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4
164
점심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는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도와주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모처럼 가족들이 이곳에 왔는데 점심만 먹고 돌아가기는 아쉬운 감도 없지 않을 테니 다함께 텃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송이야, 텃밭에서 방울토마토 따는 체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네, 삼촌! 완전 좋아요! 히히!”
가족들이 돌아갈 때 이곳에서 재배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챙겨 줄 생각이기에 직접 수확의 재미를 맛보게 해 주는 것도 좋을 터.
“그럼 다들 텃밭으로 가시죠. 아까 상추와 방울토마토 맛을 봤을 테니 더는 말이 필요 없을 테니까요.”
“오냐, 이곳에 온 김에 체험학습을 제대로 하게 되었구나.”
“도련님. 상추와 방울토마토 마음껏 따 가도 돼요?”
“텃밭에 있는 것 전부 따 가도 상관없어요.”
“호호. 그러다 후회하실 텐데요?”
“우리 예쁜 형수님이 드시는 건데 그럴 리가요.”
“오호! 산이 너 아부 스킬이 보통이 아니다?”
“제 진심을 오해하다니 섭섭합니다, 형님!”
“하하! 인정! 우리 집사람이 세상에서 최고로 예쁘긴 하지. 안 그래요, 아버지?”
“오냐. 맞다! 허허허!”
나는 아버지 장흥수와 형님 부부와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그들을 텃밭으로 이끌었다.
까미, 누리, 화이와 조카 송이는 활기가 넘치는 녀석들답게 앞서 텃밭으로 달려갔다.
이어 어른들이 텃밭에 도착하니 방울토마토를 심은 곳에 화이를 안고 서 있던 조카 송이가 그 동안 방울토마토를 딴 것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방토 너무 예뻐요!”
“동그랗고 빨간 것이 보석과도 같구나!”
“그러게요, 아버님. 호호”
“그럼 당신과 송이는 방토를 따고 나는 아버지와 상추를 따면 되겠네.”
“그게 좋겠네요. 호호.”
나는 챙겨 온 바구니를 가족들에게 나눠 주었다. 아버지와 형님은 상추를, 형수와 조카 송이는 방울토마토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모두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상추와 방울토마토였기에 가족들이 집에 가져가서 맛나게 먹기를 바랐다.
“산아. 오늘 아주 즐거웠다.”
가족들이 떠날 채비를 했다.
아버지 장흥수가 겉옷을 걸치고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저도 즐거웠어요, 아버지. 나중에 고구마와 옥수수를 수확할 시기가 되면 그때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오냐, 그럼 나중에 또 보자꾸나.”
아버지와 인사가 끝나자 품에 새끼 고양이 화이를 안고 있던 조카 송이가 끼어들었다.
“삼촌, 화이 우리 집에 데려가면 안돼요?”
“데려가고 싶어?”
“제가 화이 잘 키울 수 있어요.”
새끼 고양이 화이에게 폭 빠진 조카 송이는 녀석을 품에서 떼어 놓기가 정말 싫은 기색이다.
하지만 화이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내 곁에 붙어 있기를 선택한 녀석이다.
나는 웃으며 송이의 품안에 있는 화이를 쳐다봤다.
“화이에게 물어봐.”
“화이에게요?”
“그래, 화이가 송이랑 함께 지내기를 원한다면 삼촌도 화이의 의견을 따를게.”
어차피 이곳에 남을 화이임을 알고 있지만 조카 송이의 청을 무조건 거절하기가 뭣했다.
“흐음!”
조카 송이가 침음을 삼켰다.
이곳의 동물들은 보통 동물들이 아니기에 다들 사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있다. 그랬기에 화이에게 물으면 뭔가 반응을 보일 터.
[거절.]송이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조카는 화이에게 함께 가자고 청하고 싶지만 녀석에게 거절을 당할 것이 걱정이 되는 기색이다.
“송이가 묻기 그러면 삼촌이 물어봐 줄까?”
“아, 아니에요. 제가 물어볼게요. 근데 화이가 우리 집에 따라가겠다면 정말 화이를 보내 줄 거예요?”
“물론이지.”
나의 대답에 조카 송이가 눈에 힘을 주고는 용기를 내서 화이의 의견을 묻듯이 말을 걸었다.
“화이야. 언니 좋지?”
냐아~!
그러자 화이는 송이가 마음에 들긴 했기에 조카의 말에 그렇다는 긍정의 의미로 울음소리와 함께 고개까지 끄덕여 주었다.
“앗싸!”
화이의 반응에 조카 송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흐음.”
“으음.”
반면, 어른들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으로 조카 송이가 화이를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어른들은 다들 속으로는 이미 답은 나온 상황임을 알고 있지만, 조카 송이의 행동이 귀엽다 보니 참견하지 않고 있는 것임을.
그때 화이를 향한 송이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화이야. 언니 집에서 살래?”
냐아~!
송이의 말에 화이가 다시 울음소릴 흘리긴 했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고 대신 송이의 품안에 있던 화이가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이곳에 있는 것이 좋다냥.]화이의 말이 들렸지만 그건 내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하여간 화이가 조카의 품을 떠난 것에 녀석의 의사를 확실하게 알게 된 송이는 실망한 기색으로 한숨을 폭하니 내쉬었다.
쓰담쓰담.
나는 그런 송이의 머리를 쓸어 주며 조카를 위로하듯이 나왔다.
“송이야. 나중에 이곳에 또 놀러 와서 화이를 보면 될 거야. 화이도 송이를 많이 좋아하지만 이곳에는 친구들이 있으니 떠나기가 좀 그런가 봐. 그러니 우리 송이가 화이를 이해해 주면 좋겠는데.”
“알겠어요, 삼촌. 화이의 친구들이 이곳에 있는데 제가 너무 욕심꾸러기처럼 굴었어요. 미안해요, 삼촌.”
“아냐, 우리 화이도 송이가 자신을 예뻐하는 것을 알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헤헤, 화이 진짜 좋아요.”
착한 아이답게 송이는 금방 헤실거리며 웃었다. 화이가 좋아서 데려가고 싶은 욕심을 부렸는데 생각해 보니 이곳이 화이가 지내기에 더 좋은 환경임을 깨달은 것이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는 자신들 곁으로 다가온 화이를 반기듯이 꼬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사이에 화이와 정이 들어 버린 바람에 녀석이 혹시 송이를 따라가면 어쩌나 싶었던 탓이다.
“까미야, 누리야, 누나 갈게. 화이도 예쁘지만 너희도 사랑해. 누나 마음 잘 알지?”
왕! 냐옹-!
까미가 조카 송이의 곁으로 다가와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들어 보였고, 누리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 화이는 송이에게 잘 가라는 의미로 냐아~하고 울음소릴 흘렸다.
어른들도 까미, 누리, 화이의 털을 번갈아 가면서 부드럽게 쓸어 주고는 차에 올랐다.
부르릉! 부릉!
아버지 장흥수의 차와 형님네 가족이 탄 차가 마을로 이어진 길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더는 시야에 보이지 않자 나는 앞마당 입구에 나란히 서있는 녀석들을 쳐다봤다.
가족들의 방문으로 떠들썩했던 집안이 다시금 조용하게 가라앉은 것에 분위기 환기가 필요하리라 여겼기에.
“야산이나 올라갔다 올까?”
왕! 냐옹! 냐아~!
나는 녀석들을 이끌고 야산으로 향했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중턱에 이른 순간이다.
흔들흔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과 나무들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지는 바람에 바닥의 이곳저곳이 쩍쩍 갈라지기까지 하고 있었다.
야산을 차지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현상은 처음 겪는 일이라 크게 당황이 되었다.
“까미, 누리, 화이, 얼른 산에서 내려가자!”
왕! 냐옹! 냐아~!
나는 새끼 고양이 화이를 얼른 품에 안고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야산 아래로 움직였다.
결계로 형성된 야산이다.
그런 곳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건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중턱을 내려와 야산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산이 마구 미친 듯이 요동을 쳐댔다.
땅이 쩍쩍 갈라지는 바람에 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나무들이 쓰러지고 약초와 산나물들이 흙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졌다.
송로와 송이버섯 군락지도 대참사가 일어났고 산의 초입에 위치한 영초 향균이 자라난 바위도 문제가 심각했다.
갈라진 깊숙한 땅속으로 바위가 매몰되어 자취를 감춰 버렸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나의 야산을 망가뜨리기 위해 나선 것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 문득 연못이 걱정되었다.
‘연못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연못도 이번 피해에서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자 나는 동물들을 텃밭에서 있도록 하고는 혼자 연못으로 움직였다.
정말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야산에만 지진이 일어났고, 텃밭과 집과 놀이방에는 그런 현상이 전혀 없었다.
휘리릭!
신력 40에 이른 나의 상태였기에 나는 비호처럼 단숨에 연못가에 이를 수 있었는데.
“맙소사!”
결계로 형성된 야산에서 가장 신비로운 곳이자 한편으론 선계와 끈이 이어진 연못.
그런 연못이 처참하게 망가진 분위기에 나는 너무 경악하여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말았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연못이 위치한 일대를 거칠게 휩쓸어버린 것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이곳에 연못이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보일 정도였다.
‘자색 환상초도?’
연못 주변에 피어난 보라색 꽃인 자색 환상초는 물론이고 이제 더는 이곳에서 은화를 잡는 일이 불가능해진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갑자기 야산에 벌어진 참담한 기현상에 이유를 찾고자 했지만 짚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꿈만 같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내가 소유했던 것 중에서 가장 나를 들뜨게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야산이 초토화된 것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야산이 이렇게 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백한성이라면 이곳의 변화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핸드폰이 먹통이다.’
백한성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호 음도 가지 않고 그저 먹통.
그동안 결계 안이기는 해도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야산은 여전히 으르릉거리며 주변을 가만두지 않았다.
평화롭던 산속의 경관이 온통 지옥으로 돌변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백 팀장님에게 이곳의 일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텃밭과 집 주변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니. 근데 가만, 블랙홀 결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연못이 초토화된 상황이니 블랙홀 결계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은 들긴 했다.
사실 블랙홀 결계는 야산에서 연못 다음으로 신비로운 곳이기도 했다.
요정의 샘물이 있는 곳이기에.
‘하지만 그곳은 야산 안에 이중으로 형성된 특별한 결계이니 기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서있던 자리에서 블랙홀 결계가 위치한 곳으로 이동했다.
밤나무가 있는 야산의 초입.
그곳에 단숨에 도착한 나의 입가에서 허망한 한숨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하아!”
역시 짐작대로 밤나무는 모두 뿌리가 뽑힌 상태였고, 뒤집힌 땅에서 솟구쳐 올라온 흙덩이와 함께 처참하게 바닥의 이곳저곳에 나뒹굴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블랙홀 결계가 위치한 곳은 이중으로 형성된 결계라는 것에 사라지지 않고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
‘안의 상태는 괜찮을까.’
초토화된 주변 정경을 둘러보던 나는 블랙홀 결계 안을 살펴보고 내려가기로 했다.
요정의 샘물.
샘물이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힘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야산이 이렇게 초토화된 상황에서 요정의 샘물마저 문제가 생겼다면 기분이 아주 엿 같을 터.
스르륵!
결계 안으로 들어섰다.
요정의 들판으로 들어서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요정의 샘물도 한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샘물로 나를 안내할 것.
나의 의지발현에 요정의 샘물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요정의 샘물이 뭔가 이상했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