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7
“까미가…”
앞마당에 들어선 이장 박동수.
나와 인사를 나누려다 까미를 발견하곤 이장 입이 떡 벌어졌다.
꼬물이 까미가 그 사이에 훌쩍 커버린 것이니 적응이 안 될 수밖에.
나는 일단 까미를 곁으로 불러들였다.
“까미야. 이리와.”
내 말에 까미가 곁으로 다가왔다.
영리한 녀석이라 이장이 내 손님임을 알고 있기에 까미는 짖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고민 끝에 수의사를 팔기로 했다.
“많이 놀라셨죠?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의사 말로는 까미가 보통 강아지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품종이라고 하더라고요.”
“흐음. 어쩐지 보통 강아지보다 먹성이 아주 좋더니 그것이 이유가 있었구먼.”
수의사를 판 덕분에 까미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가셨는지 이장이 이번엔 평상에 얌전히 앉아있는 고양이 누리를 쳐다봤다.
“고양이도 키우는 건가?”
귀족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지게 환골탈태한 누리였다.
나는 누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 대해 생략하고 간단하게 녀석을 이장에게 소개했다.
“어쩌다 저와 연이 되어 키우게 되었어요. 고양이 이름은 누리라고 해요.”
“누리?”
우리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눈치챈 고양이 누리가 앉았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초록색 눈알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였다.
“누리야. 마을에 사시는 이장 어르신이야. 내려와서 인사 드려.”
냐아옹!
내 말에 누리가 평상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이장의 발에 꾹꾹이를 해주었다.
“호오! 거 영리한 녀석일세.”
“네. 좀 영리한 편이죠.”
누리를 칭찬하고 까미를 내려다봤다.
칭찬을 워낙 좋아하는 까미였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까미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까미도 아주 똑똑하죠.”
왕-
까미가 신나서 꼬리를 흔들어 댔다.
이장은 까미가 부쩍 커버린 상태에서도 눈알이 여전히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내게 물었다.
“병원에서 까미 눈알에 문제가 없다고 하던가?”
“네.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그려? 하여간 정상이라니 다행이네.”
까만 털에 선홍 색 눈알을 한 까미.
처음 본 상태라면 간담이 서늘할 터.
하지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꼬물이 상태에서 까미를 봤던 이장인지라 녀석을 대하는 눈빛이 이내 부드럽게 변했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 시키듯이 나왔다.
“그럼 낚시를 하러 가볼까요?”
“그럼세.”
우린 산속의 연못으로 향했다.
산에 다른 사람을 데려가는 일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장은 전에 살던 노인과 연못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있기에 산에 출입해도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공기가 아주 좋구먼!”
이장은 상당히 들뜬 기색이었다.
까미와 누리도 아주 신이 났다.
나는 연못으로 향하면서 이장과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연못에서 물고길 잡아봤다고 하셨죠?”
“맞네.”
“어떤 종류였죠?”
“흐음. 은빛이 감도는 손바닥만 한 물고기인데. 왕 노인이 은화라고 부르더군.”
“은화요? 특이한 이름이네요.”
“물고기가 비린내도 없고 아주 맛이 기똥차다네.”
이장이 말을 하면서도 입맛을 쩝쩝 다실 정도면 보통 맛있는 물고기가 아닐 터였다.
“은화 말고 다른 물고기는 잡아보셨나요?”
“내가 잡아본 물고기는 그게 다일세. 근데 물이 어디서 흘러 들어오는지 몰라도 연못에 그런 물고기가 살고 있다니 신기한 일일세.”
“그러게요.”
나는 웃으며 이장의 말에 대꾸를 흘렸지만 산속에 어떻게 연못이 형성된 건지 정말 궁금했다. 또 연못에 만년화리 같은 엄청난 물고기가 등장한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혹시 연못 안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물길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산에 나타났던 거북이 바위가 다음날 종적을 감춘 일로 인해서다.
그걸 보면 내가 매입한 야산이 보통 야산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셈이었다. 그리고 창고의 지하 석실도 마찬가지였다.
산을 오르면서도 계속 지하 석실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기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
산속의 연못에 도착했다.
이름하야 까미 연못.
나는 낚시를 해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낚싯대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을 이장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도 수상한 야산에 속하는 연못답게 특이한 점이 있긴 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면 한 가지 편한 점이 바로 미끼라네. 여기선 미끼를 사용하지 않아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네.”
“그렇다니 정말 잘 되었네요. 지렁이를 낚싯바늘에 끼우는 일은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요.”
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것은 나로선 아주 반가운 말이었다.
낚싯바늘에 지렁이 같은 것을 끼우는 것은 사실 징그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떡밥을 미끼로 사용하면 연못의 물이 쉽게 오염이 될 수 있으니 그것도 별로였다.
“허허! 생긴 모습과는 달리 겁이 많은 모양이구먼.”
이장이 씩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나를 골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장난을 치는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겁이 많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기에 변명하듯이 나왔다.
“겁이 많았으면 이런 산에서 혼자 살 마음을 먹었겠어요. 저는 그저 징그러운 것이 싫을 뿐이거든요.”
“허허허!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구먼. 근데 징그러운 것이 싫다면 모기도 좋아하지는 않겠는데?”
“당연하죠.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산에서 살면 앞으로 모기 문제로 꽤 신경을 써야 할 걸세. 오죽하면 모기와의 전쟁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렇게 모기가 많아요?”
“이제 슬슬 모기가 나타날 시기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걸세. 산모기라 아주 독하다네.”
“흐음. 그렇다면 모기약을 미리 사놓아야겠네요.”
“그것이 좋을 걸세. 그리고 모내기 들어가면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도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녀.”
“개구리 소리는 운치 있던데요.”
“그렇다니 다행이구먼. 허허허!”
이런 자연 속에서 살아본 것이 처음인 나로선 이장의 조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이장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순간.
왕!
까미가 내 낚싯대가 출렁거리는 것을 발견하곤 짖어댔다.
화들짝 놀란 이장이 소리쳤다.
“얼른 당겨보게!”
“넵! 끄응차!”
나는 이장의 말에 얼른 낚싯대를 위로 들어 올렸다. 한 번에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나를 보며 이장이 힘이 참 좋다면서 놀라 쳐다봤다.
“와! 잡았다!”
낚싯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은빛 물고기가 보였다.
만년화리와는 상대가 되지 않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연못에서 내가 처음으로 낚아 올린 물고기라는 것에 크게 감격스러웠다.
“험! 낚시가 처음이라더니 첫 개시를 먼저 시작했구먼. 역시 연못도 임자를 알아보는 모양일세.”
하지만 그렇게 말을 했던 이장의 낚싯대도 출렁 거렸다.
“어어어-”
이장은 나보다는 약간 물고기와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겨우 뜰채로 잡아 올릴 수 있었다.
낚시를 해보는 일이 처음이 아닌 이장이었지만 은화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었다.
이장이 잡은 물고기도 내가 잡은 물고기와 비슷한 크기였다. 그걸 보면 내가 은화를 단번에 끌어올린 것이 만년화리를 취한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 신기하네요. 미끼 없이도 물고기가 정말 잡히네요?”
“여기 연못은 일반 낚시터와는 다른 곳이긴 하지. 잡힌 은화도 그렇고. 뭔가 특별한 느낌일세.”
나는 미끼를 달지 않아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다.
낚시는 처음이었지만 물고기를 끌어올릴 때 느끼는 긴장감과 손맛이 아주 쫄깃했다.
“어르신 믹스커피 드세요.”
“고맙네.”
낚시를 하면서 나는 보온병에 준비해온 믹스커피를 이장과 나눠 마시면서 즐겁게 낚시를 했다. 까미와 누리에게도 챙겨온 육포 간식을 나눠주었더니 녀석들이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특히 까미는 연못에서 만년화리를 잡은 적이 있다 보니 낚시에 관심이 많은 듯 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은화를 눈을 빛내며 주시했다.
다행히 오늘은 만년화리처럼 점프쇼로 까미를 도발하는 물고기가 없다는 것에 녀석의 호승심이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반면, 까미와 달리 고양이 누리는 수풀을 방석삼아 따뜻한 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산속의 연못에서 두 시간 가량 낚시를 하고 나자 이장과 내가 잡은 물고기가 대략 20마리 정도가 되었다.
“그만 내려가는 게 어떻겠나?”
“벌써 내려가게요?”
“손맛도 적당히 봤고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되었네.”
“그럼 나중에 다시 오죠.”
“그럼세.”
전에 살던 노인과 이곳에서 낚시를 할 때 들인 습관인지 이장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장 박동수가 과욕을 부리지 않는 성품임을 눈치채자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낚시도구를 챙겨 산을 내려왔다.
까미와 누리는 산을 내려올 때도 놀이로 여겨지는지 상당히 신이 난 기색들이었다.
*
앞마당 평상.
그곳에서 다함께 모여서 물고기 파티를 벌이게 되었다.
이장이 나중에 집에 가져가도록 몇 마리만 남겨놓고 나머지 물고기는 죄다 평상에서 손질을 해서 즉석에서 먹기로 했다.
“어르신. 물고기 손질은 제가 할 테니 쉬고 계세요.”
“고맙네. 은화는 따로 손질할 필요 없이 뼈 채로 먹는 것이 좋으니 숭덩숭덩 자르면 될 걸세.”
“알겠습니다.”
물고기임에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은화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향긋한 풀 냄새가 났다.
영물 만년화리와는 상대가 되지 않은 작은 은화였지만 그래도 산속의 연못에서 사는 물고기였기에 예사로운 물고기는 아닐 것이다.
탁! 탁!
이장의 말대로 은화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등으로 기절을 시킨 후에 뼈 채로 먹기 좋게 숭덩숭덩 썰어 댔다. 접시에 썰어놓은 은화 물고기가 수북하게 쌓였다.
“자! 어르신 한잔 받으시죠!”
냉장고에서 꺼내온 소주를 따서 먼저 이장에게 따라주었다. 회에는 소주가 제격일터. 공청석유를 먹은 후로는 이제는 술이 제법 세져서 어느 정도 마셔도 부담이 없었다.
“자! 이건 너희들 몫이다!”
나는 까미와 누리가 먹을 몫을 따로 챙겨주고서 이장과 산속의 연못에서의 첫 낚시에 대한 기념으로 소주로 건배를 했다. 그러고는 두툼하게 썰어놓은 은화 한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
“캬! 진짜 맛이 기막힌데요?”
“아무렴! 허허! 내가 이 맛에 낚시를 기대하고 있었던 걸세. 세상의 그 어떤 물고기도 이런 맛을 내는 물고기는 없을 거여.”
사실 만년화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이 맛이 제법 좋았다.
특히 뼈 채로 썰어놓은 은화를 씹어 먹자 뒷맛이 고소하니 색다른 별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오늘 처음 먹어보는 은화였지만 이상하게 어디서 먹어본 것처럼 익숙하게 다가왔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은화 물고기 맛이 꽤 좋은지 정신없이 쫩쫩거리며 먹는 것에 집중했다.
수북했던 접시가 어느새 동이 났다. 다들 물고기로 기분 좋게 포식을 했기에 기분 좋은 표정들이다.
“잘 먹고 가네.”
“조심해서 가시고요. 다음에 또 물고기 잡으러 가요.”
“나야 언제든지 콜일세! 허허허!”
낚시도구와 은화 몇 마리가 들어있는 물고기통을 챙긴 이장이 벙실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이장을 앞마당 입구까지 배웅한 나는 평상에 늘어놓았던 낚시도구를 챙겨 뒷마당 창고로 움직였다.
‘그곳이 또 열릴까?’
창고로 향하는 발길이 빨라졌다.
과연 지하 석실이 또다시 열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흥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는 내가 창고로 향하자 구경이 하고 싶은지 졸졸 따라오기에 그냥 놔두었다.
‘그곳이 또 열리면 이번엔 녀석들도 데리고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