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0
주말 아침.
창문을 활짝 열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기분 좋게 다가온다.
침실을 환기 시키고 주변 정리에 나섰다.
아침부터 이리 부산을 떠는 이유.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형님 가족이 이곳에 오기로 한 날이기에.
“까미. 누리. 어디 보자?”
어제 저녁에 둘 다 목욕재계에 들어갔다.
사실 녀석들은 씻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야산에서 비롯된 좋은 것들을 먹고, 지하 석실의 신비로운 안마 침상에서 노는 것이 취미가 되다 보니 녀석들 털에서는 동물 누린내 대신에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그리고 관리를 안 해줘도 털에서 윤기가 감돌아 예쁘다. 텃밭에서 신나게 뒹굴고 오는 날에도 영리한 녀석들은 집에 들어서기 전에 몸을 마구 흔들어 먼지를 털어내기에, 그저 발 정도만 씻겨줘도 무방했다.
“그래도 씻겨 놓으니 예쁘네.”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로 두 녀석을 쓸어주었다.
녀석들을 보면 가끔 장난꾸러기 애들을 연상케 했다.
어제만 해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물을 받은 욕조에 녀석들을 놔두고 어떻게 하나 지켜봤더니, 까미는 개헤엄을, 누리는 고양이헤엄을 치면서 즐겁게 놀았다.
까미는 전에 산속의 연못가에서 개헤엄을 치는 것을 봤지만 고양이 누리까지 헤엄을 잘 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여간 독특한 녀석들이다.
“아버지랑 형님 가족도 너희를 예뻐했으면 좋겠다.”
내 눈에도 이렇게 예쁜데. 아버지와 형님 가족들도 까미와 누리를 아주 예쁘게 봐줄 것이라 여겼다. 다만 까미 눈알이 선홍색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워낙 똘똘한 녀석이라 모두에게 귀여움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자! 이제 집안 정리도 끝났고. 아침도 간단하게 먹었고. 그럼 닭장의 닭들을 풀어놓고 산에 올라갔다 오면 되겠다.”
나는 계란을 담아올 바가지를 챙겨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이곳에 손님이 온다고 해도 나의 일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뒷마당 닭장 앞에 이르렀다.
“다들 잘 잤어?”
내가 등장한 것에 닭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출입문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수탉 수일과 암탉 4마리, 병아리 5마리. 모두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것에 나는 흡족히 웃으며 닭장 문을 열어주었다.
철컹!
닭들이 닭장 밖으로 나왔다.
며칠 이곳에서 살았다고 이제는 길 안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닭들은 이곳의 지리에 훤해진 상태였다.
꼬꼬꼬꼬! 삐약삐약-
화려한 볏이 달린 수탉 수일이 암탉과 병아리들을 위풍당당한 기세로 이끌고 텃밭으로 향하기 시작하자, 나는 닭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 보자. 오늘 계란 상태는 어떤가?”
닭장 안을 잠시 둘러보며 정리를 해주고는 암탉이 낳은 계란을 바가지에 챙겼다. 암탉들은 계속해서 최상급 계란을 생산하고 있었다.
닭장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왔다.
주방에 계란이 담긴 바가지를 내려놓고는, 이번엔 산에서 채집할 것이 있었기에 바구니를 찾아 들고는 텃밭으로 나왔다.
꼬꼬꼬-
그 사이에 닭들이 텃밭의 여기저기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고, 까미와 누리는 어슬렁거리며 닭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텃밭을 잠시 둘러보았다.
“고구마 모종이 제법 싱싱하네.”
이장과 함께 심어 놓은 고구마 모종의 상태가 양호했다. 하나도 시든 것이 없이 생생했다.
옆쪽 몇 고랑은 비어진 상태.
그곳은 오늘 이곳에 올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과 고구마 심기를 할 목적으로 놔둔 것이다.
고구마 심기 체험 학습이 될 터.
이장이 준 고구마 모종 심는 기구.
그걸 이용하면 쉽게 심을 수 있을 것이다.
“물을 받아 놔야겠군.”
텃밭의 수돗가에 닭들이 먹을 물을 준비해 놓고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메뉴는 소고기에 자연산 송이버섯 요리가 되겠네.’
어제 장흥수 회장과 통화를 했다.
오늘 이곳에 오는 것에 잔뜩 기대를 갖고 있는 눈치였다. 뭐 필요한 것이 없느냐는 회장의 말에 그럼 오실 때 소고기를 좀 사오도록 부탁했다.
백한성이 준 블랙카드.
한도가 없는 카드였기에 소고기가 아니라 더한 것도 얼마든지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장흥수에게 소고기를 부탁한 것은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생각에서 그리 말한 것이다.
아들 집에 처음 오는 입장이니 뭐라도 하나 사들고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분위기도 좋을 테니 말이다.
“자! 오늘은 송이버섯을 채집할 거야.”
왕! 냐옹!
산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왔지만 나도 그렇고 까미와 누리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
이곳에서 자연산 송이버섯을 채집할 생각이다. 내 말에 녀석들이 잽싸게 주위로 흩어져서 움직였다.
“흐음.”
송이버섯은 송로버섯을 찾는 것보다 더 수월했다.
땅속 깊숙이 숨어있는 송로와는 달리 송이는 비교적 땅과 가까이에 숨어있기에, 향기를 감지하는 것도 쉽고 채집하는 것도 마른 솔잎들을 헤치면 금방 채집할 수 있었다.
왕! 냐옹!
송이버섯 찾기를 놀이처럼 즐기는 까미와 누리였다. 녀석들이 찾아낸 송이버섯도 꽤 되었지만 오늘은 내가 찾아낸 것이 더 많았다.
바구니에 수북하게 송이버섯을 채집할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지? 이렇게 송이를 잔뜩 채집했는데도 나중에 와보면 또 잔뜩 있으니 말이지.’
송로버섯도 그렇지만 송이버섯도 마치 재생이 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채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시 찾아오면 똑같은 자리에 버섯이 있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선 산속에 있는 연못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낚시를 할 때마다 너무도 쉽게 은화를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야산이 가진 신비로운 힘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나는 바구니에 가득 담긴 송이버섯을 바라보다 이 정도면 충분했기에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오게 되었다.
텃밭 근처의 산기슭에 이르자 양지 바른 곳에 빨간 산딸기가 무성하게 자라난 것이 보였다. 나중에 고구마 모종을 심고 나서 조카 송이에게 산딸기를 따보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긴 했다.
“흐음.”
산딸기 하나를 따서 맛을 봤다.
밭에서 재배하는 딸기보다는 아무래도 달콤함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했지만 그런대로 별미였다.
“너희도 맛을 볼래?”
까미와 누리가 궁금해 하는 눈치기에 산딸기를 하나 따서 반으로 쪼개서 녀석들 입에 넣어주었다.
산딸기에는 자일리톨 성분이 들어있어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렇게 맛만 보는 것은 상관없긴 했다.
까미와 누리의 입맛에 산딸기는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많이 먹어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차라리 잘 되었다 싶다.
꼬꼬꼬! 삐약삐약-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던 닭들과 병아리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나를 발견하곤 반갑다는 듯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꼬꼬꼬-
그러다 수탉 수일이 바구니에 담긴, 향긋한 솔 냄새를 풍기는 송이버섯에 관심을 보였다.
“하나만 줘볼까?”
자연산 송이버섯은 시중에서 귀한 버섯으로 대접 받고 있지만 이곳에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채집이 가능했다.
“자! 이제 먹으면 될 거야.”
나는 닭들이 먹기 좋게 송이버섯을 잘게 잘라서 바닥에 뿌려주었다. 닭들이 부리로 콕콕 송이버섯을 쪼아 먹기 시작했다.
[만족.] [행복.]송이버섯을 맛본 닭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를 보니 아주 만족한 기색이다.
닭들이 다시 흩어졌다.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옥수수 옆을 지나치던 순간.
“가만? 이따가 고기 먹을 때 고구마도 구워 먹게 좀 캐야겠다.”
며칠 전에 이장과 심어 놓은 고구마는 가을에 수확이 가능했지만, 옥수수 옆에 만도자가 일찌감치 심어 놓은 고구마는 당장 수확해도 무방한 상태였다.
아직 점심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까미와 누리는 텃밭에서 놀게 하고 송이버섯을 채집해온 바구니는 평상에 내려놓고 창고에서 호미와 캐낸 고구마를 담을 통 하나를 들고서 텃밭으로 다시 나왔다.
*
“오늘은 맛만 볼 정도만 캐자.”
고구마를 수확하는 일. 묘하게 설렜다.
오늘은 정식 수확이 아니라 아버지와 형님 가족에게 후식으로 맛보게 할 정도의 양만 캐낼 생각이다.
고구마 캐는 것은 처음이다.
감자를 수확해봤으니 그와 비슷할 터.
단지 차이가 있다면 고구마는 감자와는 달리 넝쿨이 바닥의 이곳저곳으로 잔뜩 퍼져있는 상태였다.
탁! 탁!
호미로 대충 고구마 넝쿨을 정리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땅에 뿌리를 내린 줄기 부분을 잡고 힘을 주어 위로 잡아당겨 보았다.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땅속에 있던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바로 이거야!”
고구마 줄기에 선홍색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손으로 하나하나 고구마를 뜯어내 통에 담고는 흙 속에 파묻힌 고구마도 몇 개 캐냈다. 고구마 씨알의 크기도 적당했고 모양도 제법 예뻤다. 감자를 수확할 때와는 약간 색다른 즐거움. 마치 보물을 캐낸 느낌처럼 기분 좋았다.
왕! 냐옹!
내가 땅속에 있던 고구마 뿌리를 들어 올린 순간 까미와 누리는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주렁주렁 고구마가 딸려왔으니.
재미가 있어 더 캐고 싶었지만.
통을 반 정도 채울 정도만 캤다.
“까미. 누리. 여기서 놀고 있어. 아빠는 집에 가서 점심 준비를 해야겠으니.”
앞마당 우물로 향했다. 텃밭에서 캐온 고구마를 물로 잘 씻어서 호일로 감싸 놓았다. 나중에 고기를 구워 먹을 화덕에 집어넣어 군고구마로 만들면 아주 별미일 터.
고구마 손질이 끝나자 산에서 채집해온 송이버섯도 손질을 해 놓았다. 찬물에 씻어 이물질을 제거해주고는 소쿠리에 버섯을 담아 놓았다.
“이제 다 된 건가?”
손님 맞을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점심은 평상에서 먹을 생각이다.
고기를 구워 먹기엔 바깥이 더 좋다.
앞마당에 피어난 여러 꽃들로 운치가 있다.
화덕과 불판까지 평상에 준비를 해 놓은 상태라 이제 옷만 같아 입으면 끝.
“청바지에 티셔츠면 되겠지.”
너무 격식을 차린 옷은 불편했기에 청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단순한 차림새였지만 환골탈태를 한 후로는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리긴 했다.
칙칙칙!
마침 밥솥의 쌀도 밥이 다 되었는지 신호가 울렸다.
이젠 슬슬 나가서 손님을 마중 할 시간이다.
앞마당으로 나왔다.
부르르릉-
주위로 다가오는 차 소리가 들렸다.
검은색 승용차와 하얀색 승용차.
검은색 차는 장흥수 회장이 탄 차일 테고, 나머지 하얀색 차는 형님네 가족이 탄 차일 터. 두 대 모두 이런 마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고급차였다.
끼이익! 끼익!
차가 멈췄다.
장흥수 회장과는 명성호텔에서 있었던 송로버섯 이벤트로 인해 이미 안면을 튼 상태였다.
하지만 형님 가족과는 첫 만남이다.
조력자 백한성.
그가 형님 가족들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상으로는 다들 곱고 선해 보였지만.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우리를 초대해줘서 고맙다.”
차에서 내린 장흥수 회장.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정장이 아니라 편안한 차림새.
그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명성그룹 대기업 회장이나, 오늘은 여기를 온다고 운전기사 없이 혼자서 차를 몰고 온 모양이다. 나를 배려한 장흥수 마음이 느껴졌다.
“오셨어요?”
나는 장흥수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이번엔 형님 가족들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