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0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텃밭으로 나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제 안마 침상에서 극락을 맛보면서.
의도치 않게 신력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나무와 풀에서 흘러나온 대자연의 기가 더욱 기분 좋게 다가온다.
‘미미한 양이나 신력이 있고 없고 차이가 이리 극명하다니.’
선계에서 축적한 신력이 100이라면.
현재 내가 보유한 신력은 1의 상태.
이제 겨우 물꼬를 튼 셈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1에 가까운 미미한 신력이라도.
그것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모양이지.
‘오감이 보다 강해졌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렇게 5가지 감각을 오감으로 일컫는다.
거기에 오감 이외의 감각으로 불리는 육감도 있긴 하다.
육감은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직감. 즉, 초인적인 감각을 일컫는데 신력이 축적되면 될수록 육감 능력도 커진다.
‘선계에서 쌓은 신력을 모두 잃었다.’
선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올 때 뭐가 잘못된 건지 그곳에서 보유한 신력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그로 인하여 그동안 루저같은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만도자의 도움으로 이제 신력 1을 되찾았다. 비록 미미한 양이나 의미가 남다르다.
‘서두르지 말자.’
인간 강산으로서의 삶.
꼭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선계에서의 삶이 어땠을지 모르나,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과 지금처럼 일상생활을 평화롭게 보내면서 사는 삶. 어찌 보면 그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녀석들과 산에서 버섯을 채집해볼까?’
점심에 버섯 요리도 괜찮을 터.
산속에 자라는 버섯 중에서 자연산 송이버섯은 향도 좋고 맛도 좋기로 유명했다.
이곳은 선계의 끈이 닿은 덕분에 선기가 흐르는 야산이라 다른 산에서 채집한 것보다 더욱 송이버섯의 품질이 뛰어날 것이라 여겼다.
만도자 장부엔 이곳에 자생하는 버섯도 기록되어 있다. 찾아보면 점심으로 요리해 먹을 정도로 충분히 채집할 수 있을 터. 버섯 채집에 까미와 누리도 투입할 생각이다. 보물찾기처럼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버섯을 담아올 바구니도 챙겼으니 이만 산을 올라 가볼까.”
텃밭의 가장자리를 뛰어다니는 까미와 누리.
활력이 넘치는 녀석들 분위기다. 일단 송이버섯 채집도 좋지만 몸 풀기로 녀석들과 조금 놀아줄 필요가 있다. 안마 침상 덕분인지 녀석들 활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저런 상태라면 예방 접종 같은 것이 전혀 필요 없을 터. 하긴 병원에 데려가도 문제이긴 했다. 주사 바늘이 들어가지 않으니 원.
“까미. 누리. 우리 산 꼭대기까지 달려가 보자.”
왕! 냐옹!
주위로 다가온 녀석들 눈알이 반짝거렸다.
넘치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출발!”
출발 신호를 외치기 무섭게.
산 쪽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녀석들이다.
휘릭! 휘리릭!
고양이 누리보단 까미가 더 빨랐다.
아무래도 선계의 신수인 흑랑의 피를 물려받은 까미를 누리가 압도하기엔 무리였다.
왕!
가장 먼저 까미가 꼭대기에 도착했다.
냐옹!
뒤로 누리가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도착했다.
“하하하! 아빠가 꼴찌네!”
여러 영약을 취한 덕분에 체력이 강해졌다.
마음만 먹는다면 더 빨리 산을 오를 수 있지만.
일부러 귀여운 녀석들 재롱을 보고 싶어 참았다.
“까미가 일등! 누리도 잘했어!”
내 칭찬에 신나서 꼬리를 흔드는 까미와 눈알이 반달로 휘어진 누리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다.
“역시 꼭대기라 그런지 공기가 다르네.”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맛이 있어 좋다.
거기에 선기를 품은 산이라 그런지 공기가 한결 상쾌했다.
‘불과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 야산 꼭대기에 오를 때만 해도 헥헥거리며 숨이 턱 끝까지 찼던 나였지만 이제는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이 앞마당을 산책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왕! 냐옹!
까미와 고양이 누리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지하 석실의 안마 침상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것도 녀석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쯤 놀았으면 이젠 내려가면서 송이버섯을 채집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까미. 누리. 오늘 송이버섯을 채집할 거야.”
까미와 누리는 보통 강아지와 고양이가 아니란 점에 얼마든지 송이버섯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본다. 내 말에 관심을 보이는 녀석들에게 송이버섯에 관한 설명을 약간 해주기로 했다. 사람 말귀를 척척 알아듣는 녀석들이라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뿐이지 거의 인간을 대하는 것과도 같았다.
“송이버섯이 어떤 것이냐면…”
나는 만도자 장부에서 봤던 송이버섯에 관한 내용을 녀석들에게 알려주었다. 잘 알아들었는지는 직접 움직여보면 알게 될 터.
“그럼 시작해볼까?”
왕! 냐옹-
말귀를 알아들은 녀석들이 송이버섯을 채집하기 위해 소나무 군락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흩어졌다. 내 칭찬을 워낙 좋아하는 까미이기도 했고 고양이 누리도 갈수록 까미를 닮아서 내 칭찬을 받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녀석들은 얼른 송이버섯을 찾아내어 내게 칭찬을 받고자 안달이 났다.
“흐음. 나도 찾아볼까?”
나는 송이버섯을 채집할 목적으로 챙겨온 접어 놓은 바구니를 펼쳐 들고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송이버섯은 주로 소나무 주변에 서식하는 버섯이기에 소나무가 있는 바닥 쪽을 찾아보는 것이 발견할 확률이 높았다.
“으음?”
역시 오감이 발달한 탓일까.
근처에서 향긋한 냄새가 감지되었다.
꽃 향기와는 달리 아주 싱그러운 좋은 향기다.
솔 냄새와 흡사한 냄새. 송이버섯이 분명했다.
운이 좋았는지 제일 먼저 송이버섯을 발견했다.
“오호!”
바닥에 쌓인 마른 솔들을 거둬내자 송이버섯 머리가 보였다. 흙이 딱딱하지 않았기에 손가락을 이용하여 송이버섯을 조심스레 캐낼 수 있었다.
씨알이 꽤 굵직한 송이버섯이다.
향기를 맡아보니 아주 싱그러웠다.
바구니에 송이버섯을 담고 있는데.
왕!
까미도 송이버섯을 찾아냈는지 신호를 보냈다.
“녀석도 송이를 찾은 모양이다.”
나는 얼른 까미 주위로 움직였다.
그때까지도 코를 킁킁거리며 바닥을 노려보고 있던 녀석이 내가 주위로 다가오자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댔다.
“어디 보자.”
마른 나뭇잎을 헤치자 송이버섯이 보였다.
녀석이 찾아낸 것도 씨알이 제법 굵다.
까미가 발견한 송이버섯을 캐서 바구니에 담고서 녀석을 칭찬 해주었다.
“까미! 아주 잘했어!”
고양이 누리도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 곳으로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러더니 바닥의 한 곳에 코를 갖다 대고는 고롱거렸다. 색다른 향기를 감지해낸 누리가 냐옹거리며 나를 불렀다.
“누리도 찾았네?”
고양이 누리가 찾아낸 송이버섯을 캐서 바구니에 담았다. 누리가 발견한 것도 씨알이 제법 굵었다. 이번엔 누리를 칭찬해주었다.
“우리 누리 잘했어!”
한번 송이버섯을 찾아내자 녀석들이 재미가 붙은 모양이다. 내게 칭찬을 받는 것도 좋고 송이버섯을 찾아내는 것도 놀이처럼 여겨지는지 녀석들이 경쟁하듯이 숲을 뒤지며 움직였다. 나는 녀석들을 뒤따르면서 송이버섯을 채집했다.
“역시 수상한 야산 답지.”
자연산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일.
절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잠시 움직인 결과 바구니 절반을 채웠다.
수를 헤어보니 모두 여덟 개나 된다.
나와 까미가 3개씩. 누리가 2개.
“이 정도면 충분히 점심 요리를 해 먹겠는데.”
자연산 송이버섯은 시중에서 매우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선계의 기운이 내포된 야산이 아닌가. 버섯의 향기와 효능이 더욱 뛰어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바구니에 담긴 송이버섯을 흐뭇하게 쳐다보다 녀석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냥 두면 하루 종일 산속을 뒤질 기세다.
나는 웃으며 녀석들을 곁으로 불러 들였다.
“까미야. 누리야. 그만 돌아가자.”
내 목소리에 고양이 누리는 냉큼 달려왔는데 까미는 달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이 갑자기 떡갈나무가 우거진 방향으로 후다닥 달려가더니 그곳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고 있다. 까미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어딘지 흥분한 기색처럼 보였다.
“왜 저러지?”
영물 까미다.
충성심이 강한 까미가 내가 불러도 저리 고집을 부리고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니 저곳에 뭔가 있다는 의미였다. 전에 산속의 연못에서 만년화리를 잡을 때처럼 이번에도 녀석의 호승심을 자극한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누리야. 가보자.”
누리를 데리고 까미의 곁으로 움직였다.
내가 다가오자 녀석이 칭찬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대체 뭐를 찾아냈기에?’
까미를 옆으로 물리고 바닥을 살펴봤다.
녀석이 발로 긁어낸 땅속 아래에서 독특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에 까미가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향기로 보아 송이버섯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향기가 흘러나오는 곳이 땅속 깊숙한 곳이다.
그것의 정체가 짐작이 되긴 했다.
만도자 장부에도 언급이 되긴 했지만.
“설마… 송로버섯?”
일명 땅속의 다이아몬드.
외국에선 트러플로 불리고 있다.
자연산 송이버섯에 비해서도 더욱 고가의 버섯이라 보면 되지만 국내에선 거의 채집하기 어려운 버섯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송로버섯은 다른 버섯과는 달리 땅속 깊숙이 서식하는데, 아주 깊이 숨은 버섯은 거의 1미터 땅속에 숨어있기도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송로버섯을 채집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에 버섯을 찾을 때는 특별히 훈련된 개나 아님 돼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역시 까미로군.’
땅속에 숨어있는 송로버섯 주변을 까미가 흥분해서 발톱으로 잔뜩 파 놓은 상태였다. 그곳의 흙을 50cm 정도 파내려 가자 새까만 돌 같은 것이 보였다. 그걸 조심해서 위로 끌어올렸다. 송로버섯을 채집했다. 작은 사과 정도의 크기. 이 정도면 최상품 송로버섯이 분명했다.
‘송로를 찾아낼 줄은 몰랐는데.’
겉으로 보기엔 까만 돌이나 동물의 똥처럼 보였지만 감촉이 돌도 똥도 아닌 송로버섯이 분명했다. 송이버섯처럼 맡아서 딱 좋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대신 송로버섯에선 말로 설명하기 미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오래된 숲의 흙냄새처럼 향기가 독특했다.
“잘했어! 우리 까미!”
까미 덕분에 송로버섯을 캐냈다.
까미는 내 칭찬에 기분이 상당히 좋은지 선홍색 눈알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바로 그때였다.
냐옹!
까미에게 자극을 받은 고양이 누리도 뭔가 발견했는지 주변 바닥을 발로 꾹꾹 눌러 대고 있었다.
“혹시 누리도?”
누리가 꾹꾹이를 하고 있는 바닥.
그곳에 오감을 집중하자 역시 그곳에서도 미묘한 향기가 느껴진다. 이것 역시 송로버섯이 분명했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나 기분은 좋았다.
두 번째 송로버섯을 캐냈다.
이번 것은 대략 30cm 땅속에 숨어있었고 ,호두알 정도로 까미가 찾은 것보다 작은 크기였다. 그래도 향기며 상태는 훌륭했다.
“우리 누리도 잘했어!”
내 칭찬에 고양이 누리의 초록색 눈알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아주 기분이 좋다는 의미였다. 송로버섯 두 개만 있어도 충분히 멋진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기에 나 역시 기분이 흐뭇했다.
“하하하! 이거 버섯이 풍년일세!”
나는 유쾌하게 웃으며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