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0
150
점심때가 되었다.
나는 앞마당 평상에 밥상을 차려 놓고 이장 박동수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박동수가 데려온 아이 민욱이는 까미와 누리, 화이와 앞마당에서 뛰어놀게 놔두었다.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게 했다가는 거부감만 들 테니 차라리 동물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먹고 싶어 하면 그때 주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오늘 점심 메인 요리는 상추.
상추를 감히 메인 요리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현재 밥상에 있는 반찬이라고는 조금 전에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상추 한 소쿠리와 쌈장뿐이었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허허허. 그려, 잘 먹겠네.”
보통의 경우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놓고도 으레 하는 인사말처럼 차린 것이 없으니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하곤 했지만, 지금 밥상의 상태는 진심 정말로 차린 것이 없는 셈이긴 했다.
하지만 이장 박동수는 반찬의 가짓수가 달랑 상추가 전부인 상황에도 전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없다.
보통 상추가 아닌 탓이다.
씨앗을 파종하고 하룻밤 사이에 따 먹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미쳐 버린 상추였다.
그랬기에 나와 이장 박동수는 지금 실험정신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푸릇푸릇한 싱싱한 상추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미친 성장 속도를 보여 준 상추였기에 맛은 과연 정상일지 어떨지 검증이 안 된 상태였다.
“어디 상추 맛이 어떤지 볼까?”
이장 박동수가 먼저 소쿠리에 담겨 있던 상추 하나를 꺼내 손바닥 위에 쫙 펼쳐 놓고는 밥과 쌈장을 올린 후에 대충 말아서 입에 집어넣고는 우적우적 씹어 대기 시작했는데.
“흐읍!”
이장 박동수의 눈이 확 커졌다.
고기도 들어가지 않고 달랑 상추만 싸서 먹고 있는 상황임에도 맛이 너무 기똥찼다.
이제까지 이장이 살아오면서 많은 종류의 상추를 먹어 봤지만, 지금 먹고 있는 상추 맛은 뭔가 달랐다.
이런 상추라면 평생 상추만 먹고 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상추를 씹으면서 괜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인생 최고의 상추를 만난 것에 감격했기 때문이다.
역시 이곳의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들은 뭔가 다르긴 했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찌 상추에서 이런 황홀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 건지.
“어르신, 상추 맛은 어떤가요?”
이장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금추.]이장이 속마음으로 상추가 아니라 금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추의 맛이 어떠한지 익히 짐작은 되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본 것이다.
“직접 먹어 보게.”
이장 박동수는 상추의 맛을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상추를 먹고 맛을 평가하라고 했다.
한편으론 말로 상추의 맛을 설명하기엔 이장이 아는 단어만으로는 표현이 많이 부족했기에.
“그러죠.”
나는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러고는 방금 이장 박동수가 했던 것처럼 상추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밥과 쌈장을 넣고 대충 쌈을 싸서 입안에 넣고 씹어 댔다.
‘오오오!’
상추의 싱그러운 향기는 온몸의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상추를 씹으면서 느껴지는 식감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 이장 어르신이 왜 상추를 금추라고 느낀 건지 이해가 되는군.’
나는 입속에 있던 상추를 모두 씹어 삼킨 후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장 박동수를 쳐다봤다.
“이건 상추가 아니라 금추네요.”
“맞네! 금추네, 금추! 이제까지 먹어 본 상추 중에서 최고로 맛난 상추라네.”
나의 말에 이장이 격하게 맞장구를 치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상추 맛에 대한 검증.
확실히 보통 상추가 아님으로 판정이 난 셈이다.
‘화이가 텃밭을 뛰어다니며 쑥쑥 비료를 준 효과일 터.’
나는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는 새끼 고양이 화이를 쳐다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상추 맛이 이럴진대 방울토마토와 감자의 맛도 기가 막히겠지?’
상추에 비해 방울토마토와 감자는 아직 먹을 단계로까지 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꽃이 맺혔으니 조만간 결실을 보긴 할 터.
‘민욱이도 상추 맛을 보면 단번에 빠질 텐데.’
그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장 박동수가 이번에는 상추쌈을 조그맣게 말기 시작했다.
“민욱아, 이리 와서 이거 먹어 봐. 아주 기똥차게 맛난 상추야.”
하지만 이장 박동수의 말에도 민욱이는 들을 기색이 없어 보였다.
고기도 아닌 상추. 푸른 풀떼기에 입맛이 돋을 리 없었기에.
‘하지만 민욱이에게 상추를 먹일 방법이 있긴 하지.’
나는 까미, 누리, 화이에게 상추 쌈을 먹게 하여 민욱이란 아이를 자극할 생각이다.
함께 놀고 있는 동물들이 상추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본다면 아이도 먹고 싶어 할 것이라 여겼다.
다행히 내가 키우는 까미, 누리, 화이는 보통 동물들이 아니었기에 상추를 먹여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마법과도 같은 쑥쑥 비료를 이용하여 재배한 상추라면 분명 아이 몸에도 좋을 터.
“까미, 누리, 화이. 이리로 와 봐. 아빠가 상추쌈을 싸 줄 테니 한번 먹어 봐.”
왕! 냐옹! 냐아~!
녀석들이 나의 부름에 뽀르르 평상 주위로 몰려들었다.
안 그래도 점심을 먹을 때이기도 했고 상추에서 흘러나온 기분 좋은 기운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마침 내가 부르니 잘되었다는 기색이다.
“자! 이번에 재배한 상추인데 맛이 어떤가 봐 봐.”
나는 녀석들 입속에 차례대로 상추를 작게 뜯어서 넣어 주었다.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이기에 밥과 쌈장은 생략했다.
[기분 좋은 맛이당.]상추를 맛본 까미가 흡족한 기색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댔다. 영물 까미였기에 상추에 서린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상추 맛있다냥.]고양이 누리도 상추를 맛보고 기분이 좋은지 초록색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사실 세 녀석 중에서 풀떼기를 가장 좋아하는 누리이긴 했다.
들판에서 살던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누리는 간혹 야산을 돌아다닐 때 풀떼기를 질겅질겅 씹어 대기도 했다. 몸에 해가 되는 풀떼기는 아니었기에 그냥 놔두었지만.
[기분 좋다냥.]새끼 고양이 화이의 반응에 나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화이는 자신이 쑥쑥 비료로 성장시킨 상추가 점심 밥상에 올라온 것이 행복한 모양인지 하늘색 눈이 귀엽게 반달로 휘어졌다.
“까미랑 누리랑 화이도 상추쌈을 아주 잘 먹네? 우리 민욱이도 한번 먹어 볼래?”
“네에! 먹을래요!”
역시 순진한 아이다웠다.
동물들이 상추를 잘 먹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는지 민욱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처음에 아이는 밥상에 달랑 푸른 상추만 올라온 것에 점심을 먹는 것에 미련이 없었지만 동물들이 상추를 먹고 좋아하는 모습에 그만 침이 꼴딱 넘어갔다.
“마, 맛있어요!”
민욱이가 이장 박동수가 싸 준 상추쌈을 먹고는 크게 흥분한 기색으로 발을 동동 굴려 댔다.
형이 다친 바람에 가족과 떨어져 친척집에 맡겨진 후로 아무것도 먹기 싫었는데 상추는 달랐다.
“또 주세요!”
민욱이가 이장 박동수를 향해 먹이를 달라는 참새처럼 입을 벌리며 조르자, 그런 아이의 변화에 이장도 기분이 좋았던지 아이를 바라보며 인자하게 웃어 주었다.
그렇게 이장에게 몇 번의 상추쌈을 받아먹은 민욱이였는데 아이의 몸에서 갑자기 분홍색 아우라가 일렁였다.
새벽에 화이가 텃밭의 작물에 뿌려 주었던 분홍색 쑥쑥 비료와도 같은 색이기도 했다.
이어 분홍색 아우라가 사라지자 민욱이의 손과 손목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설마 아토피가 치유된 건가?’
사실 이장 박동수가 데려온 민욱이를 처음 봤을 때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옷 안에 감춰진 피부는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이의 겉으로 드러난 손등과 손목은 하도 긁어서 피부가 마치 나무껍질처럼 심하게 거칠해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갑자기 가족과 떨어진 것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을 테니 아토피가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아까 보았을 때와는 달리 상추쌈을 먹고 난 민욱이의 손과 손목의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피부가 달라졌다.
“에? 손이 이상해졌어.”
민욱이도 자신의 놀라운 변화에 신기한 눈으로 손과 손목을 살펴봤는데, 그러는 사이 아이의 손과 손목에서 때처럼 보이는 가루가 부스스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저건 상추의 효과가 분명해.’
아토피가 치유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 옷을 들치진 않았지만 손과 손목의 상태로 보아 아이 몸 안의 피부도 치유가 되었을 것이라 여겼다.
“허어!”
이장 박동수도 크게 놀란 기색이다.
아이의 아토피 피부를 잘 알고 있기에.
게다가 이곳에 데려올 때만 해도 간지럽다고 온몸을 벅벅 긁어 대던 아이였다.
그랬는데 상추쌈을 먹고 나서 달라졌다.
아무래도 상추가 아이의 고질병인 아토피 피부를 낫게 해준 것이라 여긴 이장이 나를 향해 물었다.
“이거 상추 때문이 맞지?”
“아마도요.”
확실하게 눈에 드러난 아이의 변화였다. 상추의 효과를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
그러자 나의 인정에 그만 이장 박동수가 할 말을 잊은 기색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곳에서 겪은 신비로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이번의 일도 입에 지퍼를 채워야만 할 터.
하긴 어제 파종한 상추 씨앗이 하룻밤 사이에 따 먹을 정도의 속도로 금방 자란 것을 남에게 말했다간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것이다.
“우리 민욱이 몸은 어떤지 볼까?”
이장 박동수는 민욱이의 옷을 들쳐서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손과 손목의 피부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배와 등에서도 때처럼 보이는 가루가 부스스 떨어지고 있었다.
신난 이장 박동수가 껄껄 웃었다.
“민욱아, 상추쌈 더 먹을까?”
“네! 상추 맛있어요!”
민욱이는 피부가 이제 아프고 가렵지 않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았는지 이장이 싸주는 상추쌈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상추쌈을 먹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 피부는 윤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불안하고 두려웠던 민욱이는 상추쌈을 먹고 나서 그런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밝게 변한 아이의 모습에 이장 박동수의 눈에는 나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해 보였다.
“점심 잘 먹고 가네.”
“차린 것도 없는데 잘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허허, 금추를 맛보지 않았는가?”
이장 박동수는 민욱이의 아토피 피부가 말짱해진 것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진 신기한 일은 이곳에 모두 내려놓고 가는 것이 좋았기에.
“민욱아, 이제 집에 돌아가도 울지 않을 거지?”
“네! 삼촌! 헤헤.”
민욱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내게 다가와 푹 안겼다.
작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까미, 누리, 화이, 안녕!”
왕! 냐옹! 냐아~!
민욱이가 앞마당까지 따라 나온 까미, 누리, 화이를 향해 해맑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이장의 손을 잡고 마을로 향했다.
아이가 밝게 변했으니 이제 더는 이곳에 데려오지 않아도 될 터.
“화이, 텃밭의 작물을 잘 자라게 해 줘서 고마워.”
냐아~!
난 화이를 안고 털을 쓸어 주었다.
작물 재배에 도움을 준 것에 보람을 느꼈는지 녀석이 나의 손길에 귀엽게 골골송을 흘렸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