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57
157
일주일이 흘러갔다.
사라진 선계의 기억을 되찾는 일은 확실히 실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실망은 하지 않았다.
대신 신력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물론 신력이 늘어났다고 해도 나의 일상생활은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는 점.
꼬끼요오오!
아침이면 수탉들의 모닝콜에 잠을 깨서 아침밥을 만들어서 소중한 나의 가족인 동물들과 함께 먹었다.
오후에는 텃밭의 작물들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야산에 올라가 송이와 송로버섯을 채집하는 일을 했다.
까미, 누리, 화이는 여전히 변함없이 공사다망하게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놀러 다녔다.
그리고 며칠 전에 야산에서 잔뜩 꺾어 온 고사리가 있었기에 그걸 가지고 오늘 저녁 때 육개장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냉동실에 소고기가 사태가 있으니 그걸로 육개장을 끓일 때 넣으면 될 테고. 야채로는 야산에서 채집한 송이버섯과 고사리에 텃밭에서 재배한 대파를 넣으면 되겠군. 그리고 말린 자색 환상초 잎사귀를 향신료로 사용한다면 아주 끝내주는 맛이 될 터.”
육개장을 큰 냄비에 끓일 생각이었는데,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많을 테니 백한성을 이곳에 불러서 함께 먹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백 팀장님! 오늘 저녁에 육개장을 끓일 생각이거든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로 맛있는 육개장이 될 테니 드시고 싶으면 이곳으로 오세요.”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벌써부터 군침이 도네요. 이따가 시간 맞춰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백한성과 통화를 나누고 나자 냉동실에 있던 소고기를 꺼내 물에 담가 두었다.
고기의 핏물을 제거할 생각이다.
육수를 우릴 때 핏물을 제거해야 누린내도 나지 않고 좋았다.
그렇게 덩어리로 된 커다란 사태 부위를 물에 담가 놓은 뒤 바구니를 챙겨 들고 텃밭으로 나왔다.
“이제 대파만 있으면 되겠군.”
육개장에 들어갈 재료로 송이버섯과 고사리는 준비가 되었지만 대파는 없었기에 텃밭에 심어 놓은 것을 뽑아 갈 생각이다.
“어디 보자. 역시 쑥쑥 비료의 효과 때문인지 엊그제 심어 놓은 옥수수와 고구마도 벌써 수확할 때가 다 되었네.”
잠시 텃밭을 둘러보던 나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맺혔다. 엊그제 텃밭에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었는데 쑥쑥 비료 덕분인지 벌써 쑥쑥 성장해 버렸다.
앞서 재배를 했던 감자, 상추, 방울토마토로 이미 충분히 맛은 검증이 된 셈이었기에 옥수수와 고구마의 맛도 아주 좋을 것은 당연했다.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을 이번 주말에 이곳에 초대해서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들을 맛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실은 앞서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들을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에게 택배로 보내 드리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동안 가족들 얼굴을 본 지 꽤 되었기에 언제 한번 이곳에 초대하여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에게는 일찍 수확한 햇감자와 옥수수와 고구마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 특수 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수밖에 없겠군.’
하긴 지금 계절에 벌써 햇감자를 수확하고 거기에 옥수수와 고구마는 수확 직전에 이른 상태였기에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작년에 송로버섯과 영초 향균으로 명성화장품의 향수 사업에 도움을 준 일도 잡음이 없이 넘긴 것처럼 이번의 일도 그러할 터.
이곳을 자주 들락거리던 이장 박동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밀로 하고 있는 것.
그의 입이 무거운 탓도 있지만 실은 이곳의 일을 누구에게 발설하지 못하도록 금제가 걸린 탓이다.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밝혀서 곤란해질 이곳과 관련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의 결계를 벗어나는 순간 모두의 뇌리에 금제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금제가 작동하면 이곳에서 벌어진 신비로운 일들에 대해 비밀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서 그걸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심적으로 무리도 없고 부작용도 없는 일이라 금제를 해제할 필요는 없긴 하다.
‘금제에 대해선 나도 이제야 알게 된 일이지만. 하여간 그것 때문에 야산의 비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거였다니.’
사실 신력 40에 이르자 금제에 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신력 40은 선계로 따지면 상급 선인에 속한다.
그동안 중급 선인 중에서도 거의 초입에 이른 상태였지만 이젠 중급의 경지를 훌쩍 벗어나 상급 선인에 속하게 된 셈이다.
상급 선인의 능력을 갖춘 덕분에 그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지내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걸 보면 나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먹은 주변인들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나의 일반 조력자로 정해지게 되나본데. 이곳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지.’
일반 조력자로 정해진 사람들은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은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것이 신력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자 썩 흔쾌한 기분은 아니긴 했다.
그걸 보면 선인들은 인간보다는 확실히 신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물 위를 걷는다거나 새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태산도 단번에 박살 낼 수도 있었다.
특히 선계의 선주였던 나.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녔을 터.
그런 내가 이곳 인간계에 있다.
만일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인간계를 초토화시키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만들 수 있을 터.
‘인간계에는 나 말고 능력을 지닌 선인들이 얼마나 내려온 걸까? 그렇게 내려온 선인 중에서 나쁜 마음을 품은 선인이 있다면?’
나는 야산을 올려다봤다.
신비로운 야산을 소유하게 되면서 찌질했던 내 인생이 파격적으로 바뀌게 되었고, 심지어 이제 신력이 40에 이르게 되었다.
신력이 늘어난 이유가 있을 터.
선계의 기억을 되찾지 못한 대신 늘어나게 된 신력이긴 하지만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을 터.
‘혹시 마령 5호를 상대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마령은 숫자가 늘어날수록 능력치도 강하다는 것.
게다가 요정의 샘물을 떠온 상황.
아직 요정의 샘물이 원하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한 듯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지만 기다려 보면 샘물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 여겼다.
그랬기에 복잡한 마음을 떨쳐 버리고 지금은 그저 지금의 생활에 충실하는 것이 좋았다.
“대파나 뽑자.”
나는 바구니를 들고 대파를 심어 놓은 곳으로 움직였다.
싱싱한 푸른 대파의 분위기였다.
쑥쑥 비료로 재배한 대파인지라 미친 성장 속도를 보여 준 것은 당연했고 맛도 아주 좋을 터.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대파를 몇 뿌리 뽑아서 흙을 털고 바구니에 담아 놓고 이번엔 옆의 옥수수 밭으로 갔다.
옥수수 역시 쑥쑥 비료로 재배한 작물답게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이 계절에 옥수수라니?”
나는 붉은 수염을 달고 있는 옥수수를 몇 개 꺾어서 바구니에 담았다.
그러고는 고구마를 심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 그것도 몇 개 캐서 바구니에 담았다.
아직 작년에 수확한 고구마도 지하 석실에 보관 중인 상태이긴 했지만 햇고구마를 맛보는 일도 즐거울 것이다.
게다가 올해 작물들은 화이의 쑥쑥 비료로 재배한 것들이라 맛이 몇 배로 더 좋을 테니 말이다.
***
집으로 들어왔다.
야산에 올라가서 한바탕 신나게 놀았던 까미, 누리, 화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이번에는 놀이방으로 몰려간 상태였다.
저녁 먹을 때 부르면 되었기에 놀라고 놔두었다.
“자! 이제 육개장을 준비해 볼까?”
나는 핏물을 뺀 고기를 육수로 만들고자 커다란 냄비에 옮겨 담아 불에 올렸다.
향신료로 통후추 대신에 말린 자색 환상초 잎을 가루를 내서 넣었다.
그동안 몇 번 자색 환상초 말린 잎을 향신료로 사용해 본 결과 어떤 요리에도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령 손맛이 더럽게 없는 사람도 이 향신료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리 맛없는 요리도 단번에 마법의 요리로 둔갑시켜 줄 터.
“육수를 우려낼 동안 나머지 재료를 손질하는 것이 좋겠군.”
나는 텃밭에서 뽑아 온 파를 손질해서 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도마에 올려놓고 길쭉하게 썰어 놓았다.
그리고 어제 삶아서 물에 담가 놓았던 고사리는 물기를 쫙 짜서는 파를 썰어 놓은 쟁반에 함께 놓았고, 송이버섯은 식감이 좋도록 찢어 주었다.
“어디 고기가 익었는지 볼까?”
젓가락을 가지고 삶은 고기를 찔러 보았더니 핏물이 보이지 않고 맑은 기름기가 감돌았다.
“이 정도면 딱 좋지.”
나는 불을 끄고 익은 고기를 꺼내 쟁반에 담아 놓았다.
신력 40에 이르자 요리를 하는 것에 도움이 되긴 했다.
상당히 뜨거운 고깃덩어리 상태였기에 보통의 경우 식혀서 찢어 주어야 할 테지만, 나는 뜨거운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고기를 찢을 수 있었다.
고기를 먹기 좋게 찢어 주었다.
전혀 손에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고기를 다 찢었으니 재료에 함께 섞어서 간이 배도록 양념으로 버무리라고 했지?”
나는 너튜브를 보고 숙지한 대로 찢은 고기에 대파를 뺀 나머지 재료를 몽땅 넣은 다음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버무렸다.
“자, 이제 팔팔 끓이면 되겠다!”
육수로 우린 국물이 담긴 냄비에 양념으로 버무린 고기와 재료들을 집어넣고 다시 끓였다.
육수를 우려낼 때 마법의 향신료를 이용한 덕분에 국물 맛은 천하에 다시없는 맛을 자아냈기에 소금으로 살짝 간만 보면 되었다.
그렇게 한참 끓인 후에 마지막으로 대파를 집어넣었다.
달큰한 맛을 내는 대파는 육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였다.
게다가 대파는 화이의 쑥쑥 비료로 재배한 것이라 더욱 맛이 기똥찰 터.
대파가 부드럽게 익게 되자 불을 껐다.
“그럼 맛을 한번 볼까?”
나는 국자로 국물과 건더기를 조금 건져서 그릇에 옮겨 담아서 호호 불면서 맛을 봤다.
이건 말이 필요 없었다.
환상적인 육개장의 맛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육개장.
육개장만 있다면 다른 반찬은 전혀 필요 없을 터.
“하아! 진짜 끝내준다!”
작년에도 육개장을 만들어 먹긴 했지만 마법의 향신료에 쑥쑥 비료로 재배한 대파가 들어간 이번의 육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왕! 냐옹! 냐아~!
이곳에서 흘러 나간 육개장 끓이는 냄새가 놀이방까지 흘러갔는지 놀이방에서 놀고 있던 까미, 누리, 화이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으로 뽈뽈뽈 몰려왔다.
그런데 녀석들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도착한 백한성도 육개장 냄새를 맡았는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그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다.
“육개장 냄새 아주 죽이는데요?”
“어서 오세요. 마침 딱 맞게 오셨네요.”
백한성이 손을 씻고 식탁에 자리하자 그의 앞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붉은 국물이 맛깔스러워 보이는 육개장 한 그릇과 쌀밥을 놓아 주고, 내가 먹을 것도 떠서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왕! 냐옹! 냐아~!
까미, 누리, 화이의 먹이도 준비했다.
녀석들에게는 우리처럼 붉은 국물과 건더기가 담긴 육개장이 아니라 육수로 우릴 때 삶았던 고기를 주었다.
녀석들이 먹기 좋게 잘게 찢어 주었다.
마법의 향신료를 넣은 것만으로 충분히 고기 맛은 좋을 테니 양념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맛이 어때요?”
육개장을 맛본 백한성은 크게 감동한 기색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고기 맛이 끝내준당.] [맛있는 맛이다냥.] [행복한 맛이다냥.]까미, 누리, 화이도 난리였다.
마법의 향신료가 들어간 고기라 그런지 행복한 기색이었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