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9
명성호텔 정문.
오늘 행사로 인해 정문에 호텔 직원들이 여러 명이 나와있었다. 특히 주차를 담당한 직원은 페라리에서 내리는 나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고, 내가 건네는 차키를 받아 들고는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다들 나를 성공한 갑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오셨군요.”
로비로 들어서자 백한성이 다가왔다.
내 차림새를 훑어보고는 흡족히 웃었다.
“역시 잘 어울리시는군요. 패션 센스가 훌륭하십니다.”
백한성은 노타이로 연출한 내 의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실장님도 멋지시네요.”
백한성 역시 신경 쓴 차림새였다.
인물이 좋아서 중후한 매력이 느껴졌다.
백한성이 내 손에 들린 박스를 쳐다보곤 야산에서 채집한 하얀 송로가 들어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빙그레 웃었다. 이곳에 하얀 송로를 가져온 것은 아직 장흥수 회장에겐 알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호텔 지배인이 우릴 대표실로 안내했다.
그곳엔 장흥수 회장과 기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흥수는 점잖은 기색으로 우릴 맞이했지만, 기택은 우리가 만조금융의 손님이라는 것에 친분을 도모할 생각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귀한 손님께서 오셨군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조금융의 백한성입니다.”
백한성이 먼저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는 이어 나를 그에게 소개했다.
“이 분은 저희 만조금융의 대표님이십니다.”
장흥수가 크게 놀란 기색으로 날 쳐다봤다.
[젊음. 준수. 호감.]장흥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나이가 있어 머리가 허옇기는 해도 장흥수는 온화한 인상에 눈빛이 맑아 첫 인상이 좋게 다가왔다. 내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였다.
“장흥수입니다. 베일에 싸인 만조금융의 실세를 접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산입니다.”
장흥수가 기택을 내게 소개했다.
“제 자식입니다. 무슨 일로 백 실장님께서 녀석을 함께 보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기택이 얼른 반색 하 듯이 나를 향해 인사를 했다.
“명성그룹 본부장 장기택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강산입니다. 초면도 아닌데 영광까지는 좀 그렇네요.”
“네에? 그, 그게 무슨…”
나와 악수를 나눈 기택의 표정이 볼만했다.
기택도 명품으로 차려 입긴 했지만, 백한성이 준비해준 내 의상과 손목시계보다는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걸 놈도 간파를 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언급한 말과 ‘강산’이란 이름을 밝힌 것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는 친절하게 쐐기를 박아주었다.
“송로버섯을 거래하러 여기에 왔었는데. 그때와 차림새가 달라서 나를 못 알아보시는 모양이네요.”
“그럼 그 양아…읍! 죄, 죄송합니다! 그때는 제가 몰라 뵙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택은 지금 이게 뭔가 싶었다.
전에 송로버섯을 거래하고자 찾아 왔던 그 양아치가 알고 보니 만조금융의 대표였다는 것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죄송할 일은 또 있지 않나요? 내 이름 강산. 아주 잘 알고 있을 텐데요. ”
“서, 설마…”
연타로 터진 충격에 기택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강산은 이렇게 잘생기지 않았기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거금을 들여서 영약을 하나 사 먹었더니 이렇게 환골탈태를 하게 되었네요. 근데 그쪽도 이번에 대기업 본부장이 되었다면서요?”
“하아!”
기택은 지금 좌불안석이었다.
상대가 강산이 분명하다면.
그는 이곳에 나타나선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자 장흥수가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내게 물었다.
“혹시 제 자식과 아는 사이였습니까?”
“아주 잘 아는 사이죠. 저도 한 가지 여쭤보죠. 목걸이 덕분에 과거에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한데 그건 세간에 밝히지 않은 내용인데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장흥수가 의문으로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대답 대신에 백한성을 쳐다봤다. 이제부터는 백한성이 나설 차례.
내 시선에 백한성이 앞으로 한발 나섰다.
“지금부턴 저랑 얘기를 하시면 됩니다.”
장흥수가 기택을 힐끗 쳐다봤다.
기택이 죄 지은 사람처럼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장흥수도 이쯤 되자 불길함을 느끼곤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
“이걸 들어보신 후에 다시 말씀을 나누시죠.”
“그게 뭐죠?”
“녹음 파일입니다. 들어보시면 금방 사태 파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는 회장님을 도우려는 의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보죠.”
백한성이 준비한 녹음 파일.
핸드폰에 저장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장흥수 회장을 영감탱이라고 비웃고, 심지어 내 목걸이를 차지한 주제에 나를 조롱하고 있는 기택의 음성을 들은 장흥수 회장은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할 말을 잃은 기색이었다. 반면 녹음 된 내용이 끝나자 기택이 얼른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했다.
“거, 거짓말입니다, 아버지!”
“……거짓말이라고?”
“네! 저들이 짜고서 만들어낸 음성입니다! 목걸이는 내 거라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가 하고 있었던 거란 말입니다!”
기택은 펜트하우스에서 혼자 말했던 것을 상대가 녹음을 해서 갖고 온 것은 분명 불법에 해당되었지만, 그것을 언급하면 자신이 한 짓을 시인하는 꼴이 되었기에 녹음 파일 내용이 거짓이라고 악을 쓰게 되었다.
“그럼 이것도 거짓일까요?”
백한성은 기택이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번엔 다른 증거 자료를 들이댔다.
이번 것은 영상 파일이었다.
영상은 나도 보지 못한 거였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남녀가 보였다.
기택과 채연.
그래서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걸로 게임 끝이었다.
백한성이 저런 영상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건지 의문이었지만 문제는 기택이었다.
놈은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 더는 오리발을 내밀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어 대다 장흥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어 대기 시작했다.
“요, 용서해주세요 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하지만 거짓말로 가짜 아들 행세를 한 기택을 용서할 마음이 추호도 없는 장흥수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기택의 탐욕이 강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는데. 역시 이렇게 뒤통수를 쳤다.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기택을 마치 더러운 짐승을 대하듯이 쳐다보던 회장이 내게 고갤 돌렸다.
어떻게 된 것인지 해명을 요구하는 회장의 시선에 내가 나서게 되었다.
“기택과 저는 보육원에서 함께 지낸 사이입니다. 목걸이는 본래 제 것이 맞습니다. 만조금융의 대표가 된 것은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천운이 작용했습니다.”
“아, 아냐! 강산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이건 음모예요! 내가 대기업 본부장이 된 것을 시기해서 누가 꾸민 짓이라고요!”
내 말에 기택은 오히려 악을 쓰면서 반발하듯이 나왔다. 대기업 본부장이 되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 여겼던 인생이 이렇게 산통이 깨져 버린 것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흘러나온 백한성의 말이 결정타가 되었다.
“장기택은 본부장이란 직분을 이용하여 회사 공금으로 자기 아이를 낳았던 여자에게 입 막음 목적으로 10억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기죄에 공금횡령죄. 법대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딴 인간 쓰레기를 처리하는 좋은 방법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일 장 회장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두 번 다시는 회장님 눈에 띄지 않도록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백한성의 말에 장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대로 처리를 해봤자 속이 풀리지 않을 터.
상황이 이쯤 되자 기택도 더는 항변을 못하고 이제는 내가 마지막 구명줄이라 생각했는지 엉금엉금 기어와 내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강산! 네가 하라는 대로 무엇이든지 다 할 게! 이렇게 빌 테니 제발…”
나는 매달린 기택의 손을 쳐냈다.
지금은 이렇게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빌고 있지만, 만일 내가 힘이 없었더라면 목걸이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자 나를 찾아내어 산속에 묻어버리거나 바다에 빠트려 죽이고자 했을 것이다.
백한성이 핸드폰을 들었다.
“들어와서 놈을 끌고 가.”
백한성의 지시에 곧장 대표실 문이 열리더니 안으로 체격이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언제 저들을 대표실 밖에 대기 시켜 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백한성 지시를 따르고자 바닥에 있던 기택을 양쪽에서 붙들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기택이 발버둥을 치면서 끌려가지 않겠다고 기를 썼지만 불가항력이었다.
기택이 밖으로 끌려나가고 사내 하나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백한성에게 뭔가 건넸다.
바로 목걸이였다.
그걸 받은 백한성이 사내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채연이란 여자도 처리해.”
“네!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백한성이 목걸이를 잠시 주시하다가 내게 건넸다.
“목걸이를 받으시죠.”
나는 목걸이를 받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부감. 역한 느낌. 왜 목걸이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
나는 장흥수를 쳐다봤다.
“회장님. 이 목걸이를 어디서 제작하셨죠?”
“지인의 소개로 종로에 아는 금은방에서 제작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 이건 제가 가져도 되죠?”
“물론입니다. 어차피 다섯 살 되는 생일에 준 목걸이인데요.”
장흥수 회장은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잘 자라주었군요.”
장흥수의 온기가 감도는 시선이 나로선 어색했고 불편했다. 그를 아버지라고 받아들이기엔 흐른 세월도 있었고 실제 혈육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 다른 정리할 것도 남았다.
“두 분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다들 소파에 자리했다.
상석의 자리를 놔두고 나와 백한성이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는 장흥수 회장이 앉았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만조금융의 대표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명성그룹의 본부장이 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저에 대한 정체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내 말에 장흥수 회장과 백한성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간 이내 의견일치를 본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게 편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저도 대표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은 원치 않습니다.”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두 사람을 향해 감사 인사를 표했다.
“두 분 모두 저를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비록 제가 장 회장님 피를 물려받은 혈육은 아니지만 아버지처럼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니 회사 일은 몰라도 가족행사가 있다면 가급적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추도록 하겠습니다.”
장흥수는 내 말에 크게 감격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백한성도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된 것을 잘 되었다고 여긴 기색이었다.
“이건 화이트 트러플입니다. 상등품 버섯이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걸로 이벤트 하이라이트 요리에 사용하세요.”
장흥수는 박스를 열어보곤 감동한 기색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버섯이 성에 차지 않아 신경이 쓰였는데, 이렇게 최상의 버섯을 구해온 내가 신기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확실히 기택과는 모든 면이 달랐다.
“정말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