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2
‘조용하네.’
아버지 장흥수와 형님 장기현 가족이 돌아가자 북적거리던 이곳이 다시 조용해졌다.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거리다 혼자 남게 되자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혼자서 살게 된 것.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그리고 곁에 까미와 누리가 있었기에 외롭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묘한 감정이 일렁인다.
내게도 가족이 있다는 것. 피를 나눈 아버지도 형제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배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뭔가 행복한 일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특히.
어린 조카.
‘귀여운 조카가 생겼다.’
조카 송이를 떠올리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참 예쁘고 귀여운 아이였다.
아이가 나를 삼촌이라고 부를 때는.
솔직히 심장이 간질거리면서 기분이 너무 행복했다.
“흐음.”
장흥수와 장기현 가족이 두고 간 선물.
한 보따리나 되었다. 장흥수는 소고기 외에도 내게 필요할 것이라 여긴 물건들을 잔뜩 사 가지고 오셨고, 형수 한해숙은 김치며 밑반찬이며 생필품들을 가져왔다. 선물을 정리하는 것도 한참 걸렸다.
‘당분간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인 반찬 통을 보니 절로 배가 불렀다.
‘형수는 끝까지 일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 그걸 보면 사람을 배려하는 성품인 것이 분명해.’
명성화장품 사장이 형수 한해숙의 부친이었기에 그녀는 송로버섯에 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도 가는 순간까지 절대 일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장흥수 회장이 미리 형님네 가족에게 여길 방문하는 것이 가족 간의 친목도모가 목적이라고 언급을 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다행이다. 형님도 그렇고 형수도 심지가 깊은 사람들이라서.’
장흥수는 갈 때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내가 이곳에서 혼자 사는 것을 걱정했지만, 의외로 대기업 회장 아들로 사는 것보다 이곳에서 지내는 내 삶이 더욱 행복할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다.
갈 때 장흥수에게 100년 산 장생도라지 꿀 절임을 챙겨주었다.
기관지염과 폐에 도움이 되는 차이긴 하지만, 그걸 마신 장흥수는 갑자기 활력이 넘친다면서 즐거워했다. 그걸 한 병 다 먹게 되면 더욱 건강이 좋아질 것이다.
웅웅-
백한성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이곳에 장흥수 회장과 장기현 가족이 찾아온 것을 알고 있기에 궁금해서 연락을 했을 것이다.
-장 회장이 다녀갔겠군요.
“네. 조금 전에 다들 돌아갔어요.”
-만나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다들 좋은 사람들이네요.”
-다행입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인데 만일 장기택이 가족으로 끼었더라면 자칫 파탄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백한성의 얘기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기택이 만일 나 대신에 장흥수 회장의 가족이 되었다면 안 봐도 비디오였다.
탐욕이 강한 기택의 성격 상 분명 장흥수 회장이 입양한 장남 장기현을 견제하고자 나올 테니 형제의 사이가 결코 좋지 못하게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명성그룹을 손에 넣고자 회장과 장기현에게 안 좋은 방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화목한 가족의 분위기가 백한성 말대로 파탄이 날 수도 있을 것이고 명성그룹의 앞날도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백 실장님. 앞으로 가급적 기택 그놈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음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실례를 했군요.
“아닙니다. 실은 저도 오늘 형님네 가족을 만나자 얼핏 그런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놈이라면 분명 욕심을 채우고자 형님네 가족을 파탄 내고도 남았을 테니까요.”
그러자 백한성이 얼른 분위기를 환기 시키듯이 나왔다.
-혹시 형수 한해숙 씨 쪽에선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나요? 명성화장품에서 송로버섯을 갖고 향수를 만들 모양입니다.
송로버섯 향수?
하긴 송로의 향이 독특하긴 했다.
요리에 넣으면 마법의 맛을 선사하는 송로이긴 했지만 그걸 향수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재미는 있었다. 하여간 자연의 향이라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도 있으니 그 점에 착안을 한 것일 수도.
하지만 형수 한해숙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기에 몰랐다.
“아버지도 그렇고 기현 형님이나 형수님도 이곳에 와서 그저 함께 점심을 먹고 고구마를 심고 돌아갔을 뿐, 사업에 관한 것은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더군요.”
-그러셨군요. 다들 선을 넘지 않고자 대표님을 배려를 하신 모양입니다. 이번의 일로 대표님께선 확실하게 가족들에게 선을 그은 셈이 되었네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사업을 배제한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의 자리가 될 것임을 말이죠.
그게 내가 원하는 일이긴 했다.
하여간 다들 내가 이곳에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니 그걸로 족했다.
“백 실장님. 혹시 목걸이에 대해 알아보신 것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안 그래도 목걸이에 대해 조사를 해본 결과 한 가지 수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긴 했습니다.
수상한 점?
드디어 목걸이 비밀이 밝혀지는 건가?
“어떤 점이 수상하다는 거죠?”
-목걸이를 만든 금은방 주인은 과거에 그 목걸이를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것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체모를 괴한에게 뻑치기를 당해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확실히 수상쩍긴 했다.
“좀 이상하긴 하네요.”
-그리고 그때 장흥수 회장에게 금은방을 소개해준 지인도 다음날 교통사고로 죽었고요. 목숨을 잃은 방식은 다르나 둘 다 목걸이와 연관이 있는 자들이 죽은 것이니 이상한 일이긴 하죠. 그 후로 그곳을 물려받은 자식이 금은방을 운영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싼 값에 그곳을 넘겼나 보더라고요.
장흥수 회장은 단순하게 목걸이를 생일 선물로 줄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는데 이리 구린 냄새가 풍겼다.
“그런 말을 들으니 그 목걸이가 만들어진 배경에 마치 누군가 뒤에서 사주를 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입니다만, 현재로선 밝혀진 것이 없으니 그것이 문제죠.
“혹시 연못에 던진 목걸이를 건져 올리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사악한 물건일 경우라면 분명 연못의 물에 정화가 되었을 테니, 뭔가 변화가 있긴 할 겁니다. 근데 목걸이를 꺼내보시게요?
속으로 뜨끔했다.
너무 티 나게 물어봤나?
슬쩍 오리발을 내밀었다.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설마 제가 연못에 들어가서 목걸이를 건지겠어요?”
오리발 같지도 않은 내 말에 백한성의 씩 웃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흐음. 알겠습니다. 설령 목걸이를 연못에서 꺼내신다고 해도 제가 말릴 이유는 없죠. 그건 그렇고 고구마는 언제 구워주실 거죠?
“언제든지 오세요. 아님 이곳에 오셔서 저랑 함께 고구마를 캐셔도 좋고요.”
-그럼 저 날 잡습니다!
“그러세요. 하하하!”
백한성과 통화가 끝났다.
조만간 백한성이 정말로 고구마를 캐러 이곳을 찾아올 예감이 들긴 했지만.
“벌써 날이 어두워졌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다.
산속의 연못을 가보는 것은 내일 아침이 좋을 터.
*
아침이 되었다.
밤에 비가 좀 내렸다.
전에도 이장과 고구마 모종을 심고 나서 밤에 비가 내렸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내린 비로 텃밭에 심겨진 고구마 모종의 상태가 한결 싱싱해 보였다.
“이번 고구마는 풍작이겠네.”
만일 아침에도 비가 오면 닭들을 텃밭에 풀지 않을까 했는데 날이 개었으니 상관은 없을 터.
“혹시 몰라 수돗가에 천막을 쳐놓았으니 먹이활동을 하다가 저기서 피하면 되긴 하겠군.”
나는 닭들에게 수돗가에 쳐놓은 천막을 알려주었다. 급조하듯이 쳐놓긴 했지만, 나중에 여름에 농사를 짓다가 더우면 쉴 수 있게 그늘 막처럼 사용해도 좋을 터.
“까미. 누리. 아빠랑 산에 올라갔다 오자.”
오늘은 산속의 연못가에서 혼자 낚시를 할 생각으로 낚시도구를 챙겨왔다.
낚시를 워낙 좋아하는 이장이 들으면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낚시보다 다른 목적이 있긴 했다.
어제 백한성과 나눈 통화내용이 자꾸 마음에 걸린 탓이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속의 연못가로 향했다.
오늘은 이장이 따라붙지 않는 것에도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못에 놀러간다는 것이 즐거운지 신난 기색들이었다.
꼬꼬꼬!
텃밭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있던 수탉 수일이 반들거리는 눈알로 산을 오르는 우리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기에 손을 한번 흔들어주었다. 수탉의 기세로 보아 조만간 산을 함께 등반하고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수탉이 원한다면 데려갈 용의는 있다.
*
연못에 도착했다.
낚시도구를 물가에 챙겨놓고는 수면을 살피듯 이리저리 훑어봤다.
신력 5에 이른 상태.
오감의 발달로 안력도 상당히 좋아진 상태였지만 수면 아래를 꿰뚫어보기는 무리였다.
‘저 정도에 목걸이를 집어던졌으니.’
나는 낚싯대를 들고 목걸이를 던진 지점으로 여기는 곳을 겨냥했다.
설마하니 낚싯대에 목걸이가 걸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싶은 생각에 한 번 해보게 되었다.
“쩝! 역시 무리인가?”
목걸이 대신에 은화가 걸렸다.
물통에 잡은 은화를 집어넣고 또다시 그 지점을 향해 낚싯대를 던졌다. 그런 식으로 여러 차례 은화만 잡아 올렸지 목걸이는 건지지 못했다.
왕! 냐옹!
그러자 평소에는 연못가에 낚싯대를 늘어뜨린 채로 차분하게 낚시를 즐기던 것과는 달리 오늘은 일어나서 격하게 낚싯대를 물속에 던지는 모습이 까미와 누리의 관심을 끌게 되었던 모양이다. 녀석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눈알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흔들흔들-
낚싯대가 움직였다.
또다시 물고기가 걸린 모양이라고 낚싯대를 힘차게 끌어올렸는데.
“응?”
이번에 잡힌 물고기.
색깔이 은빛이 아니다.
이제까지 이곳에서 이장과 몇 번 낚시를 해봤지만 은화만 잡은 상태였기에 나는 눈을 빛내며 낚싯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고기를 풀밭에 끌어다놓고 살펴봤다.
팔딱팔딱-
물고기가 물이 아닌 풀밭에 놓인 것이 불편했던지 팔딱거리며 요동을 쳐댔다.
“금빛 물고기도 잡히다니?”
이번에 잡은 물고기.
색깔이 금빛이 감돌았다.
크기는 은화에 비해 살짝 크다.
은화도 물고기치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좋은 풀냄새가 나더니 이번의 물고기도 그러했다.
‘은화보다는 더 좋은 향기지?’
전반적으로 투명한 물고기 몸에 금빛가루를 한 겹 솔솔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설마 이게 금화?”
만도자 장부에 금화에 대한 기록이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거로 알고 있기에 놀라움이 컸다.
금화는 선계에서도 특별한 연못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은화에 비해서 더욱 귀한 대접을 받던 상급 물고기에 해당되었다.
그런 금화가 이곳에서 잡힌 것이니 나로선 얼떨떨했다.
‘근데 물고기 배가 왜 저렇게 볼록한 거지?’
금화의 배 부분이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다. 마치 그곳에 동그란 구슬이 들어있기라도 한 듯이.
‘일단 낚시 바늘을 분리하자.’
미끼도 없이 잡은 금화였다.
금화의 아가미에 물린 낚시 바늘을 제거하던 순간.
미끈덩-
금화가 갑자기 세차게 요동을 치는 바람에 물고기를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워 놓치게 되었는데.
풍덩!
문제는 금화가 연못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참으로 영악한 물고기였다.
“허어”
잡은 물고기를.
그것도 귀한 금화를 놓친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첨벙!
첨벙!
까미와 누리가 물속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