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5
명성호텔에 도착했다.
오늘로써 세 번째 방문.
처음에는 송로버섯을 거래하기 위해서 찾아왔고, 두 번째 방문에는 기택의 처리문제를 비롯하여 송로버섯 이벤트에 하이라이트 요리에 들어갈 최상급 하얀색 송로버섯을 건네주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명성그룹 장흥수 회장이 내게 준 선물로 인하여 찾아오게 되었다.
명성호텔의 펜트하우스.
그곳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곳에 까미와 누리를 데려왔다.
“까미. 누리. 불편하겠지만 좀 참아주라. 목줄을 하면 사람들 시선을 끌게 될 테니 케이지 안에 있는 것이 좋을 거야.”
까미와 누리는 집에서 지낼 때는 목줄을 차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지만 호텔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녀석들에게 목줄을 채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아무래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끌고 다닌다면 사람들 시선을 끌 터. 괜히 까미의 눈알에 대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 듣기 싫어 케이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다행히 사 놓은 케이지가 큰 편이라 하나만 들고 다니기로 했다.
‘역시 외출은 신경 쓸 것이 많아서 피곤해.’
옷도 세미 정장에 구두를 신고 호텔을 방문하게 되었다.
페라리를 고객 주차장에 파킹하고 로비로 들어서자.
‘헐! 부담스럽게 대표와 호텔 지배인이 나와 있군.’
호텔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하긴 했다.
두 사람은 전에 송로버섯 이벤트 일로 이미 안면이 있다. 대외적으로 비밀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저들은 내가 명성그룹 장흥수 회장의 아들이란 것을 알고 있다.
“저희 호텔 펜트하우스에 입주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성호텔 대표와 호텔 지배인과 차례대로 인사를 나누고 나자, 둘 다 내 손에 들린 케이지를 이상하게 쳐다보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입니다. 펜트하우스를 녀석들에게도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서 데려왔습니다.”
동물들에게 펜트하우스를 구경 시켜 주고자 데려왔다는 말에 두 사람은 나를 독특하게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저는 선약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황 지배인님. 강산 님에게 펜트하우스를 잘 안내해드리세요.”
“네! 대표님!”
대표는 선약이 있었지만 일부러 내 얼굴을 보고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인사가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만일 내가 하찮은 신분이었다면 이리 얼굴을 보고자 시간을 내서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오시죠. 제가 펜트하우스로 안내하겠습니다.”
“네에.”
지배인과 승강기에 탔다.
펜트하우스 층을 위한 승강기가 따로 있었기에, 한방에 막힘없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곳입니다!”
호텔에서 가장 꼭대기 층.
본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귀빈을 접대 하기 위한 용도로 이용되던 펜트하우스였지만, 명성그룹 장흥수 회장의 배려로 이제 이곳은 내 것이 되었다.
“아주 멋지네요!”
멋지기는 진짜 멋졌다.
명품 호텔답게 펜트하우스의 분위기는 아주 럭셔리했다.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한강뷰도 시원했고 실내 가구들과 인테리어에서도 자연스럽게 품격이 느껴졌다.
“펜트하우스는 120평 규모입니다. 반은 사적인 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사무를 보실 수 있는 용도로 이용하셔도 무방하도록 설계가 되었습니다.”
120평 규모면 30평 대 아파트가 넉 채가 되는 셈. 그래서 그런지 넓고 쾌적하긴 했다.
지배인 말에 웃으며 고갤 끄덕여주자 주차장에 대해서도 정보를 알려주었다.
“주차장도 펜트하우스 층을 위해 따로 구분이 되어있으니 앞으로는 그곳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차키를 주시면 몰고 온 승용차를 그곳으로 이동을 해놓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나는 지배인에게 페라리 차키를 건네고 까미와 누리가 들어있던 케이지를 거실 소파에 내려놓았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 조용히 실내를 좀 구경하고 싶은데요. 필요하면 연락을 드릴 테니 그만 나가보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지배인이 나가자 나는 얼른 케이지에 들어있던 까미와 누리를 꺼냈다. 케이지 안이 답답했던지 밖으로 나오자 녀석들이 잠시 몸을 털어대다간 낯선 실내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까미. 누리. 여기도 아빠 집이야. 어때? 근사하지?”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통유리로 다가갔다. 시원하게 뻥 뚫린 한강뷰 정경에 녀석들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된 기색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너무 넓고 럭셔리했다.
층고가 높은 거실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벽은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이런 곳이 나의 소유라니. 조금 어색하긴 해도 그래도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지낼 장소가 있으니 좋긴 했다.
“따라와. 안을 구경해보자.”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펜트하우스 탐방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였다.
개인공간으로 꾸며진 아늑한 침실, 술을 즐길 수 있는 와인바를 비롯하여 영화감상실까지 구비가 되었고, 냉장고에도 신선한 식자재가 꽉 채워 있었다.
심지어 드레스룸에는 내 사이즈에 맞는 각종 의상들과 구두, 가방, 손목시계까지 즐비하게 갖춰진 상태였다. 하나같이 최고급 명품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백 실장님이 아버지에게 내 사이즈를 알려준 모양이군.’
말이야 장흥수 회장이 이곳을 선물로 주었다고 했지만 나 모르게 백한성도 이곳에서 내가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일조를 했을 것이 뻔했다.
‘저기가 사무실 공간인가?’
사무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도 구경했다. 회의실을 비롯하여 집무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서재까지 갖춰졌다. 인테리어나 가구들이 하나같이 최고급이었고 세련된 색상들이다.
‘재벌 아버지를 두니 좋긴 하네. 이런 펜트하우스도 생기고.’
까미와 누리는 실내 구경이 끝나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에 나섰다. 하도 안이 넓어서 녀석들도 길을 헤맬 정도였다.
스윽-
몸을 안락하게 감싸주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한강뷰를 내려다봤다. 확실히 멋지고 부티가 났다.
하지만.
산 아래에 위치한 내 집.
뒤로는 야산이 있고. 주위로 텃밭도 있고. 뒷마당엔 닭장도 있고. 여기와는 달리 럭셔리함과 고급스러움은 없지만 그곳이 더 내 집처럼 마음이 편했다.
‘전에 아버지는 기택에게도 펜트하우스와 외제차를 뽑아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백한성에게 내가 가급적 기택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기에 생략했을 테지만 익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그곳은 처분을 했을 터.
실은 그곳을 내게 넘겨줄 수도 있지만 장흥수는 그러지 않았다. 모든 것을 새로 바꿔주었다. 그만큼 나를 배려했다는 의미일 터.
“좀 쉬었으니 차를 보러 갈까?”
나는 다시 동물을 담는 케이지에 녀석들을 들어가게 했다. 확실히 내 집에서는 풀어놓고 까미와 누리를 키워도 되었는데 이곳은 이런 점이 불편했다.
띠잉!
펜트하우스를 위해 따로 만들어진 승강기를 타고 그대로 지하 주차장까지 한방에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점은 편하긴 했다.
“저 차인 모양이네.”
아까 지배인에게 페라리 차키를 건네긴 했지만 그 사이에 이곳에 차를 옮겨다 놓았다.
페라리 옆에 세워진 차.
벤츠 SUV.
덩치가 굉장했다.
집에 국산 SUV가 한 대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상대가 안 되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차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SUV라 험한 길에도 몰고 다니기도 편할 터. 물론 내가 사는 집은 경기도 일대지만 마을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어 도로가 좋은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차라면 부담 없이 아무 곳이나 막 몰고 다닐 수 있을 테니 신경이 덜 쓰일 터.
“멋지긴 하네.”
나는 벤츠의 차문을 열었다.
새 차 특유의 가죽 냄새가 기분 좋게 다가왔다.
“자! 차타고 집에 가자.”
케이지에 들어있던 까미와 누리를 벤츠 뒷좌석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꺼내주었다.
왕! 냐옹!
녀석들도 새 차가 마음에 드는 기색이다.
“어디 시동을 걸어볼까?”
나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부르르릉!
시동 걸리는 소리가 웅장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올때는 페라리를.
갈 때는 벤츠 SUV를.
내가 생각해도 럭셔리 그 자체.
*
집으로 돌아왔다.
차고에 벤츠 SUV를 세웠다.
옆에 세워진 국산 SUV는 몇 년 동안 몰던 차라 그런지 번쩍거리는 새 차를 세워놓으니 더욱 비교가 되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차에서 내렸다.
녀석들은 럭셔리한 펜트하우스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이 훨씬 좋은지 활기차게 앞마당을 돌아다녔다.
그건 나도 그러했지만.
그래도 선물을 받았으니 잘 받았다고 연락은 드리는 것이 좋았기에 장흥수와 잠시 통화를 나눴다.
“선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방금 호텔에 다녀왔는데 펜트하우스도 그렇고 차도 너무 멋지네요.
-허허!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든다 하니 다행이구나. 내가 비록 아비 노릇은 제대로 못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살면서 불편한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네. 그럴게요.”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기분.
내게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것이 뭔가 행복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사업적인 일은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곳에 송로 군락지가 있다는 것이다.
받은 것이 있으니 이번 한번은 도와주기로 했다.
“백 실장님에게 명성화장품에서 이번에 송로버섯으로 향수를 제조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흐음. 그랬구나.
“향수로 사용할 송로버섯은 준비가 된 상태인가요?”
-그건 아니다. 연구할 송로버섯의 품질이 좋지 못해서 올해 안으로 향수 출시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구나.
“만일 제가 송로버섯을 구해준다면 어떨까요?”
-산이 네가?
전에 명성호텔에서 주관했던 송로버섯 이벤트에 내가 가져간 화이트 송로버섯 덕분에 행사가 성공리에 끝날 수 있었다. 송로버섯을 가지고 행사를 개최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명성화장품의 향수 출시와도 연관이 있었다.
“송로버섯 출처에 대해서 비밀을 잘 지켜주신다면 향수 제조에 필요한 송로버섯을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비밀 유지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송로 향수는 실은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친구 놈 머리에서 나온 기획이다. 공급에 차질을 빚게 생겨 향수 출시를 중지 시킬 생각에 고민이 많았는데 네가 도와준다면 좋긴 하지. 한데 괜찮겠느냐?
장흥수가 말한 친구 놈은 바로 형수 한해숙의 부친을 일컫는 것일 터.
“그럼 제가 명성화장품 사장님을 만나보고 결정할게요.”
-그것도 좋겠구나. 괜찮은 사람이니 믿어도 좋을 테지만, 만나보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억지로 사업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 사업 문제는 너와 약속을 했고 나는 그걸 끝까지 지킬 것이다.
“알겠어요. 그럼 그분에게는 송로 향수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만나는 것으로만 말씀해주세요. 제가 아버지 아들인 것도 비밀로 해주셨으면 하고요.”
-오냐. 그러마.
장흥수와 통화가 끝났다.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형수 한해숙의 부친을 직접 만나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