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
“이건 또 뭘까?”
딱딱한 돌로 된 창고 바닥에서 느닷없이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바닥에 금이 갈라진 것도 아니고 말짱한 바닥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창고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거렸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벌어진 일. 결코 우연히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절대 없다는 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느낌은 들지만 과연 그게 무슨 이유일까?
“혹시 만년화리 내단을 먹어서?”
하긴 소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엄청난 영물 내단을 먹은 것치고는 현재 내 몸의 상태가 솔직히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긴 했다.
공청석유 한 모금.
그걸 마신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환골탈태를 하지 않았는가.
물론 내 입장에선 외모가 이렇게 달라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생각이긴 했지만.
그랬는데.
이렇게 떡하니 기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봐선 이건 필시 내게 뭔가 보여주려는 의도일 터.
“대체 뭘 보여주려고 빛을 뿜어내고 있는 걸까?”
창고 바닥 아래에 뭔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의미였기에 잠시 생각을 해봤다.
사실 지금까지 벌어진 것들.
-공청석유.
-만년화리.
-영물 까미.
이건 분명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한편으론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니 이젠 겁도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그러는 걸까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기현상들은 하나같이 내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현상이었기에 말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이곳을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장 박동수와 산속의 연못에서 낚시를 하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이런 기현상을 목격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약속은 중요한 법이었기에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얼른 바닥으로 몸을 낮추었다.
이곳은 내 창고였다.
앞으로 사용할 창고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것이 만일 만년화리 내단을 취한 나로 비롯된 기현상이라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지 그것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했다.
스윽!
나는 바닥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기현상이 나를 의식하여 벌어진 일이라면 필시 내 기운에 뭔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흐음.”
나는 긴장감에 살짝 침음을 삼키며 빛이 흘러나온 바닥을 살피듯 훑어봤다.
빛이 흘러나온 곳은 바로 창고 중간 정도. 빛의 색깔은 푸른색. 빛이 흘러나온 형태는 원형이고 딱 사람 한명이 들어서면 적당한 원의 크기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빛이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빛을 봐도 눈이 부시지 않았고 오히려 상쾌한 기분 좋은 느낌까지 들고 있다.
그렇게 잠시 30초 정도 흘렀을까.
역시 짐작대로 바닥에서 뭔가 반응이 나타났다.
우우웅!
바닥에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나는 얼른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둥그렇게 빛을 뿜어냈던 바닥이 문처럼 드르륵 열리더니 출구를 드러냈다.
“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구멍 아래로 지하로 향하는 돌계단이 놓여있음이 보였다.
딱딱한 돌로 만들어진 창고 바닥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갈라진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창고 아래에 지하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더욱 강하게 일었다.
“한번 내려가 보자.”
만일 산속에서 봤던 거북이 바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라면 지하를 구경할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셈이 되었기에 나는 용기를 내서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그렇게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자 열렸던 구멍이 스르륵 닫혔다.
그만 진땀이 뻐적 흘러나왔다.
“완전 소름!”
다행히 위쪽 벽에 손잡이 같은 것이 있었다. 손잡이를 당기면 문이 열리는 구조처럼 보였기에 안심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가게 되었다.
“벽에 박힌 돌멩이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네.”
안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전등은 설치되지 않았지만, 이상한 돌이 전등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지하를 밝혀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스릴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탁!
드디어 계단 맨 아래에 도착했다.
건물로 치면 3층 정도를 내려온 느낌이지만 긴장을 해서인지 괜히 까마득한 높이처럼도 여겨졌다. 나는 안이 어둡지 않았기에 천천히 주변을 살피듯 둘러보았다.
“지하에 이런 곳이 숨겨져 있었다니?”
솔직히 내가 매입한 야산도 수상쩍기 그지없는 곳이었지만 이곳 역시 보통 장소는 아님이 분명했다.
사방이 돌로 된 석실. 규모는 교실 정도. 천장과 바닥과 벽이 온통 창고 바닥처럼 딱딱한 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석실의 가장자리에 한약방에서 볼 수 있는 자루 같은 것들이 벽에 줄줄이 걸려있고, 옆의 선반에는 흑색 목갑이 두 개 놓여있었다. 목갑 안에 뭐가 들었을 지 궁금해서 열어봤더니.
“이것들은 환단 아냐?”
금색 종이로 감싼 둥그런 환.
한쪽 목갑에는 굵직한 대환단이 다섯 개 들어있었고, 나머지 목갑에는 작은 소환단이 열 개 정도 들어있었다.
환단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목갑을 연 순간 신비로운 향기가 흘러나온 걸로 보아 영약들이 아닐까 싶었다.
“대체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
의문이 커질수록 지하 석실에 대한 호기심도 덩달아 커졌기에 다른 석실로 이어지는 출구를 근처에서 발견하자 나는 얼른 그곳으로 움직였다.
“허어! 이곳은 또 뭐야?”
첫 번째 석실이 한약 같은 곳을 제조하는 분위기라면 이번 석실은 명상실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공간의 규모는 처음 석실보다 살짝 작았지만 분위기가 꽤 아늑했다. 공기도 숲 속에 들어선 것처럼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 걷지 못해서 그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우뚝!
그러곤 석실 단상 쪽을 바라봤다.
천장에 박힌 돌에서 흘러나온 은은한 빛줄기가 단상 아래를 조명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 누군가 누워있었다.
“사람이…있다니?”
석실에서 사람을 발견한 것에 나는 바짝 긴장이 되었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에 천천히 단상을 향해 나아갔다.
하얀 도포를 걸친 노인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는데 어딘지 낯이 익은 기분을 느꼈다.
“설마 이 어르신은…”
전에 이곳에 살았던 노인이 분명했다.
노인 이름은 왕충식. 야산을 매입할 때 부동산 중개소 사무실에서 딱 한번 봤지만 그때 봤던 인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걸쳤던 옷과는 달리 지금은 성스럽게 보이는 하얀 도포를 걸치고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나, 귀 밑에 점도 그렇고 그때 봤던 노인이라는 것을 익히 알아챌 수 있었다.
“내게 야산을 팔았던 그 노인이 왜 이곳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노인이 움직임이 없다는 것에 겁이 덜컥 났다.
“주, 죽은 건가.”
이건 나도 의도치 못한 일이다.
내가 매입한 곳의 창고 지하에 떡하니 전에 살던 노인 시신이 있다니 이건 황당함을 떠나 섬뜩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닌가.
“서울 아들과 합친다는 말은 역시 거짓이었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곳에서 사람 시신을 발견했기에 얼른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스르르륵!
노인의 시신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입은 의복까지 죄다 가루로 되어 흩어졌다.
그러더니.
땡그렁-
바닥에 뭔가 떨어졌다.
흑색이 감도는 동그란 물체.
떼그르르-
하필 물체가 내 앞에 굴러왔기에 나도 모르게 그걸 주워들었다.
“…반지?”
반지처럼 보였다.
아무런 문양도 없고 그저 흑색이 감도는 반지였지만 무게가 굉장히 나가는 것을 봐선 특이한 금속으로 만든 반지가 아닐까 싶다.
“이게 정말 반지가 맞나?”
노인 시신이 사라지고 대신 남은 반지라고 생각하니 섬뜩함은 들었지만 예사 물건은 아닐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경찰에겐 뭐라고 설명하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곳에서 노인 시신을 발견한 것도 기겁할 일인데 지금의 현상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지하가 또다시 문을 열어줄지도 미지수였고.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자유지만 이곳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윽-
그렇게 반지를 들고 망연자실하고 있던 나는 순간적인 호기심에 반지를 손가락에 끼어보게 되었는데.
“반지가… 사라졌어!”
방금 낀 반지가 사라져버렸다.
아까는 노인 시신이 사라지더니 이번엔 반지가 사라졌다.
피부 속으로 스며든 것은 아닐까 싶어 손가락을 만져봤지만 아무런 걸리는 느낌이 없다.
“참말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야산을 매입한 후로 말이 안 되는 일을 벌써 여러 차례 겪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의 일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전에 살던 노인이 창고 지하에서 발견된 것도 경악할 일인데 거기에 시신까지 연기처럼 사라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
만일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경찰에게 밝힌다면 과연 내 말을 믿어주려고 할까.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오히려 나를 정신병자처럼 취급할 거야.”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반지를 손에 쥐었던 느낌. 무게.
결코 환각이 아니었지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어쩐다?”
이제는 이곳을 나가야만 했다.
이장과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나가야만 했는데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다.
마치 이것이 전부인가?
솔직히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았다.
뭔가 좀 더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기에. 그러려면 이곳저곳을 뒤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정말 나를 위한 공간이라면 어차피 어디에 가지 않을 테니. 나중에 다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석실을 나오기 전에 시신이 사라진 단상 쪽을 한번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잡이를 당기니 문이 열렸다.
창고 바닥에 올라서자 열렸던 출구가 스르륵 닫혔다.
놀라울 정도로 감쪽같았다.
바닥에 갈라진 틈도 보이지 않았고 처음 그대로 딱딱한 돌로 된 바닥의 상태였다.
지금까지 지하 석실에서 봤던 정경들이 모두 환각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지금은 저리 닫혔지만 한번 열린 곳이니 다시 열릴 확률은 높았다. 그리고 나를 그곳으로 이끈 것은 내가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노인은 저런 곳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하 석실은 노인의 작품이 분명했다.
시신까지 연기처럼 사라진 것을 보면 보통 공력을 지닌 인물은 아닐 터. 그걸 생각하면 수상한 야산이 노인과 뭔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노인은 왜 내게 야산을 팔았던 걸까. 뭔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알 도리가 없다.
“그만 가자.”
나는 창고에서 낚시도구를 챙겨서 앞마당으로 나왔다.
마침 이장 박동수가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산속의 연못에서 낚시를 할 생각에 싱글벙글한 이장의 분위기였다.
‘이장에게는 지하 석실에서 사라진 시신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렇다면 반지 얘기도 마찬가지.
대체 반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