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5
155
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기 파티를 벌인 것에 까미, 누리, 화이는 아주 신이 났다.
백한성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쑥쑥 비료로 재배한 상추와 구운 감자를 실컷 맛본 탓인지 크게 만족한 기색이었다.
“대표님, 그럼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주무시고 가지 그래요.”
“아닙니다. 가서 할 일도 있고…… 제가 곁에 없는 편이 편하게 쉬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조심해서 가요.”
나는 백한성을 잡지 않았다.
내일 자색 환상초와 노란 달빛초를 가지고 기억력 향상 실험에 임할 생각이었다.
[대비.]백한성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로 보아 그는 오늘 밤새 사무실에서 있을 모양이다.
나의 조력자인 그다.
만일 내가 선계의 기억을 되찾을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일이었기에 말이다.
‘정말 선계에서 지낸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식물 정보 창의 정보를 통해 자색 환상초와 노란 달빛초는 선계에서 자라는 영초임이 밝혀졌다. 두 가지 말린 영초를 가지고 환약을 만들어 먹는다면 잃어버린 선계의 기억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긴 할 터.
‘만일 선계의 기억을 되찾는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인간으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걸까?’
***
밤이 깊어졌다.
녀석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왔다.
요정의 들판에서 실컷 뛰어다녀서 그런지 까미와 누리는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금방 꿈나라로 향했고, 화이는 내가 쓸어 주는 손길에 골골송을 흘리다가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지하 석실에 가 봐야겠다.’
나는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왔다.
그런 나의 손에는 자색 환상초와 노란 달빛초가 담긴 바구니가 들려 있는 상태였다.
두 가지 영초를 지하 석실에 가져온 것.
나름 생각한 것이 있었던 탓이다.
뚜벅뚜벅!
나는 저장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제1 지하 석실을 지나 명상실이 있는 제2 지하 석실도 지나쳤다. 그러고는 신비로운 안마 침상이 있는 제3 지하 석실에 이르게 되었다.
석실의 벽에 박혀 있던 은은한 야명주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잠시 석실 안을 둘러보던 나는 이어 두 개의 안마 침상이 놓인 곳으로 움직였다.
흑색과 비취색 안마 침상.
고양이 누리는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흑색 안마 침상을 선호했지만 몸에 열이 많은 편인 까미는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비취색 안마 침상을 주로 선호하는 편이었다.
‘화이는 어떤 침상을 더 좋아하려나 모르겠군.’
아직 화이에게 지하 석실을 오픈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블랙홀 결계 안까지 개방한 상황이니 이제 이곳도 화이에게 오픈해도 상관없긴 하다. 화이가 어떤 안마 침상을 선호할지 궁금하긴 했다.
‘그건 그렇고 안마 침상에서 두 가지 영초를 건조시키면 어떻게 될까?’
집에서도 두 가지 영초를 얼마든지 건조시킬 수 있었지만 나는 영초의 기운을 보다 좋게 만들 생각에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비취색과 흑색 중에서 아무래도 따뜻한 흑색 안마 침상이 영초를 건조시키는 게 효과가 좋겠지?’
나는 흑색 안마 침상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구니에 담긴, 자색 환상초의 꽃잎과 금빛이 흘러나오는 노란 달빛초 잎사귀 끝 부분을 침상에 펼쳐 놓았다.
‘전에 자색 환상초를 집에서 건조할 때 밤사이에 건조가 되긴 했지만, 이곳은 신비로운 곳이니 좀 더 빨리 건조되지 않을까.’
사실 흑색 침상에 펼쳐 놓은 자색 환상초 꽃잎과 노란 달빛초 잎사귀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영초가 건조가 된다면 더욱 양이 줄어들 터.
하지만 환약을 만드는 데 문제는 없다.
선근(仙根)을 이용하면 된다.
선근은 선계에 속하는 식물로, 이곳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신비로운 영초인 셈이다.
하여간 선근은 적은 영초의 양으로도 환약을 풍성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그냥 영초로만 만든 환약보다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잘 흡수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지만 선근이 들어간 환약은 절대 주화입마에 빠질 염려가 없도록 해 준다는 점도 신기했다.
‘두 가지 영초로 제조할 환약도 선근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
나는 이왕 지하 석실에 내려온 이상 아예 이곳에서 환약을 만들어서 올라갈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두 가지 영초의 건조가 필요했다. 말린 영초를 가루로 만들어 선근과 섞어야만 환약을 빚을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응? 뭐지? 벌써 건조가 되었다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흑색 안마 침상에 펼쳐 놓은 두 가지 영초들이 어느새 바싹 건조가 되어 버렸다.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빨리 건조가 되다니 신기했다.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어. 역시 신비로운 안마 침상답네.’
나는 속으로 이곳에 영초를 가지고 내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
게다가 두 가지 영초를 건조 시킨 곳이 바로 흑색 안마 침상이라는 것에 약초의 성능을 더 좋게 해 줄 수도 있을 터.
‘가만, 흑색 침상에서 건조 시킨 영초들을 비취색 침상에 놓으면 어떻게 될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호기심.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끝내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해 보기로 했다.
흑색 침상에서 바싹 건조 된 자색 환상초 꽃잎과 노란 달빛초 잎을 이번엔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비취색 침상에다 펼쳐 놓았다.
실험은 언제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법.
두근거리는 호기심에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어떻게 변할까?’
나는 비취색 안마 침상을 주시했다.
두 가지 영초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눈에 힘을 빡 주었다.
‘만일 문제가 생긴다면 다시 흑색 안마 침상에서 건조시키면 될 거야.’
흑색 안마 침상에서 5분 정도 만에 두 가지 영초가 건조되었기에 나는 비취색 안마 침상에도 5분 정도 놓아두기로 했다.
그렇게 비취색 안마 침상에 두 가지 영초를 펼쳐 놓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쟀다.
5분이 되어 가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비취색 안마 침상답게 두 가지 영초에 변화가 생겼다.
“헐! 하얀 서리가 끼고 말았어.”
흑색 침상에서 바싹 건조되었던 두 가지 영초가 하얗게 서리가 낀 상황에 나는 얼른 영초들을 바구니에 주워 담아 옆의 흑색 안마 침상으로 옮겨 놓았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이나 역시 비취색 침상은 영초를 건조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검증이 된 셈이기도 했다.
다행히 흑색 침상으로 옮기자 언제 서리가 앉았느냐는 듯이 금방 바싹 건조된 상태로 변해 버렸다.
“확실히 신비로운 침상답게 각자 지닌 기운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긴 하는군.”
호기심 때문에 본의 아니게 두 가지 영초를 두 번이나 건조 시킨 셈이 되어 버렸다.
“그만 가서 환약을 만들어 볼까?”
나는 건조 된 영초들을 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자색 환상초 꽃과 노란 달빛초 잎은 건조된 상태에서도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근데 어째 두 번이나 건조를 시켰음에도 오히려 영초의 빛깔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지?”
자색 환상초 꽃은 더욱 선명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노란 달빛초 잎은 금빛이 반짝반짝 찬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빛깔만이 아니라 건조 된 두 가지 영초에서 풍기는 향도 장난이 아니게 더욱 진했다.
‘이렇게 되니 또 호기심을 자극하네?’
두 번 건조시켰는데 오히려 두 가지 영초가 더욱 신비롭게 변한 상황에 나의 눈빛이 빛났다.
‘그렇다면 다시 시도해 봐?’
나는 바구니에 담긴 바싹 건조 된 두 가지 영초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비취색 침상에 영초들을 펼쳐 놓았다.
‘두 가지 영초가 정 이상하게 변하면 나중에 다시 요정의 들판에서 가져오면 될 거야.’
사실 자색 환상초는 야산의 연못가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기에 노란 달빛초만 있으면 된다.
물론 노란 달빛초를 다시 밖의 세상으로 가져오려면 이번에 떠 온 요정의 샘물을 사용하기까지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래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니.’
하여간 그놈의 호기심이 뭐라고.
나는 두 가지 영초를 흑색과 비취색 침상에 옮기는 작업을 네 번이나 하게 되었다. 그런데 세 번까지는 영초들의 빛깔과 향이 확실히 업그레이드되는 듯싶었지만, 네 번째에는 오히려 효과가 반감했다.
‘그만 중단하는 것이 좋겠군.’
나는 흑색 침상에 펼쳐 놓은 두 가지 영초를 바구니로 옮겨 담았다. 그래도 두 번째 건조에서 멈춘 것보다 효과를 더 본 셈이다. 호기심도 충족했고 효과도 본 것에 기분이 좋아서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환약을 만들 시간이다.
제1 석실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디 보자?”
제1 석실은 사실 두 구역으로 나뉜 상태였다.
한쪽은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들과 야산에서 채집한 약초들의 저장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고, 맞은편 공간은 말린 약초를 보관하거나 환약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약재실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약재실에는 환약을 만들 수 있는 탁자며 여러 가지 공구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만도자가 과거에 만들어놓은 환약이 담긴 장식장 같은 목함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벽의 한곳에는 말린 약초가 담긴 자루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는데, 내가 지금 찾고 있는 선근도 바로 저곳에 있었다.
나는 벽에 매달린 자루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선근이 들어있는 자루를 탁자로 가져왔다.
‘보기에는 말린 더덕처럼 생겼는데. 묘하게 환약을 만들 때 넣으면 물처럼 녹아 끈적거리는 성분으로 변한단 말이지?’
선근 한 뿌리면 두 가지 영초를 환약으로 만들 수 있을 터. 이곳에서 몇 번 환약을 제조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대충 선근의 용량을 가늠할 수 있긴 했다.
“좋아. 그렇다면 먼저 두 가지 영초를 곱게 가루를 내는 것이 필요하겠지.”
나는 바싹 건조된 자색 환상초 꽃과 노란 달빛초 잎을 손에 움켜쥐고는 살짝 힘을 줄 뿐이었다.
한 주먹 안에 들어올 정도로 건조된 영초들 양이 많지 않다보니 가루도 얼마 되지 않았다.
가루를 탈탈 털어 오목한 돌로 된 그릇에 담아 놓고는 선근을 넣고 막대기를 잠시 휘저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더덕 뿌리처럼 생긴 선근이 엿처럼 녹아 두 가지 영초 가루와 엉겨 붙어 반죽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스윽! 스윽!
구슬을 빚듯이 환약을 만들었다.
건조된 두 가지 영초의 가루만 가지고 환약을 만들었다면 새끼손톱만 한 것 하나가 고작이었을 테지만 역시 선근이 첨가되자 왕구슬 크기의 환약을 제조할 수 있었다.
“근데 환약 색깔이 검은색이 되었네.”
보라색이 감도는 자색 환상초 꽃과 황금빛이 감도는 노란 달빛초 잎이 선근과 섞이자 검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내가 제조한 환약이 범상치 않음을 입증하듯이 환약에서 아찔할 정도의 신비로운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을 복용하면 선계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식물 정보 창이 알려 준 정보는 신뢰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환약을 복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내일 백 팀장님이 오시면 하는 것이 좋을 터.”
나는 만든 환약을 목함에 넣었다.
이곳에 보관해놓고 내일 백한성이 오면 그때 복용할 생각이다. 이건 보통 실험이 아니기에 말이다.
선계의 기억을 되찾는 일.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