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7
167
일단 효과는 있었다.
내가 자리한 주변에 얼음 방어막이 형성되자 당장은 블랙 드래곤의 화염 공격에도 타격을 받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다.
물론 알고 있다.
블랙 드래곤의 능력치는 중급 선인에 해당한다.
거기에 한 마리가 더 있다는 것은 얼음 방어막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화르르르륵!
아무튼 선빵을 막은 셈이다.
그것에 블랙 드래곤이 화가 났는지 다시금 화염 덩어리를 발사했다.
뜨거운 화염이 얼음에 닿으면서 지지직 녹아 나고 있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
쏴아아아앗!
그러자 인면지주가 독공을 뿜어냈다.
블랙 드래곤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합공에 나섰다. 두 놈 모두 나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일단 불쾌한 감정을 접고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이다.
치이익! 치이이익!
화염에도 버텼던 얼음 방어막이지만 인면지주가 살포한 독으로 인해 얼음이 더 빨리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헉! 이, 이놈들이?”
나는 빠르게 얼음 방어막 보수에 들어갔다.
녹아내리는 얼음 방어막에 또다시 빙계를 두른 셈.
지금으로선 달리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일단 놈들의 공격을 피하고 볼 일이었다.
화르르르륵!
츠으으으읏!
그러자 인면지주인 마령 6호와 블랙 드래곤인 마령 7호도 내가 계속 얼음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을 두고 보지만 않았다.
놈들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퍼부어 댔다.
이건 마치 누구의 진기가 더 오래가나 대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나도 슬며시 오기가 일었다.
마령들이 지닌 기운은 분명 나보다 하수였다.
버티면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젠장! 한번 해보자고!”
하지만 합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손발이 척척 맞게 움직이는 놈들의 합공에 아까보다는 더욱 빠른 속도로 얼음 방어막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더욱 오기가 일었다. 지금으로선 물러나면 지는 거다.
얼음 방어막이 깨지면 화염줄기에 통구이가 되거나 독에 온몸이 녹아내리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니 말이다.
“야아아압!”
나는 다시 빙계 기운을 풀었다.
놈들도 역시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내가 얼음 방어막을 형성하면 마령들은 얼음 방어막을 녹아내리게 만들고자 안달을 부렸다.
서로 양보가 있을 수 없었다.
놈들은 나를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고, 나는 놈들의 공격에 버티는 것이 목적이다.
‘이대로는 답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저놈들에게 당할 수가 있다.’
나의 신력은 40.
선계에서는 상급 선인에 속하는 능력치라고 보면 된다.
그런 반면 마령 6호와 마령 7호는 중급 선인에 해당하는 능력치였기에 내가 지닌 능력치가 강했다.
하지만 놈들이 이런 식으로 합공하게 된다면 아무리 상급 선인에 준하는 신력이라도 버텨 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놈들은 자신들이 다치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였다.
오로지 나를 처리하는 것이 목적처럼 보였다.
‘대체 이곳에 마령들을 어떻게 소환을 한 것이지? 선계에서 마령들의 관리는 선주의 소관이라고 하지 않았나?’
비록 어쩌다 이곳 세상에 내려온 탓에 선계의 기억을 잃어버리긴 해도 선계에서 마령들을 관리했던 선주였던 나다.
선주만이 마령들을 소환하는 일이 가능할 터.
그럼에도 이곳에 마령들이 나를 죽이고자 소환된 상황이다.
‘혹시 마령들을 얌전히 부릴 수 있는지 도구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이곳에 마령 6호와 마령 7호를 소환한 존재가 분명 어디에 숨어 있을 터.
그가 누군지 몰라도 마령들을 이곳에 소환하여 나를 처리하고자 한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마령을 통제하는 도구를 손에 넣었다는 의미.
그랬기에 그가 숨은 위치만 찾아내면 일이 쉽게 해결될 수가 있을 터.
‘한번 찾아보자.’
나는 일단 인면지주와 블랙 드래곤의 공격에 이번엔 이중으로 얼음 방어막을 단단히 구축하는 일부터 했다.
그러고 나서 기감을 높여 주변의 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살아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숨죽이고 있다 한들 응당 생기를 흘릴 테니 말이다.
화르르륵! 치이이익!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지된 기척은 없다.
또한 이중 얼음 방어막을 형성한 나를 향해 놈들이 더욱 살벌하게 공격을 퍼부어 댔다.
그럼에도 나는 기감을 포착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 숨었기에 감지되지 않는 것이지?’
한참을 주변의 기운을 살펴봤지만 건진 것이 없자 이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령들을 순진한 양처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공격이 답.
더는 얼음 방어막으로 버티고 있는 것도 답답했다.
‘두 마리를 동시에 처리하기는 버거우니 마령을 한 놈씩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마령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서 그때 숨어 있던 존재를 찾아내어 응징을 가하기로 했다.
놈들의 공격에 타이밍을 쟀다.
그러던 바로 그때.
‘지금이닷!’
파아아아앗!
놈들의 공격 템포가 느려진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방어막에서 벗어나 번쩍 허공으로 도약했다.
먼저 블랙 드래곤을 처리할 생각.
허공에서 성가시게 깝죽거리는 블랙 드래곤을 힘이 남아돌 때 먼저 처리를 하는 것이 이번 전투에서 보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태산처럼 어마어마한 블랙 드래곤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지만.
처억!
그러자 블랙 드래곤의 몸통을 딛고 선 나의 모습에 놈이 크게 당황한 기색이다.
설마하니 얼음 방어막에 숨어 있던 내가 갑자기 공격으로 전향할 줄은 미처 몰랐던 모양.
‘저곳이 급소!’
블랙 드래곤의 급소를 어찌 알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그저 위기에 처하자 나도 모르게 놈의 급소가 떠올랐을 뿐.
퍼어어어엉!
그리고 급소를 떠올린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오른손 주먹에 신력을 끌어 모은 채로 블랙 드래곤의 미간 사이를 박살을 내듯이 힘차게 박아 버렸다.
주먹에 놈의 으깨진 살점이 느껴지면서 안으로 파고들어 간 주먹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블랙 드래곤의 핵.
이어 마령 7호의 핵을 몸 밖으로 끌어내자 그것을 망설임 없이 으깨 버렸다.
콰지지지직!
핵이 파괴된 블랙 드래곤.
이제는 종이 드래곤에 불과할 터.
크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역시 핵을 빼앗긴 블랙 드래곤이 절규하듯이 커다란 비명을 내지르며, 마치 잔뜩 술에 취한 운전자가 차를 몰듯이 드래곤이 허공을 비척거리며 날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것도 곧 끝이 보였다.
쿠우우우우우우웅!
태산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블랙 드래곤이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들판 위로 떨어져 내렸다.
주변에 거센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진동음이 느껴진다.
‘성공했다!’
땅으로 사뿐히 착지한 나는 내가 잡은 블랙 드래곤을 감상하듯이 쳐다봤다.
나도 미처 몰랐다.
내가 이토록 엄청난 블랙 드래곤을 한 방에 때려잡게 되리라고는.
크르륵…….
그러자 너무도 허망하게 숨을 거두게 된 것에 블랙 드래곤이 생기가 꺼져 가는 눈알로 나를 힘없이 쳐다보더니 말했다.
[내가 원해서 당신을 공격한 것은 아니오.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을 감사하오.]블랙 드래곤의 말이 들렸다.
이곳에 소환되어 나를 공격하게 된 것은 놈의 의사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임을 털어놓은 것이다.
푸스스스스-!
하여간 숨이 다한 것에 마령 7호가 연기로 화해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어마어마한 덩치답게 소멸되는 것도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무튼 마령 한 마리를 처리했다는 것에 나는 부쩍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키르르륵.
마령 6호 인면지주는 이렇게 쉽게 마령 7호를 처리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령 6호도 이곳에 소환된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인간 세상에서 느긋하게 즐길 것 실컷 즐기면서 플렉스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결계 안으로 강제적으로 끌려 들어온 것임을.
게다가 처리할 대상.
그가 바로 선계에서 마령들을 관리해 온 선주라는 것을 눈치채자 이판사판이라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여기서 그를 공격한 이상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소멸될 테니 말이다.
키르르륵…….
길게 여자처럼 머리를 내려뜨린 인면지주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는 동작을 취했다.
얼굴은 사람과 같지만 몸은 거미 몸뚱어리.
‘역시 블랙 드래곤을 먼저 처리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인면지주가 공격 의욕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마령의 서열로 따지면 마령 7호가 더 강했다.
그랬는데 마령 7호를 한방에 때려잡는 것을 지켜봤으니 지금 오금이 저릴 것이다.
‘마령 6호, 나를 공격한 이상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다.’
나는 인면지주를 향해 화염 공격을 퍼부어 댔다.
지금까지 블랙 드래곤이 나를 향해 퍼부어 댔던 화염 줄기는 검붉은 불꽃이었지만, 내가 인면지주를 향해 퍼부은 화염줄기는 시퍼런 불꽃이다.
이건 마령에게만 적용되는 불꽃으로 한번 피어오른 불꽃은 영혼까지 태워 버리고 나서야 불꽃이 꺼졌다.
이걸 왜 아까 사용하지 않았냐고. 애석하게도 지금에야 떠오른 탓이다.
크르르륵…….
마령 6호가 공포에 질렸다.
시퍼런 화염을 뒤집어쓰고도 발악을 하지 못했다.
발악한다고 꺼질 불이 아니기에. 해서 겸허히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감히 상대해서는 안 되는 존재를 건드린 대가라고 여기는 눈치.
[선주님을 이곳에서 뵙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죠.]선계에서는 감히 얼굴도 함부로 쳐다보지 못할 고귀한 신분인 선주를 이곳에서 죽이려 한 죄는 죽어 마땅했기에 마령 6호는 소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파스스스스-!
마령 6호도 연기로 화해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사방이 고요했다.
이제 나를 구속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이곳에 마령들을 소환한 존재는 내가 마령들을 이렇게 빨리 처리한 것에 얼이 빠졌는지 더는 다른 괴물들을 소환하지 않았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움직이면 된다.’
휘리리릭!
나는 서 있던 자리에서 몸을 날렸다.
마령들을 처리하고 나자 그제야 얼핏 느껴진다.
들판에서 이질감이 드는 곳.
아무런 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들판에서 유일하게 생기가 느껴지는 곳.
그곳은 바로 요정의 샘물이 있는 곳임을.
‘전에 마령 2호를 처리할 때도 요정의 샘물에 숨어 있었는데…….’
요정의 샘물.
몸을 숨기기에 최상이 공간인 모양이다.
하긴 그곳에 숨으면 쉽게 기운을 포착하기 어려운 점은 있긴 하다.
‘과연 마령들을 이곳에 소환한 존재가 누구일지 궁금하군.’
고위급 선인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잡아보면 알 터.
‘하고 많은 장소 중에서 이곳을 나를 처리할 장소로 잡은 것을 보면 요정의 샘물과 연관이 있는 존재일 수도.’
나는 요정의 샘물 앞에 멈춰 섰다.
샘물을 들여다봤다.
투명한 맑은 물이 이제는 붉은색이 감도는 섬뜩한 샘물로 바뀐 상태였다.
샘물의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만일 안에 숨어 있던 것을 처리하면.’
희망을 가져 본다.
요정의 샘물이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도.
꽈악!
신력을 끌어모았다.
마령을 두 마리를 처리한 덕분인지 신력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반면 샘물 속에 숨은 존재는 마령들을 이곳에 강제로 소환하느라 기가 빠진 상태일 터.
그래서 이렇게 요정의 샘물 안에 숨어 있는 것일 터.
상대가 이곳에서 도주하기 전에 잡아 족칠 생각이다.
결계를 벗어나려면 어차피 나를 거치지 않고는 어려운 일.
첨벙!
난 샘물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