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3
‘이 녀석들이?’
말릴 사이도 없이 벌어진 일.
놓친 금화를 잡으려는 것일 터.
나도 물론 놓친 물고기가 아깝다.
하지만 까미와 누리에 비해선 소중하지 않다.
게다가 녀석들이 물속으로 잠수를 해버렸다.
‘헤엄을 칠 줄 아는 녀석들이긴 해도 잠수까지 할 줄은…’
너무 무모했다.
물론 그렇게 녀석들이 움직인 것은 나를 위해서 일 터.
‘물속에 잠수를 한다고 금화를 잡아올 수 있을까.’
선계에서도 특별하게 취급하던 금화.
그런 물고기가 이곳에 나타난 것.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사실 금화 뱃속에 들어있던 물체가 궁금하긴 했다.
둥그런 물체.
그것이 이상하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도저히 더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욕조에서 개헤엄과 고양이헤엄을 치면서 놀던 녀석들이고 저렇게 물속으로 뛰어든 것을 보면 대책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만일 물속에 잠수한 녀석들에게 뭔 일이 생긴다면.
‘안되겠다.’
나는 신발을 벗고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첨벙!
가장자리는 수심이 얕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수영을 못하지만 신력 5에 이른 상태.
녀석들을 찾으려면 잠수를 해야만 할 터.
‘설마 이곳에서 빠져 죽기야 하겠어.’
연못이 깊어봤자 바다도 아니고.
일단 녀석들이 잠수한 지 시간이 꽤 되었기에.
물 속에 나도 잠수를 하고자 얼굴을 수면에 들이댔는데.
푸아악!
바로 앞쪽 수면 위로 불쑥 뭔가 튀어나왔다.
까만 몸통.
“까미다!”
나를 발견한 녀석이 똥꼬발랄한 기세로 개헤엄을 치면서 내게 다가왔다.
참방참방-
그런 녀석의 입에는 떡하니 금빛이 감도는 물고기가 물려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저건 아까 놓친 금화?’
물 속에서 저걸 어떻게 찾은 걸까.
역시 영물이라 그런지 다르긴 했다.
전에 만년화리를 잡아오더니 이번엔 금화였다.
‘근데 누리는?’
고양이 누리는 아직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푸아악-
이번엔 고양이 누리가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녀석의 입에도 뭔가 물려있다.
이번엔 은빛이 감도는 물고기.
누리는 은화를 잡은 모양이다.
금화를 쫓아서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금화를 찾지 못하자 대신 은화라도 물고 나온 모양이다. 저 녀석 근성이 장난이 아니네.
“이 녀석들이 진짜…”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드는 녀석들이다.
까미는 개헤엄을, 누리를 고양이헤엄을.
참방참방 치면서 연못가로 기어 나오고 있다.
둘 다 입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 물고서.
“허! 아빠 먹어 살려도 되겠네.”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다.
나는 차례대로 까미와 누리를 연못 밖으로 건져 올려주고는, 녀석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물통에 집어넣었다. 아까는 물고기를 살펴볼 생각에 금화를 풀밭에 내려놓았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니 더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을 생각이다.
“둘 다 괜찮아?”
나는 까미와 누리를 번갈아가며 살펴봤다.
두 녀석 모두 물에 빠진 새앙쥐 꼴. 흠뻑 젖은 털을 제외하고는 상태가 양호해 보였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까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놓친 물고기를 잡아왔으니 칭찬을 바랬을 터.
하지만 나는 금화보다 까미가 더 소중했기에.
“까미. 아빠가 놓친 물고기를 잡아다 줘서 고맙기는 한데. 방금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어. 그러다 물속에서 탈이라도 났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내게 야단을 맞은 까미가 풀이 죽은 기색으로 낑낑거렸다. 이제까지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받아주었던 내가 이리 정색하여 나오니 당황이 되었던 모양이다.
쓰담쓰담-
나는 까미를 품에 안고 보듬어주었다.
혼내긴 했지만 정말 녀석을 미워해서 혼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왕-
그제야 까미가 기운이 났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안았던 까미를 내려놓고 이번엔 누리를 상대했다.
방금 까미가 야단을 맞은 것을 봤기에 고양이 누리의 초록색 눈알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리 너도 똑같아. 아빠도 너희 혼내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냐. 나는 물고기보다 너희가 더 소중해. 그러니 위험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마. 알았지?”
나는 누리도 혼을 내주고 품에 꼭 안아주었다.
그제야 누리도 불안했던 표정이 밝게 변했다.
“둘 다 몸 털어. 축축할 테니.”
까미와 누리가 젖은 털의 물기를 말리고자 마구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들의 행동으로 인해 물방울이 와다다다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옆에 있던 나는 비를 맞은 듯이 축축한 상태가 되었다. 어차피 젖은 몸.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어디 볼까?”
녀석들이 몸 단장을 하는 동안.
나는 물통에 들어있는 물고기를 살펴봤다.
‘아까 보니까 금화 배에 뭔가 들어있는 것 같던데.’
사실 오늘 낚시는 물고기를 잡으러 온 것보다는 전에 연못에 던졌던 목걸이를 건져볼 생각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다 그만 금화를 잡는 바람에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물통 안에 손을 넣고 살펴봐야겠다.’
은화 사이에 끼어있던 금화는 반짝거려서 그런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물통에 손을 집어넣고 금화를 살며시 거머쥐었다. 그러고는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힘을 살짝 가했다.
‘대체 뱃속에 뭐가 들었기에?’
설마 이런다고 안에 들어있는 것이 튀어나올까 싶었는데.
“어?”
물고기 입을 통해 뭔가 쏙 빠져나왔다.
동그란 검은색 물체.
작은 구슬처럼 보였다.
순간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건 구슬의 정보일까.
만도자 장부에도 나오지 않던 정보에 의혹이 일었다.
‘마령 1호가 대체 뭐지?’
그러다 구슬에서 눈에 익은 이니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장흥수가 과거에 생일 선물로 주었다는 목걸이에 새겨진 이니셜과 똑같은 문양을 구슬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설마 이게 목걸이?’
기분이 섬뜩했다.
목걸이가 변형이 되어 구슬로 변한 걸까.
하긴 이곳 연못은 보통 연못이 아니다.
선계의 기운이 이어진 곳이라 목걸이에 담긴 사악한 기운이 정화가 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변형이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마령이라는 의미도 그렇고. 왠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백한성이라면 구슬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집에 가서 그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까미. 누리. 그만 돌아가자.”
녀석들 몸 단장도 끝났고.
나는 연못가에 늘어놓았던 낚시 도구를 챙겨서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왔다.
*
“빨리 오셨네요.”
내 연락에 백한성이 득달같이 찾아왔다.
산속의 연못에서 금화를 잡았다는 것에 크게 놀란 눈치였다.
“이것이 바로 금화 배에서 나온 구슬입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자리한 백한성에게 금화의 배에서 나온 작은 구슬을 보여주었다. 잠시 구슬을 살펴보던 백한성이 내게 물었다.
“구슬이 마령 1호라는 것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어차피 백한성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조력자였기에 나는 숨김없이 구슬을 들여다보자 정보가 떠올랐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셨군요. 구슬의 정보를 알아낼 정도에 이르신 것을 봐선 신력을 어느 정도 찾으신 모양이네요.”
“흠흠. 그런 셈이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도 내가 선계의 선주라는 것이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지는 면도 없지 않았기에.
“마령이 뭐죠?”
“마령을 설명 하자만 좀 긴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선계에서도 처치 곤란했던 사악한 혼령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선계에서도 처치 곤란?
선계면 뭐든지 가능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한데 마령이 왜 이곳 세상에서 발견된 거죠?”
“죄송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아는 바가 많지 않습니다. 이건 참고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선계에서 마령의 관리는 선주님이 맡아온 일로 알고 있습니다. 흠흠. 장난이 워낙 심하신 분이라는 점도 있지만요.”
마령이 선계의 선주와 연관이 있다고?
그리고 장난이 심해?
‘혹시?’
선주가 이곳에 내려온 것.
어쩌면 마령의 회수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선주와 관련한 일은 하나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혹시 다른 마령도 더 있나요?”
“정확한 숫자는 선주님만이 알고 계실 겁니다. 마령을 봉인한 것은 선주님이 혼자서 하신 일이고, 또한 마령을 회수하는 일도 선계에선 유일하게 선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니까요.”
뭔가 까면 깔수록 점입가경이다.
선계에서 선주가 관리하던 마령이 이곳 세상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선주만이 가능하다니. 그렇다면 내가 모든 기억을 찾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의미인데. 하여간 지금은 빙빙 미로를 헤매는 기분도 없지 않다.
백한성이 내 눈치를 보듯이 말했다.
“마령을 회수하려면 신력이 중요합니다. 이곳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령의 기운이 강해질 테니 그걸 통제하려면 신력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고요.”
“그래서 만도자가 이곳을 안배 한 건가요?”
“솔직히 시인하면 그렇습니다. 선주님의 신력을 되찾게 해줄 장소는 인간계에서 이곳 뿐입니다. 그러니 이곳에 안배 된 것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신력을 되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영약 보고나 다름없는 야산.
이곳이 내게 주어진 의미.
이제야 밝혀진 셈이긴 했다.
결론적으로 신력을 되찾아 마령을 회수하든 처리하든 하라는 얘기.
“목걸이가 구슬로 변형이 된 것은 왜 그런 거죠?”
“마령이 연못의 물에 정화가 되면서 본래의 형태로 돌아갔을 겁니다.”
갑자기 생긴 의문 한 가지.
“마령이 담긴 구슬을 부숴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혼령을 숨긴 껍데기가 사라졌으니 마령이 소멸될 겁니다.”
“마령을 마음대로 소멸을 시켜도 되는 건가요?”
“그건 선주님 자유입니다. 마령을 회수하려는 것도 결국은 소멸이 목적일 테니 말이죠.”
“그럼 부숴버리죠 뭐.”
손에 거머쥔 구슬에 힘을 줘보았다.
사악한 기운을 담은 구슬. 이런 것은 찾아내는 즉시 없애버리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파스스스-
너무 쉽게 가루가 되었다.
그리고 가루는 이내 연기로 변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럼 마령 1호는 소멸된 건가요?”
“그렇게 보시면 될 겁니다.”
내가 이곳 세상에 내려온 목적.
그것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터.
어쩌면 선주는 선계에서 처리하기 복잡한 마령을 일부러 이곳 세상에 풀어버려 소멸을 시킬 목적으로 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유희도 즐길 생각으로. 물론 의도치 않게 마령을 푸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으로 모든 기억을 잃게 된 모양이고.
“참 금화는 왜 나타난 거죠?”
“마령의 기운을 감지하고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마령의 기운이 담긴 물건을 연못에 던져 놓으면 금화가 와서 물어다 준다는 건가요?”
“흐음.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지금처럼 전원 생활을 즐기면서.
마령이 나타나면 소멸을 시키면 될 터.
선계의 선주도 휴가는 필요한 법일 테니.
“이왕 오셨으니 점심도 먹을 겸, 고구마나 캐고 가시죠.”
“고구마를 제가 캐도 되겠습니까?”
“군고구마 좋아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하하하! 맞습니다!”
백한성은 크게 기뻐하는 얼굴이다.
설마 고구마를 캐라는 것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