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1
먹을 복이 있는 양반들이다.
이장 박동수와 백한성까지 왔다.
“마침 고기가 많았는데 잘 되었네요.”
화덕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소고기를 실컷 구워 먹고 군고구마도 먹고, 거기에 후식으로 오늘 수확한 자두와 복숭아, 그리고 이장이 가져온 참외도 깎아서 먹었다. 까미와 누리는 소고기를 실컷 먹고 나자 손님이 왔기에 텃밭으로 놀러 나갔다.
“허허! 덕분에 오늘 호강하네.”
이장의 기분이 아주 흡족해 보였다.
소고기도 먹고 자두와 복숭아도 맛보고.
“제가 과일은 잘 안 먹는 편인데. 이곳의 자두와 복숭아는 이상하게 입맛에 맞네요. 물론 이장님이 가져오신 참외도 맛있지만요. 흠흠.”
백한성 역시 행복해 보였다.
이장이 가져온 참외는 단 한 조각 맛을 봤기에 찔려서 그런지 괜히 다른 것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자두와 복숭아는 오늘 수확하신 건가요?”
“아아 맞다! 아까 자두와 복숭아를 수확할 때 녀석들이 저를 도와준 영상을 찍었거든요. 엄청 귀여운데 한번 보실래요?”
“하하하! 그러죠.”
나는 핸드폰을 꺼내 자두와 복숭아를 수확할 때 녀석들이 도와주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이장과 백한성에게 보여주었다.
“허허허! 고양이가 자두를 아주 기똥차게 잘 따는구먼.”
“하하하! 까미도 소쿠리를 가져오는 장면이 아주 압권입니다.”
이장 박동수와 백한성은 까미와 누리 영상을 보고는 크게 감탄을 했다. 하긴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자두를 발로 툭툭 따는 누리의 모습이며 소쿠리를 질질 끌고 오는 까미의 행동이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찍어 놓기를 잘 했네.’
나는 팔불출처럼 까미와 누리를 칭찬하는 두 사람의 말에 입이 귀에 걸렸다. 식사도 끝났고 참외도 전달했고, 어쩌다 점심까지 얻어먹은 이장이 백한성이 찾아온 것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텃밭에서 봤던 닭들이 떠오른 이장이 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 보니까 텃밭에 닭들이 좀 늘어난 분위기던데.”
이장이 가져다준 병아리들이 작은 닭으로 급성장한 상황이다. 그것을 곧이곧대로 설명하기엔 좀 그러했는데 마침 병아리를 부화한 상태라 다행이었다. 병아리들 상태가 2주차를 능가하는 팔팔한 분위기였기에 녀석들을 이장이 가져다준 병아리로 봐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주말에 형님네 가족이 제가 닭을 키운다는 소리를 듣고 작은 닭들을 가져다주셨거든요. 그리고 병아리 한 마리는 조카가 귀엽다고 키운다면서 가져갔고요.”
이장이 가져다준 병아리는 5마리였지만 지금 병아리는 4마리였기에 그것도 조카 송이를 핑계로 둘러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랬구먼. 그럼 가봄세. 고기 잘 먹고 가네.”
이장은 내 말을 믿었는지 별 의심 없이 포만감에 배를 통통 두드리며 흡족한 기색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백한성과 텃밭으로 나왔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텃밭을 걷게 되었는데, 백한성이 텃밭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닭들과 병아리들을 쳐다보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보아하니 뭔가 숨기는 것이 있으신 모양이로군요.”
“맞아요. 이장님이 가져다준 병아리들이 그만 급성장을 해버리는 바람에 둘러대는 수밖에 없었어요.”
내 말에 백한성이 작은 닭들로 고갤 돌렸다.
“병아리가 급성장을요? 저 닭들이 그럼 병아리였단 말인가요?”
“네. 어제 갑자기 하얀 송로를 먹였더니 갑자기 병아리들이 확 커버렸네요. 물론 그 전에 만년화리 비늘 가루를 먹인 효과도 작용을 했겠지만. 하여간 너무 빨리 닭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긴 해요.”
백한성은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으로 하하 웃다가 암탉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병아리들을 쳐다봤다.
뺙뺙! 뺙뺙!
병아리들의 움직임이 새끼 병아리로 봐주기엔 너무 활력이 강하고 울음소리도 삐약이가 아니라 뺙뺙거리며 우렁차게 울고 있다.
“병아리치고 좀 특이하군요.”
“흠흠. 실은 어제 부화를 시킨 병아리거든요.”
“어제 부화를 한 병아리가 텃밭에서 저리 쌩쌩하게 닭들과 돌아다닌다고요? 저건 무늬만 어렸지 거의 중병아리 수준인데요?”
의문을 표하는 백한성 눈빛.
나는 그만 피식 웃고는 이실직고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하 석실의 안마 침상에서 부화를 시켰더니 하룻밤 만에 저런 녀석들이 태어났네요.”
백한성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다가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대기까지 해보였다.
“역시 선주님의 장난 끼는 이곳 세상에서도 여전하시군요. 보아하니 그냥 부화를 시켰을 리는 없으시고. 대체 무슨 짓을 하셨기에 저렇게 하룻밤 사이에 장군 병아리가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장군 병아리라?
잘 어울리긴 했다.
“흠흠. 그게… 칠백 년 묵은 영초주를 계란껍질에 좀 발라주었더니 저렇게 장군 병아리가 되어버렸네요.”
내 말을 들은 백한성이 더욱 기가 막힌다는 기색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하긴 그는 만도자의 수족이다. 창고 안에 안배한 지하 석실. 그곳을 만드는데 백한성도 제법 일조를 했을 터. 그래서 그런지 그곳의 환경을 익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안마 침상과 장식장의 술들은 선주님의 신력을 올리는 용도로 만당 어르신께서 준비를 해놓으신 거로 아는데, 그걸 병아리들에게 사용을 하셨다고요?”
만일 안마 침상을 까미와 누리의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백한성이 뭐라고 잔소리를 할까. 그건 비밀로 해야겠다.
“어쩌다 보니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흠흠. 요즘 들어서 이상하게 한번 호기심이 생기면 그걸 억누르기가 힘이 드네요.”
백한성이 에효-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나도 모르는 선계에서의 과거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선주님은 선계에서도 워낙 호기심이 왕성하여 자주 만당 어르신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셨습니다. 환골탈태를 겪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선주님 모습과 외모가 비슷해지면서 성격까지 닮아가고 있는 듯싶습니다. 참고로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놓고, 어느 날 갑자기 인간계로 내려온 일을 저지르신 선주님이신데, 그깟 병아리를 안마 침상에 그것도 칠백 년 묵은 영초주를 발라서 부화를 시킨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긴 하죠.”
백한성은 푸념조로 말을 한 것이나 나로선 전혀 기억에 없는 일. 하여간 선계의 선주는 결코 얌전한 스타일은 아닌 듯싶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 지금까지 남의 눈치나 보면서 루저로 살아온 나와는 많은 차이가 있긴 했다.
“저기 좀 앉을까요?”
“그러죠.”
우린 텃밭 수돗가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러는 사이 병아리들이 내 주위로 몰려왔다.
녀석들은 주인인 나를 위해 재롱을 떨려는 의미인지 근처의 바위로 풀쩍 풀쩍 점프쇼를 정신없이 해 보이고 있기에 몇 마디 칭찬을 해주고는 보내버렸다.
심지어 까미와 누리조차 두려워하지 않는지, 병아리들이 녀석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장난을 걸기까지 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병아리들.
칠백 년 묵은 영초주 위력이 무섭긴 무서웠다.
“그건 그렇게 오늘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찾아오신 거죠? 설마 자두와 복숭아를 맛보러 오셨을 리는 없을 테고.”
내 말에 살짝 찔린 백한성이 흠흠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내게 전달할 소식이 있기는 했지만 전화로 연락할 일을 굳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솔직히 자두와 복숭아가 이 맘이면 수확할 시기였기에 말이다.
시중에서 파는 자두와 복숭아.
결코 이곳의 과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에.
“인정합니다. 자두와 복숭아의 맛이 좋기는 하더군요. 사심을 채울 욕심에 찾아오긴 했지만 대표님께 드릴 얘기가 있기도 해서요.”
“무슨 얘기인데요?”
“장 회장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대표님께서 송로버섯을 명성화장품에 대주시기로 하셨다고 하더군요. 이 일이 만조금융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 차원에서 연락을 하신 모양입니다. 만일 만조금융과 연관이 있는 일로 진행하겠다면 대표님을 내세우지 말고 만조금융 차원에서 사업 적인 거래로 계약을 진행했으면 하시더군요.”
장흥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곧 나를 배려해서 일 터. 내가 송로버섯을 명성화장품에 공급해주는 문제를 비밀로 붙여달라고 했기에 말이다.
“그래서 뭐라 하셨나요?”
“일단 대표님과 상의하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전했습니다.”
“잘 하셨어요. 그럼 수익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겠네요.”
백한성이 고갤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표님께서 송로를 거래하는 대가로 수익의 10%를 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수익금 전부를 보육원과 불우한 소년가장에게 지원을 하시겠다고 하셨다면서요.”
“네. 그렇게 하려고요. 돈은 많을수록 좋다지만 저야 충분히 먹고 살 정도는 되니까요.”
내 말에 백한성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다.
”장 회장님은 대표님께서 송로 향수를 공급해주고 받게 되는 수익에 대해 대표님 의사를 반영하되,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투명하게 처리를 하려는 의도일 겁니다. 사실 야산에서 송로가 나오는 문제도 비밀로 해야 할 테고, 거기에 수익금을 베푸는 문제도 대표님을 공식적으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만조금융과 명성화장품이 사업 적인 협업 관계로 처리한다면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백한성에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주었다.
안 그래도 야산에서 채집한 송로버섯을 명성화장품에 공급해주기로 결정은 했지만 개인적인 거래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던 터였기에 백한성이 나서주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이 될 터.
“좋습니다. 방금 말한 것은 백 실장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송로를 공급해주고 생색을 내려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 비밀유지를 위해선 만조금융을 파는 것도 괜찮겠군요.”
기분이 뭔가 묘했다.
명성화장품을 도와주는 일.
그리고 그것으로 얻은 수익을 불우한 이들을 위해 쓰려는 일.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나 지금은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데 송로 향수 일로 대표님께서 알고 계셔야만 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백한성 표정이 살짝 어둡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으로 알려진 사닐 화장품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에. 잘 알고 있죠.”
“그곳에서도 송로 향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미 연구가 끝난 단계로 알고 있고, 잘하면 하반기에 송로 향수를 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닐 화장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만일 그곳에서 송로 향수를 출시하게 된다면 명성화장품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당연했다.
“명성에선 그 사실을 알고 있나요?”
“지금이면 정보가 귀에 들어갔을 겁니다. 물론 사닐에서 출시하려는 송로 향수에 대한 기획은 명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세계적인 인지도 면입니다.”
명성화장품 한성식 사장.
평생을 명성화장품에서 일해 온 그였고, 은퇴를 앞둔 그가 마지막 작품으로 기획한 것이 바로 송로 향수였다.
세계적인 명품 향수.
그걸 만들어보겠다고 잔뜩 꿈에 부푼 한성식인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사닐에서 송로 향수를 출시한다면 대중들의 관심은 당연히 사닐 쪽에 기울어질 터.
하지만 야산에서 채집한 송로버섯.
그것이 있는 한 한번 붙어볼 만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