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75
175
다음 날 앞마당 우물가.
저녁 무렵이 되자 백한성이 나를 찾아왔다.
북한에서의 볼일이 끝나자마자 곧장 이곳으로 날아온 모양이다.
“다녀왔습니다.”
“핵 처리는 잘되었나요?”
“물론입니다.”
백한성이 싱긋 웃어 보였다.
사실 북한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감쪽같이 처리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일을 맡은 인물은 백한성.
그라면 믿어도 좋을 터.
“지금 북한에서는 핵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큰 난리가 났을 겁니다. 핵을 보유하고 있던 시설들을 말끔히 처리해서 이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엄청난 일을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그의 말은 마치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들렸다.
하긴 선계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았던 전적이 있는 존재이니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된 셈.
거기에 만도자가 뇌물 차원에서 주고 간 묵단까지 취했으니 이제 호랑이 등에 날개까지 달아 준 격이다.
북한에서 그가 어떤 식으로 핵을 처리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
소멸 언령 한마디면 눈앞에 있던 태산조차 감쪽같이 무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수고하셨어요. 백 팀장님 덕분에 이제 한시름 덜게 되었어요.”
나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백한성의 공적을 진심으로 치하했다. 이곳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골칫거리인 북한의 핵 문제를 제거해 준 것이니 말이다.
북한에서 보유한 핵이 사라진 이상 이제 전쟁을 염려할 일도 없을 테니 한국의 청년들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터.
“수고랄 것이 있나요. 하여튼 이제 북한도 끝났습니다. 그동안은 핵 하나만 믿고 깝죽거렸을지 모르나 이제는 아무것도 손에 쥔 패가 없는 상황이니 말이죠.”
백한성의 말을 인정하듯이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텃밭에서 따온 상추 바구니를 우물가에 내려놓은 뒤 우물물을 길어 올려 쪼그리고 앉아 상추를 씻기 시작했다.
“저녁 먹고 가실 거죠?”
“주신다면요.”
“이제 상추만 씻으면 되니까 평상에 앉아서 쉬고 계세요.”
백한성이 오면 함께 먹으려고 고기를 구워 먹을 화로며 장작까지 앞마당에 죄다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백한성이 아주 좋아하는 고구마도 포일에 싸서 한 소쿠리 화로 옆에 준비해 놓았고.
이어 씻은 상추의 물기를 탈탈 털어서 평상에 내려놓자 마침 놀이방에 놀러 갔던 동물들이 우르르 앞마당으로 몰려왔다.
화이는 삼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여전히 앙증맞은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평생 지금 모습에서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야 귀여운 화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으니 좋긴 했다.
왕! 냐옹! 냐아~!
백한성이 녀석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나는 화로에 불을 지펴 고기 구울 준비에 들어갔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군고구마까지 먹은 백한성은 내일 연못가에서 낚시할 생각에 오늘은 이곳에서 자기로 했다.
***
아침이 되었다.
나는 이제 지구촌에서 세계 최강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만조와 명성의 오너가 되었지만 나의 일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꼬끼요오오오!
뒷마당 닭들도 그건 마찬가지.
나는 수탉들의 모닝 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백한성과 동물들을 이끌고 야산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동물들은 놀이방으로 놀러 갔고 나와 백한성은 앞마당 평상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표님 덕분에 이제 한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대표님도 세상의 왕이 되신 셈이고요.”
한편으론 쑥쑥 비료로 재배한 농작물과 야산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영초들로 세상을 장악한 셈이기도 했다.
만조와 명성이 협력하여 만들어 낸 쑥쑥 비료의 농작물과 친환경 소재의 물질은 인간들의 생활에 깊게 파고들다 보니 이제 한국이 없으면 세상에 혼란이 초래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만간 한국에서 우호적인 국가에 쑥쑥 비료보다는 효과가 떨어지긴 했지만, 작물의 생산량을 늘려 주며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흑초를 베풀어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충성 맹약을 다짐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한국의 주변 국가들은 만조와 명성의 오너인 나의 눈에 벗어나지 않도록 애썼고, 심지어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최강의 국가로 손꼽히던 미국조차도 이제는 나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핵으로 협박을 일삼으며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북한도 이젠 조금이라도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면 납작 엎드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선 고질적인 교육 문제만이 남았군요.”
“맞아요. 무엇보다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억지로 대학에 가는 일은 인생 낭비라고 생각해요. 해서 교육 문제도 손을 보는 것이 좋을 듯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들은 일찌감치 본인이 원하는 재능을 키워 주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백한성도 나의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교육 문제는 학부모들과의 타협이 필요한 일이라 좀 더 시일이 지나야 정착이 될 듯싶다.
부르릉! 부릉!
야산에서 낚시하고자 아버지 장흥수와 형수의 부친인 한성식이 이곳을 찾아왔다.
참고로 아버지 장흥수와 한성식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고, 이제는 평창동 저택에서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었다.
사돈지간이면서도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다. 요즘 물 좋고 경치 좋은 이곳저곳으로 여행도 다니시면서 아주 재미나게 살고 계셨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되면 야산의 연못가에 놀러 와 낚시를 즐기는 것도 두 분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참고로 조카 송이와 형님 부부도 이제는 주말만 되면 이곳을 찾아와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만조와 명성의 오너 자리를 내가 차지하긴 했지만, 장기현 형님은 여전히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명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한 형님이시다.
형님네 가족은 낚시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따 저녁을 먹으러 온다고 했다.
털털털털!
마지막 참석자, 마을 이장 박동수가 찾아왔다.
트렉터에서 내린 박동수 손에는 낚시 도구가 들려 있다.
“이런, 제가 꼴찌로 온 건가요?”
친화적인 성격인 박동수는 먼저 이곳에 도착한 아버지와 한성식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백한성과도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박동수는 한국에서 선두 주자로 쑥쑥 비료로 농작물을 재배한 마을의 이장이라는 사실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장 박동수도 그렇지만 마을 주민들은 쑥쑥 비료 농작물 재배 시범 단지로 지정되면서 삼 년 사이에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
외국에 쑥쑥 비료로 재배한 농작물을 수출하려면 나의 허락은 필수였는데,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어 주었다.
한국과는 달리 외국에 수출되는 농작물들은 열 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지불해야만 했음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다 보니 외국에서는 이제 서로 한국의 농작물을 받겠다고 아우성이었으니 말이다.
“서나 씨는 잘 있죠?”
“물론이네. 우리 마을이 부자 마을이 된 것도 그렇고, 서나가 방송국에서 잘나가게 된 것도 모두 자네 덕분이네. 정말 고맙네.”
박동수 이장의 딸 박서나. 그녀는 KJ케이블 방송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예능국 국장이 되었다. 그녀는 가끔 힐링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하여 나와 차를 나누곤 했다.
“자! 그럼 다들 모였으니 연못으로 낚시하러 가 볼까요?”
낚시하기에 아주 그만인 날이다.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보기 좋게 흘러가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다들 이곳에만 오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했지만 이런 자연환경도 크게 일조했을 터.
입가에 웃음을 매단 이들이 낚시 도구를 챙겨 들고 나를 따라 야산의 연못가로 향했다.
왕! 냐옹! 냐아~!
소풍이 따로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야산의 연못에 놀러 간다는 것에 동물들도 빠질 수가 없었다.
까미, 누리, 화이가 신난다고 야산의 오솔길을 폴짝거리며 사람들 앞서 움직였다.
삼 년 전에 화족장의 장녀 적화로 인해 초토화되었다가 복구가 된 야산은 전보다 더욱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윽고 연못가에 이르렀다.
나까지 포함하여 모두 다섯.
각자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물속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세상의 그 어떤 낚시터도 이곳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산속에 이런 연못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한번 수난을 겪은 후 다시 만들어진 연못은 물도 전에 비해 맑아졌고 규모도 전에 비해 절반 정도가 더 커진 상태였다.
삼 년 전에 만도자와 화족장이 연못을 복원시킬 때 나의 취미생활을 고려하여 연못 복원에 제법 공을 들인 덕분이다.
휘릭! 척! 휘릭! 처억!
은화가 아주 잘 잡혔다.
모두의 낚싯대에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은화들이 계속해서 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바람에 아주 재미가 쏠쏠했다.
은화를 여러 차례 낚아 올린 아버지 장흥수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백한성, 한성식, 박동수도 손맛을 제법 봐서인지 표정들이 꽤 밝아 보였다.
왕! 냐옹! 냐아~!
까미, 누리, 화이는 연못가 주변에 피어난 보라색 자색 환상초에 코를 박고는 기분 좋은 골골송을 열심히 흘려 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충분히 손맛을 즐긴 우리는 다시 낚시 도구를 챙겨 야산에서 내려왔다. 오늘은 입질이 너무 좋다 보니 손에 들린 모두의 물통마다 은화가 한가득이었다.
“다들 평상에서 쉬고 계세요. 제가 은화를 먹기 좋게 손질할 테니까요.”
“저도 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와 백한성은 우물가에서 은화 손질에 들어갔고, 남은 이들은 평상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우물물로 한번 씻어 낸 은화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석둑석둑 썰어서 접시에 담기만 하면 끝이다.
꿀꺽! 꿀꺽!
우물가에서 칼질하는 나와 백한성의 모습을 평상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목울대가 꿈틀꿈틀 침을 넘기느라 다들 난리였다.
다들 은화의 환상적인 맛을 익히 알고 있기에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삼촌! 저희 왔어요!”
때마침 조카 송이와 형님 부부가 이곳에 도착했다.
올해 중학생이 된 조카 송이.
단발머리를 한 조카 송이의 모습은 단아한 미인인 형수를 닮아서인지 아주 예뻤다.
송이와 형수가 이곳에 오니 주변 공기가 화사하게 달라진 느낌이었다.
“형님! 형수님도 이쪽으로 오세요. 마침 은화 손질이 딱 끝났는데 잘되었네요.”
평상이 미어터졌지만 다들 즐거운 기색이다. 접시에 담긴 은화를 평상에 내려놓고는 냉장고에서 소주와 음료와 초장을 꺼내 왔다.
세계적인 기업 만조와 명성의 오너이긴 해도 이곳에서 나는 가장 막둥이.
모두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즐거웠다.
“자! 다들 건배!”
나는 어른들 잔에는 소주를 따라 주고 조카 송이의 잔에는 사이다를 따라 주었다.
다들 건배를 하고는 은화를 한 점 입에 넣었다.
환상적인 은화 맛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하하하하!”
“허허허허!”
평상에 둘러앉은 이들이 즐겁게 은화를 맛보는 동안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은 까미, 누리, 화이도 잘게 썰어 준 은화를 맛보고는 눈웃음을 짓는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취미생활도 함께 즐기고.
내게 야산이 있는 한은 행복은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