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5
165
‘물 색깔이?’
요정의 샘물이 섬뜩하게 핏물처럼 붉게 변해 버린 상태였다.
‘얼마 전에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샘물이 저렇게 변한 것도…….’
갑자기 야산을 초토화시킨 기현상이더라도 블랙홀 결계 안쪽은 훼손시키지 못할 테니 멀쩡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야산을 망가뜨린 기현상이 요정의 샘물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맑고 투명했던 요정의 샘물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은 더는 예전과 같은 효력을 주지 못할 터.
어쩌면 이곳의 샘물을 사용했다간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야산에 이어 요정의 샘물까지?’
내가 이곳 세상에서 버틸 힘의 근원이 되어 주던 야산과 요정의 샘물이 훼손되어 버린 상황이다.
이건 마치 누가 내 손발을 잘라 내려는 고의적인 수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쿠와우우우우!
샘물을 훼손시킨 것만으로 부족했던지 핏물처럼 붉게 변해 버린 샘물에서 괴이한 음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포효를 터트리는 소리와도 흡사했는데 듣는 순간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아주 섬뜩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불길함을 느낀 나는 샘물에서 떨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얼른 샘물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촤르르르륵!
그러자 샘물에서 흘러나온 괴이한 소리가 무슨 신호라도 되는 양, 요정의 들판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야생화로 가득했던 들판의 정경이 순식간에 붉게 얼룩진 괴물로 바뀌었다.
크륵! 크르르륵!
괴물들 분위기가 살기로 가득했다.
하나같이 집채만 한 크기였고 생긴 모습은 사나운 공룡과 흡사해 보였다.
안 그래도 요정의 샘물이 훼손되어 더는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에 상심이 컸는데, 이번엔 흉흉한 괴물까지 나타나자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결계의 입구로 안내하라!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나의 의지 발현에도 결계의 입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요정의 샘물이 훼손되면서 결계의 조화가 깨진 것임이 분명했다.
‘결계가 입구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영원히 결계 안에 갇혀 지내야만 할 터.’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경우 자칫 괴물들의 밥으로 전락 될 우려가 컸다. 물론 결계를 빠져나갈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결계를 강제로 파괴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결계를 파괴하는 것을 괴물들이 두고 보지만 않을 테니 그것이 문제였다.
‘이곳의 괴물들을 처리해야만 벗어날 수 있을 터.’
나는 일단 움직였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괴물들을 피해 앞으로 도망쳤다. 그나마 앞은 괴물들이 없었기에.
나의 신력이 40에 이른 것.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번쩍! 차아아앗!
야산의 정상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괴물들과의 거리가 바짝 좁혀지면 점프하듯이 거리를 크게 벌릴 수가 있었다. 그런 나를 괴물들이 계속해서 추격하고 있긴 했지만.
크와와왕! 차르르륵!
그런데 지금 당장은 결계의 안은 마치 무한대의 영역처럼 앞으로 계속 도주할 수 있긴 했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나를 추격하는 괴물들은 지친 기색이 없이 가속이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도망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괴물들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나의 진기가 고갈된다면 그때부터는 도주도 불가능할 테니 힘이 남아 있을 때 괴물들을 한 마리라도 더 처리하는 것이 내가 이곳에서 살아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여겼다.
우뚝!
도주하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화르르륵!
신력 40의 효과는 엄청났다.
위기 상황에 처하자 어떤 식으로 화염을 발사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괴물을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는 일념에 의지 발현으로 괴물들을 향해 화염을 쏟아 냈다.
퍼엉! 쿠와아앙!
나의 손바닥에서 발현된 시뻘건 불덩어리에 직통으로 얻어맞은 괴물이 죽는다고 몸부림치다 바닥에 쓰러졌다.
“좋았어!”
도검으로도 쉽게 베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공룡처럼 거대한 괴물이다.
그런 괴물이 나의 화염 공격 한 방에 찍소리도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에 나는 흥분하게 되었다.
화르르륵! 콰아앙!
나는 신이 나서 계속 화염 공격을 퍼부어 댔고, 그런 나의 공격에 주위로 다가오던 괴물들이 주춤거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쿠워워워워워워!
샘물 쪽에서 들려온 소리.
핏물처럼 붉은빛으로 돌변했던 요정의 샘물이 괴이한 소리를 쏟아 내자 주춤거렸던 괴물들이 다시 용기를 얻었는지 눈빛들이 흉흉하게 변해 갔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괴물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화염 공격을 퍼부어 댔다.
콰앙! 화르륵! 퍼엉! 화르르륵!
그런데 요정의 샘물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어째 양상이 아까와 달라졌다.
차르르륵! 콰드드득!
내가 퍼부은 화염 공격에 일부의 괴물들이 불덩어리로 변해 목숨을 잃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와는 달리 괴물들이 더는 주춤거리는 기색이 없었다.
죽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마치 머릿수로 나를 깔아뭉개기라도 하려는 듯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양상이 달라진 전투에 이건 괴물을 몇 마리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괴물들의 분위기에 나는 화염 공격을 멈추고 다시 도주를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우뚝!
그러다 다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를 추격하는 괴물들과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린 상태.
시뻘건 괴물들은 보는 것만으로 흉흉하고 추악해서 소름이 오싹 끼쳤지만 계속 도주도 답은 아니었기에.
나는 약게 머리를 쓰기로 했다.
‘이번의 공격은 얼음의 기운을 이용한 빙계 공격이다!’
과연 빙계 공격이 통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 공격이 반드시 통해야만 했다.
“야아아아압!”
나는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양손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콰콰콰콰콰콰!
화염 공격으로는 다수의 괴물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었기에 빙계 공격으로 달려드는 무리 앞쪽의 발치를 공격해 얼어붙게 만들 작정이다.
앞쪽의 괴물들을 얼려 버린다면 일단 급한 대로 추격을 방해할 수도 있고, 또한 단단하게 얼어 버린 괴물들 몸뚱어리를 박살 내 버리면 다수의 괴물을 보다 쉽게 처리도 가능했기에 말이다.
쩌저저저저정!
빙계 공격이 통했다.
나를 공격하고자 선두에 나섰던 괴물들 스무 마리 정도가 단숨에 얼음으로 변했다. 얼추 열 마리씩, 2열로 서 있는 듯 보였다.
크르릉! 으르릉!
그러자 얼어붙은 괴물들로 인해 길이 막힌 상황에 괴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얼음벽에 가로막혀 전진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얼음이 되어 버린 놈들은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뒤쪽의 괴물들을 공격하는 것도 괜찮겠군.’
과연 얼음으로 변한 괴물들이 그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었지만 가급적 빨리 움직이는 편이 좋을 터.
훌쩍!
얼음벽을 가볍게 통과한 나는 우왕좌왕하고 있던 뒤쪽의 괴물들을 향해 빙계 공격을 시도했다.
쩌저저저저정!
콰콰콰콰콰쾅!
빙계 공격으로 괴물들을 단단한 얼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동시에, 그중 한 놈을 번쩍 들어 망치로 사용했다.
얼음으로 변한 괴물을 내려치기가 무섭게 와르르 얼음조각으로 변해 흩어져 버렸다.
와지끈! 와르르르!
망치처럼 휘두르던 얼음 괴물이 박살 나면 다른 놈을 주워 들고 또다시 박살을 내 버렸다.
그런 식으로 상당한 숫자의 괴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선두에 나선 괴물이 녹기 시작하는군. 저놈들을 처리하고 난 뒤에 나머지 놈들을 다시 처리하자.’
한 시간 정도는 얼음 상태가 유지되는 모양이다. 선두에 나선 괴물이 얼음벽으로 쓸모를 다하자 나는 놈들도 처리해 버렸다. 그러고는 또다시 얼음벽으로 사용할 괴물들을 지정하여 그곳에 빙계 공격을 퍼부어 댔다.
지금으로선 괴물들을 처리하는 것만을 할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빙계 공격을 퍼부어 괴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하아! 하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몇 시간 동안이나 빙계 공격을 내뿜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괴물들 처리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괴물을 향해 빙계 공격을 퍼부어 댄 다음 얼음으로 변한 놈들을 박살 내 버렸다.
크르…… .크르르륵!
그런 나의 노력 덕분인지 어느덧 괴물들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고, 괴물들도 이제는 내가 지닌 힘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들었던 괴물들이 이제는 반대로 뒤로 슬금슬금 나와 거리를 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털썩!
괴물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나는 그제야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휴식이 필요하던 터.
‘들판이…….’
괴물들과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던지, 주변 들판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아직 녹지 않은 얼음 파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녹아 버린 탓에 바닥의 곳곳이 붉은 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붉은색 물은 괴물들이 흘린 피일 터.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했던 요정의 들판이 이제는 지옥처럼 변해 버렸다.
자색 환상초도, 노란 달빛초도 더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착잡했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
흉흉한 들판의 분위기에 나는 진저리를 치다가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이곳을 벗어나려면 결계의 출구를 찾아내야만 한다.’
요정의 들판은 나의 의지 발현에 출구가 자연스럽게 드러났지만 지옥으로 변한 이후로는 출구를 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랬기에 강제로 출구를 여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출구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긴 했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이곳에 있는 괴물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지금 당장은 나의 빙계 공격이 두려워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였기에 지금이 기회라면 기회였다.
무엇보다 괴물들이 샘물의 영향을 받는 듯했다.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샘물은 잠잠한 듯싶었지만, 언제 다시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괴물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대체 출구가 어디에 있는 걸까.’
결계의 출구.
어찌 보면 결계를 형성한 시작점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요정의 들판을 만든 시작점.
그런 만큼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할 터.
“하아!”
하지만 나는 한참 동안 결계의 출구를 찾기 위해 안력을 돋우어서 사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출구로 보이는 기운을 감지할 수는 없었다.
절망감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영영 이곳에 갇혀 괴물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번엔 괴물들이 모인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뭐, 뭐야? 설마?’
신비로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곳.
어이없게도 그곳에 바로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필히 저곳까지 움직여야만 했다.
괴물들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테니 또다시 전투가 필요했다.
빙계 공격으로 괴물들을 잔뜩 처리하긴 했지만 아직 남은 수가 상당했다.
‘그래도 해 보자.’
요정의 샘물이 잠잠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앉았던 바닥에서 벌떡 일어섰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