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9
“반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사라졌던 반지가 나타났다.
-손가락에 반지를 끼면 평상시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선주의 의지에 따라 반지가 보일 수가 있다.
-도검불침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만독불침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반지를 낀 상태에서 신선술을 연마할 시 효과가 더욱 좋다.
반지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아까 읽은 장부.
그곳에 적힌 내용이다.
“이곳에 살던 어르신이 인간이 아니라 선계의 만도자라는 존재였다니.”
선계에서 선주를 모시던 만도자.
지하 석실은 만도자가 나를 위해 만든 공간이었고, 야산 역시 마찬가지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만도자는 나를 선계의 선주라고 칭했지만 나는 선주가 어떤 존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느낌으론 상당히 고결한 신분이라는 것은 익히 짐작할 수 있긴 했지만 기억나는 것이 전혀 없다.
“까미가 흑랑의 새끼였다고?”
선계에서 신수로 통하는 흑랑.
까미가 그 흑랑의 새끼라는 거다.
녀석이 보통 강아지와는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계의 신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도자가 남긴 장부.
그곳에 기록되길 흑랑은 덩치가 3미터에 이르는 거대 신수로 수명은 천년은 족히 살 수 있고, 신수중에서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유달리 가장 강한 신수로 선주가 특별히 아끼던 신수라고 적혀있긴 했다.
물론 이곳은 선계가 아니기에 이곳에서 까미의 성장 속도나 생명력은 인간계의 인과율에 적용된다고 하니 차이가 있을 것이라 한다.
“까미의 급성장이 모두 신수의 새끼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어.”
또한 만도자 장부에 고양이 누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적혀있긴 했다. 누리는 신수는 아니지만 선계와 연이 닿은 생물이라 했다.
어쩌다 이곳 세상에서 환생을 하게 되었는데, 들판에서 죽어가던 누리를 만도자가 살려준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마을 이장 박동수.
이장의 딸인 박서나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그녀 역시 누리처럼 인간계에 환생한 선계의 기운을 품은 존재로 과거에 멧돼지에게 당하여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을 만도자가 환단을 먹여서 구해준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만도자는 내게 알려주고자 그랬는지 선계의 기운과 연관된 존재들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가리지 않고 모두 기록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만도자 장부에 적혀있던 내용들을 그 사이에 모두 암기를 했다고?”
탁자에 있던 장부들로 고갤 돌렸다.
어느새 장부도 연기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인간계에 남겨선 안 되는 내용들이긴 했다.
‘내가 장부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만도자의 배려인가.’
내 머릿속에 저장된 만도자 장부 내용.
인간계에 노출되어도 곤란하고, 또한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정보였기에 잊어선 안되는 일이라 아예 머릿속에 박제를 하듯이 저장해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장부엔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야산의 나물과 텃밭의 작물들까지도.
소소한 정보까지도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장부에 산속의 연못도 언급되었다.
그곳에 사는 은화가 선계에서 내가 즐겨 먹던 물고기라고 했다. 이장과 연못에서 잡아온 은화를 먹었을 때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지던 것이 결국 이유가 있었다.
‘옥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침상.’
이것 역시 내가 선계에서 즐겨 이용하던 안마침상이라고 했다. 충신 만도자가 선계에서 누리던 혜택을 이곳에서도 똑같이 누리게 해주고자 아주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곳 야산을 매입한 것.’
그것 역시 만도자가 의도한 일로 밝혀졌다.
그동안 내가 남들보다 형편없는 외모를 하고 산 것은 선계에서 내려온 내가 인간계의 기운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그런 부작용으로 선계의 기억을 모두 잊은 것이라고 했다.
선계의 선주 모습도 기록되었다.
환골탈태한 지금 모습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키가 2미터에 외모도 지금보다 한결 준수한 얼굴이라 했다. 거기에 신력까지 빵빵하게 갖춘 상태.
‘내가 정말 선주가 맞는다면 선계에서 살던 인물이 왜 인간계에 내려온 것일까.’
만도자 장부에 그 기록 만은 빠져있다.
단지 한 가지 힌트는 있긴 했다.
선주란 존재가 굳이 인간계에 내려온 이유.
인간계에 정리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엇을 정리하고자?’
생각을 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이곳 세상에서 루저 강산으로 지낸 기억만 갖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모가 달라졌고, 만도자의 배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고민도 없지 않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선계의 선주든 인간 강산이든 내가 원치 않는 삶을 살 이유가 없다.
그저 지금처럼 평화로운 전원 생활을 즐기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인간계에 내려온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르릉!
고로롱!
까미와 누리는 여전히 안마 침상의 매력에 빠져있다.
다행인 점은 안마 침상은 아무리 오랜 시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안마 침상을 사용하면 할수록 신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머리도 좋아진다니 녀석들도 그렇고 내게도 권장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장식장의 술.’
그것에 대한 것도 장부에 기록되었다.
술을 마시고 안마 침상에 눕게 된다면.
극락을 맛볼 수 있게 된다고 적혀 있다.
‘극락이라.’
만도자 장부에서 언급하기를 남녀가 육체 관계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쾌락이 1이라고 가정할 경우, 장식장에 있는 영약으로 담근 술을 마시고 안마 침상에 누울 경우 열 배에 해당하는 황홀경을 맛보게 해준다고 했다.
‘열 배면 마약을 한 것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장부에는 이곳의 술은 술이 아니라 영약으로 분류되고 있으니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기록되었다.
또한 극락을 경험 한다 해도 일상생활에 어떤 지장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신체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했다.
‘신선술을 연마하지 않은 상태에선 한잔이 적당하고 했으니.’
술을 마실 수 있는 도구도 갖춰진 상태다.
술잔과 국자까지. 장식장 한 곳에 비치 되었다.
이왕 지하 석실에 내려온 거. 한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어떤 술이 좋을까.”
장식장에 있는 술병을 살펴봤다.
하나같이 너무 엄청나서 엄두가 나지 않지만.
만년 하수오주를 마시려니 만년 이라는 세월이 너무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백사는 뱀이라 아무래도 비호감이다.
‘그렇다면 천년 묵은 천종산삼주가 좋겠다.’
아무래도 산삼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영약이다.
처음 시음하는 술로 제격이라고 여겨졌다.
“까미와 누리도 술 맛이 궁금한 모양이구나?”
장식장에서 술병을 꺼낸 것에 녀석들이 다가왔다.
장식장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향기를 녀석들도 모르지 않을 터. 까미와 누리를 웃으며 바라보던 나는 술병으로 고갤 돌렸다.
‘술병을 개봉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군.’
웬만한 인간의 힘으론 술병을 열지 못할 터.
하지만 공청석유에 만년화리를 먹은 상태였다.
나로선 술병을 개봉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곳의 분위기로 보아 만일 내가 만년화리 내단을 먹지 않았더라면 이곳은 좀 더 뒤에 열렸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여간 술병을 개봉했다.
포옹!
이건 압축된 공기가 빠지는 소리.
장식장 근처만 가도 심장이 설렐 정도로 신비로운 향기를 풍기던 상황인데, 천 년 묵은 천종산삼주를 개봉하자 이건 완전 넋이 나갈 정도였다.
‘이건 천상의 향기일 수도 있겠군.’
천 년 묵은 천종산삼만도 엄청난데 유리병 안에 채운 술이 바로 선계에서 비롯된 감로주였다. 이곳의 술을 마시고 안마 침상을 사용하면 극락을 맛보게 해준다는 것도 어쩌면 감로주의 영향이 아닐까 싶지만.
가르릉…
고르릉…
영물 까미는 감로주 향기에 흥분한 기색이다.
누리는 아예 몸을 꼬며 바닥을 긁고 난리도 아니다.
나 역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임에도 향기에 홀려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 박동이 쿵쿵 울려 댈 정도였다.
“향기만 맡아도 이 정도인데…”
나는 손을 모아 잠시 이곳을 남긴 만도자를 위해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는 아주 성스러운 마음으로 국자로 술병의 술을 술잔에 옮겨 담았다. 딱 한잔. 오늘 내가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다.
쪼로록!
한 방울이라도 흘려선 안 되는 귀한 술.
마지막까지 조심해서 술잔에 술을 채웠다.
“술병을 잠가 놔야겠지.”
개봉했던 술병을 잠가 장식장에 보관했다.
혹시 너무 맛이 좋으면 미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선 곤란했기에 미연에 방지를 해둘 생각.
엄청난 술이니 두고두고 아껴 마시는 것이 좋을 터.
“까미. 누리. 아쉽지만 이 술은 아빠만 마셔야겠다.”
실험을 위한 목적도 있기에 술은 혼자 마시기로 했다.
신비로운 술 향기를 맡은 후라 앙탈을 부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녀석들은 내 말에 순응하듯이 잠자코 지켜볼 뿐이다.
“좋아. 어디 맛을 볼까?”
나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천 년 묵은 천종산삼주.
그것도 감로주로 담은 술이다.
천천히 술을 입안에 머금자.
“흐아아!”
한 모금 마신 것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르르 전기가 통한 것처럼 짜릿하면서도 기분 좋은 전율이 일었다.
환상적인 술 맛에 나는 몸을 떨어 댔다.
그러고는.
“아아아아! 너무 조오타!”
좋다. 그런 표현 자체도 무색할 정도.
세상에 어찌 이런 술 맛이 존재한다는 것인가.
술 맛에 홀려 잔에 채운 술을 단번에 비워버렸다.
꿀꺽꿀꺽!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술을 마신 뒷맛의 여운마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너무 환상적이다.
하지만.
다음 실험이 남았기에 술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이제부터 보여줄 극락.
과연 어떤 느낌일지.
“까미야. 아빠랑 같이 눕자.”
비취 침상에 까미를 안고 누웠다.
살짝 겁이 났기에 혼자 눕기가 망설여졌다.
‘오오오오오!’
느낌이 왔다.
남녀가 육체 관계에서 느끼는 쾌락의 10배.
과연 그런 쾌락이 존재할까 싶었는데.
존재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최상의 쾌감을 자아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황홀감.
뼛속까지 쾌감이 쩌는데 그것이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락하지 않는 꺼지지 않는 쾌감에 정말 극락이 따로 없다.
까미도 기분이 만땅으로 좋아 보인다.
‘이번엔 다른 침상으로 바꿔보자.’
비취 침상에서 일어나자 스르륵 꺼져 가던 쾌감이 누리와 흑색 안마 침상에 눕자 다시 불이 번지듯이 쾌감이 일어난다. 이번 역시 쾌감이 끝도 없이 올라간다. 지금 순간 세상의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누리 역시 까미처럼 기분이 최상으로 좋아 보인다.
그렇게 두 가지 침상을 접한 탓일까.
‘이건 뭐지?’
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나쁜 느낌은 결코 아닌데 색다름이 느껴진다.
단전에 축적된 기운들이 중단전 심장을 거처 상단전 뇌까지 치솟는다. 너무 빠른 속도. 제어가 안 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치솟은 기의 회전에 정신이 아득하다. 그러면서 좋다. 너무 황홀해서 미칠 것만 같다.
‘이런 현상이…’
뭔가 익숙했다.
이런 걸 대체 내가 언제 경험했던 것일까.
이상하다. 이상해.
“아아아아!”
머리에서 폭죽이 터진다.
어마어마한 짜릿한 쾌감에 바들바들 떨어 댔다.
그러면서 뒤를 이어 온몸을 잠식하는 말도 못하게 청량한 기운이 느껴진다.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설마 이거 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