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72
172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이곳 세상에 내려온 이유도 잘 알게 되었고, 거기에 앞으로 마령에 대한 걱정을 더는 할 필요 없으니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작정입니다.”
나는 선언을 해 버렸다.
선계의 선주. 그것이 바로 나의 신분이긴 했지만 이곳 세상은 선계가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이곳 세상에서 지내는 동안은 속된 말로, 그냥 내 꼴리는 대로 살고 싶었다.
“선주님께서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저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저도 선계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이곳에 계속 남아 선주님을 보필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니 이왕 사는 인생 재미있게 한번 살아 보죠, 뭐.”
다행이 백한성이 나의 생각에 흔쾌히 동조해 주었다.
한편으론 만도자가 주고 간 뇌물이 통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왠지 그도 앞으로의 삶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점에 은근히 기대가 되는 눈치였다.
백한성은 나의 조력자 입장에서 이제 내가 선계를 내려온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마령들을 사그리 처리한 상황이니 더는 위험 요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리 흔쾌히 나왔을 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가 속한 대한민국을 지구에서 가장 최강의 나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멋진 생각이로군요. 한데 그렇게 하려면 계획이 필요하겠군요.”
“물론이죠. 제가 이곳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수명이 대략 250년 정도로 알고 있어요. 그 정도의 기간이면 솔직히 지구를 장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여기거든요.”
“지구 장악이라? 하긴 대표님께서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빠른 시일 안에 지구를 장악하실 수 있긴 합니다. 또한 저는 대표님의 조력자로 재력을 원하시면 그걸 손에 넣게 해 드릴 것이고, 인간들 위에 군림하고 싶으시다면 그것도 이루어지게 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려고 제가 대표님 곁에 붙어 있는 것이니까요.”
백한성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선계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아 온 그답게 자신이 뱉은 말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존재였다.
재력.
대한민국에서 현금 부자로 통하는 만조금융이긴 했지만 사실 그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백한성이 정말 마음만 먹는다면 지구의 돈을 싹쓸이를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테니 말이다.
또한 권력 역시 마찬가지.
그가 지닌 힘을 이용한다면 지구의 인간들 위에 얼마든지 나를 군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고작 만조금융의 실세 노릇에 그치고 있는 것은 모두 나로 인해서였다.
나를 보호하고자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일부만 드러내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상황이었고, 거기에 뒤처리까지 확실하게 한 상황이었고, 심지어 내가 이리 꼴리는 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에 지금 백한성은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엄청 신나 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나갔나?’
지구 장악.
그것은 본심은 아닌데…… 이거 자칫하다간 그동안 눌러 놓았던 백한성의 해결사 본능을 폭주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에 살짝 경각심이 들었다.
“실은 지구를 장악한다는 말은 그냥 꺼내 본 말이죠. 일단 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박 이장님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쑥쑥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쑥쑥 비료를?”
내 말에 백한성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이 갑자기 바람이 픽하고 빠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구 장악?] [쑥쑥 비료?]백한성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오른 단어를 보자 바람 빠진 그의 표정이 이해는 되었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설명하고자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물론 쑥쑥 비료를 제공하되 인간들이 그동안 재배해 온 방식을 생각해서 적정 수준으로 쑥쑥 비료의 양을 조절해야만 할 겁니다. 그건 화이와 상의를 하면 될 일이니 백 팀장님께서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
“하여튼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재배하는 텃밭의 것보다는 아주 약한 수준의 쑥쑥 비료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은 농약을 치지 않고도 그동안 재배해 온 작물보다 맛도 몇 배로 뛰어날뿐더러 수확량도 늘어나고 거기에 사람의 몸에도 좋을 것이니 다들 크게 환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흐음.”
결국 백한성은 나의 말이 끝나자 지금 심정을 뭐라 설명하기 답답했던지 침음을 삼켰다.
드디어 뭔가 어마어마한 일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고작 근처의 마을에 쑥쑥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일을 하겠다는 내 말에 김이 팍 빠진 것이다.
“백 팀장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쑥쑥 비료를 제공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나 보군요.”
“아,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일인데 제가 어찌 감히 태클을 걸겠습니까?”
“그래도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들어보고 저도 받아들일 내용이라면 기꺼이 수용할 테니까요.”
그렇게 내가 멍석을 깔아 주자 백한성이 못이기는 척 자신이 생각한 바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실은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지구 장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선계의 선주이셨던 대표님이시니 지구 정도는 장악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일이니까요. 한데 제가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포부에 대해 뭔가 착각을 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어떤 것이 진정 대표님이 원하시는 일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백한성의 말을 듣자 나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갑작스레 제가 내키는 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 백 팀장님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나 보네요.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지구 장악까지는 필요 없어요. 그저 제가 속한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첫 단추로 박 이장님의 마을을 떠올리게 된 것이고요.”
지구에 위치한 하고 많은 땅덩어리 중에서도 내가 들어선 곳은 바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였다.
이곳을 살기 좋은 나라로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내가 이곳 세상에 내려와서 살게 된 것에 대한 보답은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제야 나의 마음을 이해한 듯이 백한성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제가 오해를 했군요. 대표님께서 그런 마음이시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대표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쑥쑥 비료로 재배한 작물들이 자라게 되겠군요.”
“그렇게 되겠죠. 처음 시도는 근처의 마을에서 시작하겠지만 결국은 전국으로 퍼져 나가게 만들 생각이니까요. 쑥쑥 비료로 재배한 작물들은 국민들 건강에도 좋을 테고, 보다 멀리 보자면 세계 시장에서도 분명 먹힐 테니 국민 경제에도 커다란 보탬이 될 것이라 보거든요.”
선계의 무릉도원.
감히 그걸 인간 세상에 구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쑥쑥 비료로 재배한 작물들은 이곳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내가 속한 한국에만 그 비료를 이용할 생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인재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해서 만조 복지재단에 속한 소년 소녀 가장들 전원에게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무상으로 살집과 생활비를 제공해 줄 것이며, 또한 학업에 도움이 되도록 기억력 향상을 이끌어 줄 계획입니다.”
만조 복지재단에 속한 소년 소녀 가장들은 집안 환경은 불우하지만 가급적 인성이 좋은 이들로 골라서 선별한 상황이라 전원 인재 육성 프로젝트에 합류시켜도 무방했다.
살집과 생활비는 만조의 재력을 이용하면 될 테고 기억력 향상은 신비로운 영초인 자색 환상초와 노란 달빛초를 이용하면 될 터.
“인재 육성 프로젝트에 속한 이들은 장차 대한민국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소년 소녀 가장에게 행한 인재 육성 프로젝트는 차후에 한국의 모든 학생들에게도 적용시킬 생각입니다.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각자 원하는 길을 걸어가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청소년의 정신 상태가 건강하면 결국은 나라도 건강할 테니까요.”
나의 말에 수긍이 가는 듯 백한성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버지 장흥수 회장님이 운영하는 명성그룹과 내가 차지한 만조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요정의 샘물과 야산의 영초들을 이용한다면 지구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도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까요.”
내 말을 들은 백한성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눈빛으로 내 얼굴을 주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표님의 베일을 벗겨 내시는 것부터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제 베일을?”
“어차피 두 기업을 세계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시려면 수장 자리에는 당연히 대표님이 앉으시는 것이 적격이라 봅니다. 이번 기회에 대표님께서 만조의 오너임을 만 천하에 알리시죠.”
백한성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동안은 내가 이곳 세상에 떨어진 것에 대한 의문과 마령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에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것을 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앞으로 내가 추진할 사업을 시도하려면 아버지 장흥수나 형님 장기현의 배포로는 부족했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만조의 오너인 내가 두 기업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일을 행하는 데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내일 오전 중으로 기자회견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밤은 명성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주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알겠어요. 한데 기자회견을 하고 나면 정치가들과 재력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일도 필요할 겁니다. 그것에 대한 대처도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그 문제는 염려 마십시오. 대표님께서 만조의 오너라는 것이 밝혀지면 대통령을 비롯하여 기업의 회장들까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곳에서 대표님을 만나자고 연락이 올 것이니, 그동안 사용하던 핸드폰 대신 다른 폰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이따 저녁때 호텔에서 함께 식사나 하시죠.”
“네, 저야 좋습니다.”
백한성이 떠났다.
지금까지 나를 조력하는 일을 맡아 온 백한성은 대한민국에서 최다 현금을 보유한 만조의 실세로 알려진 만큼 정재계에서 꽤 유명세를 날리고 있던 터였다.
그런 상태에서 숨겨 왔던 만조의 오너가 밝혀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아버지, 저 강산입니다.”
내일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아버지 장흥수에게는 내가 만조의 오너라는 것을 미리 알리기로 했다.
세월을 살아온 관록이 있다 보니 아버지도 이미 어느 정도 낌새를 눈치채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직접 내 입으로 말해 주는 편이 좋으리라.
-오오, 산이로구나. 밥 먹었냐?
첫 인사가 밥을 먹었냐는 아버지 장흥수 회장의 질문에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
명성호텔 행사홀.
기자회견이 잡힌 장소였다.
대한민국 최다 현금 부자로 통하던 만조에서 잡은 기자회견이라 그런지 수많은 기자들이 행사홀에 몰려든 상태였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오늘 발표할 내용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썰을 풀어 댔다.
“정 기자, 뭐 들은 말 없어?”
“난들 알겠어?”
“대체 만조에서 무엇을 발표하려고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거지?”
“하여튼 만조의 간부급들도 전혀 모르는 눈치던데.”
“이건 내 직감인데 뭔가 빅뉴스가 터질 분위기이긴 해.”
기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행사홀 입구를 주시하던 찰나.
“백한성 팀장이다!”
“근데 옆에 저 젊은이는?”
“어? MC 아냐?”
“대체 무슨 일이지?”
기자들이 눈을 빛내며 행사홀 입구로 들어선 이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