는 캐묻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다 이장이 상추가 자라난 곳으로 다가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는 상추 잎을 뜯기 시작했다.
역시 농사꾼의 피가 흐르는 양반답게 먹기 좋게 성장한 상추를 보자 그냥 둘 수가 없는 모양이다.
“상추를 좀 솎아야겠구먼.”
“그럼 저는 가서 소쿠리를 가져올게요. 그리고 오늘 오신 김에 점심은 여기서 드시고 가세요.”
“그래도 괜찮겠는가?”
“상추 맛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허허! 당연히 궁금하지.”
이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겉으로는 내가 당황할까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론 호기심으로 가득했기에.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