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3
163
“형님, 형수님, 오셨어요?”
나는 조카 송이의 머리를 쓸어 주고 나서 장기현 형님과 형수 한해숙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사람들.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은 형제지만 좋은 형님이고 선한 형수였다.
“가만?”
그때 아버지 장흥수가 뭔가 허전한지 앞마당을 한번 둘러보더니 까미와 누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언급했다.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구나?”
“놀이방에서 놀고 있어요.”
“놀이방? 집 옆에 못 보던 건물이 생겼던데, 그곳을 말하는 거냐?”
“네, 맞아요. 가서 구경하시죠.”
“오냐. 허허, 어떻게 꾸몄는지 궁금하구나.”
“저도 놀이방 보고 싶어요! 헤헤.”
나는 내 곁으로 다가와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조카 송이의 손을 잡고, 아버지 장흥수와 장기현 형님과 형수 한해숙을 집 옆에 위치한 놀이방으로 안내했다.
조립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지만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층고를 높게 잡아 안에서 노는 동물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놀이방 안에는 까미, 누리, 화이를 위한 각종 놀이 시설과 안락한 휴게실, 피아노가 있는 무대까지 갖춰져 있었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놀이방이라고 자부하고 있기에 나는 자랑스럽게 놀이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곳이 녀석들 놀이방이에요.”
“오오! 아주 멋지게 꾸몄구나.”
아버지 장흥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그럴싸하게 꾸며진 놀이방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동물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지 놀이방을 둘러보던 아버지의 입가에 훈훈한 미소가 맺혔다.
“허! 이곳은 동물들에게 꿈의 놀이터나 진배없겠군.”
“도련님, 혹시 이곳도 나중에 TV에 나오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순수하게 녀석들의 노는 공간으로 만든 곳이거든요.”
장기현 형님과 형수 한해숙도 기대했던 이상의 놀이방의 분위기에 꽤 놀란 눈치였다.
게다가 동물들 놀이방임에도 실내에는 동물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향긋한 기분 좋은 냄새가 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왕! 냐옹-!
그러자 놀이방 안에서 놀고 있던 까미와 누리는 아는 얼굴이 찾아온 것에 반색하여 우리 주위로 달려와 꼬리를 흔들어 보였다.
“와아! 까미와 누리다! 헤헤.”
조카 송이는 까미와 누리를 번갈아 안아 주며 헤실헤실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애교가 넘치는 똥꼬 발랄한 까미와 누리의 모습에 아버지와 형님 부부도 환하게 웃으며 몸을 낮춰서 녀석들 털을 쓸어 주었다.
‘화이 녀석은 어디에 간 거지?’
까미와 누리와 함께 놀이방에서 놀고 있어야 마땅한 화이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족들에게 화이를 소개할 생각이었기에 놀이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저만치 떨어진 무대의 피아노 뒤에 숨어 있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탓도 있지만 나의 가족들이 화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했던 모양이다.
‘화이가 가족들을 만나는 것에 긴장이 되었나 보네.’
나는 화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까미와 누리는 이미 가족들과 얼굴을 튼 상태지만 화이는 오늘 처음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그렇다면 억지로 인사를 시키지 말고 자연스럽게 화이를 가족들에게 소개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화이가 하고 많은 놀이기구 중에서 피아노 곁에 숨어 있는 것을 보자 녀석이 가족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로 그때였다.
조카 송이가 피아노 옆에 숨은 새끼 고양이 화이를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어? 저기 하얀 고양이다!”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난 모양이구나. 허허.”
“애기네, 애기. 귀엽네요, 호호!”
“호! 하얀 털이 귀티가 나는데?”
새끼 고양이 화이를 발견한 조카 송이의 입가가 벙실 벌어졌고, 아버지와 형님 내외도 화이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였다.
냐아~!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이도 더는 피아노 뒤에 숨어 있기가 뭣했던지 앞으로 나와서는 긴장된 울음소릴 흘렸다.
“새끼 고양이 이름은 화이에요. 사정이 생겨서 이곳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허허, 화이였구나.”
“고양이가 낯을 가리는 모양인데?”
“화이야, 이리로 와 봐.”
가족들이 새끼 고양이 화이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것에 용기를 냈는지 화이가 피아노 의자로 폴짝 뛰어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어? 뭐 하려고 그러지?”
“설마 피아노를 치려고?”
“고양이가…… 피아노를?”
가족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화이의 행동을 지켜보는 가운데 녀석이 피아노 건반에 앙증맞은 앞발을 올렸다.
딩!
그리고 화이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다.
화이는 엘리나의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했고, 작물들을 재배할 때 화이의 그런 재능이 작물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젖소에게 음악을 들려줄 경우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는 경우와도 같은 이치처럼, 화이가 작물들에 베푸는 쑥쑥 비료에도 화이의 음악적 감수성은 좋은 영향력을 주었던 것이다.
[놀람.] [충격.] [경이.] [감탄.]가족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설마 새끼 고양이 화이가 인간처럼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도 있었지만, 특히 자연과 친화적인 화이의 피아노 연주는 경이로울 정도로 감미롭고도 아름다웠기에 가족들을 진심으로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피아노 연주를 하는 화이가 새끼 고양이라는 것도 잊은 듯이, 녀석의 연주가 끝나자 가족들에게서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 짝짝짝짝!
하긴 그동안 TV 방송을 통해 까미와 누리가 보여 준 신기한 행동들을 생각하면 새끼 고양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얼마든지 납득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던 모양.
짝짝!
나 역시 박수를 보냈다.
내 새끼가 가족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에 괜히 기분이 뿌듯했다.
[기분 좋다냥.]냐아~!
그러자 피아노 연주로 자신감을 회복했는지 녀석의 표정이 안정되어 보였다.
화이가 피아노에서 내려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자박자박 다가왔다. 작은 동체, 하얀 털빛, 인형처럼 보이는 화이.
우뚝.
조카 송이의 앞에 멈춘 화이.
아무래도 가족들 중에서 가장 어린애인 송이가 화이의 마음을 끌었던 모양인지 녀석이 송이를 향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인지 낮게 울음소릴 흘려 댔다.
냐아~!
이에 조카 송이의 볼이 발갛게 변했다. 화이에게로 얼른 몸을 낮춘 송이의 손가락이 녀석을 끌어안아 보고 싶어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삼촌, 화이 안아 봐도 돼요?”
“그래.”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카 송이가 화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까미와 누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화이의 덩치여서 그런지 송이가 나를 향해 물었다.
“삼촌, 화이 여자예요, 남자예요?”
보통의 경우 동물을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하지만, 나는 조카 송이의 질문에 나 역시 화이를 여자로 표현하기로 했다.
선계에서 선주의 화원을 관리했던 설화.
그녀는 바로 화이가 분명했기에 암컷보다는 여자로 호칭하는 편이 어울리긴 했기에.
“여자.”
내 말에 화이를 품안에 안은 조카 송이가 헤벌쭉 웃었다. 같은 편이라 이건가.
“히히히! 화이야, 언니랑 친하게 지내자.”
조카 송이는 화이에 폭 빠졌다.
인형처럼 앙증맞은 화이의 생김새도 매력이 있었지만 녀석의 피아노 연주에 팬이 되어 버린 모양.
게다가 위로 언니가 없는 조카 송이는 화이의 언니가 되었다는 것에 뭔가 기분이 뿌듯하기도 했고 기쁘기도 한 모양이다.
까미와 누리에게는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언니라는 단어는 뭔가 조카의 가슴을 간질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나 보다 싶었다.
“와아! 화이 너무 귀엽고 예뻐요! 털에서 향긋한 냄새도 나요! 헤헤.”
조카 송이가 화이를 예뻐하는 모습에 나는 까미와 누리가 질투를 할까 신경이 쓰여 녀석들을 슬쩍 돌아보았지만, 다행히 녀석들은 오늘은 화이에게 인기를 몰아주기로 작정했는지 오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 장흥수는 눈치 빠르게 까미와 누리가 서운하지 않게 녀석들 털을 쓸어 주셨다.
“그만 나가서 식사를 하시죠.”
“오냐, 그러자꾸나.”
가족들이 앞마당으로 나왔다.
우물물을 퍼서 손을 씻고 평상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동물들은 평상 아래쪽에서 점심을 먹도록 돗자리를 깔아 주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는 얌전하게 돗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새끼 고양이 화이는 송이의 무릎에 앉혀 있었다.
놀이방에서 이미 화이의 매력에 폭 빠진 송이는 화이와 떨어질 기색이 없었다.
다행히 송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이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4월의 기분 좋은 날씨, 소중한 가족들이 모인 날이었다.
그런 점에서 앞마당 평상은 고기를 구워 먹기에 적당했다.
‘어디 보자. 이제 불만 피우면 되는 건가?’
가족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미리 점심 먹을 준비를 다 해 놓은 상태였다.
평상에는 소쿠리에 담은 상추며 쌈장을 올린 밥상이 마련되었고, 주변에는 고기를 구워 먹을 화로며 장작도 가져다 놓았기에 이제 불만 피우고 끝.
화르르륵!
화로에 불을 지폈다.
그때 평상에 내려와 있던 형수 한해숙이 집게를 드는 것에 내가 얼른 만류했다.
“고기는 제가 구울 테니 형수님도 올라가서 앉으세요.”
“아니에요. 산이 도련님이 올라가세요. 제가 고기를 구울 게요.”
“실은 제가 고기를 아주 맛있게 굽는 법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얼른 올라가세요.”
“호호, 알겠어요.”
형수 한해숙이 마지못해서 집게를 내게 양보하고는 평상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처억! 처억!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맛있게 고기를 굽는 방법.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고기를 구울 때 신력을 이용하여 화기를 조절하면 최적의 상태로 고기를 구울 수가 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
자색 환상초를 이용한 향신료.
그것을 불판에 올려놓은 고기에 슬슬 뿌려 주었다.
“자! 맛있게 드세요.”
나는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서 가족들이 먹도록 밥상에 놓아 주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한우였지만 상추에 싸 먹어도 좋을 터. 게다가 이곳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는 보통 상추가 아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잡아끌었다.
“호오! 상추가 아주 싱싱해 보이는구나.”
“이번에 재배한 상추인데 맛도 기가 막히게 좋거든요.”
“허허허! 그렇다면 어디……!”
아버지 장흥수를 따라 형님과 형수도 상추를 집어 들고 고기를 싸 먹기 시작했다.
마법의 향신료를 뿌린 고기의 맛도 끝내줄 테지만 쑥쑥 비료로 재배한 상추의 맛 역시 환상적일 터.
상추에 고기를 올려서 입안에 넣은 가족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호! 산이 말대로 상추 맛이 진짜 기가 막히게 좋구나.”
“그러게요. 아버지, 그걸 보면 산이 텃밭에서 나는 작물들은 하나같이 맛이 좋기는 하죠?”
“도련님! 비결이 대체 뭐예요?”
가족들 시선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
쑥쑥 비료로 재배한 작물에 대해선 비밀이었으니까.
마법의 향신료 역시.
“방토 완전 꿀맛이야!”
방울토마토를 맛본 조카 송이가 해맑게 웃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영원히 이어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이곳 세상에 계속 남아 있어야만 하는데 나는 언젠가 선계로 돌아가야만 할 터.
그때가 된다면 나는 이들의 기억 속에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겠지.
그건 좀 슬프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