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
행사홀에 이르렀다.
회장이 웃으며 날 쳐다봤다.
직원들을 시키지 않고 내가 가져온 송로버섯을 요리사에게 직접 건넬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는 내가 만조금융의 대표라는 것에도 그걸 이용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게 베풀고 싶어하는 마음이었지만 내가 부담을 느끼는 것에 자제하고 있었다.
“걱정 마라. 만일 너를 사람들에게 소개를 한다 해도 버섯을 구해준 은인으로 소개를 하게 될 거다. 그러니 부담 느끼지 말고 편안하게 행사를 즐기도록 해라.”
장흥수는 처음에는 기택의 거짓에 크게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내가 과거에 잃어버렸던 아들임을 알게 되자 나를 대하는 기색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를 대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그를 아버지라고 생각하자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면도 있고 뭔가 간질 거리는 기분도 들었다.
백한성도 나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표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절대 대표님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두 분 모두 고마워요. 이해해줘서.”
만조금융의 실세라는 것.
장흥수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
나에 대한 정체는 오늘 행사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내가 원하면 계속 비밀로 해주기로 했기에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사를 즐기기로 했다.
“찰리! 이것으로 하이라이트 요리를 준비하도록 하게나.”
“오호! 화이트 트러플?”
“맞네. 상등품이니 아주 멋진 요리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하네.”
“땡큐 보스! 최고로 멋진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명성호텔에선 오늘 행사를 위해서 세계적인 요리사 찰리를 이곳에 초빙한 상태였다.
송로버섯 이벤트 요리에 하이라이트로 사용할 버섯이 중급 수준이라는 것에 잔뜩 불만이었던 찰리는 장흥수 회장이 가져온 하얀 송로에 아주 흥분한 기색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흥수와 요리사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영어로 하는 말이 왜?’
영어가 한국말처럼 잘 들렸다.
고졸 학력인 나로서는 이건 생각지도 못한 현상이기에 표정이 나도 모르게 잔뜩 굳어졌다.
이에 백한성이 씩 웃으며 내 속내를 짐작한 듯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네에?”
“선주의 반지를 착용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상의 그 어떤 언어도 해석이 가능할 겁니다.”
“그럼 혹시 회화도?”
그때 장흥수가 송로버섯을 내가 가져온 것을 얘기 했는지 요리사가 씨익 웃는 얼굴로 엄지를 들었다.
“핸섬 가이! 베리 굿!”
“멋진 요리 기대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영어로 답을 해버렸다.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무튼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초대 받은 이들이 하나둘 행사홀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명성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였기에 다들 장흥수 회장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고는 행사홀에 준비된 요리 테이블로 움직였다.
중급 송로버섯으로 이벤트 하이라이트 요리를 준비하려던 것이 최상급 하얀 송로버섯으로 바뀐 것에 주방 쪽 분위기도 그렇고 서빙하는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되어 활기가 넘쳐흘렀다.
이번 행사를 주관했던 기택이 이곳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찾는 이가 없었고 행사에도 아무런 차질도 없었다. 오히려 거들먹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했던 기택이 안 보여서 잘 되었다는 기색들이었다.
‘기택이 사라진 것에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니.’
기택이 빠져도 잘만 돌아가는 행사홀의 분위기에 나는 그만 실소를 흘리게 되었다.
“우리도 요리를 맛보죠.”
“그러죠.”
행사홀에 준비된 테이블에 세팅된 요리들은 모두 하급 송로버섯이 조금씩 가미된 요리들이다.
수프부터 시작하여 샐러드와 파스타 각종 요리들에 죄다 송로가 들어간 상태였다.
일반 음식점이라면 하급 송로만 들어가도 귀한 대접을 받았겠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의 수준이 워낙 높다보니 다들 맛만 보는 것에 그쳤다.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 요리.
다들 그걸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최고의 송로버섯으로 요리를 해먹어서 그런지 확실히 하급 송로로 만든 요리는 뭔가 밋밋하고 향도 별로이긴 하네.’
뷔페 테이블에 준비된 요리들은 어느 것도 내 입맛을 확 사로잡지는 못했다.
“흐음. 향이 좀 밋밋하네요.”
백한성도 그동안 만도자 수족 역할을 해오면서 세계적인 행사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 보니 이곳의 요리에 만족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게 요리를 맛보며 속으로 품평을 하는 사이 정재계의 인물들 중에서 간혹 백한성 얼굴을 알고 있는 이들이 주위로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행사에 참석한 나도 그렇고 백한성도 비교적 여유가 넘쳤다.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재력가들이고 그 뒤로 모여 있는 이들은 정치인들입니다. 또 외국의 셀럽들과 미식가들도 참석을 했군요. 저기 노란머리의 여자가 바로 세계적인 미식가로 유명한 미샤라는 여자죠. 미샤의 반응에 따라 오늘 행사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이라 보면 될 겁니다.”
나는 백한성의 설명을 들으며 미샤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노란색 단발을 한 여자. 요리 테이블에 차려진 요리들을 떨떠름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몇 번 맛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세계적인 미식가답게 하급 송로로 준비한 요리들은 그녀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미샤의 머리 위로 뜬 단어들.
미샤는 프랑스인이었기에 프랑스어로 된 단어들이었지만 마치 한국말처럼 해석이 가능했다.
‘만일 중급 송로버섯으로 하이라이트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다가는 혹평을 받았을 것이 뻔하군.’
하지만 다행이 내가 가져온 송로는 최고의 버섯일 테니 그녀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자들도 행사홀에 참석했다.
그럴듯한 기사를 건지기 위해 요리 테이블을 돌면서 사람들 반응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전에 카페에서 봤던 기자들도 이곳에 참석한 상태였다. 바로 근처였기에 그들이 나누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들었어요? 장 회장이 과거에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았다는 것이 누가 허위로 퍼트린 정보라면서요?”
“그럼 본부장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도 허위 정보인가 봐요. 아까 장 회장 측근에게 물어봤더니 조만간 이사급 중의 누군가 본부장으로 취임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랬군. 근데 오늘 하이라이트 요리에 화이트 트러플이 사용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일까?”
“만일 사실이라면 엄청난 이슈가 되겠죠. 화이트 트러플은 구하기도 힘든 진귀한 버섯인 만큼,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버섯 중 하나 이니 말이죠.”
“이거 잘하면 기삿거리를 꽤 건질 수 있겠는데?”
나는 기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내가 장흥수 회장의 아들이란 것도 만조금융의 실세라는 것도 누구의 입에서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대신 환골탈태한 외모 덕분에 행사홀에 참석한 여자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고 있다는 점은 있었지만.
그러는 사이 드디어 오늘 이벤트 하이라이트 요리가 선을 보일 타임이 다가왔다.
호텔 지배인이 단상에 올라섰다.
아마 기택이 사라졌으니 그 역할이 지배인에게 돌아간 모양이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저희 명성호텔에서 진행하는 송로버섯 이벤트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송로버섯 요리를 여러분께 선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신비로운 송로버섯의 풍미를 살리고자 생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요리사 찰리 씨가 여러분을 위해 최상급 화이트 트러플로 준비한 요리이니 여러분의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켜 드릴 것이라 자부합니다.”
드디어 오늘 이벤트의 꽃이라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요리의 등장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관심을 보였다.
찰리가 준비한 요리.
그건 바로 초콜릿이었다.
하트 모양의 작은 초콜릿이었다.
까만 초콜릿 중앙에 고명처럼 뿌려진 하얀색 가루는 내가 가져온 송로버섯이 분명했다.
‘달콤한 초콜릿에 과연 하얀색 송로가 잘 어울릴까?’
하급 송로로 만든 요리들은 뷔페테이블에 준비가 된 상태이나,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요리는 서빙을 맡은 직원들이 쟁반에 담긴 초콜릿을 들고 직접 행사홀 안을 돌아다니면서 한 사람당 하나씩 초콜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초콜릿이 하급 송로버섯으로 만들어진 요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요리인 탓이다.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초콜릿에 들어간 하얀색 송로버섯은 워낙 귀한 버섯이라 행사홀에 모인 이들의 숫자에 맞춰서 준비한 탓에 한 사람이 여러 개를 먹지 못하도록 막을 의도였다.
“와아아! 대박!”
“무슨 초콜릿 맛이 이렇게 좋지?”
“나는 본래 초콜릿은 먹지 않는 사람인데 이건 진짜 환상적인 맛인데?”
“송로버섯의 향이 살아있다!”
“화이트 트러플로 만든 초콜릿이라니? 완전 예술이로군.”
행사홀에 참석한 이들은 서빙하는 직원들이 나눠준 초콜릿을 맛을 보고는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찬사를 늘어놓았다. 너무 맛이 좋아서 서빙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더 달라고 조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다들 체면을 지키느라 참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식가 미샤.
그녀도 배당 된 초콜릿을 입안에 넣었다.
사람들의 환호하는 반응을 봤지만 직접 맛을 보고 평가를 내릴 생각이었다.
“호오!”
하급 송로로 준비한 요리들은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역시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요리답게 입안에서 송로버섯의 짙은 향이 그녀를 진저리를 치게 만들었다.
“지저스으으으!”
그녀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황홀한 요리를 맛볼 때 나타나는 반응이 오늘 이곳에서도 터졌다.
각국의 요리 행사에 참석하여 후기를 남기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것이 영상플랫폼 넙튜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곤 했다.
오늘 역시 그녀의 일행으로 따라붙은 동료가 캠코더로 그녀가 초콜릿을 맛보는 과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찍었다.
그때 미샤의 품평이 끝남과 동시에 그걸 신호로.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
그걸 맛본 행사홀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며 박수를 보냈다.
하얀색 송로버섯의 향과 맛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도록 도와준 강산 씨를 단상으로 모셔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맛본 초콜릿에 들어간 화이트 트러플이 바로 강산 씨가 구해다준 것입니다! 그 덕분에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
장흥수 회장이 직접 단상에 올라 강산을 소개한 것에 행사홀에 모인 모두가 흥분하여 더욱 큰 박수를 보내며 난리도 아니었다.
“올라가 보시죠.”
백한성이 씩 웃으며 날 쳐다봤다.
이것까지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나는 단상에 올라섰다.
“강산! 강산! 강산!”
행사홀에 모인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강산을 외쳤다.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을 맛보게 해준 것도 좋았지만, 국제적으로 통하는 강산의 외모가 빛을 본 탓이다.
찰칵찰칵! 번쩍번쩍!
나는 의도치 않게 오늘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셈이 되어버렸다. 단상에 오른 나를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