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8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실 이장과 산속의 연못에 낚시를 하러 가서도 계속 이곳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
스윽!
나는 까미와 누리를 쳐다봤다.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 안의 분위기에 호기심이 이는지 두 녀석 모두 눈알을 반짝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낚시 도구부터 정리하자.’
나는 일단 들고 있던 낚시도구를 선반에 가져다 놓고는 바닥을 살피듯 바라봤다.
지하 석실에서 봤던 것들은 환각이 아니었다. 그곳이 열렸던 것. 그건 분명 나를 의식한 일일 것이라 생각하자 한번 그곳을 열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 그곳이 열릴까.’
나는 손가락을 살며시 만져보았다.
사라지고 없는 반지.
하지만 반지가 만일 내 몸 어딘가 숨어있는 것이라면.
반지가 지하 석실을 여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말 반지가 열쇠라면.’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번 해보고 아니면 그만.
창고 바닥을 향해 명령을 하듯이 외쳤다.
“이곳의 주인으로 명하건대 지하 석실로 향하는 문을 열라!”
내가 생각해도 오그라드는 말.
하지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이것 뿐이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무슨 일인가 나를 쳐다봤다.
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뭐라고 했지만 녀석들에게 한 말이 아닌 것은 아는 눈치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들이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번쩍!
역시 바닥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처음에 나타났던 것과 같은 푸른 빛.
빛이 창고 중앙에 원을 그리듯이 흘러나오자.
왕! 냐아옹!
까미와 누리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나는 오히려 기대하던 일이기에 살짝 흥분이 되었다.
“까미. 누리. 뒤로 물러나.”
출구가 열릴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말귀를 알아듣는 녀석들이라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녀석들은 눈알을 반짝이며 바닥을 노려봤다.
“기다려. 출구를 열어 볼게.”
나는 바닥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처억!
분명 나의 말에 반응을 보였으니.
이젠 출구가 열려야 정상.
드르르륵!
역시 출구가 열렸다.
해냈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까미와 누리를 환하게 웃으며 쳐다봤다.
“이리와. 함께 지하로 가보자.”
녀석들이 뽀르르 다가왔다.
혼자서 지하 석실을 내려가는 것보다 녀석들이 곁에 있으면 더욱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내려가기 전에 주의를 줄 필요가 있었기에.
“안쪽에 지하로 향하는 돌계단이 있으니 그걸 타고 내려가면 될 거야. 나도 뒤따라 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둘 다 알았지?”
왕! 냐옹!
나는 까미부터 안아서 돌계단에 내려놓았다.
다음은 누리를 안아서 돌계단에 내려놓았다.
토톡! 타탁!
겁이 없는 녀석들이다.
이런 모험이 오히려 신이 난 기색이다.
돌계단을 잘 내려가는 녀석들을 지켜보다 나도 안으로 들어섰다.
스르릉-콰앙!
어느 정도 계단을 내려 서자.
머리 위쪽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상관없었다.
‘두 번째 탐사!’
지하 석실 아래까지 내려왔다.
이번으로 나는 두 번째였지만, 까미와 누리는 처음 이곳을 내려와 본 상황이라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했다..
왕! 냐옹!
녀석들 입장에선 창고 아래에 이런 수상쩍은 공간이 숨겨져 있을 줄은 까맣게 몰랐을 테니 아주 흥미진진할 터.
“아빠 따라와.”
첫 번째 환단 제조실을 지났다.
녀석들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을 터.
단지 신비롭게도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니 나중에 작물들 저장 창고로 사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두 번째 석실에 들어섰다.
‘역시 아무도 없다.’
텅 빈 단상의 분위기였다.
처음 여기에 들어왔을 때는 노인 시신을 발견한 것에 너무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그렇고 심적 여유도 충분했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저곳은?”
안쪽으로 연결된 통로를 발견했다.
왠지 이곳이 전부가 아닐 것이란 느낌이 들더니. 다른 석실이 또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맞았다.
뽈뽈뽈-
그때 나보다 한발 앞서 탐색 본능에 발동이 걸린 까미와 누리는 이미 그곳의 통로를 발견하고 신 난다고 움직이고 있었다.
헛웃음을 흘린 나도 잽싸게 발을 놀렸다.
‘세 번째 석실이다!’
세 번째 석실에 들어섰다.
앞서 보았던 석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물건들이 제법 채워져 있는 석실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로써 석실이 모두 세 군데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이번 공간은 뭘 하는 곳일까.’
첫 번째 석실은 환단 제조실.
두 번째 석실은 명상실처럼 보였다.
그럼 세 번째 석실은?
“옥으로 만들어진 침상 아냐?”
옥 침상 두 개가 석실 중앙에 놓여있다.
또한 가장자리엔 장식장과 탁자들도 있다.
그런데 침상 색깔에 호기심이 일었다.
“비취색 침상과 흑색 침상.”
그동안 비취 옥은 많이 보긴 했다.
그래도 이곳의 옥은 보다 청아하여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침상 전체가 옥으로 된 상태라 특이한 면도 있었다. 저걸 여기에 설치하려면 꽤 힘들었을 터.
“흑색으로 된 옥이 있다니.”
맞은편 침상은 흑색 옥으로 되어 있다.
분위기는 비취 침상과 같았는데, 옥 색깔이 흑색도 있었나 싶어 살짝 의문도 없지 않았는데.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침상에 올라갔다.
웬만해선 내 허락 없이는 함부로 움직일 녀석들이 아닌데. 참지 못하고 침상에 올라갔다는 것은 침상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뭔가 녀석들을 홀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까미는 비취색 침상을. 누리는 흑색 침상을 차지했네.’
그런데 녀석들 반응이 이상했다.
가르릉-
고르릉-
침상에 올라앉은 녀석들이 고양이가 캣닢을 먹었을 때 보이는 그런 증세와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젠 몸을 발라당 까 뒤집고 누워서 골골송을 흘리며 난리도 아니었다.
‘대체 어떤 재질이기에 녀석들이 저런 거지?’
녀석들의 반응에 호기심이 생겨 먼저 까미가 뒹굴고 있는 비취 침상에 나도 벌러덩 누워보았다. 침상 사이즈는 내가 누워도 될 정도로 컸다.
‘서늘하다.’
비취색 옥에서 흘러나온 기운인지 신비로운 서늘함이 느껴졌다. 잠깐 침상에 누운 것으로도 기분이 부쩍 좋아질 정도로 시원하게 안마를 받은 느낌이었다.
‘어디 이번엔.’
고양이 누리가 차지한 흑색 침상에도 한번 누워보았다.
흑색 침상에서는 비취색 침상과는 달리 따뜻한 온기가 흘러나왔다. 신비로운 온기가 몸을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잠깐 누워있는 자체로도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까미와 누리가 왜 저리 골골송을 흘리며 침상을 뒹굴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참으로 기이한 침상들이다. 침상에 누우면 최고급 안마를 받는 기분도 들지만 맑은 기운을 보충해주는 느낌마저 든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한겨울에 이곳에 내려와서 지낸다면 날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긴 했다.
‘이번엔 장식장을 구경해보자.’
까미와 누리는 침상의 매력에 폭 빠진 기색이었기에 녀석들을 그곳에 두고 이번엔 석실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장식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장식장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청아한 향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장식장 안에 즐비하게 비치된 술병으로 인해서일 터. 유리로 된 커다란 술병에 무언가 들어있는 상태였기에.
“술병에 들은 것이 대체 뭐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유리병에 담긴 내용물을 살펴보던 나는 그만 기함을 하고 말았다.
“마, 맙소사!”
공청석유와 만년화리는 빠졌지만 하나같이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엄청난 내용물들이 떡하니 유리병 안에 술로 담가진 상태였다.
더구나 내용물에 대한 정보를 술병이 위치한 바닥에 부착해놓았기에 더욱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만년 묵은 하수오!
-만년 묵은 설삼!
-천년 묵은 천종산삼!
-천년 묵은 백사!
-천년 묵은 지네!
-칠백년 묵은 영초!
적혀있는 내용의 진의여부는 모르겠지만 어째 분위기가 천년은 기본으로 묵은 것들이었고, 이곳에서 오백년 아래로는 아예 영약 취급도 안 해주는 분위기였다.
“여기 대체 뭐냐?”
한편 생각하면 산속에서 공청석유와 연못에서 만년화리를 취한 나였기에 이곳의 영약들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상상을 불허하는 굉장한 분위기에 잠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석실 어디에 이곳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놓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장식장 옆의 탁자를 살펴봤다.
뭔가 있다. 장부처럼 보이는 책들이 있다.
나는 눈을 빛내며 얼른 그곳으로 움직였다.
“한번 살펴보자.”
나는 탁자에 자리했다.
이런 엄청난 곳을 만들어 놓고 설명이 없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어차피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니 장부를 모두 살펴볼 생각이다. 그런데 장부에 적힌 내용들이 너무 어마어마했다.
“점입가경이 따로 없군.”
장부에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석실에 관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산속에 안배된 신비로운 영약과 영물에 대한 정보를 비롯하여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노인에게 영약을 구매한 자들에 대한 신상내력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어떤 식으로 영약이 사용되었는지도 적혀 있었는데 한국인을 비롯하여 외국인까지 실로 다양했다.
그렇게 영약을 거래한 이들은 그동안 노인의 훌륭한 인맥으로 연을 맺어온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신선술神仙術이라고?”
또한 내가 이곳에서 연마할 것이라 생각하여 준비를 해놓은 것인지 신선들이나 익힐 법한 신공에 관한 장부도 한권 끼어있었다. 책에 적힌 내용대로 신공을 연마한다면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수십 개나 따낼 수 있을 터.
“엄청난 보고寶庫를 얻었다.”
석실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영약이 산속에 주렁주렁 있었다.
영약을 구매한 이들을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조력자로 부릴 수도 있었고, 영약을 이용하여 세상을 좌지우지도 할 수 있는 권력도 거머쥘 수 있었다.
“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렇게 나 스스로 하문한 순간.
스르르륵!
마치 홀로그램과도 같은 현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인 왕충식이었다.
두 번째 석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던 노인이 분명했다.
“헉! 어르신…”
성스러운 하얀 도포를 걸친 노인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나를 온화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꾸벅!
노인이 나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노인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중간에 말을 끊기가 뭣했기에 계속 듣기로 했다.
홀로그램과도 같았던 노인의 영상이 내게 전할 말이 끝나자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잠시간 할 말을 잊은 나.
그만 혼이 살짝 나갈 지경이었다.
“내가… 선계의 존재였다고?”
야산을 매입한 후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야 말로 진짜 최고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