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2
백한성이 떠나자 혼자 텃밭을 거닐었다.
야산의 송로를 믿고 있지만, 세상사는 내가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난 한성식 사장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랬기에 명성에서 만든 송로 향수가 세계 시장을 휩쓸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사닐이라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끼게 되는 바람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장흥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기에 연락을 해봤다.
“아버지. 백 실장님이 방금 이곳을 다녀갔어요.”
-그랬구나. 실은 송로버섯 공급 문제로 내가 백 실장에게 상의할 일이 있어서 연락을 했다. 너를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보니 사업 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싶구나.
“불쾌하긴요. 모두 저를 위해서 한 일이잖아요. 실은 제가 전화를 한 이유는 사닐 화장품의 일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걸었어요.”
-사닐 화장품에서 송로 향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지? 역시 해외에 투자사를 끼고 있는 만조금융이라 그런지 명성의 정보팀보다 한발 빠르긴 하더구나.
백한성과 통화를 나누면서 사닐 화장품 얘기가 나온 모양이다. 대기업 회장인 장흥수가 인정할 정도면 백한성이 거느린 정보팀의 능력이 매우 대단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정보팀은 결국은 나를 위해 꾸려진 것이니 마음 한편으론 든든했다.
“혹시 이 일에 대해 한 사장님도 알고 계세요?”
-아직은 모르고 있는 눈치다. 만일 알고 있었으면 한 사장 성격에 분명 내게 무슨 말이라도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제 한 사장님에게도 알려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야겠지. 그나마 산이 네가 있어서 다행이구나. 너 아니었으면 송로버섯 공급에 차질을 빚어 송로 향수 출시를 중단했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난 장흥수의 말에 씁쓸히 웃었다.
한편으론 송로버섯 공급 문제가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된 상황이니 말이다.
“아버지는 사닐 화장품에서 송로 향수를 출시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 장흥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특히 그의 사업 적인 마인드에 대해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배포도 어느 정도 인지 알고 싶다.
-산아. 네가 공급해줄 송로버섯으로 만든 향수라면 당연히 최고의 향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 사장도 이번 송로 향수를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눈치이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장흥수는 나와 한성식 사장을 믿고 있기에 그런지 음성에 흔들림이 없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사닐과 한판 붙게 된 상황인데도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투지를 드러냈다.
우리 아버지 참 멋진 사람이었네.
장흥수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건지도.
‘이런 성격이니 명성그룹을 오늘날 대기업의 반열에 이르도록 했을 것이다.’
사실 명성화장품은 명성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다. 과거에 장흥수가 처음에 시작한 사업이 바로 명성화장품이었고, 그때 친구 한성식이 함께 화장품 사업을 도와주었다.
그 후로 화장품 사업이 성공하자 그곳을 한성식에게 맡기고 장흥수는 다른 사업에 손을 대었다. 손을 대는 사업마다 죄다 성공을 시켰고, 이제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회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이면에, 남들은 모르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것이고, 그걸 모두 극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주말에 본가를 방문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장흥수와 통화를 끝냈다.
*
저녁 먹기는 아직 이르기에.
혼자 지하 석실에 내려왔다.
이곳에서 정리할 일이 있었다.
“자두와 복숭아를 나중에 본가에 가져가기 편하게 박스에 담아 놔야겠다.”
창고에서 가져온 박스 안에 오늘 수확한 자두와 복숭아 중에서 나름 좋은 걸로만 골라서 본가에 가져갈 요량으로 박스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이곳에서 자란 과일 맛 좀 보라고 가져가는 것이니 박스의 반은 자두를 담고 반은 복숭아를 담았다.
“다음은 안마 침상을 정리해야겠군.”
과일 정리가 끝나자 나는 지하 석실 세 번째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안마 침상에서 부화한 병아리들을 그대로 텃밭에 데리고 나가느라 침상 정리를 못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안마 침상에 깔아놓은 수건 위에 부화한 병아리들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지?”
수건 위에 병아리들이 싸놓은 똥들이 떨어져있었다.
그런데 똥 냄새가 묘했다.
병아리들이 부화하기 전에 계란껍질에 발라준 칠백 년 묵은 영초주의 효과인지 병아리 똥에서 신비로운 청아한 영초 냄새가 났다.
그러니까 병아리들이 싸놓은 똥이지만 어쩌면 귀한 약재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좋은 향기라면.
“만일 이걸 송로 향수에 첨가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 들어선 이놈의 호기심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한다.
하여간 서양에서 고가로 거래된다는 사향고양이 똥으로 만든 루왁커피를 생각하면 이곳의 병아리 똥도 잘만 활용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병아리 똥에 대한 정보파악은 가능할까.”
어쩌면 보통 똥은 아닐 테니 정보파악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한번 호기심이 생기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심정이다.
“해보지 뭐.”
나는 병아리 똥에 손가락을 살짝 대보았다.
정보창이 이번에도 뜰지는 의문이나.
시간이 좀 지나서 병아리 똥이 굳어있다는 점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병아리 똥 위로 뭔가 일렁인다.
병아리 똥에도 정보가 떴다.
역시 보통 똥이 아니란 의미였다.
“병아리 똥이 향수 제조에 가능하다면 송로 향수에 첨가를 해도 괜찮다는 의미겠지?”
안 그래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사닐 화장품에서 명성에서 기획한 것과 같은 송로 향수를 출시할 것이란 생각에 내심 특별한 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던 차였다.
“한 사장님에게 이거 병아리 똥인데 송로 향수 만들 때 섞어서 써보세요-라고 말한다면 나를 미친놈으로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굳이 병아리 똥이라고 말하지 말고 특별한 영약이라고 하면서 건네기로 했다.
병아리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싸놓은 똥이기도 했지만, 향기가 워낙 좋아서 누구도 병아리 똥이라고 여기지 못할 것이다.
“혹시 알아? 이 병아리 똥이 명성에서 제조한 송로 향수를 세계 최고의 향수로 만들어주는데 크게 일조를 할지.”
일단 안마 침상의 정리가 우선이었기에 나는 병아리들이 부화를 하느라 흔적을 남긴 수건을 그대로 들고 지하석실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병아리들이 똥도 수건에만 싸놓은 상태였기에 집에 가져가서 다른 곳에 옮겨 담을 생각이다.
*
꼬끼요오오오!
수탉 수일의 모닝콜에 눈을 떴다.
부화한 병아리들이 간밤에 어떻게 잠은 잘 잤는지 체크도 해야 했고, 내일 본가를 방문하려면 오늘 송로버섯도 채집을 해야만 했다.
추리닝으로 갈아입은 나는 주방으로 가서 까미와 누리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나도 간단하게 먹고는 녀석들을 데리고 뒷마당 닭장으로 나왔다.
“오! 우리 병아리들 컨디션이 아주 좋은 모양인데?”
닭장 안에서 팔팔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병아리들을 대하니 괜히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뺙뺙- 뺙뺙-
병아리들은 하루 사이에 이곳 생활에 완전 적응을 했는지 어제에 비해 더욱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런 병아리들로 인해 닭들의 분위기도 더 생기가 감돌았다.
병아리들이 수탉 수일에게 배변 훈련 지도를 잘 받았는지 박스를 깔아놓은 곳에만 똥이 쌓여있다.
병아리 똥은 더 챙길 필요 없다.
어제 고이 챙겨놓은 똥은 세상에 태어난 직후에 병아리들이 싼 똥이라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자! 그럼 다들 먹이 활동을 하러 가보실까?”
닭장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전에 족제비와 담비가 이곳의 닭들을 노리고 한번 쳐들어왔다가 된 통 당하고 돌아간 후로 다른 산속의 짐승들에게 어떤 소문이 퍼졌는지 몰라도 더는 산짐승들이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게 되었다.
“내일부터는 닭장 문을 열어놓고 지내야겠다.”
이젠 닭장 문을 열어줄 필요 없이 그냥 열어놓은 상태로 지내도 무방한 닭들의 분위기였다.
문만 열어 놓으면 닭들은 해가 뜨면 알아서 바깥활동을 나갈 테고, 해가 지면 알아서 닭장으로 들어와 잠을 잘 테니 말이다. 왠지 손이 거의 가지 않은 상태. 거저 닭들을 키우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품질 좋은 최상급 계란도 매일 낳아주고.”
닭장 안에서 챙긴 계란을 주방에 가져다놓고, 다음엔 송로버섯을 채집하러 산을 올라가고자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나왔다.
“까미. 누리. 수일. 오늘 송로버섯을 채집할 생각인데 너희 도움이 필요해.”
왕! 냐옹! 꼬꼬꼬!
까미와 누리는 나와 함께 하도 산을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런지 송로버섯을 찾는 것을 놀이로 여기고 있지만, 수탉 수일은 아주 중대한 일로 여기는 눈치였다.
게다가 닭 중에서 오직 수일만 송로 버섯 탐사대에 끼게 되었다는 것에 상당히 들뜬 기색이다.
“가자!”
수탉 수일이 참여한 탓인지 산을 오르는 우리를 위해 닭들과 병아리들이 산기슭까지 몰려와 꼬꼬- 뺙뺙거리며 열심히 응원을 해주었다.
강아지, 고양이, 수탉.
그렇게 셋을 이끌고 산을 올라온 나는 떡갈나무가 우거진 송로 군락지에 이르렀다.
“너희는 찾아라. 나는 캘 테니.”
내 말에 녀석들이 주위로 우르르 흩어져 송로 탐색에 들어갔다. 오감을 발현시키자 일대에서 진한 송로의 향기가 넘실거렸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송로를 찾아낼 수 있었지만 잠시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꼬꼬꼬-
역시 수탉 수일이 송로버섯 찾는 일에 대활약을 했다.
신기하게도 영물 까미보다도 송로를 찾는 일을 더 잘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즐겁게 송로 찾는 놀이에 심취했다.
“읏차!”
땅 속에 숨은 송로를 캐내는 일은 내가 도맡았다.
이제는 송로 캐는 박사가 되었다.
송로 향기가 흘러나온 지점을 감지함과 동시에 그곳에 손을 스윽 대고는 몇 번 이리저리 움직이면 아무리 깊숙이 숨은 송로도 쉽게 채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벌써 한 바구니나 채집했네.”
녀석들이 도와주니 짧은 시간 안에 송로를 잔뜩 채집할 수 있긴 했지만, 한편으론 진귀한 송로버섯을 이곳에서 이렇게 쉽게 채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잔뜩 캐고서 내일 또 이곳에 오면 송로가 잔뜩 숨어있으니. 그야말로 화수분이나 마찬가지다.”
그건 야산이 지닌 신비로운 힘 때문이다.
만도자 장부에 기록되길 이곳은 나를 위해 안배된 곳이라 마음만 먹으면 사시사철 필요한 약초와 산나물과 이런 송로까지 쉽게 채집할 수 있다.
선계의 선주였던 나.
선인으로서 이런 현상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지만 아직은 선계에서 지낸 기억이 없는 나로선 신기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날리는 사닐 화장품이라고 할지라도 이곳의 송로로 만든 향수를 뛰어넘지는 못할 거야.’
거기에 칠백 년 묵은 영초의 기운이 스민 병아리 똥. 상상을 불허 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다.